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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일곱번째 이야기_약사로 일을 시작하다 ② <完>
입력 2007-12-18 16: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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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선영 (캘리포니아주 약사)

필자인 이선영 약사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한국에서 제약회사 및 의료기기 수입회사를 거쳐 일선약국에서 근무약사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이 약사는 지난 2005년 미국으로 이주, 현재 LA지역 병원 약사로 재직 중이다.

또 시즌 막바지에 뒤늦게 추가한 pneumonia shot도 나름대로 인기를 끌어 26명이나 되는 환자들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두 가지 예방주사 모두 연방정부에서 운영하는 Medicare가 cover하므로 flu shot만 생각하고 왔다가 우리가 권유하는 바람에 pneumonia까지 함께 맞는 경우도 많았지만, 35달러를 내고서도 맞겠다는 고객들도 종종 있었다.

또 인근의 클리닉에도 소문이 났는지 처방전을 들고 와서 pneumo shot을 맞고 가기도 했다. 2007년부터는 Medicare part B와 D에서 Zostavax(대상포진-shingles vaccine)를 cover하기 시작하였고, 이제 3년차 immunizing pharmacist로서, 나의 첫 Zostavax 환자와 만나기로 한 날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이 약속이 내게 특별한 이유는 이 vaccine이 flu나 pneumo와는 달리IM이 아닌 SC를 요하는 제품이어서 처음으로 SC를 하게 되는 셈이고, 또 Medicare part D에서 곧바로 cover해주지 않아서 prior authorization을 따내느라 그 동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냉장이 아닌 냉동보관을 해야 하는 까다로운 조건이어서 혹시나 배달과정에서 실수가 있을까 봐, 그 환자를 만나기로 한 스토어와 제조사인 Merck, 그리고 배달업체인 UPS에다가 약이 도착하는 날까지 거의 매일 전화를 걸어 delivery status를 확인하고, 심지어 배달 당일에는 새벽 6시 반에 눈을 비벼가며 전화를 하기도 한 끝에 그쪽 스토어에 무사히 도착시켜놓은 약이라, 내가 다음 번 그곳 스토어로 일하러 가게 될 날이 손꼽아 기다려 질 수밖에 없다.

혹시나 환자에게 내가 일하는 곳으로 올 수 없는지 물어보기도 했지만, 내가 생각해도 Sequoia 국립공원내의 canyon을 지나는 낭떠러지 길을 포함, 총 1시간 거리를 운전해오는 건 80대 노인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아마 나보다는 그 환자가 그날을 더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2006년 3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hA meeting에 참석하여 Diabetic Patient Care에 대한 certificate 프로그램을 수료했는데, 실제 업무에서 환자를 상담하는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certificate을 기반으로 상담시간을 쌓아서 diabetic specialist 단계로 발전시켜보겠다던 애초의 목표는 사라지고 배운 것조차 많이 잊어버리는 상황이 되고 있다.

아마도 오는 겨울부터 시작할 예정인 Pharm.D 과정을 마친 후에야 이 목표에 다시 도전하게 될 것 같다.

미국 땅에서 약사로 살아남기, 현재진행형>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여기서도, 일단 약사로 일을 시작하고 나면 갖가지 자료와 잡지들이 마구 밀려든다.

US Pharmacist 같은 잡지도 약국으로 그냥 배달되어 오고, 정말 실전에서 필요한 정보들만 쏙쏙 골라 담아 보내주는 Pharmacist’s Letter도 회사에서 단체구독을 신청해놓은 덕분에 그냥 볼 수 있다.

그러나 일에 쫓기다 보니 좋은 자료들이 옆에 굴러다녀도 안보게 되고 Letter 정도나 간신히 읽으면서 버텨왔는데, 이러다간 정말 ‘살아남기’도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더랬다.

업무상의 스트레스에만 얽매어 있을 것이 아니라 자기계발에 나서야겠다는 결심을 하고서 남편이 다니고 있는 학교의 커리큘럼을 뒤적이다가, health care professional들을 위한 보건 행정학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입학허가를 기다리는 동안 open university를 통해 그 중의 한 과목인 Managed Health Care를 신청해서 한 쿼터 들었는데, 강의에 참여하다 보니 외국출신으로서 이 과정을 마쳐서 미국의 주류 보건행정 체제에 진입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고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게 되어 그냥 Pharm.D 과정이나 시작하기로 마음을 바꾸긴 했지만, 이 한 과목을 통해 나는 짧은 기간 동안 참 많은 것을 배웠다.

1월 초에 강의가 시작된 직후 캘리포니아 주지사인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Universal Health Care 건을 터뜨렸고, 곧이어 부시가 연두교서를 통해 의료보험체계 개혁안을 내놓은 데다가, 또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각 예비주자 진영에서도 각자의 안들을 들고 나오는 등, 의료비용 문제가 이번 대선의 큰 쟁점 중의 하나가 될 것이어서, 우리는 교과서보다도 언론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기울이며 매주 수업 때마다 향후 미국의 의료보험체계가 어느 방향으로 갈 것인가, 혹은 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토론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사실은 이 학교에서 더 이상 공부를 계속하지 않기로 결심한 또 다른 이유가, 전 과정을 계속 지도할 이 교수의 견해가 나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이런 토론의 시간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Medicare part D를 포함, 미국 의료보험체계에 대한 간략한 역사와 현재의 상황을 잠깐 언급하고도 싶었지만 주제에서 옆길로 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실은 거의 다 써놓은 글이 그만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그냥 이 정도로 글을 마무리하기로 하였다.

개인적으로 아쉽지만, 끝없이 밀려들어오는 새로운 과제들을 감당해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가끔씩은 뭔가를 포기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너무 오래 뒤를 돌아보고 있기에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

이렇게, 나의 “미국 땅에서 약사로 살아남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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