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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시론] 복약지도는 약사의 고유 권한이며 의무

원희목 보험재정 적자는 “인구 노령화로 인한 만성질환 증대”,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보험급여 확대” 등 자연발생적인 원인과 함께, “약가 거품 제거 실패”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서는 전체적인 제도 속에서 논의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험재정 위기는 의약분업이 원인이며, 의약분업은 서비스 증대없이 불편과 비용증대만 초래한 현 정부의 실책이다” 라는 정치 공세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약분업 시행 후 우리가 겪은 고통과 좌절, 회의와 상호 불신을 이제부터는 극복하여야 한다. 우리 스스로의 힘과 단결에 근거하여, 자정의 노력과 함께 최상의 약사서비스를 위해 노력해나간다면, 2002년에는 예상되는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의약분업 시대, 새로운 약업 환경의 정착의 시기가 앞당겨질 것을 믿는다. 약사의 역할은 국민이 최상의 약물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철저한 처방검토를 통한 복약지도”를 수행하는 것은 약사의 고유권한이자 의무이다. 현재 제도적으로 의무만 부여되어있을 뿐, 권한은 취약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권한을 제도화하는 끊은 약사회의 몫이며, 앞으로도 끝임 없는 노력을 전개할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권한은 국민이 부여하는 것이다. 전국의 모든 약사가 적극적으로 “처방검토와 복약지도” 운동을 전개해나간다면, 국민은 질 높은 약사 서비스를 체험해나가면서, 국민 의식 속에는 약사의 역할과 위상이 진정으로 확립되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의약분업 이후 약사의 직능에 대한 국민의 이해가 없다면 약사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약사가 단순히 약의 포장기능에 머무르게 된다면 이 땅에서는 약사 무용론이 등장하게 될 것이며 약사직능의 희망 또한 사라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현재 약사법 제22조에 의해 복약지도가 의무화되어 있고, 약사의 기본 직무임에도 불구하고 복약지도의 개념, 환자에게 제공되는 방식 및 내용에 약간의 혼선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법에 의무화되어 있다는 것은, 전체 약사가 일정 수준의 공통성을 가지고 복약지도를 수행해야 하며, 복약지도의 내용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복약지도의 개념과 내용에 대한 빠른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 약사 사회는 일부 담합 약국과 직영약국, 처방집중으로 인해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우리의 미래를 회의와 좌절로 일관할 수는 없다. 담합과 도매직영약국, 의료기관 직영약국은 약사사회에서 암적인 존재이다. 불과 몇%의 약국 때문에 전체 약사가 고통받는 일은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되며 이의 척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수의 약사가 함께 움직이며 개선과 개척을 위한 노력을 함께 하는 것이다. 현재 상황은 주저앉아 한탄만 할 수 없는 위기상황이다. 단결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고통을 빨리 경감시키고, 분업의 내실을 보다 더 빨리 실현할 수 있다. 희망을 가지고 약사 직능의 확고한 정립과 분업의 안정화로 나가야 한다. 이의 출발은 철저한 약사의 복약지도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2002-03-20 10:04
[시론] 공정경쟁만이 제약기업의 살길

