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시원]과 [비지땀] 사이
지구온난화 현상으로 유난히 길고 뜨거운 무더위에 시달린 화장품산업의 여름나기는 기업별, 유통채널별로 대조적인 모습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연중 화장품 소비량 및 구매도가 가장 낮아 ‘비수기’로 불리는 올 하절기동안 중견·중소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이 다른 계절에 비해서는 물론 전년보다도 악화돼 어려움을 겪은 반면 일부 대기업 화장품사와 브랜드숍 주력 기업, 그리고 백화점 유통을 기반으로 하는 외국계 화장품사는 계절 악재에 아랑곳없이 성장을 거듭함으로써 기업별, 유통별 양극화가 가중되는 현상을 보였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6~8월까지 3개월간 4,800억원 가량의 매출을 기록하며 평균 2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주력인 방문판매 경로가 한 자릿수의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시판 및 백화점 사업부 실적이 각각 10~20%대의 매출 성장을 달성했고, 인터넷·홈쇼핑을 비롯해 생활용품과 녹차를 주력 상품으로 하는 MC&S 사업부문도 전년대비 실적이 증가함으로써 국내 1위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졌다.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상위권을 질주해 온 LG생활건강도 더페이스샵의 가세에 힘입어 여름 3개월간 화장품사업부만 2,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더페이스샵을 별도로 놓은 기존 화장품사업부 실적은 올 여름 들어 상반기 성장률을 크게 밑도는 둔화현상을 보이면서 마냥 기뻐할 수만 없게 됐다.
20%대의 고성장을 기록하던 방문판매 사업이 10%대 성장으로 내려앉은데 이어 시판부문과 마트경로의 매출이 위축됐고, 특히 백화점 경로에서는 간판 브랜드 오휘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해 과제를 떠안게 됐다.
브랜드숍 주력 기업들의 상승세는 여름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800개 매장을 돌파한 더페이스샵은 월 평균 200억원대 실적을 보이며 소폭이지만 성장세를 유지했고, 에뛰드는 상대적으로 적은 매장 수에도 불구하고 여름 내내 월 120억원을 웃도는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2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여 올 연말까지 1,600억원 달성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스킨푸드도 성장률이 한 자릿수로 둔화되긴 했지만 월 평균 100억원을 상회하는 실적을 쌓았고, 이니스프리는 대박 아이템 화산송이 마스크팩에 힘입어 30%대의 고성장을 보이면서 여름 비수기 동안 오히려 가속 페달을 밟았다.
지난해부터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토니모리 역시 6~8월까지 매월 9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실적 증가로 뚝심을 자랑했다.
백화점을 주 무대로 하는 외국계 화장품기업들도 비교적 쾌적한 여름을 보냈다.
한국P&G의 SK-II는 여름 내내 30%에 가까운 매출 성장을 유지한 결과 7, 8월 연속으로 설화수를 누르고 백화점 최강의 자리에 올라섰다.
뒤를 이은 에스티로더, 랑콤, 샤넬, 크리스찬디올 등이 각 한 자릿수 성장률로 다소 주춤한 가운데 맥, 바비브라운, 슈에무라 등 메이크업 주력 브랜드가 10~20%대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눈부신 성장가도를 달려 온 키엘은 경쟁 브랜드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8개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올 여름을 계기로 백화점 10위권 진입을 완료했고, 매장당 매출액 면에서는 SK-II를 크게 웃도는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국내 중견·중소화장품 기업들은 올 여름 내내 혹독한 열병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리아나화장품은 핵심 사업인 직·방판 부문이 최근 3개월 연속 마이너스 성장한 가운데 6~7월에 걸쳐 시판사업 실적도 큰 폭으로 꺾이면서 난항을 거듭했다.
모처럼 TV 광고까지 진행하면서 의욕을 보인 시판 세니떼 브랜드가 8월 들어 호조로 돌아서긴 했지만 브랜드숍 이브로쉐의 상처를 달래기엔 아직 역부족인 실정이다.
엔프라니의 여름도 순탄치 않아, 6월 실적이 소폭 상승한 이래 7~8월 들어 두 자리 하락세를 보였으며, 특히 주력의 시판사업 약세가 두드러졌다.
매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홈쇼핑 사업과 의욕적으로 시작한 브랜드숍 사업의 추이가 올해 엔프라니의 성장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홈쇼핑 브랜드 루나로 재기에 성공했던 애경은 최근 3개월간 40%를 웃도는 실적 하락세를 보이며 수렁에 빠졌다.
홈쇼핑의 매출 감소가 기업 전반의 경영실적 악화를 가져왔으며, 전문점 부문은 월 매출 수천만원 수준으로 내려앉아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설상가상으로 루나의 얼굴이던 메이크업 아티스트 조성아가 별도의 스킨케어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단독 사업에 나서면서 애경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반면 올 여름을 기점으로 보합 또는 약진을 시작한 중견화장품 기업도 눈에 띄고 있다.
참존은 6~7월에 걸쳐 매출이 약화됐지만 8월에는 마트 영업과 수출 부문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상승무드를 타고 있으며, 한불화장품은 새롭게 시작한 OEM 사업의 역량이 대폭 강화되면서 최근 3개월 연속 매출 성장을 기록, 올해 전체의 부진을 씻어내기에 이르렀다.
제조·판매를 분리한 데 이어 신생 브랜드숍 법인을 출범시킨 한국화장품은 여름 내 한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에 머물렀지만 ‘더샘’ 가맹점을 한달 만에 20곳 가까이 확보하는 등 여름의 끝자락에 서서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뷰티누리 특약 - 김준한
2010.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