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경제성평가’는 도깨비 방망이?
“경제성평가로, 경제성평가를 통해, 경제성평가가 진행되면…”
지난 18일 국회 ‘한ㆍ미 FTA 보건의료분야 협상결과 실태규명을 위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부 관계자들은 모두 도깨비 방망이를 하나씩 들고 나왔다. 바로 ‘의약품 경제성평가’라는 도깨비 방망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특허의약품의 가치인정’, ‘독립적 이의신청기구’ 등 의약품분야와 관련된 미묘한 쟁점 사안에 대해서는 ‘경제성평가’라는 해결방법을 제시했다.
“특허의약품의 가치인정으로 약값이 상승할 것이며 독립적 이의신청기구로 인해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무력화 될 것”이라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의약품 경제성평가를 통해 의약품의 가격이 적절히 매겨질 것이기 때문에 약값 폭등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부 관계자들의 이 같은 답변은 적어도 형식논리 상으로는 틀린 점이 없다. 하지만 의약품 경제성평가의 실상을 이해한다면, 그 같은 답변이 쉽게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제 경제성평가에 대한 건강보험공단 관계자의 말을 빌어보면 “다국적 제약사들은 의약품 개발단계에서부터 향후 해당 의약품이 시장에서 어떤 정도의 가치를 발휘할 것이고 어느 정도의 약값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계산하고 있다”며 “다국적 제약사들은 이 같은 툴(Tool)로 무장하고 심평원이나 공단과 약가협상을 할 것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제성평가 수준이 별 볼일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국적 제약사들의 약가협상 수준이 세계 최고라는 것.
사실 다국적 제약사가 제출하게 될 경제성평가 자료를 반박하고, 오점을 찾아내고, 약가를 깎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 스스로가 이야기하듯, ‘경제성평가’를 통한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약가를 무조건 깎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적절한’ 약가 보장으로 약값이 오를 수도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의 신약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기업의 기본적인 생리가 이윤추구인데 다국적 제약사라고 이윤추구를 안하겠느냐”며 “시장원리가 작동되지 않는 국내 의약품시장에서는 결국 정보력과 힘의 관계 속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경제성평가’가 정말 도깨비 방망이인지 다시 한 번 눈여겨 봐야한다.
손정우
2007-06-18 1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