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국회, 의약품 슈퍼판매 약사법개정은 ‘계륵’
‘계륵’은 닭의 갈비를 뜻하는 말로 먹을 것은 없으나 그래도 버리기는 아깝다는 뜻으로 쓰인다. 요즘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들에게 바로 이 ‘계륵’은 ‘약국외 판매약’관련 약사법개정안이 바로 그것이다. 모른 척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전면에 나서 입장을 밝히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의약품 슈퍼판매 도입을 골자로 한 약사법개정안이 최근 입법예고 되면서 오는 9월 국회에서는 이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국민편익을 위해 가정상비약의 슈퍼판매를 요구하는 입장과 약의 안전성 문제로 절대 반대를 외치는 약사들 사이에서 국회는 고심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올 초부터 이 사안에 대한 찬반여론이 거세게 일어왔지만 2~3명의 국회의원을 제외하고는 찬반입장을 분명히 밝힌 의원이 없었다. 야당 의원의 경우, 당론이 의약품슈퍼판매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지켜본 후 결정 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 할뿐이다. 반대로 여당 국회의원들도 찬성을 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의약품은 민감한 사안이니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 하겠다”며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다.국회의원들의 이런 태도의 가장 큰 이유는 내년 총선을 의식하기 때문이다. ‘국민편익’으로만 손을 들어 주기에는 선거에서 6만 약사들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진료와 처방만을 내리는 병의원과는 달리, 조제약을 기다리며 약사와 소비자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약국 안은 그동안 주요 선거에서 후보들의 표심 공략장소로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에 500여명 약사들이 약사법개정을 막기 위해 복지부 앞에서 대정부 시위를 하고, 약국에서는 반대 서명운동을,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지금의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약사법개정안은 오는 18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마치고 8월 말 법제처 심의를 거친 뒤 9월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시간을 남겨둔 지금, 24명의 국회 보건복지위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어떤 카드가 필요한지는 약사들의 몫이다.
최재경
2011-08-10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