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감기에 무거운 약봉투?
EBS '다큐프라임' 국내 감기약 처방 실태 방영… 전문가 "병원 안가"
입력 2008.06.24 00:30 수정 2008.06.24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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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감기 증상이지만 처방 결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23일 '감기약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국내외 감기약 처방의 현주소를 돌아보고 국내 의약품 오남용 실태를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국과 외국(미국, 네덜란드, 영국, 독일)의 병원에서 '열이 약간 나고 맑은 콧물과 가래가 나오며 기침이 난다'는 초기 감기증상으로 처방을 받아 결과를 비교했다.

이 결과 한국에서 처방을 받은 병원 7곳에서는 적게는 2.2개부터 많게는 10개의 약을 처방했고 모든 병원에서 주사제를 권유해지만 미국, 네덜란드, 영국, 독일의 어떤 병원에서도 단 한개의 약도 처방받지 못했다.

카메라에 비춰진 한국 병원의 한 의사는 "빨리 낫고 싶으면 항생제를 넣어야 한다"며 "우리 가족들이 감기 걸렸을 때도 증상이 심하면 항생제를 쓴다"고 약을 강요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또 한 의사는 약을 많이 안먹겠다는 환자에게 "약을 많이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는 얘기는 아무 의학적인 근거가 없는 위험한 속설"이라며 약을 권유했다.

반면 외국의 의사들은 진료 결과 "가벼운 바이러스는 스스로 회복할 수 있다", "좀 쉬면 나을 거에요", "몸이 스스로 병을 이겨낼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감기약 처방을 하지 않았다.

보건의료 전문가 "가벼운 감기는 병원 안가"

제작진은 국내 보건의료 전문가들에게 감기가 걸렸을 때 어떻게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선민 평가위원은 "감기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냥 쉬라고 말하는데 쉬지 못하고 급하게 일을 해야 할 경우 감기약을 먹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아산병원 가정의학과 조홍준 교수는 "평소 가족들과 이런 문제에 대해 대화를 많이 하기 때문에 가벼운 감기 증상에는 나를 비롯한 우리 가족 아무도 병원에 안 간다"고 밝혔다.

서울대 약대 신완균 교수도 "약을 필요에 의해서 먹기는 하지만 가벼운 감기 증상에서는 병원에 가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이어 제작진이 외국 사례를 보여준 병원의 해당 의사들은 약을 처방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의사는 "의사가 한알을 처방할 때마다 부작용이 발생할 확률이 많다"며 "영국에서는 무조건 약을 처방하는 것이 좋은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 의사는 "불필요한 약 처방은 소화기관에 불편을 줄 수 있다"며 "감기에 과다치료가 계속된다면 몸이 스스로 회복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10알 외국에선 0알

아울러 이들은 한국의 병원에서 많은 수의 약을 처방하는 것에 대해 나름의 생각을 밝혔다.

한 의사는 "약을 먹지 않는 것이 좋은 이유를 환자에게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의사가 40여 명의 환자를 진료하는 환경이라면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의사는 "모든 의사들이 감기와 폐렴의 차이를 알고 있지만 증상에 대한 처방은 문화와 관념에 따라 다르다"며 "그러나 환자를 위한다면 약을 덜 처방하는 것이 환자 몸에도 부담이 덜 할 것이고 약값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다큐프라임 제작진은 "한국의 한 의사는 외국 병원에서 한알도 처방하지 않은 증상에 10알을 처방했다"며 냉소적인 비판을 덧붙였다.

방송 이후 다큐프라임 게시판에는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한국과 외국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응 등이 올라왔다.

아이디 'lsm5567'은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며 "어느새 감기는 먹어야 낳는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약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의료인이라고 밝힌 아이디 'myniyn'는 "한국은 한국의 의료문화가 있다"며 "부모님이나 귀여운 자제분이 감기 몸살에 걸려 꿍꿍 앓고 있을 때 감기는 푹 쉬면 되고 약 먹을 필요가 없다고 그냥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EBS 다큐프라임은 24일 오후 11시 10분 '약을 찾아서'에 이어 한국에서 처방된 10종류의 약을 가지고 각국 의사들의 반응을 들어본 '낫게 해드릴게요'를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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