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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기능성식품 규제 혁명적으로 풀어야”

김하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7월 13일 신약, 기허가가 없는 신규의약품,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 의약품, 방사성의약품, 오남용지정의약품(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 제1항 제13호 나목), 생물학적제제 등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를 제외한 의약품에 대해 허가가 필요없는 신고대상 의약품으로 확정하고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고시했다.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미 허가된 제품과 같은 제제의 경우 제품허가에 필요한 자료 및 절차, 검토 등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2중부담이므로 바람직한 조처라고 생각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준비되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현재의 의약품이나 기능성식품에 관한 법규·제도를 좀더 전환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경색되어 있고 융통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외국으로부터 건강식품을 수입하려고 할때 포장상에 Super나 Diet 또는 Slim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으면 그 표기부분을 제외한 새로운 포장을 마련하던가, 원포장에서 그 부분을 삭제한 후 통관·판매하여야 한다. 얼마전 잘 알고 있는 후배가 미국의 거래선으로부터 식이섬유제품을 수입하려고 통관사를 경유해 사전에 견본품을 제출하고 포장에 대해 질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답변은 포장에 Diet, Slim등의 표기가 되어 있어 그대로는 식품검역을 통과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비타민류, 식이식품 및 건강식품에는 대부분 `Dietary Supplement'라는 표기가 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건강기능식품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한 견본품으로 제출된 제품은 미국내에서 상표등록되고 잘 알려진 `Slim with Fiber'이다. 이 제품을 수입하려면 제품명을 등록된 원래의 상표명과 달리하여야 하고, `Dietary Supplement'라는 표기를 제거한 후에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즉 우리나라 시장만을 위한 별도의 포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안팎으로 국제화를 외쳐대면서 외국업체에겐 한국만을 별도로 취급해달라는 것이 과연 논리에 맞는 일일까? 사실상 이러한 일들은 각 산업별로 비일비재하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는 보이고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그 제품을 어떠한 사람들이 복용하면 좋은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간단한 표기는 허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제품중에서도 많은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고 있다. 허가가 되더라도 제품을 알릴 수 있는 표기 또는 광고상의 제한이 너무 많다. 제도권내에서는 제품의 특징 및 효과를 합법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이 약국을 대표로 하는 제도권에서 판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지하매장에서 음성적 과대광고를 동반하며 판매되고 있고, 건강기능식품을 가장한 유사제품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를 완화하고 표기나 광고에 융통성을 주어 제도권판매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하여 더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2002-08-14 10:44
[] 호스피스와 약사의 역할

호스피스(hospice)가 마침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계법령을 마련하고 내년에는 말기암환자들에게 혜택을 준다고 한다. 늦게나마 호스피스가 의료의 한 분야로서 인정을 받은 것 같아 다행이다. 관계법령이 마련되면 적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건강보험의 혜택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이에 따라 이젠 약사들도 전문직업인으로서 호스피스에 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게 되고 있다. `호스피스'라고 하면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평균수명이 80대를 넘는 나라들에서 호스피스는 인생의 말기에 암같은 불치의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향상시키고 조용히 생을 마감할 수 있게 해준다는 관점에서 널리 알려진 의료의 한 수단이다. 호스피스의 전제조건은 불치의 병(terminal illness)이다. 흔히 암으로 더이상 치료의 옵션이 없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하지만 암 이외에도 퇴행성 관절염이라던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같은 질병을 포함한다. 호스피스의 최상의 목적은 환자의 통증을 최대한 없애주어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다. 따라서 진통제의 사용이 호스피스에서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주로 몰핀계통의 진통제가 중요한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 요즘은 환자 자신들에게 통증을 콘트롤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PCA(patient controlled analgesia)기구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호스피스의 가장 큰 장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의사, 약사,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의 호스피스에 대한 잘못된 이해'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면 몰핀을 4시간마다 투여하라는 처방을 받았을 때에 환자가 4시간이 되기에 앞서서 통증을 호소할 때는 약을 투여하지 않아 결국 환자는 4시간마다 통증을 경험하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약물 투여를 융통성있게 생각하는 것이 환자의 “comfort”를 위해서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호스피스에서는 반드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 뿐 아니라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 이부푸로펜 등 같은 비마약성진통제의 단독 또는 병합사용도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약물요법과 같은 비약물요법도 시도되고 있다. 예를 들면 마사지요법 같은 것이다. 마사지는 환자의 혈액순환을 돕고 따라서 통증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말기암환자의 사망은 1990년에는 3만8천여명이었으나 10년후인 2000년에는 5만8천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들이 앞으로는 보험의 적용을 못받아 고통을 참아야만 하는 악조건 아래에서 생을 마감하는 일은 줄어들 것 같다. 지금까지는 일부 종교계통의 의료기관에서만 호스피스를 시행했던 것에서 더 많은 전담 의료기관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된다.

