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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방약목록 작성과 복지부의 결단

산청군은 경상남도 진주시의 북쪽에 있는 인구 4만366명(7월 현재)의 조그마한 군. 같은 경남의 함양, 하동,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등과 같이 한국의 名山(명산)인 지리산을 나눠 갖고 있다. 이곳의 약국은 모두 8개, 그중 4개는 분업 예외 약국이다. 그러니까 의료기관이 없는 곳이 많다는 말이다. 산청군에서 제공한 바에 따르면 常勤(상근) 의사 수는 모두 8명이고 치과의사 5명, 한의사 4명으로 소위 말하는 僻地(벽지)인 셈이다. 최근 산청군이 화제에 오른 것은 상용처방의약품의 목록작성이 화제에 오르면서 전국의 시, 군, 구 가운데 맨 먼저 이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 처방의약품의 목록을 보면서 느낀 점은 본란에서 지난 주에 지적한 바와 같이 복지부가 필요 없는 일을 시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복지부는 약사법에 정해진 사항이어서 어쩔 수 없다고 할지 모르나 틀린 것은 과감히 시정하여 불필요한 의약계의 시간과 경비를 낭비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산청군의 목록을 보면 첫째, 같은 의약품이 제조회사만 다른 것이 중복 수록되어 있다. 예를 들면 amoxicillin은 13개, cimetidine은 7개, acetaminophen 역시 7개, atenolol은 6개 등으로 되어 있고 이밖에도 같은 제제가 2, 3개씩 나열된 것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의사협회가 주장하는 생동성시험이 안된 품목은 대체조제를 할 수 없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엿볼 수 있다. 일선 의원급의 의사들에게는 대체조제가 허용된 품목이든 아니든 그저 자기가 쓰던 품목은 다른 것으로 대체하면 안된다는 사고방식의 일면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대체조제가 가능한 품목이 19개나 되는 omeprazole제제는 이 목록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고 lovastatin 역시 468개의 품목 중에 끼지 못하고 있다. 산청군이 風光(풍광)이 明媚(명미)한 곳이어서 콜레스테롤이나 위산과다쯤은 문제가 안되는 곳이라고 생각해보지만 역시 흥미있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는 이들 품목 중에 상당수의 otc품목이 포함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산제, 소화효소제제, 비티민제제, 비티민C, 해열진통제와 NSAID 등이 포함되어 있다. 본란에서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otc가 왜 처방약에 포함되고 또 보험재정에서 지급되어야 하는 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보험적자가 금년만 해도 4조니 5조니 하면서, 적자를 조금이라도 면하여 보려고 제약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참조가격제의 실시를 고려하는 등 더 어려운 방법만을 연구하고 있음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 otc는 누구나 사먹을 수 있는 약이니 의사가 처방은 할 수 있되 보험약에서 제외하여야 한다. 산청군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지난 호에 본지가 조사한 서울시의 각 구별 처방목록수를 보면 구로구는 4,800개 품목이나 되고 제일 적은 도봉구는 1,380개 품목으로 평균 2,870개 품목이나 된다. 이같은 품목수는 종합병원 약국에서 주사제를 포함하여 가지고 있는 숫자를 훨씬 능가하는 것이 된다. 또 이들 품목은 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산청군 목록의 再版(재판)이고 다만 산청군의 것보다 grand scale(대규모)이 될 것임이 틀림없다. 따라서 이들 처방목록이 실제로 어떤 실효성을 갖기는 대단히 어렵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처방약 목록은 분업 초창기에는 필요한 것이었는지 모르나 지금은 實效(실효)성이 없어졌다. 효과가 없어졌다. 지금은 동네에서 어느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하는지 웬만큼 다 알려졌다. 따라서 구태여 리스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 분업의 역사가 길고 의약품의 종류가 많은 미국의 예를 봐도 동네약국은 400개, 500개 정도의 약이면 거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 동네에 새로 개업한 의사가 낯설은 약품을 처방하기 시작하면 그때 구입해 놓으면 되는 것이다. 처방약 목록작성을 둘러싸고 의사협회는 무슨 특권인 양 행세하고 제약회사는 자기회사 제품을 한가지라도 더 포함시키려고 로비를 해야 하는 우스운 일을 복지부는 당장 중단시켜야 한다. 처방목록에 못 들어 갔다고 처방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니고 들어갔다고 하여 반드시 처방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처방약목록은 좋게 말해 “이런 약들의 처방이 나올 것이니 기대하십시오” 하는 것의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처방약목록의 원인 제공을 한 대한약사회도 이젠 이 제안의 時效(시효)가 지났음을 인정하고 그 시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제약협회는 제약협회대로 회원들의 불편과 고충을 대변하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보여야 할 때가 되었다. 다행인 것은 처방약목록을 제출하지 않는 다고 해서 벌칙이 없고 이미 법정제출시한은 지난 9월 13일로 넘어가 버린 상태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法諺(법언)도 있지만 이 경우엔 救火投薪(구화투신), 즉 성급히 불을 끄려고 오히려 장작을 집어넣는다는 말도 있음을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2001-09-26 09:27
[기자석] 국내 천연물 연구 구심점 사라지나?

