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뷰티
K-뷰티, 단기 바이럴 넘어 북미 주류로 롱런하려면
K-뷰티가 미국 소비자의 반복 구매 카테고리로 자리 잡으면서 현지 유통사의 평가 기준도 구체화되고 있다. 좋은 원료와 처방, 빠른 제품화는 기본 조건이 됐고, 매대에서 브랜드를 설명할 히어로 제품과 한국적 정체성, 전국 단위 수요를 감당할 공급망, 유통계획의 투명성까지 갖춰야 장기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코스모프로프 북미 라스베이거스 2026'의 둘째 날(14일) 열린 'From Seoul to Shelf: How K-Beauty Innovation is Winning in the U.S.' 세션에는 아시아 뷰티 유통사 스코시(SUKOSHI) 린다 당(Linda Dang) 대표, K-뷰티 유통사 오롤리(Ohlolly) 수 그린(Sue Greene) 공동창업자 겸 대표, 얼타 뷰티(Ulta Beauty) 페니 코이(Penny Coy) 상품기획 수석부사장, 롯데홈쇼핑 유홍석 글로벌사업팀장이 참석해 미국 시장에서 K-뷰티가 안착하기 위한 유통사 관점에서의 조건을 제시했다.반복 구매 자리 잡은 K-뷰티, 색조·웰니스로 확장얼타 뷰티 코이 부사장은 "얼타는 수년간 주요 파트너들과 K-뷰티 브랜드 자산을 구축해 왔다"며 "소비자들은 이제 제품이 독특해서 시험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웰니스 루틴에 포함해 반복 구매한다"고 설명했다.얼타의 K-뷰티 취급 범위도 스킨케어에서 색조와 웰니스, 헤어케어로 넓어지고 있다. 코이 부사장에 따르면 최근 6~8개월 동안 얼타가 K-뷰티 라인업을 색조 화장품과 웰니스 영역까지 넓혔으며, 지난 4월에는 K-뷰티 헤어케어와 트리트먼트 제품을 새롭게 론칭했다.특히 웰니스를 기존 주요 뷰티 영역과 나란히 독립된 다섯 번째 핵심 카테고리로 격상시켜 집중 육성하고 있다. FDA 요건을 충족한 보충제와 섭취형 이너뷰티, 뷰티 디바이스 등의 포맷을 통해 한국의 웰니스 제품을 들여오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는 설명이다.뛰어난 포뮬러를 바탕으로 한 카테고리의 확장은 향후 가격대 포지셔닝의 상향 이동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이 부사장은 "얼타가 매스(대중)부터 럭셔리 라인까지 폭넓은 가격대를 운영하는 만큼, K-뷰티가 포뮬러 수준을 높여 프레스티지 영역으로 확장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이처럼 넓어진 카테고리 안에서 브랜드가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무기로는 '감각적인 차별화'가 꼽혔다. 그린 대표는 향(Scent)을 적용한 스킨케어와 헤어케어, 보디케어 제품군을 다음 성장 기회로 지목했다. 오롤리 그린 대표는 "지난 10년간 수많은 제품을 테스트하고 큐레이션 하면서 시중에 비슷비슷한 흰색 크림과 세럼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했다"며 "이런 시장에서는 향을 적용해 조금 더 기억에 남게 만드는 제품이 돋보일 수밖에 없으며, 실제 고객들도 이러한 감각적인 접근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히어로 제품·한국적 정체성 따진다성분과 처방의 우수성은 서구권 뷰티 시장 진입을 위한 기본 조건이 됐다. 스코시 당 대표는 "한국에만 3만개가 넘는 브랜드가 각축을 벌일 정도로 국내 경쟁이 극심한 탓에, 북미 리테일 매대에 오르는 브랜드들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처절하게 제품력을 검증받은 곳들"이라며 "단순히 좋은 성분을 넘어 매대에서 브랜드 본연의 특별함을 어떻게 유지하고 차별화할지가 진짜 관건"이라고 강조했다.현재 플랫폼 내에 500개 이상의 브랜드를 포진시키고 있는 스코시 측은 소셜 미디어 유행이 단기적인 인지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유통사 바이어는 기존 상품 구성의 빈틈을 정확히 채워주는지, 소비자가 브랜드를 처음 접하고 학습할 수 있는 뚜렷한 히어로 제품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이 제품을 기점으로 다각적인 라인업 확장이 가능한지를 중점적으로 살핀다는 설명이다.그린 대표는 대표적인 예로 한국적 오리지널리티와 철학이 강한 K-뷰티 브랜드 '편강율'을 들었다. 편강율 론칭 당시 영어권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름조차 발음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한국의 유명한 한의원에서 출발해 피부의 유·수분 밸런스를 찾는 데 집중한다는 철학이 뚜렷해 도입을 과감히 결정했다는 것. 이후 편강율은 10년 가까이 오롤리의 주요 브랜드로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롯데홈쇼핑 유 팀장은 "성공적인 한국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결코 덜 한국적인 브랜드가 되지 않는다"며 "현지에 맞춰 패키지와 마케팅을 조율하더라도 혁신과 고유의 오리지널리티를 반드시 유지해야만 매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온라인 커머스 비중이 커지면서 상품 상세 페이지(PDP)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도 매대 앞에서 모바일로 제품의 PDP를 검색하는 만큼, 상세 페이지는 소비자 교육의 주요 접점으로 기능한다.특히 AI 에이전트 커머스 환경에서는 PDP에 담긴 제품 정보가 브랜드 인지와 제품 추천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코이 부사장은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박수연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