2002-08-14 10:18
[기자석] 힘에 밀리는 복지부(?)

복지부가 7월1일자로 고시된 소화기관용약 비급여전환을 철회하겠다는 방침에 대해 약사회·공직사회 등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복지부가 의료계의 힘에 밀렸다, 공직생활 30년을 했지만 복지부가 고시를 철회한 것은 처음이다, 약사회서 힘을 앞세워 어떠한 것을 주장했을 때 어떻게 나올까” 등등. 이는 의료계가 소화기관용약의 고시 철회를 요구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힘에 따라 복지부가 지레 겁먹고(?) 철회했다는 의미이고 공공기관은 합리성과 권위가 없으면 무용지물인데도 이같은 기본원칙이 흔들렸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가 현실성이 없고 국민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라면 중단을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복지부의 이번 고시철회는 의사의 압력에 의해 철회되었다는 것이 공통적인 견해다. 의료계가 파업을 앞세우자 정부가 스스로가 총파업을 우려하여 이를 철회했다는 것. 정부의 정책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합리성과 권위가 있어야 하며 이같은 것이 상실될 경우 비효율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압력단체의 입김이 더욱 거세지게 된다. 의료계는 7월 1일자 고시에 이어 4월 고시도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복지부가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주목된다.

박병우 2002-08-14 10:11
[시론] 명화(名畵)를 그리기 위해

장준식〈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국장〉 30년전의 일이다. 세종로 정부청사 7층으로 출근했다. ROTC 육군중위로 제대한 후였다. 약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보건복지부에 근무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지난달 24일 의약품안전국장으로서 녹번동 식품의약품안전청사로 출근했다. 정말 긴 세월이면서 대기만성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지금 이 자리에 와 돌이켜 본다. 엄청난 사회의 변화가 있었고, 공직사회도 예외지역은 아니었다. 철밥통 직장이라는 말도 옛날의 얘기로 불린 지 오래다. 시작할 때부터 약정업무의 중심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승진 때마다 보직이동으로 관련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정말 소중했다. 약무행정가로서는 약대를 졸업한 약사의 자질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았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동안 수련과 교육의 기회를 활용했다. 무역연수교육, 경영실무, 보건행정, 과학기술정책과정에 이어 최근에는 E-commerce 최고위자과정 등 10여년간 학위과정, 특수대학원에 설치된 수련과정과 18회에 걸친 해외연수를 거쳤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발·섬유·신발·전자·정보 등 산업의 심한 부침현상을 지켜보았고, 약무행정의 종합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안목을 키우게 되었다. 제약산업, 향장산업, 의료기기산업 등은 지난해까지 15조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상대적 성장폭은 크지 않지만 제약관련산업은 줄곧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서 국가전략화의 기대를 접을 수가 없다. 의약분업이 도입 실시됨에 따라 제약업계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산업은 기본틀이 해체된 새로운 질서와 좌표를 설정해야 하는 당위성에 직면, 자생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생존전략 수단을 동원하는 시련을 감내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오늘 제약산업의 좌우명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신약개발이라는 광맥을 캐기 위해 산·학·연·관이 나름의 연구개발에 참여해 온지도 10년이 지났다. 그 결과 국내 최초의 신약이 1999년 말에 첫선을 보이면서 지금 4호까지 탄생시킨 저력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약은 아직 깊게 묻혀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신물질·신제품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확장되었다. 천연물에서 신약, Life Cycle Drug의 개발, New Bio-tech 제품 등 신제품 개발의 실현을 당겨야 한다. 그리고 제약관련산업의 미래를 펼치기 위한 업계의 노력에는 창의적 행정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들 산업은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출하려는 과학자, 전문가들의 사회적 안녕을 위한 삶의 현장이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 EU국가는 세계적 제약기업을 배양해 온 국가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기업환경과 문화의 격차를 좁혀 국부를 창출하는 주종산업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소명을 강하게 느낀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역량을 다해 약무행정의 중심지로 일해온 명품관에서 21세기 제약산업이 만개할 수 있도록 명화를 그리고 싶다. 약무행정의 요람, 의약품안전국과 관련 부서 구성원, 약업계의 동참과 관련전문가 모두의 성원과 협력을 통해 약업사에 영원히 남을 신화 같은 그런 명화를…