국내 천연물 연구의 구심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국내 천연물 연구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오던 천연물과학연구소가 서울대학교측의 구조조정 한파에 밀려 그 독립적 지위를 상실함에 따라 단과대 소속 부속연구기관으로 흡수가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천연물 연구 분야의 특화를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인 제약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천연물과학연구소를 '천연물신약연구개발 전문기관'으로 지정했고 교육인적자원부도 2005년까지 천연물과학연구소를 포함 5개 대학원까지 늘리기로 하는 등의 계획을 세웠으나 정작 해당 연구소는 독립성을 잃게 돼 정부방침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 것. 이와 관련 외부 학계 인사들은 "지난 1939년 일제시대 생약연구소를 전신으로 국내 천연물 연구를 주도해 온 천연물과학연구소를 단과대내로 흡수한다는 것은 국내천연물연구를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대할 것"이라는 지적을 서슴없이 한다. 이번 서울대측의 구조조정이 예산절감과 경쟁력 강화라는 대의 명분 하에 이루어졌다고는 하나 일률적인 구조조정 원칙보다는 개별적인 특성에 따라 특화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떨쳐버리기가 어렵다.

신수경 2001-09-21 13:23
[기자석] 약사회 홍보 공백(?)

약사회의 홍보활동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약사회에서 구성·운영중인 대부분의 위원회는 분업 이전과 이후의 활동이 연속성이 있어 사업 추진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홍보위원회의 경우 분업 실시로 약사직능에 대한 큰 변화가 발생한 만큼 새로운 홍보전략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나 대약에서 변화된 홍보활동과 관련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 각급 약사회의 홍보위원회 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현실에도 대약 홍보위원회의 경우 출범 6개월이 지났는데도 단 한번만 회의를 개최하는 등 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여 있다. 이와는 달리 의료계는 일사불란한 홍보로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내부 결속을 다져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약사회는 분업의 틀을 마련하는 데만 급급했지 달라진 약사의 직능을 알리고 회원들을 상대로 한 내부교육은 등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약사회 일각에서는 회원들을 상대로 한 홍보·교육 부족은 집행부활동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킬수 있다는 점을 들어 홍보전략 새틀짜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용주 2001-09-19 10:51
[] 처방약 목록 작성은 중지함이 옳다

현재 진행중에 있는 처방약목록 작성작업은 즉각 중지함이 옳다. 이유는 이 제도가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많은 부작용을 드러내고 있으며 목록이 작성되더라도 기대한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임이 명백해졌기 때문이다. 처방약목록의 작성은 의사들에게서 미리 그들이 자주 처방하는 품목을 제시하게 하여 약국에서 즉각 조제, 환자의 편의를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이 처방약목록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품목 수가 최소한으로 줄어들고 정말로 의사가 자주 처방하는 품목이 포함돼야 하는 것이 필수조건이다. 그러나 법정시한을 넘기면서 벌어지는 상황은 기대한 것과는 다르다. 의사들은 목록의 작성을 무슨 큰 특권인 양 생각하면서 어느 제약회사의 품목은 안 된다는 殺生簿(살생부)까지 나돌고 있고 제약회사는 제약회사대로 이 목록에 포함되기 위한 다급한 로비까지 벌여야 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품목 수는 고무줄처럼 늘어나 2,000품목이니 또는 3,000품목이니 하는 황당한 수까지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일선 약국이 제대로 이 목록대로 약품을 갖추려면 종합병원의 약국보다 많은 약품을 비축해야 한다는 웃지 못할 희극이 벌어질 판이다. 처방약목록을 작성하자는 취지는 분업 초기에 겪었던, 약이 없어서 조제를 못해주었던 환자의 불편을 덜어주자는 뜻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분업이 시작된 지 1년여나 지났고 이제 어느 의사가 어떤 약을 처방한다는 것은 대부분 알려졌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제 이 처방약목록의 필요성은 분명히 적어졌다. 아니 사라졌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또한 이 목록에 포함된 약이 아니라서 의사가 처방을 못한다는 것은 더더군다나 아니다. 한 의사가 처방할 수 있는 약이 200종을 넘지 않는다는 것은 定說(정설)이다. 대부분의 의사는 보는 환자의 범위가 한정돼 있음으로 처방하는 약품도 극히 제한되어 있기 마련이다. 물론 한 구역에 의사가 몇 백명이 있으면 산술적으로는 2,000품목도 되고 그 이상도 되겠지만 공통되는 품목을 빼면 이렇게 많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대체조제 등의 문제를 포함하면 어느 회사의 xyz 품목은 꼭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으니 품목 수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처방약목록이 많은 곡절을 거쳐서 작성되더라도 시작부터 쓸모없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솔직히 처방약목록의 필요성이 없어졌음을 인정하고 더 이상 241개의 전국 시·군·구의 의사회나 약사회가 신경전을 벌이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2001-09-19 09:30
[] 약사회 홍보활동 사실상 '공백'

