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새 술은 새 부대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심평원 사옥이전이 마침내 25일 이뤄졌다.
지난 1976년 삼일빌딩을 임차해 의료보험 업무를 시작한 이후 여의도의 전경련 회관, 건강보험빌딩 등에서 약 30여년간 전전해 온 셋방살이를 접고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심평원이 진료비 심사평가와 관련한 완전한 전문 독립기관으로서의 일보를 내딛게 됐다는 데 있다.
그동안 심평원은 주요 업무인 심사·평가업무가 공단과 유사하다는 지적은 물론 공단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며 관리운영비를 받아왔기 때문에 공단과의 흡수·통합론에 시달려왔다.
실제 공단은 심평원 설립을 두고 공동사옥, 전산망통합, 지부축소, 심평원 심사에 대한 공단의 재심사, 실사권 및 청구명세서 관리 등을 두고 꾸준히 역할확대를 주장, 묘한 역학관계를 구성해왔다. 게다가 심평원은 분업 이후 닥친 건강보험 재정 위기와 함께 보험자 측의 진료비 삭감요구와 공급자 측의 일방적 규제로 인한 의료의 질 저하에 대한 상반된 항의를 받으며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심평원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위기상황에 처해있다'는 한 관계자의 말이 실감이 된다.
하지만 이제 신사옥 마련을 계기로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당초 설립취지인 공정한 심사와 평가를 통한 독립된 전문심사기구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보험제도 및 보건의료발전에 기여해야 하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보건의료계는 의료비 증가에 따른 재정적 압박, 보험료 부담, 건강보험의 인정범위를 둘러싼 국민·의료계·정부간에 크나 큰 인식차이가 존재하고 해결 또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평원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최근 심평원은 고객정부산하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최하위등급을 받은 이후 고객만족혁신단을 자체적으로 출범시키며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뼈를 깎는 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심평원의 지혜를 기대해본다.
감성균
2005-05-30 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