“사회환원 보다 종사자·협력사와의 공존공생이 우선”
민주당은 지난 5월초 ‘을지로위원회’를 구성했다. 을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국회의원 29명이 모였다. 갑들의 횡포에 서러움을 겪던 많은 ‘을’이 을지로위원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화장품 대리점과 가맹점주도 있었다. 을지로위원회 화장품 담당 책임위원인 민주당 남윤인순 의원에게 화장품 산업의 문제점과 발전 방안을 들었다. <편집자주>
- 화장품 시장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화장품 기업이 1,423개, 제조판매업자가 3,349개사에 달하는데, 이들의 내수 중심 의존도가 90%가 넘다보니 과당경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화장품 산업은 무차별적 출점을 통해 급속 성장한 편의점 업계의 양상과 비슷해 화장품 가맹점은 ‘제2의 편의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미 화장품 업계는 근접출점, 보복출점, 가맹점 직영전환, 경제적 이익 제공강요, 밀어내기, 부당계약해지, 계약갱신거절, 가맹점주 감시 사찰과 불이익제공 등의 갖가지 불공정행위가 만연해 있기 때문에 가맹점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업계 전체의 불공정 행위 시정이 필요합니다.”- 갑을 관계가 사회적 이슈입니다. 화장품업계도 이와 관련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공존이고 상생입니다. 어떻게 해야 본사와 가맹점주 그리고 소비자들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화장품업계의 판매관리비는 47.5% 수준(2007년 기준)으로 일반 제조업체의 판매관리비율인 12.2%(2007년 기준)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는 의미인데, 시장 확보가 중요하다보니 가맹점주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여러 행위들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불공정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본사와 가맹점의 공정한 거래 관계 형성, 상호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 화장품 업계는 최근 할인율이 많고, 할인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 가맹사업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이 소비자의 이득이라는 논리도 있습니다. “생산자와 공급자가 경쟁을 벌여 상품의 질이 높아지고 가격이 낮아짐으로써 소비자가 이득을 얻는 것은 바람직한 일입니다. 권장을 할 일이지 하지 말라고 할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에 따른 부담을 가맹점주에게 떠넘기는 것입니다. 화장품전문점(로드숍)이 모든 브랜드의 화장품을 판매하던 판매 경로가 급격하게 브랜드숍으로 재편되면서 좁은 동일 상권 내에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서비스 확대를 위한 비용들을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본사가 가맹점에게 부담을 떠넘겨 가맹점주들의 이익을 축소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갑의 지위 남용행위입니다. 본사가 경쟁에 따른 비용을 나누어 부담해야 합니다. 본사와 가맹점이 상생하지 않으면 경쟁의 기반도 사라집니다. 경쟁이 약해지면 소비자가 누릴 이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 화장품업계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입법부와 정부에서 어떤점을 뒷받침해야 할지요.“화장품산업이 급성장하고 있고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국내 시장을 벗어나지 못한 채 내수 경쟁에 치중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막 날개를 펴기 시작한 단계로 향후 5년이 우리나라 화장품 산업이 어느 정도 성장할 지를 결정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국내 화장품 기업들이 국내 시장 의존도가 높은데다 한정된 내수시장에서 과도하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을 극복하고 해외 시장을 좀 더 개척해야 합니다.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은 물론이고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진출을 도모할 수 있어야 합니다.
2012년 국내 화장품 생산규모는 7조 1,226억원이며, 시장규모는 약 16조 6천억으로 세계 시장의 2.8%(1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욕구의 다양화, 여성 경제활동 인구의 증가, 남성 유아 등 소비계층의 확대 등으로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은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최근 한류열풍으로 동남아시아 및 중국 등에 우리 화장품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세계 100대 화장품기업에 우리나라 기업이 3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지금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R&D 투자를 늘리고, 수출을 지원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입니다. 화장품 산업규모는 제약산업의 1/2배, 의료기기산업의 1.6배이지만, 정부의 R&D 지원규모는 보건의료산업 R&D 지원액의 1.1% 수준에 불과합니다. 원료 소재 개발과 한방 화장품 분야에 대한 R&D 지원을 크게 늘려 우리 화장품 산업의 경쟁 기반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수출 지원도 이미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군과 경쟁력을 갖추어야 하는 중소기업군을 구분하여 특성에 맞춘 제품 개발과 해외 시장 개척이 가능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화장품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어떻게 생각하는지요.“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점차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사회를 통해 얻은 수익을 다시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차원에서도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고, 이는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 생각합니다.그럼에도 저는 기업이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의 기본은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이 협력업체, 화장품업계라면 가맹점이나 대리점주 같은 을의 위치에 있는 협력 사업자들과 공존 상생하는 것입니다. 이익의 사회 환원은 그 다음 단계입니다.노동자를 착취해서 얻은 이익, 협력업자들을 겁박해서 얻은 이익, 탈세 등 위법으로 얻은 이익을 사회 환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고 봅니다. 기업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책임은 함께 일 하는 사람들이 잘 살 수 있게 책임지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정한 사회공헌의 시작입니다.”- 화장품 기업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 공정한 거래 관계(갑을 관계) 형성, 정부의 R&D 투자 등 산업지원 정책,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추진되어야 합니다.자금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이나 외국 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지원을 적극 고려해야 합니다.또한 기업의 성장이 가맹점주나 소비자에게 충분히 나누어 질 수 있도록 공정한 거래관계 형성과 적극적인 소비자 보호정책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우리나라 국가 브랜드는 상승 추세에 있지만, 개별 화장품 브랜드 인지도가 취약한 점을 고려할 때, 국가 브랜드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한 업계 차원의 공동 마케팅 활동도 활성화 할 필요가 있습니다.화장품 산업은 이제 막 날아오르는 단계입니다. 정부와 산·학·연이 모여 미래 성장 동력이 되는 ‘화장품’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국회도 입법을 통해 세계 100대 화장품 기업에 새로운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안용찬
2013.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