약사회의 홍보활동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약사회에서 구성·운영중인 대부분의 위원회는 분업 이전과 이후의 활동이 연속성이 있어 사업 추진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지만 홍보위원회의 경우 분업 실시로 약사직능에 대한 큰 변화가 발생한 만큼 새로운 홍보전략을 제시해야만 한다. 그러나 정책결정집단인 대약에서 변화된 홍보활동과 관련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아 각급 약사회의 홍보위원회 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대약 홍보위원회의 경우 출범 6개월이 지났는데도 단 한번만 회의를 개최하는 등 위원회 활동이 사실상 공백상태에 놓여 있다. 반면 의료계는 일사불란한 홍보전략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한편, 조직내부의 결속을 다지고 있어 약사회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의료계의 대국민 홍보 성공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 물량전에 따른 것이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집행부와 회원들간의 홍보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적극적인 지지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약사회는 분업의 틀을 마련하는 데만 급급했지 국민들에게 달리진 약사의 직능을 알리고 회원들을 상대로 한 내부교육은 등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약사회 내부에서는 회원들을 상대로 한 교육과 홍보 부족은 집행부 활동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고 회원들의 회에 대한 참여율 저조를 가져 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홍보전략 새틀짜기와 이에 걸맞는 조직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1-09-18 11:58
[기자석] 처방약 목록의 표류

약사법에 규정된 처방약목록 관련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된 것같이 유명무실한 규정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처방약목록은 약국에서 의료기관이 발행된 처방전을 수용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나 최근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유추해 볼 때 의사회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형태로 진행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전국 시·군·구 지역 의사회에서 의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처방약목록 품목수가 3,000∼4,000품목에 달하고 있다는 소식이어서 약사회에서 요구하는 1,000∼1,500품목과는 상당한 격차가 있어 사실상 약사회가 수용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사회는 진료권 제한의 불가를 이유로 의사들로부터 제출받은 처방약목록 수를 감축조정 없이 그대로 약사회에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미 법적 시한인 13일을 넘겨 목록작성이 표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약사법에 규정된 처방약목록 관련 조항이 구속력이 없고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의사회가 약국의 입장을 고려해 결코 품목 수를 줄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처방약목록 품목조정을 위한 협상도 원만히 진행되기가 어려워 관련 조항이 무용지물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강희종 2001-09-17 10:48
[] 약사의 사회적 책임이 곧 임상약학