신석우 의약품 거래와 관련하여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약업계가 가장 우선순위로 꼽아야할 개선 과제중 하나이다. 제약산업의 안정적 성장도, 글로벌 시대에 부응하는 제약기업의 역량강화도 모두 공정한 거래질서의 토대에서 출발해야 한다.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통한 투명한 의약품 거래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이 원하는 바다. 제약협회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정경쟁규약은 의약품 거래에 있어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틀이자 기준이다. 공정경쟁규약의 기본 정신은 업계 스스로 공정경쟁협의회를 구성하여 규약을 운영토록 하는 자율성에 근거해 있다. 94년 12월 제정·시행된 공정경쟁규약은 지난해 의료계에 대한 제약사의 과다판촉행위가 사회 문제화되었고 관계 당국의 요청도 있어 이를 합리적으로 개정하여 2002년부터 새롭게 시행되고 있다. 당국은 타율적 규제를 가급적 자제하고 다시 한 번 의약품의 불공정거래행위를 약업계 스스로 근절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당국의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에 대한 의지를 바탕으로 업계 스스로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려면 우선 불공정거래행위가 기업은 물론 산업전체를 퇴보시킨다는 점을 약업인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제약사의 의료계에 대한 과다한 판촉행위와 불공정거래행위는 의약품 가격은 물론 기업경영과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한 불이익도 함께 떠 안아야 한다. 따라서 공정경쟁풍토조성의 첫걸음은 기업 스스로가 규약을 준수하여 불이익을 차단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나 의약품 거래에서 공정한 경쟁환경을 조성하는 일은 몇 몇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극소수의 제약기업이 행한 불공정거래행위가 업계 전체의 관행으로 확대 해석되는 사례는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이를 방지하려면 기업 스스로 실천하는 것과 아울러 제약기업들이 상호 발전하는 윈-윈 경쟁을 도모하면서 서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의약단체와 의약전문인의 협력도 중요하다. 불공정거래행위는 의약품의 1차 소비자인 의사 약사를 상대로 하는 것이며 그 결과는 결국 의사 약사 등 의약전문인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히는 것으로 귀결된다. 의사, 약사가 규약의 취지와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고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은 의약인으로서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일이다. 제약협회는 최근 제약기업 직원을 파견 받아 공정경쟁풍토조성 전반의 사업을 전담토록 하고 공정경쟁협의회 지부를 재 결성하는 등 업계가 자율적으로 공정경쟁풍토를 정착시키도록 유도하는데 어느 때보다 더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계기로 약업계는 스스로 실천하고 스스로 감시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야 한다. 업계가 함께 지혜를 모으고 의약전문인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2002년에는 '불공정거래행위' '부당한 고객유인'이라는 용어를 약업계에서 영원히 추방하고 제약산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적극 앞장서자.

2002-03-13 10:03
[시론] 금도끼와 쇠도끼

김사연-인천 남동구 약사회장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02년도 동계 올림픽에서 한국의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도둑 맞았다며 전국민이 미국을 성토하고 있다. 미국 측 심판진이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 경기에서 김 선수에게 '크로스 트랙'이란 반칙을 적용해 실격 처리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 선수가 양팔을 벌리며 마치 밀려나는 것 같은 '할리우드 액션'을 취했으며 심판은 이를 받아들여 2위인 '오노' 선수에게 금메달을 안겨 주었다. 전명규 감독은 심판진에게 항의서를 제출했으나 미국과 영국의 부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함께 경기를 한 선수와 취재 기자들은 김 선수의 우승을 주장했다. 미국의 NBC가 경기 직후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도 압도적으로 김동성에게 표를 주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홈그라운드의 이점인 텃세 테러는 미국만의 전유물이었던가? 88 서울 올림픽 당시 신준섭 선수는 일방적으로 뒤진 경기를 하고도 복싱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한국 심판이 내린 판정은 아니었지만 상대방 선수의 가슴에 못을 박았고 아이들이 볼까봐 낯뜨거운 장면이었다. 2천년 새해 벽두에도 한국 권투사에 오점을 남기는 판정이 일어났다. 한국의 조인주 챔피언과 도전자인 필리핀의 페날로사의 경기에서 1회전부터 치명타를 허용한 챔피언은 내내 도망만 다니기에 바빴으면서도 판정승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WBA 슈퍼 페더급 챔피언인 몽고의 리쿠바 심과 백종권 도전자의 경기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한차례의 다운을 빼앗고 세 번의 그로키 상황까지 몰고 간 몽고 선수, 만일 한국 선수가 그 정도의 우세한 경기를 펼쳤다면 도중에 경기를 중단시키고 TKO 승을 선언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심은 일방적인 우세를 펼친 리쿠바심에게 벌점을 주더니 어이없게도 한국 선수에게 챔피언 벨트를 안겨 주었다. 한국 프로 축구의 최고 정상을 가리는 수원 삼성과 부산 대우의 경기에서 삼성은 샤샤 선수의 공(?)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문제는 고의든 아니든 발로 차야 할 공을 손으로 쳐 골인시켰다는 사실이다. 이와 비슷한 일들이 각종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미모보다 뒷돈의 액수로 수상자가 선발되었다는 某 미인대회, 뽑을 사원은 이미 정해 놓고 형식적으로 모집 광고를 낸다는 某 개인 기업 등 각종 비리를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해 왔다. 밝고 명랑한 사회를 구현시키기 위해 구청에서 수여하는, 가장 선명성을 띠어야 할, 구민 상조차 후보자의 업적을 냉철하게 평가하기보다 인맥과 정분을 앞세우는가 하면 힘있는 추천 기관의 눈치를 살피며 엉뚱한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마다 양상군자처럼 승리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며 거절하는 페어 플레이 정신의 선수와, 영예의 수상자는 내가 아니라며 수상을 거부하는 양심가는 어째서 나타나지 않을까? 연못에 도끼를 빠트린 나무꾼의 이야기처럼 '내 도끼는 금도끼도, 은도끼도 아닌 쇠도끼뿐'이라고 양심선언을 할 의로운 인물이 이 시대에는 진정 없단 말인가? 어린이들에게는 '길에서 주운 물건은 내 것이 아니므로 주인을 찾아 주어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 반대의 행동을 서슴지 않는 지도층 인사들에게 고하는 질문이다.

