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 제약바이오 주총②] 상법 개정, 주총 풍경 바꾼다…“답변도 소송 리스크”
상법 개정으로 이사 충실의무 대상 ‘회사 및 주주’ 확대
주총 발언도 소송 증거…이사회 판단 근거 구체적 설명 요구
합병·물적분할 등 구조 개편 시 절차 투명성 핵심 변수
입력 2026.02.19 06:00 수정 2026.02.19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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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면 제약바이오 업계의 주주총회는 연구개발 성과, 임원 보수, 배당 정책, 지배구조 이슈까지 복합적으로 얽히며 그 어느 산업보다 긴장도가 높다. 올해는 상법 개정과 판례 변화까지 더해지면서 작은 절차적 판단 하나가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약업신문은 다사다난한 주총 시즌을 앞두고 업계가 점검해야 할 포인트를 짚는다.<편집자 주>

법무법인 디엘지(DLG) 조원희 대표변호사가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상법 개정과 주주총회 실무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주주'라는 단어 하나가 들어갔지만, 회사 운영 방향성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법무법인 디엘지(DLG) 조원희 대표변호사는 최근 서울 서초구 드림플러스 강남에서 열린 ‘상법 개정과 주주총회 실무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히며, 개정 상법이 주주총회 운영 전반에 미치는 구조적 변화를 강조했다. 

그는 “이제 주총은 형식적으로 절차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아니라, 이사회 판단의 근거를 설명해야 하는 리스크 관리의 현장”이라고 진단했다.

충실의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이번 1차 개정 상법은 상법 제382조의3을 개정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조문에는 총 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 의무가 명시됐다.

조 변호사는 “기존에는 주주평등의 원칙에 따라 다수결로 의안이 통과되면 정당성이 인정되는 구조였다”면서 “앞으로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지, 주주와 주주 사이 이해관계가 충돌하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합병, 물적분할, 계열사 거래 등 지배구조 재편 사안은 대표적 사례다.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합병 등을 언급하며 “향후 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수주주 이익 침해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결과보다 절차다. 외부 전문기관의 가치평가, 독립이사로 구성된 특별위원회 운영, 외부 자문 확보 등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기록이 방어의 출발점이 된다는 설명이다.

“노력하겠다”는 답변, 주주대표소송의 증거 될 수 있다

조 변호사가 특히 강조한 부분은 주총 현장 대응이다. 그는 “예전처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답변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라며 “이사회가 어떤 절차를 거쳐 판단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상법하에서는 이사회가 주주의 이익을 충분히 고려했는지가 문제 된다. 따라서 주총 질의에 대해선 △관련 위원회 구성 여부 △회의 횟수 △외부 전문가 자문 여부 등 사실과 수치를 중심으로 답변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특히 그는 “주총 현장에서 한 발언은 향후 주주대표소송에서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며 “법무팀과 사전 협의한 정제된 답변과 예상 Q&A 준비가 필수”라고도 조언했다.
배당 정책, 대규모 투자, 기술이전, 계열사 거래 등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자주 논의되는 사안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된다. 단기 주주환원과 중장기 연구개발(R&D) 투자 사이에서 어떤 판단 기준을 적용했는지, 그 근거를 이사회 차원에서 확보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3% 룰 강화…감사위원 선임 전략 재설계

감사위원 선임·해임과 관련한 3% 룰도 구조적으로 강화됐다. 기존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개별적으로 3%씩 인정해 사실상 합산 9%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개정안은 이를 합산 3%로 제한했다.

지분 쪼개기를 통한 영향력 유지 전략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조 변호사는 “5~10% 수준의 소수주주 연대만으로도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며 “행동주의 투자자의 전략적 개입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자투표 도입 여부도 변수다. 전자투표를 도입한 경우 감사위원 선임 시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이상 출석 요건이 적용되지 않아 정족수 충족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자투표 및 전자주주총회 도입 여부를 전략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사외이사’에서 ‘독립이사’로…이사회 구성 요건 강화

개정 상법은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하고, 상장회사의 독립이사 선임 비율을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했다. 자산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독립이사 후보추천위원회 역시 과반수를 독립이사로 구성해야 한다.

또한 결원이 발생하면 최초로 소집되는 주주총회에서 이를 충원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또는 주주총회 결의 무효 사유가 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학연, 지연 등 이해관계가 얽힌 인사는 독립성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이사회 구성 단계부터 독립성 요건을 엄격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설명 가능한 구조 필요

조 변호사는 “설령 의안이 통과됐더라도 반대 주주의 비율이 높다면, 그 이해관계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라며 “이사 충실의무 이행 관점에서 주총 결의 이후 실행 단계까지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정 상법은 제약바이오 산업에서 임상시험 실패, 대규모 투자, 기술이전, 계열사 거래 등 고위험 의사결정이 잦은 산업 특성상, 주주와의 이해충돌 가능성은 더욱 높다.

그는 “이제 주주총회는 무사히 넘기는 절차가 아니라, 이사회 판단의 근거를 설명하고 입증해야 하는 자리”라며 “어떤 결정을 했는지보다,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가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상법 개정에 대해 “단순히 조문에 ‘주주’라는 표현이 추가된 차원이 아니라,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와 주총 운영 방식 전반을 다시 설계하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올해 정기 주주총회가 그 변화의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상법 개정과 주주총회 실무 대응방안’ 세미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상법 개정과 주주총회 실무 대응방안’ 세미나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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