지난주에 本欄(본란)은 약학교육문제를 언급하면서 "임상약학도 학문이냐?"는 약학대학의 교수가 있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 이 글을 읽고 한 약대교수님이 "정말로 임상약학이란 것이 학문이냐?"는 도전성 질문을 해왔기에 대답을 하고저 한다. 임상약학을 정의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터이지만 필자는 임상약학은 "약사의 사회적 책임이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약사의 업무중 하나는 약을 만드는데도 있지만 똑같이 중요한 것은 약이 환자에게 투여될 때에 정확하고 또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투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약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최근에 이르러 약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많이 제한되고 있고 이제 약사의 중요임무는 병원이나 동네약국에서 환자와 접촉하며 의약품의 사용이란 면에서 최일선에 서있는 전문직업인이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의 관계법령은 약사의 조제시 복약지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는 이미 'OBRA '90"라는 법령으로 11년전에 약사의 복약지도가 의무로 되어왔다. 약사라는 면허는 완제의약품을 취급하지 않는 한 어느 나라에서 건 필수조건이 아니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약사면허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대학의 교수가 되는 데 약사의 면허가 필수조건이 아닌 것과 같다. 그러나 우리는 제약학과를 만들어 놓고 그들에게 모두 약사면허를 따도록 강요하고 있다. 또 그들은 약사가 되어 약학과 출신과 마찬가지로 약국에 가서 일을 하고 있다. 임상약학이나 약학 그 자체도 그것은 학문이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약에 관한 학문을 또는 필요사항을 모두 모아 놓은 雜學(잡학)이라고나 할까? 그런면에서 공학이나 의학도 잡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차피 이들은 순수 기초 이론의 학문이 아닌 application, 즉 실무에 중점을 둔 학문이다. 임상약학은 이미 큰 세력으로 우리 앞에 있고 또 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데 이를 학문이 아니라고 白眼視(백안시)함은 옳지 않다. 사회는 급속히 노령화되고 있고 따라서 노령화된 사회에선 삶의 질(quality of life)이 단순한 생존에 앞서 요구되고 있다. 이에따라 약사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그들의 전문지식을 이용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마땅히 해야 할 임무이다. 임상약학이 마치 하루아침에 약사들의 보수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으니 약학교육은 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약학교육이 현실을 반영한 커리큘럼의 개발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약학자신의 위치를 변화하는 시대에 맟추지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회가 요구하는 약사를 배출하지 못하는 직무태만이다.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2001-09-12 09:54
[] 새학기를 맞으며 생각해 보는 약학교육

이번 주부터 대학들은 새학기를 시작한다. 전국에 있는 20개 약학대학에서도 수많은 예비약사들이 다시 모여들어 약사가 되기 위해 공부한다. 그러나 지금 약학대학을 갓 나온 약사나 10년 또는 20년 전에 나온 약사가 과연 약사로서의 本然(본연)의 임무가 무엇이고 이를 감당하는 데 적합한 교육을 받았고 또 받고 있는가를 생각해 볼 때 明快(명쾌)하게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약사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에서 약학교육이 시작된 것은 대한의원부속의학교(1910년)를 시발로 조선약학강습소(1915년) 조선약학교(1915년) 그리고 경성약학전문학교(1928년)로 이어지는 9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뚜렷한 변화는 약사가 되기 위한 과정이 3년, 1년, 2년, 3년, 그리고 4년으로 됐다는 것뿐이다. 약학대학을 졸업하면 약사가 되는 것이 至上(지상)의 목표이고 약학대학에는 약학과 외에도 제약학과가 있지만 모두가 똑같은 약사국가고시를 본다. 약사국시는 12개 과목에서 출제되고 32년 동안이나 동일하게 시행되어 오고 있다. 그동안 제약업계에서는 長足(장족)의 발전을 했고, 약국은 의약분업으로 업무의 내용이 대폭 바뀌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약학교육은 무엇이 교육의 목적이고 약사는 무엇을 하는 직업인가에 대한 개념 규정이 덜 되어 있다. 물론 과거에 이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커리큘럼을 새로 조정하자는 논의가 있었고 약학대학의 연한을 5년이나 6년으로 하자는 얘기는 지금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늘 한곳으로 끝나고 말았다. `무결론'. 최근에도 약학대학 협의회가 `21세기 약학교육 발전방향'을 토의하고 두툼한 보고서까지 내놓았지만 역시 큰 반향을 보이지 않았다. 임상약학의 개념이 도입된 지가 30년도 넘지만 정작 이것을 가르쳐야 할 약학대학 중에는 “임상약학도 학문이냐?”고 말하는 교수가 있는 것을 본다. 그런가 하면 교과과목 중에는 30년 전이나 이제나 같은 과목으로 커리큘럼의 개편을 늘 거부하고 있다. 다른 과목의 개편은 좋지만 내 분야는 항상 중요하고 변할 수 없다는 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의식만 충만해 있다. 그러고 있는 동안 약학대학은 면허 취득에만 집착해 화장품이나 동물약학 등 자연스레 발전할 수 있는 분야까지도 자리를 내주었고 한약의 분야는 강제 分家(분가)를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이제 새학기를 맞으며 약학대학들은 뭔가 可視(가시)적인 변화를 가져와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약사가 무엇인가를 뚜렷하게 定義(정의)해 주어야 할 때다. 대학이 象牙塔(상아탑)의 틀어박혀 있을 때는 지났다. 모든 약사들과 현장에서 같이 고민하고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때다.