2002-03-08 16:51
[시론] 이공계 기피 현상과 의약분업

심창구 (한국약제학회 회장)금년도 입시에서 사상 최초로 서울대학이 상당수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이를 두고 요즘 우리나라가 이공계를 푸대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지난 2월 27일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과총)의 신임 회장으로 취임한 김시중 씨는 “이공계 기피는 수요와 공급을 고려하지 않은 대학 정원과 얼뜬 인력의 배출, 과학자에 대한 낮은 대우 등이 어우러져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사실 이공계 출신들의 사회적 대우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이후, 점점 더 나빠져 온 느낌이다. 박 대통령은 KIST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퇴근 후 틈틈이 방문하여 차를 나누며 연구자들을 격려하였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 탓에 필자가 대학에 들어간 60년대에는 일류 고등학교 이과반에서 1,2 등을 하는 수재는 서울공대 화공과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경향이었다. 과총회장의 견해대로 오늘날 이공계 출신의 사회적 대우는 안타까울 지경이다. 이공계 출신이 사회에서 좀 나은 대접을 받기 위해 박사학위를 받으려면 학사, 석사를 거쳐 최소한 9년, 박사 후 해외 연수 과정 2~3년, 그 사이에 군대 2~3년(병역특례업체 근무의 경우 5년)이 소요되어, 대학 입학 후 총 15년 이상의 세월이 걸린다. 나이로는 대충 35세 전후가 되어 취직하게 되는데, 회사의 경우 50~55세에 퇴직을 하게 되니 15년 공부해서 겨우 15~20년 활용하는 셈이다. 게다가 봉급도 매우 적어서 약대 출신의 경우, 석사 박사 출신이 학사 출신보다 수입이 줄어드는 기현상도 보편화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이공계 출신의 대우를 높여 주는 것만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을 해결하는 방안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인문계 및 다른 분야의 기피 현상은 또 어쩔 것인가? 필자는 `이공계 기피'의 핵심은 우리나라의 대학 선호도가 의학계(치대, 한의대 포함)와 법대로 양극화되어 있는데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처럼 자신의 의지든 부모의 의지든 대부분의 초·중·고 학생들이 의사(치과의사, 한의사)나 판사, 검사가 되는 것을 공부의 목표로 삼고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는, 나머지 학과에 들어간 학생이란 결국 의대나 법대에 못간 낙오자(?)일 뿐이라는 극단적인 해석도 가능하다. 이런 `의·법대 편중 지원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의사나 판검사의 사회적 대우가 다른 분야에 비해, 그리고 투자(시간, 경비, 노력)에 비해 월등한데 기인하는 바가 클 것이다. 서울시 세무공무원 (행정세무직 9급)임용 시험 경쟁률이 316대 1임에 반하여, 최소 연봉 5천 5백만 원인 서울 방재본부 의사 특채에 지원자가 없는 것(2월 28일자 중앙일보)이 우리 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의약분업을 도입한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런데, 의사들은 “의약분업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으니 집어치우자”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의약분업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 그 원인의 상당 부분은 의사들의 자의반 타의반 비협조에 기인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의사들은 건강보험 수가 2.9% 인하를 추진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하여 “의료계의 희생과 양보만을 계속 강요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한다. (중앙일보 2월 28일자) 그러나 “의약분업이 결국 일부 의사만 살찌운다는 시각이 있음(동신문 동일자 사설)”도 사실이다. `이공계 기피' 는 의·법대 편중 지원의 결과이며 이는 의사 및 판검사의 월등한 사회적 대우 때문이라는 분석과 `의사의 계속된 희생과 양보' 라는 분석은 과연 공존할 수 있는 개념인가? 3월을 맞이하는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02-03-06 09:47
[시론] 민심, 정치 그리고 거듭남

