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리콜제도와 행정처분
삼일제약의 `오큐프록스 점안액 5ml'중 일부가 인공누액제인 `라큐아점안액 5ml' 포장으로 뒤바뀌어 유통된 사건이 발생한지 3주가 지나고 있지만 식약청이 아직까지도 처리방안을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식약청은 지난달 26일 삼일제약으로부터 지난 1월말 생산한 오큐프록스 출고 제품 가운데 약 20여 개에서 외부포장이 바뀌었다는 신고를 받고 긴급 점검 및 회수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식약청은 막상 삼일제약에 대한 행정처분 여부를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는 식약청이 지난해 7월 의약품 리콜제도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약사법 시행규칙안을 복지부에 제출한 이후, 개정안이 곧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됐다면 삼일제약 측은 자진신고 후 즉각 리콜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행정처분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삼일제약은 당연히 행정처분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하고 있다.
자칫 삼일제약을 처벌한다면 의약품 리콜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명분이 퇴색되어질까 우려되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무사 안일한 제조업소의 제조 공정상의 심각한 문제를 눈감아 주는 꼴이 되기 때문에 식약청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삼일제약 사건이 단순한 포장의 오류인가, 아니면 GMP 업소의 제조공정과 포장자재의 관리실태 전반에 대한 치명적인 결함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히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약품 리콜제도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식약청의 입장과 명분은 충분히 공감하나, 의약품 불법 유통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하는 것은 더욱 당연하다.
가인호
2004-03-17 1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