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뷰티
중국, 화장품 안전관리 표준 대대적 개정
중국이 화장품 안전관리 제도의 세부 기준을 새로 정비하고 있다.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 산하 국가검험검역소(중검원, NIFDC)는 ‘90일 경구 독성시험 방법’을 포함한 6개 화장품 표준 개정 초안에 대한 의견을 오는 11월 7일까지 수렴한다고 밝혔다. 개정 초안은 지난 14일 공개됐다. 화장품 안전성 평가의 과학적 기반을 재정비하는 동시에, 산업 전반의 관리체계를 국제 수준에 맞추기 위한 조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을 통해 제도가 명확해져 오히려 규제 완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이번에 공개된 6개 문서는 △90일 경구 독성시험 방법 △90일 피부 독성시험 방법 △세균 역돌연변이 시험 방법 △체외 포유동물 세포 염색체 이상 시험 방법 △화장품 표준 통칙 △화장품 원료 사용 목적에 대한 기술지침으로 구성됐다. 독성시험부터 제품 기준, 원료 관리에 이르기까지 안전평가 전 과정을 포괄하며, 기존의 화장품 안전기술규범(2015판)을 기반으로 국제 시험지침을 대폭 반영했다.중검원은 이번 개정의 목표를 “규범성·과학성·실용성을 균형 있게 반영해,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모든 독성 및 유전독성 시험법, 제품 규격, 원료 규정이 하나의 ‘화장품 안전기술규범’ 안에 통합돼 있었지만, 이번에는 분야별로 분리, 6건의 독립 표준안으로 구성됐다. 각 항목이 개별 관리체계로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핵심 항목인 ‘90일 반복투여 독성시험’은 화장품 원료의 장기 노출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절차다. 경구·경피 두 시험 모두 90일 동안 시험물질을 반복 투여하며, 행동 변화·체중·임상검사·장기 조직변화를 종합적으로 관찰한다. 시험 결과를 통해 무독성량(NOAEL)과 최저독성량(LOAEL)을 산출하고, 이 값은 만성독성시험과 인체 노출 기준 설정의 기초로 활용된다.새 지침은 OECD 시험지침 No.408(경구)과 No.411(경피)의 최신 내용을 반영해, 시험 항목을 세분화하고 데이터 재현성을 높였다. 동물복지를 고려해 시험군 구성과 회복기 관찰 기간을 합리화했으며, 임상·병리 지표를 정량화해 통계적 신뢰도를 확보했다. 특히 최고용량 설정, 회복기 평가, 내분비계 관련 지표 측정 기준을 명확히 해 평가의 일관성을 높였다.유전독성시험 분야에선 △세균 역돌연변이 시험 방법 △체외 포유동물 세포 염색체 이상 시험 방법이 함께 개정됐다. 세균 역돌연변이 시험은 살모넬라나 대장균 등 표준균주를 이용해 시험물질이 DNA 염기서열 변이를 일으키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신규 원료나 위험성이 의심되는 성분 검증에 중요한 항목으로, 이번 개정에선 시험균주 구성, 용량 설정, 양성 판정 기준 등이 OECD No.471과 동일한 수준으로 정비됐다.염색체 이상 시험은 배양된 포유류 세포를 이용해 시험 물질로 인한 염색체 구조 손상을 관찰하는 시험이다. 개정안은 최고농도를 세포독성 55±5%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분석 세포수를 기존 100~200개에서 300개로 통일해 데이터의 신뢰성과 통계적 유의성을 높였다. 세포 선택, 대사활성(S9 mix) 조건, 통계 분석 기준도 국제 표준과 일치하도록 수정했다.‘화장품 표준 통칙(화장품 제품 표준 일반원칙)’은 이번 개정에서 새롭게 제정된 항목으로, 화장품 제품표준의 기본 틀을 제시한다. 제품 표준은 적용범위, 용어, 원료, 기술지표, 검사규칙, 표시, 포장, 보관 등 표준 구성 요소를 포함하도록 명확히 규정했다. 미생물·유해물질 지표와 효능평가 항목은 화장품 안전기술규범 및 효능 주장 평가규범과 연계해 관리하도록 했다. 아동용 화장품의 경우 별도 지침의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화장품 원료 사용 목적 기술지침’은 화장품 원료의 사용 목적을 규범화 하기 위해 등록인과 신고인이 원료의 실제 작용과 기능을 명확히 기재하도록 했다. 자외선차단, 미백, 염모, 여드름개선, 주름개선, 탈모방지 등 특정 효능을 표방하는 제품에는 그 효능에 부합하는 기능성 원료가 포함돼야 하며, 작용기전과 근거자료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는 원료 정보의 불일치나 과장 표기 방지를 위한 장치로, 향후 등록 검토 과정의 핵심 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중국은 이번 표준안을 통해 안전평가 전 과정을 절차화했다. 각 시험법엔 시험 조건, 통계 방법, 양성·음성 판정 기준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기관 간 평가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용매 선택, 세포독성 예비시험, 데이터 기록 양식 등 세부 조작사항까지 통일해 실험자의 자의적 판단 여지를 줄였다. 중검원은 “시험의 과학성과 조작성, 국제 정합성을 동시에 확보해 안전평가 신뢰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중검원 화장품표준화기술위원회 안전평가분과 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에 대해 “시험 항목이 세분화되면서 평가 주기는 다소 길어질 수 있지만, 그만큼 데이터의 신뢰성과 국제 상호인정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밝히며 “절차가 구체화되면서 기관 간 비교가 용이해지고, 국제 공신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업도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선 제품 개발 단계부터 신규 기준 및 지침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험 설계부터 결과 해석까지 세부 절차가 명확해지면서, 자료 간의 일관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며 “원료의 사용 목적과 효능 주장이 대응되지 않으면 등록 과정에서 지연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손성민 리이치24시코리아 대표는 “이번 개정은 규제 강화라기보다 기존의 규정을 구체화 하는 과정”이라며 “세부 기준이 처음 발표 때보다 오히려 완화된 부분이 있고, 적용 방식도 예전보다 덜 까다로워진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기준이 명확해진 만큼 기업들은 이에 맞춰 필요한 자료를 미리 갖추고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중국 정부가 화장품 안전성 검증의 국제 동조화를 추진함에 따라 향후 화장품 원료와 제품평가의 기술요건은 더욱 정밀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 대응을 넘어 시험설계 단계서부터 국제 수준의 안전성 데이터를 확보하려는 기업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다.
김민혜
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