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upperware party for Rx drugs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로 남쪽에 멕시코가 있고 북쪽에 캐나다가 있다. 이 두 나라는 미국의 시민들이 자유스럽게 왕래할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지방에 사는 이들은 이들 나라의 싼 물건을 사기 위한 쇼핑여행을 많이 한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쇼핑리스트에는 점점 더 처방(處方)약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나 캐나다에서는 같은 약의 값이 미국보다 훨씬 싸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4천만명에 달하는 65세 이상의 노인중에는 처방약의 보험혜택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Medicare가 병원비는 내주지만 처방약은 책임지지 않기 때문이다.
1960년대에 Medicare(노인대상)와 Medicaid(생활보호대상자)를 제정할 때에 Medicare에는 처방약의 혜택을 포함시키지 아니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처방약값이 지금처럼 비싸지 않아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처방약값의 평균이 특허가 살아있는 제품은 평균 한달치가 70달러, 그리고 일반명제품(generic)은 20달러로 상당히 비싸다.
처방하나의 값이 200달러, 300달러에 이르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니까 보통 6~7개의 처방약을 복용하는 노인층의 부담은 심한 경우, grocery or Rx drug? (식품을 살거냐 처방약을 살거냐?)의 어려운 선택에 임하고 있다. 그래서 국경지대에 사는 노인들은 약값이 싼 멕시코나 캐나다로 처방약쇼핑을 떠나고는 한다.
이것이 발전하여 아예 버스를 대절하여 단체로 여행을 떠나는 일까지 생겼다.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약값이 싼 것이다. 한편, 현 인터넷시대에는 아예 인터넷을 이용하여 캐나다에서 처방약을 우송하는 사업이 생겼다.
미국의 법률은 개인이 사용하는 소량의 의약품은 통관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도 국경지방에서 약국을 차리고 처방을 받아 캐나다나 멕시코의 약을 공급하는 곳까지 생겨났다. 이렇게되자 FDA나 미국의 제약회사들은 점점 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외국에서 제조된 의약품은 미국 것에 비하여 제조기준이 다를 수 있음으로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고 노인들의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많은 특허제품, 즉 신약의 경우에는 제조회사가 미국이나 캐나다나 같다. 미국에서 만든 것은 높은 수준으로 만들어졌고 캐나다의 것은 저질(低質)의 수준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비아그라는 미국에서 만든 것이나 한국에서 만든 것이 다르다고 하는 경우나 마찬가지이다.
요즘에는 아예 비지니스를 차려놓지도 않고, 다시 말하면 약국을 개설하지도 않고 `tupperware party'식의 조직으로 처방약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tupperware란 플라스틱으로 만든 부엌살림용기로 주부들을 한곳에 모아 간단한 파티를 하면서 tupperware를 팔아 크게 성공한 일종의 다단계 판매방식이다.
처방약을 많이 쓰지만 보험이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파티를 벌이고 미국약과 캐나다약의 판매가격의 대비표를 나눠주고 주문을 받는 것이다.
처방약은 우편으로 환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이런 tupperware party가 처방약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은퇴자들이 많은 국경지방, 북쪽으로는 메인, 버몬트, 위스콘신… 남쪽으로는 캘리포니아, 아리조나, 택사스 등지에서 성업중이라고 한다.
문제는 미국에서 상당한 매출을 잃은 큰 제약회사들. 글락소(GSK)는 이미 지난 1월부터 캐나다 국경지방의 약국 중 주문이 월등히 늘어난 약국에 공급을 중단하고 있고 이번에는 아스트라제네카가 뒤를 따르고 있다.
다른 큰 제약회사들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같은 약을 미국에서는 비싼 값을 받고 다른나라에서는 월등히 싼값을 매기고 있는 제약회사의 영업정책에서 비롯된 이런 현상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질이 다르다'는 말로는 설득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조금만 약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다국적제약회사들이 미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저질(?)의 약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믿기 어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돈을 큰 시장인 미국에서 비싸게 받아 빨리 거두어 드리고자하는 것이 솔직한 얘기이겠지만 그런 얘기를 공공연하게 할 수도 없어 난처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2003-06-27 1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