신완섭 지난 13일 설 민심에 관하여 한나라당 대변인이 발표했던 성명에 대해 말들이 많다. 현 정권의 실정을 `3파탄(정권도덕성의 파탄, 민생경제의 파탄, 각종인사의 파탄)', `2불안(외교안보 불안, 사회안전망 불안)'으로 꼬집었고, 이 중 사회안전망 불안은 졸속 의약분업 탓이라는 거였다. 사실 명절 때마다 불거지는 민심의 향방은 대개가 인색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올 설의 민심 이탈은 전반적인 산업경기의 경색과 연봉제 실시 이후 현격히 줄어든 특별상여금이나 떡값 탓만은 아니었다. 어딘지 불안하다는 거였다. 그 불안의 강도가 지나쳐 집단 조울증을 일으킨 결과였다. 불안의 원천을 들여다보자. 이미 오래 전부터 노출된 정권의 말기현상, 비방과 따돌림으로 얼룩진 국회, 거꾸로 심판받는 사법부, 부패로 만연된 사회 분위기들, 어디를 둘러보아도 믿고 따를 구석이 하나 없다. 이러고도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정상이 아닐지 모를 정도다. 이런 판국에 약사회가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 대응태도는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한다. 지난 22일 대약 총회에선 정치 참여를 본격 가동키 위한 `약정회'를 발족하고, 약권수호를 위해 정치판에 나서는 회원들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고 한다. 300억 원 모금을 기치로 걸고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단체의 발표가 있은 지 오래지 않은 일이라 어슬픈 카운터펀치를 노리는 신인 권투선수의 모습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정치적인 맞대응인 셈인데, 영 개운치가 않다. 그런 가운데 보도된 전년도 대약 상임위원회의 편중되면서도 저조했던 활동자료를 보면 쓴맛이 더해진다. 17개 상임위 중 1년 내내 회의 한번 하지 않은 상임위가 있고 절반 정도는 형식치레에 그친 정도였다. 약사의 전문성을 고려하여 분장된 대약의 상임위 활동이 이 정도인 상태에서 국정 참여를 소리 높여 외치는 것은 양치기소년의 외마디 외침에 불과할 뿐이다. 나는 약사사회가 참된 지식인 사회로 거듭나야 된다고 본다. 지식인이란 온갖 모순과 갈등이 뒤엉킨 사회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고 옹호하며, 그 진실을 실천하고 전파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참된 정치 또한 작은 실천에서 비롯된다.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듯, 병든 육신을 건강하게 돌봐주는 약사 직분의 열정과 이웃 사랑이 곧 그들에게는 정치(正治)가 아닐까. 끝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여러분들에게 조정래의 대하소설 읽기를 권한다. 소설 10권을 다 읽노라면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가 겪어야 했던 피와 땀, 오욕의 역사 속에 불현듯 살아 숨쉬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 인고의 세월을 담고 긴긴 흐름을 이어온 한강의 교훈을 배우게 될 것이다. 그 교훈이 거듭남의 단서가 되길 바란다.

