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무상 서비스드링크 제공 관행 변화의 전국적 확산을 기대한다.
“약 좀 먹으려고 하는데 드링크 안주시나요?”
“저는 이거 말고 쌍화탕으로 주세요!”
“이봐, 약사선생! 드링크 좀 두 개만 더 줘봐” “여보게, 이거 마셔..” “난 아무것도 안 사는데 뭘 먹으라고?” “괜찮아, 내가 이 집에 약 조제하며 가져다주는 돈이 얼만데...”
“아저씨, 비타민씨 주세요!” “으아앙~~~~” “약 조제할 때 애들 주는 비타민 없나요? ” 난감난감, 머뭇머뭇.. “얘, 가자!” “으앙~”
요사이 약국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약사입장에서 매우 난감한 상황들이다.
오랜 약국의 정이 담겨 있던 드링크 한 병이 분업과 동시에 제공관행에 변화가 생기면서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는 “약사”라는 전문성에 자괴감을 주는 단계에까지 변질되었으니 그 심각성이 결코 적지 않다.
조제와 상관없이 감기약이나 진통제를 사면서도 서비스드링크를 당연시 요구하는 고객들을 만날 때면 “이 상황이 어찌 저 분들의 잘못이겠는가? 우리가 스스로 자초한 함정이지“자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러한 굴욕스럽기까지 한 상황에 처할 때면 약국도 서비스업이라 할 수 있으니 서비스드링크 문제를 각 약국의 가치판단에 맡길 일이지, 약사회가 관여할 문제는 아니라는 목소리는 당황스러움에 묻혀버리고 만다.
하나씩 둘씩 제공되던 서비스드링크가 처방전을 받아 조제하기 위해 내방하는 모든 고객에게 무차별적으로 제공되기 시작하고, 자연스럽게 대기하는 동행한 가족이나 일행에게도 본의 아니게(?) 제공되기 시작하면서 드링크서비스 지출비용이 약국경영에 부담으로 다가 오기 시작하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 대체된 저가의 분업드링크들의 질적, 환경적 물음에 개국가의 고민은 깊어져 가고 있는데 분명 이러한 상황은 오랜 약국의 정이 담겨 있던 드링크의 본연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이제 우리 스스로가 이렇게 왜곡되고 변질된 상황을 끊어내야만 한다!
“선 시행 ,후 보완” 이라는 명분하에 서둘러 시작된 의약분업의 왜곡된 모습이 지금까지 얼마나 우리 약사들과 국민들을 괴롭히고 있는가?
하지만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낸 무상서비스 드링크 제공이 또한 지금의 우리들을 이렇게 궁색하게 만드는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극복해 내지 못 하고 있으니 그 영향력의 대소는 차이가 있을지언정 발전적 내일을 위해서는 이제는 끊어내야 할 고리임이 동일함은 틀림없다.
그렇다면 누가 먼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까? 하는 상황에서 서비스드링크 제공의 관행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이런 과감한 관행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막연한 두려움을 벗어버리고 지금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명확히 해야 한다.
매우 불행한 이야기이지만 지금의 처방전의 흐름은 결코 서비스 드링크의 제공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처방전을 발행하는 병,의원과의 지리적 접근성이 대부분의 영향을 미치고 있을 따름이지 드링크 한 두병을 서비스 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무상서비스 드링크 제공이 약국경영에도 별 도움이 안 되고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서 관행에 의해 수동적으로 주고 있다면 처방전이 확연히 줄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과감히 떨쳐버리고 먼저 과감히 변화에 나서야 한다.
“옆에 약국이 지키면 나도 지킬텐데...” 하는 상상은 서로에게 공허한 바람으로 끝날 뿐이다. 오히려 주변과 상관없이 나부터 변화에 앞장서야지! 하는 순간 주변의 동료들도 모두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하지만 대다수의 지역으로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이어 가고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선도적인 사고를 하는 개인 외에 반회나 분회, 지부의 역할이 또한 필요하게 된다. 개인이 이러한 변화를 선도한다 하더라도 다수의 약국이 동참하지 않는다면 처방전 수용양은 크게 상관이 없다 하더라도 업무 중 스트레스는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다수의 약국들이 무상서비스 드링크 제공의 관행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회나 분회는 회의 입장에서, 약국 간 매개체의 입장에서 상호 신뢰를 구축해 가며 막연히 불안해하는 회원들을 과감히 동참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대부분의 구성원이 변화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그 동기를 제공해 줄 계기를 기다리고 있다면 결국 이 일은 단위약사회에서 굳은 결심을 가지고 나서야 하는 것이다.
로버트 치알디니가 쓴 “설득의 심리학”을 보면 때로 누군가에게 무엇을 주는 것은 서로 마음을 열게 하고, 미안한 마음을 무의식중에 갖게 함으로써 판매나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의 하나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비스드링크의 제공이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해서보다는 번거로운 복약지도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혹시나 제공된 적도 있다면 우리 스스로도, 소비자도 이러한 관행을 마케팅의 일환으로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너무 성숙해진 소비자들은 오히려 서비스 드링크 제공에 소요되는 비용을 보다 나은 고차원의 복약지도 및 마케팅비용에 사용하는 것을 반길 것이다.
1~2년 전부터 이러한 변질된 관행을 변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우리 약사사회 내에서 일어 나고 있다. 매우 어려울 듯 생각되지만 막상 실행하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되어질 이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들이 빠른 시간 안에 전국약사회 구석구석까지 번져 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2007-10-17 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