2002-08-09 16:51
[기자석] FIP와 FAPA

굵직한 약학관련 대회가 연이어 열린다. 세계약학연맹(FIP) 총회와 아시아약학연맹(FAPA) 총회가 그것이다. FIP 총회는 오는 31일(현지시간)부터 9월 5일까지 프랑스 니스에서, FAPA 총회는 우리나라에서 10월5일부터 8일까지 각각 개최된다. FIP에는 우리측에서 남수자 대약 국제위원장, 홍명자 국제위원 등 20여명이 참가할 예정에 있고 FAPA 총회에는 아시아 각국 약학자와 약사 수천여명이 대거 방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어찌 보면 FIP는 소규모 참가자가 손님으로 가는 것이고 FAPA는 대규모 손님을 맞아야 할 입장에 있다. FAPA 총회까지는 다소 시간적인 여유가 있지만 이쯤에서 손님맞이에 대해 한번쯤 집고 넘어가야 할 때 같다. 외국 참가자들에게 우리네 생활상을 보여주고 보다 친근감 있게 그들을 맞이하려는 '홈스테이' 계획은 참여율 저조로 현황을 내놓기 군색하기 짝이 없다. 또 개최국 위상과 직결되는 우리 개국약사들의 대회 참여의지는 사전등록률이 저조한 가운데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대회 당일이 되면 약업박람회 등 볼거리를 위해 찾는 약사들은 많을 것이다. 조제투약, 복약지도, 환자관리 등 3분야에 대해 각종 심포지엄과 논문, 포스터가 발표되는 자리에 주최국 참석자는 없고 손님만 앉아있으면 개최 의의가 있을까. 많은 참여로 약학 선진국과 월드컵으로 고양된 '다이나믹 코리아'의 위상을 확고히 다질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삼아야 겠다.

유성호 2002-08-08 14:53
[기자석] 두얼굴의 건강기능식품법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투명성제고를 위한 '건강기능식품특별법'이 마침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특별법 통과를 두고 업계는 건강기능식품 산업의 투명성 제고로 장기적으로 산업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환영하고 있다. 더구나 신소재를 이용한 다양한 제품군의 개발로 시장자체가 상당폭 확대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25개 품목군 설정과 제품 유용성 표현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마케팅활동이 가능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식품산업의 발전을 가져오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으로 인해 영세한 중소건식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이 법률안이 유용성에 대한 입증을 의무화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허위·과장광고 등에 대한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있기 때문. 즉 그동안 '제품력'보다는 '판매력'을 우선해왔던 중소업체들은 우수한 제조시설을 가지고 있거나 제품 개발력이 확보된 대기업 등과는 달리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문제는 카피품목에 기대왔던 중소업체들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추느냐 하는 것이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이번 특별법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를 벗어나 제대로 된 산업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감성균 2002-08-08 09:48
[시론] 약대생 잠재능력 실무현장서 활용해야

