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이름 '아버지'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바뀌는 자녀의 반과 번호, 담임교사와 짝꿍 이름을 제대로 알고 있는 아버지는 얼마나 될까. 쑥쑥 커가는 아이들 키와 몸무게, 신발 치수는 얼마일까. 모일간지에서 유치원생과 초등․중학생 자녀를 둔 서울 시내 직장인 아버지 100명(평균 41.2세)을 무작위로 선정해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자녀가 다니는 학교 이름조차 모르는 아버지가 6명이나 됐다. 한 일선 경찰관은 "정신없이 살다 보니 아이가 어느 초등학교 다니는지 신경 쓰지 못했다. 부끄럽다"고 했다. 자녀 학교와 학년, 반과 번호까지 알고 있는 경우는 4명 중 한 명꼴인 26명에 불과했다. 아이들 담임교사 이름을 기록한 아버지는 24명이었다. 아이들 키와 몸무게에 대해서는 66명이 정확한 수치를 적었다. 신발 치수를 알고 있다고 응답한 아버지는 78명이었다. 자녀의 교우 관계에 대해서는 절반 가까운 아버지가 까맣게 몰랐다. 우리는 우리의 선택에 상관없이 부모로부터 이 세상에 태어나, 가족을 이루고 성인이 된 후 대부분 배필을 만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면서 한 생을 살아가게 된다. 한 가정 내에서 아버지의 역할은 밖으로는 사회활동과 생계유지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나가며 가정 안에서 가족들과 사랑과 신뢰로 다음 세대를 이어갈 자녀들을 올바르게 양육시키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에 팽배한 물질주의, 쾌락주의의 영향으로 아버지들은 가정을 뒷전으로 하고 돈과 권력, 그리고 쾌락을 추구하고 있다. ꡐ부자 아빠는 좋은 아빠, 가난한 아빠는 나쁜 아빠ꡑ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아버지들은 경제 활동을 최우선하게 되었고, 경제 논리 우선에 가정 경영은 항상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가정의 문제이다.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이며, 가정의 수준은 아버지의 수준을 넘어서기가 어렵다. 그러나 문제는 가정에 아버지가 없다는 것이고, 가정의 붕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ꡐ가정에 아버지가 부재ꡑ를 들고 있다. 아버지가 되기는 쉬우나 아버지다운 아버지가 되기는 어렵다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현 시대에, 아버지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가정의 행복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자신이 먼저 살아왔던 인생의 진솔한 경험을 통해 삶의 올바른 길을 가르쳐 주는 인생코치와 같다. 자녀들이 아버지를 통해 세상과 통하는 법을 배우고, 자신의 인생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버지의 역할이 무엇인지 배워 본 바가 없다. 그저 자신의 아버지가 한 그대로 살아가고 있고, 부전자전이란 말이 있듯이 아버지한테 받은 상처와 잘못된 문화를 자녀들한테 대물림하고 있다. 이제는 배우고 노력해야 한다. 아버지의 역할, 남편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배워야 한다. 아버지 부재의 가정에 아버지의 자리와 역할을 되찾기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이름은 어머니이지만. 가장 든든한 이름은 아버지이다. 단지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향기가 날 수 있는, 거기에 마음까지 통하는 아버지가 그리운 시절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다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아버지라는 이름의 큰 그릇을 만들어가자.
2010-06-09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