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이오 강국이 되려면…
신석우 제약협회 전무정보통신 산업에 이어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오 산업이 21세기 핵심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0년 세계 바이오산업 규모는 540억달러. 아직은 규모가 작은 `신생산업' 단계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되면서부터 기업·연구소·대학이 이를 응용한 신약과 바이오 물질 등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이들 연구개발 결과가 상품화되면 시장 규모는 가히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바이오시장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2000년 연방정부가 생명과학 분야에 186억6,000만달러(약 20조원)를 투입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 유전체 관련 연구에 802억엔(8,400억원)을 쏟아부었다.
유럽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지난해 벤처캐피털에서 12억유로(약 1조3,000억원)를 투자받아 95∼99년 투자받은 총액보다 더 많았다. 상장기업 105개 업체가 개발 중인 의약은 278개에 이른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바이오 시대에 대비하여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BT강국이 되기까지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러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BT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바이오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한편으로 각종 규제로 인한 성장 장애 요인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바이오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미생물과 동식물 세포 배양시설 그리고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독성시험을 위한 국제 공인 전임상시험기관 설립 등을 꼽을 수 있다.
게놈 연구의 필수 장비인 유전자 분석기의 경우, 중국이 최신기종으로 150여대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중국의 10%도 못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칫하다가는 IT와는 달리 BT에서 한국과 중국간 대역전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유인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산업에서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성공한 국가이며 계속 성장할수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IT시대에 대비하여 적극적인 투자와 인프라구축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다른나라가 관심을 보이지 않던 CDMA를 과감하게 상용화시키는 의지를 보여 끝내 성공한 것을 비롯하여 국가 차원의 초고속망 구축과 적극적인 인터넷 보급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IT에서 보인 의지와 노력이 BT분야에서도 가시화되어야 한다.
제약협회가 늘 주장하는 바가 있다.
첫째, BT분야에서 한국은 출발선상에 있지만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신물질탐색기술, 안정성 평가기술은 선진국에 크게 못미치지만 발효기술을 필두로 유전자재조합, 세포융합기술, 단백질공학기술 등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과기부와 생물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바이오산업 인구에서 연구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55%를 넘을 정도로 연구자층이 두껍다. 특히 1∼2년 된 기업의 연구인력은 전체의 63.8%에 달해 성장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본다.
둘째, BT산업의 꽃은 제약산업이 될 것이며 그리고 제약산업이 21세기 핵심산업으로 부상한다는 점과 한국이 BT산업의 가장 중요한 수요자이며 수출 주도자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미래학자의 엘빈 토프러의 전망도 실현성 있다는 점이다.
이제 제약협회의 주장을 거듭 상기시키며 정보통신 산업에서의 성공을 바이오 산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기대해 본다.
2002-01-28 16: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