손인자 여름방학이 되면 내가 근무하는 병원 약제부에서는 세 부류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학생자원봉사'라는 정부시책에 따라 방학때 사회에 나오는 중·고등학교 학생들, 4학년 2학기 병원약학 실습과정을 여름방학에 몰아서 하고 있는 약학대학 학부학생들 그리고 임상약학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약학대학 대학원생들이 그들이다. 이들이 단순히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며 지도해주는 선배이고 사회인이라는 것이 여태까지의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이들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양성하는 한편, 이를 실무현장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교육과 인력활용이라는 두 가지 방향을 다 추구해 나가야 할 때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약제부에서는 중간에 햄버거런치타임을 가지고, 그 또래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약제부 계·과장들도 동참해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여기에서는 어디서 무얼 하게되어도 열심히 하라는 것, 사람들과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 등 여러 얘기들이 오간다. 이들이 오니까 단순히 받는다가 아니라 학생들의 봉사능력이 제대로 업무에 활용되도록 해야하는 한편 성장기 청소년들에게도 봉사에 대한 바른 개념을 심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약대 4학년들에 대해서는 2주씩 세 그룹으로 나누어 교육한 후 마지막 날 평가회를 한다. 올해 평가회에서 유난히 많이 느꼈던 것은 학생들이 약사업무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중요하며, 전문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막중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고, 실무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심각하게 느낀다는 점이다. 조금전에 자신이 만졌던 약이 환자손으로 건너가는 것을 보며 긴장된다는 것, 진료실에라도 따라 들어가 약사가 환자에게 직접 복약지도하는 현장을 보게 되면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이게 바로 약사가 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학생들은 약학실무 실습을 더 많이, 저학년부터 했으면 확실히 많은 것을 알고서 졸업하게 되고 약사라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 건지 더 빨리 깨달을 수 있겠다고 안타까워한다. 담당했던 계장들도 학생들이 없으니 아쉽다며 벌써 한 몫을 하기 시작했다고 칭찬한다. 아직 약사법에서는 약사의 감독 하에서라도 학생들의 실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약대학생 때부터 현장에 넣고 실무를 익힐 기회를 주어서 학생들은 배우고 현장에서는 훌륭한 예비약사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이 서로에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약사가 의료팀의 일원으로서 환자약물치료에 대해 의료진과 의견을 나누고 환자를 만나 복약지도하고 회진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시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이나 간호대학이나 약학대학 학생 모두가 재학시절부터 똑같은 학생의 신분으로서 병동에서 만나 같이 배우고 체험해나가고 팀이 된다는 것이 무언지 익히게 해야지 비로소 졸업후 좋은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임상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은 이미 실무 현장에 적절히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이들의 전문능력을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하고 있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약학대학이 궁극적으로는 약사라는 직능인을 키워내고 있다는 개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약대를 졸업하고 학교에 남던, 연구기관이나 제약회사에 가던, 후학을 가르치고 신약을 개발하고 약을 제조하는 이 모든 행위가 궁극적으로는 그 마지막에는 환자가 있다는 것을 늘 느끼며 각자의 길을 가야하겠지만, 학생 때만큼은 이들의 잠재능력을 충분히 키우고 적절히 활용되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2002-08-07 09:54
[] 경제동물이 되어가고 있는 의사들의 투쟁방식

