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약국을 지역주민 건강관리 센터로 활용하자!
정부와 우리 사회는 사회구성원들의 건강 증진과 보건의료비용의 효율적 사용을 위하여 점차 예방의학에 보다 관심을 갖고 투자하고 있다.
질병이 깊어져 합병증이 발생하기 시작한 후 뒤늦게 치료하게 되면 사전에 질병의 초기증후가 있을 때 조기 치료하는 것과 비교하여 환자의 건강을 다시 회복하는 것도 어렵거니와 그 치료비용 또한 막대하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쳐 노동력을 상실하게 되었을 때 그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조기치료의 당위성은 더욱 명약관화해 진다.
이를 자각한 정부는 최근 들어 보건소를 중심으로 금연. 금주사업, 올바른 손 씻기 캠페인, 건강도시 구축 등을 포함하여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인구노령화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성인병과 이를 유발하는 비만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를 위하여 집중 투자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올바른 방향인식이 효과적으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에 대한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역보건소를 포함한 공공의료기관의 비율이 매우 낮아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기엔 역부족이며 보건소의 확충 또한 의료계의 반발로 결코 쉽지 않은 상태이다.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중 상당수는 아직도 병원에 가는 것을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고, 경제적 여유도 한결 좋아졌지만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는 매우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여건과 환경 들이 질병의 조기발견과 보다 효과적인 국민건강관리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데 이를 타개할 가장 좋은 방안 중 하나가 바로 약국의 지역주민 건강관리 센터로의 활용이다.
약국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약사가 언제나 상주하고 있으며 지역 구석구석에서 밤늦은 시간을 물론 공, 휴일까지 문을 열어 놓고 있으니 국민의 시간적 공간적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병. 의원에 비해 국민들이 발걸음하기에 심리적 문턱 또한 매우 낮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과 같은 사회적 질병 들을 조기에 찾아내고 관리방법을 조언하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 시에는 인근 병. 의원에 트랜스퍼 할 수 있는 최적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약사회에서도 동네약국들의 과거 단골약국으로서의 순기능을 복원하기 위해 약국의 지역건강 관리센터로의 전환을 위해 여러 가지 정책적 노력을 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약국의 역할증진을 위해서는 시대의 변화와는 동떨어진 규제부터 먼저 과감히 풀어 헤쳐야 하는데 그 규제는 다름 아닌 약국에서의 혈압계, 혈당계 등의 사용을 진료행위로 규정해 금지하고 있는 조항이다.
이미 고혈압, 당뇨환자의 가정에 자가진단을 위하여 일반인들에 의해 자유롭게 구매되어 사용되고 있는 혈압계, 혈당계 등의 사용을 유독 진료행위라는 이름하에 약사의 사용을 막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선진국의 예를 보아도 이해하기 어려운 규제이다.
의사나 약사나 모두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새삼 강조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일 것이다.
경계 고혈압 환자나 insulin resistance 환자들을 조기 발견해 이들이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을 미연에 예방하고, 이미 약물 복용 및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1차 의료기관으로 유도해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이 국민 건강에도, 보건의료비의 절감에도 크게 기여하는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정부도, 의료계도 낡은 조항으로 남아 효율적인 보건의료제도 및 전달체계로의 변화에 족쇄가 되고 있는 불필요한 규제들의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성인병 등 만성질환자들의 조기 발견 및 치료가 국민에게도, 정부에게도, 의료계에도 결코 불리한 일이 아니라 판단한다면 이제 모두 한마음으로 구체적인 개선을 위해 전향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2008-04-02 06: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