2002-02-22 17:29
[시론] 세계 최초로…

김영중 서울대 약대 교수우리나라의 연구자가 “세계최초로 무슨 무슨 개가를 올렸다”고 하는 낭보를 TV나 신문 등의 언론매체를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종종 접할 수 있어 기뻤는데, 이제는 거의 매일이다시피 이러한 낭보가 쏟아지고 있다. 더욱이 그 대단한 연구성과가 생명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것일 경우 필자도 그 언저리에 발을 들여놓고 살아서 그런지 덩달아 어깨가 으쓱해진다. 특히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저명한 학술지에 훌륭한 연구업적이 게재됐다는 소식을 접할 때에는 그동안의 노고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바야흐로 우리나라가 그렇게 바라던 대로 선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맞설 수 있는 과학기술 강국의 대열에 들어섰나 보다 싶어 흐뭇하다. 그러나 그 기쁨 뒤에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 똬리를 틀고 앉자 가슴을 짓누르는 석연치 않음은 또 무엇일까? 그것은 요 몇 년 동안 귀가 닳도록 들어온 “세계 최초로 무엇 무엇을 발견했다”느니, “세계 최초로 무엇 무엇을 밝혔다”느니 또는 “세계 최초로 무엇 무엇을 만들어냈다”느니 하는 등의 낭보들이 일과성으로 끝난 데 있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솔직히 몇 년 전에 당장 대단한 성과물을 내놓을 것처럼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던 “개가”에 대한 소식들이 그 후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어버린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인가 말이다. 따지고 보면 우리만큼 “세계 최초” “세계 제일” “세계 최대” “세계 최다” 등의 거창한 수식어에 연연해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다. 물론 일반 대중에게 원하는 바를 한번에 효과적으로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거창한 수식어를 구사해야 하겠지만, 이러한 수식어를 붙일 때는 좀더 신중하게 그 정확성을 검증한 뒤에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동안 정부는 과학기술 발전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그 기본계획과 함께 중점기술의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성과물의 홍보 차원에서도, 또한 연구자를 격려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훌륭한 연구성과를 언론매체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알려야 하겠지만 무분별한 보도나 홍보가 오히려 국민을 오도하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이러한 형태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더욱이 이러한 연구 성과들이 기업의 이익과 연결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 자칫 일반 대중이 경제적으로 커다란 손실을 보게 될 수도 있다. 이제는 보도를 맡은 사람은 취재한 기사를 그대로 보도하지 말고 옥석을 가린 후에 보도하는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며, 연구자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게재되지 않은 연구성과에 대한 성급한 홍보는 자제하는 신중함을 보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세계 제일” “세계 최초”와 같은 거창한 수식어에 연연해하지 말고 자기 자신에게 정직하고 겸허하며, 자기가 한 말이나 행동에 책임을 지고 남을 두려워할 줄 아는 건전한 풍토 만들기에 힘을 합쳐야만 하겠다. 그래야만 진정한 과학기술 강국, 더 나아가서 경제강국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2002-02-15 16:51
[시론] 소신있는 보건의료 정책 추진을