국제사회에서 일본은 `경제동물(economical animal)'이라고 불리운 적이 있다. 지금도 일본에 대한 이러한 卑下(비하)는 국제사회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다음의 경제대국인 일본에 대한 이런 대접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이익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나머지 세계공통의 문제에 대해 눈을 돌리는 행태때문에 붙어진 이름이다. 최근의 우리나라 의사들의 모습을 보면 그들은 철저한 “경제동물”이 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의사는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의료기술이상의 것을 사람들은 기대하고 있다. 그래서 의술은 仁術(인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인술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의술을 펼쳐 온 서양에서도 요즘은 병을 고치는 데는 기술뿐이 아닌 다른 요소 즉, 사랑(love)이 큰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는 의사들이 많다. 이들은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한 책을 출판하고 많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의사들은 지난 2년동안 의약분업의 실시와 더불어 자기들의 이익만을 챙기기에 급급하다. 막대한 적자가 건강보험에서 발생해도 그들은 마치 의약분업이 책임의 핵심인양 말하고 있다. 최근의 소화기관용약 급여제한 복지부 고시에 대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일부 의약품의 사용이 제한되었다고 그들은 진료권 침해라고 針小棒大(침소봉대)하며 전국의사가 궐기대회를 하며 총파업을 하겠다고 대정부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마치 노동자단체가 쟁의를 벌이 듯하고 있다. 의사들의 이런 행태는 사실 어제오늘이 아니다. 지난 2년, 계속해서 그들은 `극한투쟁'을 일삼아 왔다. 대체조제문제가 그렇고, 처방목록제출을 거부했고, 처방전 1매 발행을 고집하고 있고, 의사들의 임의조제를 허락하라고 떼를 쓰고, 이번에는 소화기관용약의 사용제한을 걸고 넘어지고 있다. 어느 나라이건 의료비는 큰 문제다. 정치가들은 어떻게 하면 돈을 적게 들이면서 의료혜택을 많이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자니 자연 보험에서 어떤 종류의 약품은 사용을 제한하거나 일반명품(generic)의 사용을 권장하거나 심지어는 강요하기까지 한다. 이는 제한된 비용으로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려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나라 의사들이 이를 모를리가 없다. 외국에서 의술을 닦고 익힌 많은 의사들이 이를 모를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의사협회 수뇌부는 운동권적인 발상으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하고 있다.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한 제로섬게임을 하고 있다. 오히려 의약분업으로 입지가 약해진 약사들은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다. 의사들은 그들의 professional image가 더 실추되기 전에 이성을 회복하는 지혜가 아쉽다. `경제동물'의 汚名(오명)을 영원히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말이다.

2002-08-07 09:48
[기자석] “너는 깨끗해야 한다(?)”

약사회가 의약분업제도 등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자율정화활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율정화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들의 참여도 제고가 절대적이다. 또 조직 구성원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율정화 운동이 설득력을 얻어야 하며 임원들 스스로가 자정운동에 앞장서야 한다. 그러나 약사회의 현주소는 일부 임원들의 부도덕성으로 인해 자율정화운동이 성공할 기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임원은 회원들의 지탄에도 불구하고 병원 근처에 건물을 짓고 약국을 개설하는가 하며, 일부 임원은 자기 소유 건물에 의원을 입주시켜 사실상의 담합행위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같이 임원들이 솔선수범(?)해 윤리를 벗어난 행동을 일삼고 있는 상황에서 회원들에게는 불법행위를 근절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은 `나는 더러워도 되니 너는 깨끗해야 한다"는 해괴한 논리에 불과할 뿐이다. 썩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조직을 이끌어 가는 지도부가 혼탁해져 있는데 그 지도부를 신뢰하고 지도부의 정책에 순응하는 구성원은 결코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용주 2002-08-07 09:42
[기자석] 현장실습 '제도화' 필요