2001-09-05 10:29
[] 처방약목록 작성에 의·약사 최선의 협력을

지금 약업계에서는 처방의약품목록 작성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새로 개정된 약사법에 의해서 시·군·구의 의사회는 처방하고자 하는 의약품의 목록을 작성, 해당 약사회분회에 제공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법 규정의 취지는 의약분업의 실시와 더불어 藥局街(약국가)에서 경험한 바 있는, 즉 약이 없어서 조제를 못해주어 환자에게 불편을 주는 일을 해소하려 함이다. 이런 법 제정의 취지는 자못 “순진”하다. 소위 多頻度(다빈도)처방약, 의사가 자주 처방하는 약을 미리 알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막상 이 목록작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은 “순진한 법 제정 취지”를 울리고 있다. 우선 이 리스트에 들기 위해 제약회사들은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치 이 리스트에 못 끼면 약을 못 팔기나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신제품을 만들어도 여기에 끼지 못하면 가망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리스트를 만드는 입장에 있는 의사회는 갑자기 많은 로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이를 이용하여 벌써 의사회의 높으신 분들에 의해 미운 털이 박힌 K사, H사, I사, D사 등은 이번 기회에 손을 봐준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또한 이 품목리스트도 3000품목을 넘는다거나 심지어는 4000품목을 넘는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우리는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약국이나 환자의 편리를 위한 것이 법의 취지라면 3000, 4000품목은 오히려 불편을 자초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많은 품목을 약국이 다 갖추는 일은 시작부터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갖춰봐야 이런 품목들이 다 처방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우선 3000이니, 4000이니 하는 숫자는 일선 약국에서 備置(비치)할 수도 없는 품목의 수이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아마 현재보다 약국면적이 3~4배는 되어야 할 것이다. 한 종합병원의 약국장은 그의 병원약국에서 가지고 있는 약이 1500개 정도라고 말하고 있다. 한 개업의사가 보통 쓸 수 있는 의약품의 수는 이 보다 훨씬 적다. 한국의 경우는 아직 통계를 못 보았지만 미국의 경우는 200품목 정도이다. 약국에서도 500~600품목을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 가끔 가지고 있지 않은 품목의 처방을 받으면 도매상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에 배달 받을 수 있다. 처방의약품목록, 다른 말로 다빈도처방약의 리스트가 원래의 취지와 다르게 의사의 파워 誇示(과시)로 이용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이번 기회에 약사회는 의사회와의 협력에 최선의 professionalism을 보여야 할 것이다. 다빈도처방약 리스트가 희귀약처방약 리스트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01-08-29 09:09
[] 더 어렵게 된 일반의약품 만들기

일반의약품, 흔히 말하는 otc drug는 `주로 가벼운 의료분야에 사용되며, 부작용의 범위가 비교적 좁고 그 유효성·안전성이 확보된 것'을 뜻한다. 또한 `일반인이 자가요법으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적응증의 선택, 용량 및 용법의 준수, 부작용의 예방이나 처치 등에 대하여 일반 국민이 스스로 적절하게 판단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되어 있다. 알러지, 무좀, 소화불량, 설사, 가벼운 통증 등등에 쓰는 약들이 이에 포함된다. 일반의약품은 의약분업 이후 일반소비자가 약사와 相議(상의), 처방 없이도 직접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의 중요성은 최근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의학상식의 증가와 함께 self medication의 욕구가 높아가고 있고 의약품 중에는 오랜 사용으로 효과가 확실하고 또 전문지식이 없더라도 마음놓고 안전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정부로서도 self medication의 증가는 보험이나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부담을 경감시킨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최근 공포된 약사법에는 이와는 반대되는 듯한 법 개정내용이 눈에 띄어 관심을 끌고 있다. 즉 종전의 약사법에는 전문의약품을 복지부장관이 지정하게 되어 있었으나 이번 개정법에서는 일반의약품을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자리가 맞바뀐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제는 일반의약품으로 지정받지 않으면 무엇이든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 되는 것이다. 현재 허가된 의약품 수는 모두 2만2,000품목이고 그중 전문의약품이 1만5,000품목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정부에서 보험재정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일반의약품의 수를 많이 늘려야 할 터인데 일반의약품으로서의 허가를 어렵게 한 듯한 조치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외국에서는 현재 처방의약품이던 것도 otc로 만드는 것이 오히려 유행처럼 되어 있다. 진통제는 NSAID까지도 otc이며, 각종 항진균제, 알러지약, cimetidine, famotidine 같은 것도 otc다. 요즘 많이 처방되는 loratidine 같은 인기제품도 otc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일반의약품으로 팔려고 할 경우 포장도 10개를 넘지 못하게 하고 고시에 따라 지정을 받게 했을 뿐 아니라 최근에는 醫藥外品(의약외품)도 지정을 확대, 저함량비타민제제·미네랄제제·일부 드링크제·스프레이 파스·살충제 등 117품목을 약국 아닌 편의점 같은 곳에서도 팔 수 있게 해 그 배경에 관심을 갖게 하고 있다.

