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스무 살 전공약사
손인자〈서울대병원 약제부장〉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83년 내가 근무하는 서울대병원에 처음으로 전공약사제도가 도입되었다. 그 당시 약제부장이셨던 김낙두 서울약대 교수님이 그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굳은 의지로 추진하신 결과, 우리 나라에서 처음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처음에 인턴약사 5명, 1년 과정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1991년에 인턴 수료 후 이어지는 1년간의 레지던트 약사과정 2명을 신설하였고, 그 동안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면서, 현재 인턴약사는 20기, 레지던트약사는 12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 동안 서울대병원은 해마다 전공약사를 증원하여 2001년에는 인턴약사 13명, 레지던트약사 4명 등 총 17명이었던 것이, 의약분업의 영향으로 2002년에는 인턴약사가 5명 감축되어, 현재 총 12명이 전공약사 과정 중에 있다.
이 제도는 이후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성모병원, 강남성모병원으로 확산되어 매년 45명의 전공약사가 배출되고 있다.
전공약사 과정은 4년 약대 교과과정에서 배울 수 없는 약제부 각 부서 실무훈련과 환자 chart study를 통한 질환과 약물요법교육, 환자와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임상약제 업무를 교육하여 시행케 함으로써, 2년 과정을 다 마치면 환자에게 필요한 전문적 임상약학 지식으로 꽉 찬 약사로서 비로소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 동안 우리들은 언젠가 약대 연한이 연장되는 시기가 오면 전공약사 과정이 그 안에 흡수될 수 있다는 희망과 함께, 이 과정이 약대 6년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임상약제 업무와 전공약사 제도를 열심히 키워 왔다.
그런데 작년 말 병원경영의 심각한 위기가 문제가 되면서 외부 감독기관의 시각에서 이 과정에 대해 회의적인 면이 제기되었을 때, 그 동안 이것을 제도권 안으로 살려 놓지 못했던 것에 대해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약대 6년제가 감당해야 할 몫을 아직도 병원이 년간 수 억원의 투자를 계속하면서 이 제도를 유지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제기가 일었다.(신설 당시 의대 6년제와 약대 4년제의 차이만큼을 두어서 의사인턴의 2/3 월급으로 시작되었다)
이 과정은 분명 학교에서 해야 할 일이다. 약대가 6년이 되어야만 환자의 약물요법을 책임질 수 있는 약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지난 20년간 학생 실습을 시키고, 약대졸업생을 뽑아 전공약사로 키우면서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점이다.
20년 전 처음 시작할 때 서울대병원에서는 김낙두 부장님의 가르침 아래 계·과장들이 함께 아침 일찍, 저녁 늦게 모여 공부하고, 외국으로부터 팜디들을 뽑아와 교육을 담당하게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전공약사 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다시 preceptor로 활용하면서 20년간 훌륭히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동안 전공약사 졸업생들은 병원 약제부서에서, 원외약국이나 관련기관에서 전공약사과정중 배운 지식을 토대로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되어 왔다.
이제 스무 살, 완전 성년이 된 전공약사제도를 더 이상 병원이라는 임상약학 현장에 붙들어 둘 수 없고, 약대 교과과정에 확실히 접목시켜야 할 때다.
수 백 페이지에 이르는 전공약사 교육매뉴얼에는 2년 과정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혹시라도 왜 약대가 6년 제가 되어야하는지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언제라도 우리의 전공약사 20년을 보여 드리고 싶다.
내년 2월, 20기 전공약사 졸업에 즈음하여, 전공약사 home coming day를 가지려고 한다. 우리 병원에서 그 동안 배출한 인턴 출신 145명, 레지던트 출신 37명 등 182명을 전부 초청하고, 이 제도를 키워 오는데 애 써오신 분들도 모시고, 지난 20년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도 모색하는 한 편, 그 동안 어떻게 지냈나 얘기 나누고 싶은 생각에 벌써부터 내 마음은 저만큼 앞서 가고 있다.
2002-12-16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