임상약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최근 들어 각 약대가 약대생들의 현장실습을 강화해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몇 달전 중앙대 약대는 약국체인 온누리건강과 '약국 인턴프로그램'을 공동개발하고 이번 여름방학부터 약국실습을 실시해 약대생들에게 좀더 체계적인 현장실습기회를 부여했다. 성균관대 약대는 오는 가을학기부터 약국실습과목을 개설할 예정이고 이화여대 약대는 올해 1학년 학생부터 현장실습을 졸업자격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약대생들은 임상약학 실무를 경험할 기회를 갖지 못해 졸업 후 실무현장에 투입되어서도 업무를 즉각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나마 실무약학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인 현장실습마저도 방학기간중 단발성으로 일부 약대생들에게만 주어지고 있어 아쉽다. 최근 현장실습을 강화하거나 학점으로 규정한 이들 약대처럼 등 타 약대들도 이를 제도화해 좀더 많은 약대생들에게 실습을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또 제도화를 위해서는 산·학이 공동노력해 체계화되고 실효성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무엇보다 급선무일 것이다. 형식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유명무실한 현장실습이 아니라 약대생들이 학기중의 이론을 접목시켜 보고 예비약사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실습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도록 체계화되고 실용적인 커리큘럼이 계속 개발되어야 한다.

박혜원 2002-07-31 14:13
[기자석] 자기반성이 우선

의료계가 정부의 소화기관용제를 비롯한 6천여 항목에 이르는 의약품에 대한 급여제한 및 비급여확대 조치에 대해 성명 발표, 일간지 광고, 공청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해당 고시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민 건강권 유지에 또 한번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번 고시는 분명 도입 절차상 문제가 있고, 환자들에게도 많은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복지부가 의도한 건보재정 절감의 효과도 신약으로의 처방 전환이나 추가 내시경검사 비용 등의 증가로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의료계의 지적은 일면 타당하다. 그러나 의사들은 이번 고시의 도입에 자신들의 책임도 있음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의협 광고에 대한 복지부의 입장을 보면 이번 7.1고시는 “일선 의료현장에서 비급여로 전환된 의약품 대신 위궤양치료제, 유산균제 등 고가의 급여품목으로 전환, 처방하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내려진 추가조치다. 의사의 진료 결과에 따라 적절한 약품으로 처방했느냐, 어떤 이유로 특정 의약품을 처방했느냐 하는 것은 그야말로 의사만이 알 수 있는 의사의 양심에 맡겨진 문제다. 하지만 제약사의 리베이트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이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취해진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의사들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기에 앞서 일단 스스로 건보재정 안정과 양심적 처방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더불어 문제 해결을 위해 파업이란 극단적인 방법밖에 없는지,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권위 유지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닌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김정준 2002-07-30 16:44
[시론] 약의 어제와 오늘

성환길〈경남생약연구소장·진주중앙약국대표〉 약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물질로서 약물의 고마움을 안느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픔의 고통을 덜어주고 사람과 동물의 생명을 보호해 주며 죽음을 모면케 하는 동시에 질병을 예방·치료하여 준다. 이들 약물은 옛날 원시인들이 질병에 걸렸을때 경험적으로 각종 식물의 잎이나 뿌리 등을 씹어 보아서 치료목적에 이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역사만큼 약물의 역사도 오래됐다고 할 수 있다. 약이 이제까지 발전해 온 과정은 서양에서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B.C 1950)를 통하여 엿볼 수 있고 ,동양에서는 기원전 2천7백8십년대에 본초서(本草書)가 만들어졌으며 기원전 3천년대에는 천원옥책(天元玉冊)이란 한방의서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613년에 허준(許俊)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출간되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지에서 서양의약이 소개될 때까지 이용되어 왔다. 사실 의약품의 근원은 처음에 무명의 약초로부터 시작하여 차츰 경험적인 것에 의한 약물이 만들어졌으며, 그후 차츰 발전이 거듭되어 한방약·양약 합성의약품이 개발되고 생물학적 제제 및 신의약품이 출현되어 온 것이다. 옛날에 경험적으로 민간약으로 사용해오던 것이 지금까지도 전래되고 약효도 현재 과학적인 뒷받침이 되어 밝혀진 것도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도 허다하게 많이 있다. 그동안 민간약으로부터 시작하여 한방약, 양약, 생약 등 많은 발전을 가져왔는데 화농성 질환 치료제인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인하여 2차대전시 많은 전상자를 치료해 냈으며 폐결핵의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사형선고를 받은 바와 마찬가지였던 폐병을 치료하여 현재는 폐결핵에 걸려도 별로 문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약물이 발전하면 할수록 질병 또한 이들 약물에 대해 저항력을 갖게 마련이다. 그래서 저항력에 대응하는 약물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껏 현대의 새로운 질병에 미치는 약물이 만족할 만큼 개발되지는 못했다. 각종 공해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암세포의 발생과 바이러스가 원인인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등은 세계의 과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완전치료약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의·약학이 너무도 많은 발전을 하여 의약품의 혜택에 의해 인간수명이 많이 연장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약물발전은 생약제에 대한 개발과 더불어 첨단 과학분야에서 새로운 약물이 출현되어 암·AIDS 등 불치병, 난치병, 성인병 등의 어려운 질병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리라고 믿어진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약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 물질문명의 발달로 초래되어지는 각종 오염, 공해 등 기타 영향으로 암세포가 발생되는 것을 약물의 치료에 앞서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그 외 다른 질병이나 문화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병 등의 원인예방에 노력하여야 될 것이다.

