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약업계 묵자(墨子)를 기대하며
묵자와 그의 후학인 묵가의 설을 모은 현존하는 '묵자'의 '공수'편(輸公扁)에 실린 일화.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려한다는 소식에 묵자가 제나라에서부터 열흘 밤낮을 걸어 초나라에 도착, 초 왕을 설득해 기어이 전쟁을 단념케 한 후일담은 이렇다.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을 저지하였고, 초나라가 정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을 저지하였으며, 제나라가 노나라를 공격하려는 것을 막았다. 묵자가 송나라를 지날 때 비가 내려서 마을 여각에서 비를 피하려 하였다. 그러나 문지기가 그를 들이지 않았다.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의 공로는 알아주지 않고 드러내놓고 싸우는 사람은 알아준다."
묵묵히 현안을 처리하고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는 공로보다 띠라도 두르고 마이크라도 잡아 요란하게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더 알아주는 것이 세상 인심인 셈. 그래서 개선장군에 대한 환호는 예나 지금이나 각별한지 모른다.
12월 대약 및 각급 시도약사회장 선거를 앞두고 예비후보들의 선거전은 이미 뜨겁다.
홍보책자 발간, 출판기념회 개최, 홈페이지 개설을 비롯해 각 선거구 방문 일정으로 정신없는 날들이 지난다.
약국경영난의 고착화, 여전히 갈길이 바쁜 약권 신장, 약계 100년지 대계라는 6년제 교육시스템의 정착... 산적한 현안을 놓고 누구는 경영전문가가 되겠다고 하고 누구는 구태를 되풀이 않는 새로운 지도자가 되겠다고 한다.
이 와중에 선거유세용 비슷비슷한 토론회가 열린다는 지적이 들린다. 대부분 현직 임원인 상황에서 사무국 직원까지 동원된 선거운동이 회무 공백을 낳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무시할 수 없다.
강한 지도자의 면모, 확실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적극적인 선거운동이 그만큼 후보자들의 열정과 자신감을 대변함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선거용 개선장군을 넘어 묵묵한 해결사가 되어 줄 약업계의 '묵자'를 가리는 일은 약사 회원들의 혜안을 필요로 한다.
김지혜
2006-09-27 1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