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빵·디저트 일상화…당독소가 바꾸는 약국 상담”
혈당 넘어 식습관·장 건강·만성 염증까지…약국 상담 ‘대사 관리’로 확장
입력 2026.05.11 06:33 수정 2026.05.1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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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고양 킨텍스 제2전시관에서 열린 제21회 경기약사학술대회에서 김아름 약사가 당독소의 위험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당독소연구회 학술대표 김아름 약사.©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최종당화산물(AGEs,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이하 당독소),  ‘당독소’가 약국 현장 상담의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됐다. 혈당 수치와 증상 완화 제품 중심의 상담에서 벗어나, 식습관과 조리법, 장내 미생물, 만성 염증을 함께 보는 대사 상담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당독소연구회 학술대표 김아름 약사는 11일 고양 킨텍스 제2전시관에서 열린 ‘제21회 경기약사학술대회’에서 “현대인은 굽고, 볶고, 튀기는 조리법과 디저트 문화, 배달 음식, 고당 커피 음료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며 “이 과정에서 생성되는 당독소가 가속 노화와 만성 저강도 염증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당독소는 주로 환원당이 단백질·지질·핵산의 아미노기와 비효소적으로 반응하면서 형성되는 물질이다. 식품에서는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많이 생성된다. 수분이 적은 조건에서 굽기, 튀기기, 로스팅 등 고온 조리를 거칠 때 증가하기 쉽다. 발표에서는 누룽지, 구운 고기, 튀김, 디저트류, 고당·고지방 가공식품 등이 일상 속 당독소 노출 사례로 제시됐다.

김 약사는 “문제는 이런 음식이 더 이상 특별한 음식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그는 크루아상 생지를 눌러 만든 디저트, 쿠키와 결합한 베이커리 제품, 고열량 먹방 문화 등을 예로 들며 “맛있는 식감과 향을 극대화하는 조리법이 대중화되면서 당독소 노출 환경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독소는 수용체 매개 염증 반응과도 연결된다. 체내에 축적된 당독소는 RAGE(Receptor for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로 불리는 수용체와 결합해 NF-κB 등 염증 신호전달 경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인터루킨-6(IL-6), 종양괴사인자-α(TNF-α) 등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활성산소종(ROS) 생성이 증가하고, 혈관 내피 기능 저하와 산화스트레스, 조직 섬유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당독소가 단순한 대사 부산물이 아니라 만성 저강도 염증과 노화 관련 질환을 설명하는 생물학적 연결고리로 주목받는 이유다.

가속 노화의 배경에는 식이성 당독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발표에서는 혈당 스파이크와 잉여 에너지 축적도 핵심 경로로 거론됐다. 정제 탄수화물과 과당 섭취가 반복되고 에너지 소모가 부족하면 지방 축적, 요산 증가, 반응성 당화 중간체 생성 등 대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메틸글리옥살(MGO)은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반응성이 높은 디카보닐 화합물이자 당독소 형성의 주요 전구체로 언급됐다. 김 약사는 “많이 먹고 덜 움직이는 생활 환경에서는 에너지 대사가 원활히 이어지기보다 저장과 염증 쪽으로 흐르기 쉽다”면서 “이때 생성되는 대사 부산물이 혈관, 결합조직, 점막,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당독소는 당뇨병성 혈관 합병증의 관련 기전으로도 연구돼 왔다.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혈관 내피와 말초 조직에 당화산물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미세혈관 손상, 신경병증, 망막병증, 신장병증 등과 관련될 수 있다. 김 약사는 “공복혈당과 당화혈색소 같은 표준 지표를 보되, 장기적인 당화 부담과 생활습관도 함께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내 미생물도 또 다른 축으로 제시됐다. 발표에서는 장내 유해균 증가와 장내 독성 대사산물 생성이 만성 염증, 신경계 염증, 대사 이상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점이 소개됐다. 특히 장내 환경 변화가 전신 염증과 대사 조절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약국 상담에서도 장 건강과 식습관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다.

다만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과의 관계는 연구가 진행 중인 영역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직접적 인과로 단정하기보다,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만성 염증, 대사 이상을 함께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약국 역할도 기존 제품 판매 중심에서 생활습관 상담으로 확장돼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피로, 안구건조, 소화불량, 복부 가스, 반복 감기, 대사증후군 상담에서 단순히 증상 완화 제품을 권하는 데 그치지 말고, 최근 식사 패턴과 고당 음료, 정제 탄수화물, 디저트 섭취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약사는 “약국은 질병이 본격화되기 전 초기 불편감을 호소하는 사람을 가장 먼저 만나는 공간”이라며 “환자가 손에 들고 있는 커피와 빵, 반복되는 야식과 디저트 소비가 현재 증상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에게 ‘이 약을 드세요’라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염증 상태에서는 음식 선택이 회복 속도와 대사 부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까지 안내하는 것이 약사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당독소 논의의 핵심은 특정 성분이나 제품이 아니라 생활습관 기반의 대사 관리다. 고온 조리식, 정제 탄수화물, 과당, 고당 커피 음료, 운동 부족, 스트레스가 맞물리면 만성 염증과 대사 이상이 반복될 수 있다. 약국 상담도 이 흐름에 맞춰 혈당, 장 건강, 염증, 식습관을 통합적으로 보는 방향으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김 약사는 “현대인의 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식습관과 생활습관 속에서 누적된다”며 “당독소를 이해하는 것은 약국이 만성질환과 가속 노화 시대에 더 적극적인 상담 거점이 되기 위한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21회 경기약사학술대회는 경기도약사회가 주최하고 약업신문 관계사 메디칼매니지먼트그룹(MMG)이 주관했다. 올해 학술대회는 ‘AI와 함께 진화하는 약사(Pharmacists, Evolve with AI)’라는 주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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