2002-07-26 15:59
[기자석] 재고약 처리 몫?

"저도 약국의 고충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반품을 받겠다는 것은 약국의 고통에 동참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소분된 의약품은 어렵습니다. 제약사에서 반품처리에 비협조적으로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약국서 반품한 소분 의약품을 도매업소에서 고스란히 떠맡게 될 것이 걱정스럽습니다." 재고약 반품을 둘러싸고 한 도매업소 사장은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도매업소들 대부분은 고통분담 차원에서 재고약 반품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는 듯 싶다. 그러나 실제 반품작업에 착수하게 될 경우 약국과 제약업체의 중간에서 도매업소들만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소분된 의약품. 약국에서 소분 의약품을 지퍼백 등에 담아 도매상에 반품할 경우 제약업체들 대부분은 반품처리에 응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다. 결국 도매상은 약국서 받은 재고약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하게 되고, 그대로 도매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분 의약품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도매발전협의회에서 소분 의약품은 제약사에게 직접 반품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은 잘한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과연 의약품 공급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제약업계에서 이러한 도매업계의 입장을 받아들일 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지금 제약-약국-도매업계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양보의 미덕과 전향적인 시각이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장된 재고의약품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마련이다.

가인호 2002-07-24 15:21
[기자석] 시민포상제 유감

의약분업 불법행위 시민포상제 때문에 약사회와 복지부 사이가 벌어지고 있다. 약사회는 이 법 시행중단은 물론 페지를 주장하면서 정책입안자 문책까지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는 이해단체의 압력으로 법을 폐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일부 운영방법만 바꿔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폐지와 존속이라는 평행선이 시간이 갈수록 서서히 벌어지는 느낌이다. 이 법과 관련 약사회를 결정적으로 화나게 만들었던 것은 7월 반상회보에 시민포상제도를 소상히 소개토록 행정자치부에 요청한 복지부의 행동이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약사를 모두 도둑으로 몰아가는 근시안적 발상"이라며 불쾌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약사회가 이 문제를 집요하게 지적하자 복지부는 행자부에 게재 철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의 이런 행동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 아무리 단속 인력 부족을 시민의 감시기능으로 보완한다는 취지라지만 사회가 각종 파파라치로 인한 정서적 부작용이 속출되고 있는 가운데 신뢰의 대상인 의·약사를 범법 개연성이 높은 집단으로 보는 시각은 아무래도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편으론 약사나 의사들도 단속 행정이 아닌 계도 행정의 대상이 되도록 자정과 자숙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유성호 2002-07-24 15:18
[시론] 카파라치와 의약분업 2년

