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또다른 ‘차두리 효과’
어설픈 노래실력으로 한 축구선수가 제약업계와 광고업계에 하나의 흔적을 남겼다.그가 등장한 일반의약품 매출은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우루사를 앞세운 대웅제약의 3분기 실적은 1,7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리베이트 규제와 약가인하 등 제약업계 주변 환경변화가 심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괄목할만한 성과다.차두리와 우루사는 대중의 일반의약품에 대한 접근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이름이 알려진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른바 ‘지명구매’가 많다.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정보가 중요하다. 복용에 앞서 어떤 성분이 들어 있고, 함량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이 적절하다. 또, 상대적으로 어떤 장단점을 갖고 있는지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하지만 상당수가 그렇지 않다는 점은 염려스럽다. 피곤하니 ‘○○○’를 찾고, 근육통이 있으니 ‘○○○’를 달라고 한다. 노출이 많은 일반약이 잘 팔리고 장수품목으로 살아남는다.‘자유 판매약’ 개념의 의약품 도입을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편의성에 방점을 둔 개정안이다. 하지만 일부 종합편성채널을 위한 광고시장 확대에 기여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 법개정이 현실화되고 새로운 시장이 열리면 시작될 광고전도 염려되는 상황이다.어떤 시장에서든 인지도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는 것은 일반적인 양상이지만 ‘약’이라면 재고의 여지가 있다. 그것도 대중 광고를 통한 약의 인지도와 매출 확대는 긍정적으로만 볼 일이 아니다.광고를 믿고 복용했는데 이상이 생겼다거나, 사용량을 부추길 가능성은 없는지 돌아볼 문제다. 잘못된 선택으로 몸에 돌이킬 수 없는 건강상의 문제를 동반할 가능성은 없는지, 품목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부추기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볼 문제다.의약품 약국외 판매와 자유판매약이 현실화되면 제2의 차두리 효과를 노린 포석이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우려처럼 또다른 광고시장 창출이라는 숨은 의도가 사실이고, 시장 선점과 매출 확대를 꾀하려는 업체의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 결과는 암담하다. 사실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임채규
2011-10-05 0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