2001-08-22 09:47
[] "으악! 분업"의 희극성

최근 의사협회는 作心(작심)하고 의약분업에 흠집을 내기로 한 것 같다. 매주 월요일에 주요 일간지를 통해 일반 국민을 상대로 광고를 내고 있다. 이번 월요일의 광고는 “누구를 위한 의약분업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선택분업으로 해결합시다”라고 스스로 결론을 내린 광고를 하고 있다. “보험재정, 환자불편, 두 마리 토끼를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만화까지 곁들여 광고를 하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선택분업은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후에 약을 받는 장소를 병원과 약국 중에서 환자가 선택하는 제도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왜 그들은 실거래가의 실시로 약가의 마진도 없고 오히려 종업원의 손길이 더 가는 `선택분업'을 원하는 것일까? 한 주일 전의 광고는 더욱 흥미(?)가 있었다. 많은 독자들도 보았겠지만 이 광고는 “못살겠다 고통!분업, 갈아엎자 으악!분업”이라고 의약분업 그 자체까지도 戱畵(희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의사들의 단체가 體制(체제)의 변화를 꾀하는 혁명단체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低級(저급)의 막가파식의 광고를 주저없이 하고 있는 데는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마치 그들이 프랑스혁명의 주역이나 된 것처럼 일제에 대항하여 일어난 삼일운동이나 하는 것처럼 착각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들이 援用(원용)한 “못살겠다, 갈아엎자”는 “못살겠다, 갈아보자”를 흉내내고 있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는 말할 것도 없이 4.19혁명의 기폭제가 된 3.15 부정선거 때에 야당이던 민주당(당시)이 독재 자유당에 맞서 내건 선거 구호이다. 1960년의 일이다. 이 선거구호가 국민의 지지를 얻고 급기야는 한국 최초의 정권교체에 이르게 된 선거 구호이다. 이 나라에선 그후에 수많은 선거가 있었지만 아직도 이에 버금가는 선거구호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선거구호가 잘 되었다고 효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그 선거구호가 나온 배경이 그 시대나 그 당시의 사람들의 마음에 닿아야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연간소득이 1억원도 넘는 사람들의 못살겠다 또는 배고프다고 하는 말을 누가 믿을 것인가? 조소의 대상이 될 뿐이다. 의사협회는 이 유명한 선거구호까지 동원하여 그럴듯한 캐치프레이즈(catch phrase)를 만들려고 한 것 같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의약분업”을 “으악!분업”이라 하고 “…한방에!”라고 한 데 이르러선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의사는 누가 뭐라 해도 지성인의 단체이다. 사회 지도층을 구성하고 있는 파워 엘리트(power elite)이다. “으악!분업”과 같은 저급한 용어를 써서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아무래도 의사 자신들에게 비극적인 일이다. 불행한 일이다.