권창호 의약분업이 기초여건 미비로 연기를 거듭하다 정권교체와 함께 전격적으로 시행된지 만 2년이 되었다. 당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 성격을 띤 한약 분쟁에 휘말려 나름대로 전력투구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에게 만족할 수 없는 결과로 인해 회원간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구심점을 찾지 못하기도 했다. 더욱이 더욱 복잡한 또 하나의 `제로-섬' 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대한약사회가 원점으로 돌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적극적이고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밀어부치는 정부의 안에 이끌려 안이하게 대응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복지부가 의약분업 시행 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조사·분석한 내용을 보면 국민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연간 1억7,000만건으로 추산되었던 약국의 임의조제가 금지되었고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를 받기 전에는 발견치 못했던 질병이 새로 발견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궁색하게만 느껴진다. 오히려 의약분업 실시와 함께 동네의원의 주사제와 항생제 처방은 크게 줄었다고 하나, 고가약 처방률이 2000년 5월 36.2%에서 2001년 6월에 54.5%로 크게 늘어난 후 지난해 12월 49%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올 3월에 50.9%로 증가하여 지난해 총 건강보험 재정 지출 4조 5000억원 중 25%가 약값으로 지출되는 등 고가약 처방이 건보 재정을 압박하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약가산정 자체의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는 등 약품비를 절감할 수 있는 관리방안을 강구한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약회사와 처방권을 쥐고 있는 의사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사후 약방문'만 반복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정부의 시각과는 달리 약업닷컴에서 `의약분업 시행 2년에 대한 평가'를 설문 조사한 결과 32%에 달하는 네티즌이 분업정책을 보완한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제도(?)'라고 답하면서도 응답자 476명 중 `성공적' 또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응답한 네티즌은 17.2%에 불과한 반면 `실패' 또는 `완전 실패'라고 응답한 네티즌이 50.7%로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를 넘은 결과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사회에서는 선택적 분업을 주장하고 일부 정치권조차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의약분업 시행전에 의료보험 제도하에서 의약분업의 효율적인 시행을 위한 의약품과 관련된 제도를 어느 정도라도 정착시킨 뒤 시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거공약이었다고 하더라도 행정책임자로서 법과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여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워 `선시행 후보완'을 전제로 무리하게 시행하였던 것이다. 관련 단체 또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한 후 회원들이 수용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독려하기보다는 `아전인수'격인 해석으로 허송세월만 보내다 시행이 확정된 후에서야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전력투구하는 진퇴양란의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이런 구태가 지속된다면 뚜렷한 개선도 없이 현란한 보완대책만 내놓는 악순환으로 국민과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행정부재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부는 의약분업을 정착시키기 위한 보완대책으로 무자격자 조제, 임의조제, 처방전없는 전문의약품 판매,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 등 약국에 편중된 신고 대상을 정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과, 시·도 보건위생과 시·군·구 보건소와 경찰서에 신고하면 10만원에서 20만원의 거액을 포상하는 시민 포상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자료에 의하면 하루에 처방전 30건 이하를 처리하는 약국이 25%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거의 대부분 약사 혼자 근무하거나 약국보조원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 단순히 판단할 수 있는 교통법규나 공중도덕 위반과는 달리 투약시 약사와 환자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의약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의 전달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직업적 특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전문적인 카파라치가 등장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취지는 퇴색되고 부정적인 부분이 더욱 부각될 수도 있다. 특히 대약에서 약사회의 기본조직인 반회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의약분업 이후 빈사상태에 빠져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반회는 과거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등의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붕괴의 가속화가 우려된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의 정부와 지방자치 행정을 표방하고 있는 정부도 지역정서나 업무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약국이 국민의 신뢰 속에 건전한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보다 성숙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고, 대한 약사회도 회원을 감싸기만 하다 실기한 과거를 거울삼아 적극적으로 정부와 회원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임원부터 솔선수범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2002-07-24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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