2001-08-14 17:39
[] 事後피임약의 수입시판 論議를 보며

`인공유산'(abortion)은 미국에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사회문제일 뿐 아니라 정치가들에게는 정치생명을 좌우하는 핫 이슈(hot issue)다. 선거때만 되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한 논의 대상이 된다. 정치가마다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은 가지가지다. 허용해야 한다, 허용할 수 없다는 주장에서부터 임신말기의 유산은 절대로 금지하겠다, 유산에 찬동하지는 않으나 강간(rape)이나 근친상간(incest), 또는 산모의 건강이 임신으로 인해 위태로울 때는 어쩔 수 없이 임신중절을 허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등 가지각색이다. 특히 미국의 南部(남부)에 있는 주에서는 이것이 심각하다. 지난번 대통령선거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豫選(예선)에서부터 큰 문제가 되었다. 남부는 Bible belt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기독교의 영향이 커서 다른 어떤 정책보다 인공유산에 관해서는 말 한마디로 當落(당락)에 영향을 줄 정도다. 이 문제는 약사사회라고 예외가 아니다. 간혹 약사관계 잡지에는 유산을 반대하는 약사가 자기의 신앙 양심에 어긋나는 피임약을 조제해줘야 하느냐 또는 거절해야 하느냐는 “어찌하오리까?”가 게재된다. 약사가 혼자서 일할 경우 자기약국이면 비즈니스상의 매출감소를 각오하고 안하면 그만이지만 그렇지 않고, 체인약국 같은 곳에서 종업원으로 일할 경우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런 약사에게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취했다가는 문제가 복잡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고용주들에게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문제다. 한국에서도 요즘 사후피임약(morning after pill)의 수입 시판을 앞두고 문제가 되고 있다. 사후피임약에는 RU-486 같은 것도 있고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에스트로겐제제가 있다.전자는 프랑스에서 개발 시판되고 있으나 미국에서는 원래 이 약의 개발사인 Aventis가 시판을 포기하고 가족계획협회에 판매권까지 양도한 상태다. 이 약으로 인해 소동이 벌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스트로겐 제제는 다르다. 이 약은 피임제에 들어있는 높은 용량의 에스트로겐을 함유하고 있는데, 원하지 않는 성관계가 있고 난 다음 72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授精卵(수정란)의 자궁내 착상을 방해하여 임신이 안되게 한다. RU-486가 주사제와 경구용을 두 번에 걸쳐 쓰는 데 비해 에스트로겐 제제는 무척 간편하다. 효과도 우수한 것으로 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이 제품에 임신진단키트까지 포함해 발매되고 있는 것을 보았다. 한국에서는 경구용 피임제의 일부를 복용하면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이미 사후피임약으로서의 사용이 가능하다. 이 제품의 소개를 앞두고 한국의 많은 종교단체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이해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의사단체가 반대하고 나선 것은 조금 그 동기가 의아스럽다.의사들이 인공유산을 밥 먹 듯하고 있는 나라에서 인공유산보다 훨씬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간편한 것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2001-08-07 17:54
[] `죽음을 각오한' 반대의 결과는?

死守(사수), 결사반대,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 회원의 의견을 들어 분업 참여여부를 결정하겠다. 이같은 극한적인 표현은 주사제의 분업포함 여부를 놓고 현재의 대한약사회장이나 서울시약사회장이 한 말이다. 또 이런 강경태도 표명이 회원의 정서에 맞아 이들이 각각 회장에 당선되는 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한석원 회장은 삭발과 단식까지 했다. 그러나 지난달 18일 주사제를 분업에서 제외하는 약사법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약사회가 보인 태도는 언제 그런 말을 했느냐는 듯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주사제가 예외로 된 것에 깊은 사과”를 표시하고 “주사제의 원천적 사용 억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장정리를 했다. 사실 주사제가 제외된다는 사실은 국회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기 훨씬 전부터 예고됐던 사항이다. 국회 본회의가 몇 번씩 空轉(공전)되면서 그 내용이 이미 알려졌던 사실이었다. 심지어는 복지부장관이 주사제에 대해 약사회가 모른척하는 데 대해 감사를 표시했다는 믿을 수 없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우리는 이런 루머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약사회가 주사제를 포기하며 얻은 것이 무엇인가 하는 데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주사제 남용을 “죽음을 무릅쓰고” 막겠다던 것이 “국민의 불편을 덜어 주겠다”는 논리에 간단히 수그러들었는데, 의약품의 남용과 오용을 막기 위해선 주사제는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것이라던 약사회의 주장은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불편을 말하면 의약분업 자체가 불편한 제도이다. 그렇다고 약사회가 의사들에게서 커다란 양보를 얻어낸 것도 없다. 오히려 의사들은 30일에 도하 각 신문에 막대한 광고비를 들여 심지어는 “의약분업의 폐지”를 주장하며 국민이 불편해하고 돈 많이 드는 분업을 왜 하느냐고 소리치고 있다. 하려면 일본식의 선택분업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병원 진찰료보다 약국의 조제료가 비싸다고 사실을 歪曲(왜곡)하고 있다. 의사들은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이런 판국에 약사회가 사과성명 한장으로 결사 반대했던 주사제문제를 잠재우려는 것은 회원들의 정서를 너무 쉽게 생각한 安易(안이)한 행동이다. 과연 현재 담합, 직영약국의 문제나 의사의 잦은 처방약 바꾸기 등 회원의 고통해결에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회원들이 믿어줄 것인지? 몇몇 지방 약사회에서 거센 임시총회 소집요구가 나오는 것을 약사회는 겸허한 태도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2001-07-31 16:01
[] 맨손조제는 약사의 건강에 위협

`맨손조제'가 화제가 되고 있다.(본지 7월12일자) 약국에서 조제를 할 경우 맨손으로 약을 다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고 심지어는 TV보도 중에도 가끔 보인다. 의약품의 오염이 염려되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이다. 깨끗이, 또 정성껏 다루어야 할 의약품을 맨손으로 다룸으로써 특히 정제 중에서 코팅을 하지 않은 것들은 가루가 떨어지고, 당의정이나 캅셀제 같은 것도 오염될 수 있는 소지는 충분히 있다.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더 큰 문제는 맨손조제가 약사의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항암제 그 자체가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병원에서 항암제를 준비할 때는 laminar flow hood, 그것도 濾過(여과)된 공기가 앞으로 나오는 horizontal 형이 아니고 vertical 형의 것을 써서 항암제를 준비할 때 발생하는 작은 기포(droplet)나 粉塵(분진) 같은 것에 약사가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 이에 곁들여 이를 준비하는 약사는 특별한 가운과 마스크를 사용하며 latex glove를 둘씩 착용하기도 한다. 일선 약국에서 주사용 항암제를 준비하는 일은 없겠지만 항암제 중 경구용을 조제할 경우에도 똑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약사들은 맨손으로 약을 취급해 건강을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항암제는 아니지만 Finasteride도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5mg 정제는 BPH(양성전립선비대증)에 쓰이고 적은 용량(1mg)은 남성형 탈모증에 쓰이는 이 약은 Proscar나 Propecia란 상품명으로 잘 알려진 약이다. 이 약을 깨뜨리거나 분쇄할 경우 분말이 피부를 통해 흡수되어 畸形兒(기형아)를 출산할 수 있다. 그러므로 특히 임신했거나 가까운 시일 내에 임신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은 취급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약사 인구의 반 이상이 여약사이고 약국에서 조제를 담당하는 약사가 젊은 여약사일 확률이 높으므로 이런 약들의 맨손조제는 정말로 “아니올시다”인 것이다. 또한 penicillin 같은 약에 예민한 약사는 맨손으로 이 약을 취급할 경우 過敏反應(과민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약이 맨손조제의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약을 셀 때 대부분 counting tray를 사용한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을 보면 counting tray를 사용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다. 오히려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조제에 종사하는 약사들이 이런 것들을 연구해 좋은 조제대나 조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최소한 비닐장갑 같은 것이라도 사용해 환자들에게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보이도록 하고 약사들 자신의 건강도 지킬 줄 알아야겠다.

2001-07-17 14:25
[기자석] 생약학 기형적 발전 막아야

우리 나라 약학의 모태라 할 수 있는 생약학이 기형적으로 발전하고 있어 신약개발 연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천연물 성분을 이용한 신약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 세계 신약개발의 한 조류가 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 나라 역시 천연물의 성분 분석 및 생리활성 등을 연구하기 전에 성분을 분류하고 기원을 평가할 수 있는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천연물 성분분석 및 생리활성 등 응용과학을 전공하고 있는 해외 유학파가 국내에 대거 유입되고 대부분의 연구 핵심인력으로 급부상한 반면 상대적으로 식물 분류나 품질 평가에 대한 연구자들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은 천연물 생리활성 등 분야의 응용과학분야 학자에게 기업체나 외부의 연구비 지원이 집중되고 분류나 기원에 대한 연구에는 무관심한 현실 속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약용식물학 전공 교수 연구실에서 조차 약용식물학 전공자는 하나도 없으며 생약학 전공을 희망하는 학생들도 찾아보기 힘든 현실 속에서 앞으로 천연물을 통한 신약개발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와 학계 차원의 대책마련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신수경 2001-07-12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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