장관님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한 사람의 약사로서 몇 가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본인은 장관님께서 노동일보 발행인으로 계셨을 때, 노동일보 칼럼을 통해 “의약분업은 실패한 정책”이라 비판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 서서히 국민이 적응하고 있는 의약분업이 다시 한 번 극심한 혼란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했으나 장관님께서 “의약분업의 기본 틀을 유지하고 국민 설득에 전력할 것”을 밝히신 기사를 보고, 장관님의 소신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잘 아시듯이 지금 의약분업은 보험재정 절감, 국민불편 해소, 대국민 서비스 강화라는 세 가지 문제를 넘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는 분업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 시행의 적응단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과 정치인에 의해 정략적으로 확대되고 왜곡되어 왔습니다. 장관님께서는 이런 문제를 일회적인 대응이 아닌 보건의료백년대계의 흐름 속에서 올바르게 풀어나가시리라 믿습니다. 보험재정의 문제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급여일수, 질환·약물 확대, 노령인구 증가 때문으로 선진국이라면 어디나 안고 있는 문제이며, 단순히 폭로에 급급한 언론 보도와는 달리 21세기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걸쳐 논의돼야 할 문제입니다. 또한 일반명 처방 도입이나 철저한 리베이트 차단이 이루어지면 의약분업으로 인한 증가분은 거의 없앨 수 있습니다. 의약분업은 자유로운 의약품 구입을 억제하고, 의사·약사의 상호 견제로 이들의 자유로운 투약을 어느 정도 제한하는 불편을 줌으로써 장기적으로는 큰 편익을 가져오는 제도입니다. 장관님께서도 잘 아시듯이 단순히 인기에 영합하는 정책이나 예외조항 확대는 일시적인 불편 해소는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민에게 큰 위해가 될 것입니다. 국민서비스의 증대는 의·약사의 전문적 서비스와 상호협력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저희 약사가 국민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는 철저한 복약지도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제도적 미비로 복약지도에 애로는 있으나 약사들은 앞으로 더욱 더 성실한 복약지도를 수행할 것이며, 의·약사의 협력을 저해하는 담합약국과 의료기관 직영약국, 의사·약사의 불법 직접조제에 대한 자정에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보건복지정책은 국가백년대계라고 합니다. 그만큼 어렵고 성과가 서서히 장기적으로 발현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의약분업 역시 1년 6개월이 지나면서 서서히 성과가 발현되고 있습니다. 저희 약사들은 자정의 노력과 철저한 직무수행으로 장관님의 소신있는 정책추진에 동참하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십시오.

2002-02-04 09:37
[시론] 바이오 강국이 되려면…

신석우 제약협회 전무정보통신 산업에 이어 이제는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바이오 산업이 21세기 핵심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0년 세계 바이오산업 규모는 540억달러. 아직은 규모가 작은 `신생산업' 단계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인간 게놈지도가 완성되면서부터 기업·연구소·대학이 이를 응용한 신약과 바이오 물질 등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이들 연구개발 결과가 상품화되면 시장 규모는 가히 폭발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바이오시장의 4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2000년 연방정부가 생명과학 분야에 186억6,000만달러(약 20조원)를 투입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 유럽을 따라잡기 위해 지난해 유전체 관련 연구에 802억엔(8,400억원)을 쏟아부었다. 유럽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지난해 벤처캐피털에서 12억유로(약 1조3,000억원)를 투자받아 95∼99년 투자받은 총액보다 더 많았다. 상장기업 105개 업체가 개발 중인 의약은 278개에 이른다. 우리 정부와 기업도 바이오 시대에 대비하여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나 BT강국이 되기까지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여러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은가 하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BT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바이오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구축하는 한편으로 각종 규제로 인한 성장 장애 요인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바이오 인프라 구축을 위해서는 미생물과 동식물 세포 배양시설 그리고 신약개발에 필수적인 독성시험을 위한 국제 공인 전임상시험기관 설립 등을 꼽을 수 있다. 게놈 연구의 필수 장비인 유전자 분석기의 경우, 중국이 최신기종으로 150여대 가지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중국의 10%도 못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자칫하다가는 IT와는 달리 BT에서 한국과 중국간 대역전극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유인책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정보통신 산업에서 다른 국가보다 빠르게 성공한 국가이며 계속 성장할수 있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IT시대에 대비하여 적극적인 투자와 인프라구축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본다. 다른나라가 관심을 보이지 않던 CDMA를 과감하게 상용화시키는 의지를 보여 끝내 성공한 것을 비롯하여 국가 차원의 초고속망 구축과 적극적인 인터넷 보급 등이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정부와 기업이 IT에서 보인 의지와 노력이 BT분야에서도 가시화되어야 한다. 제약협회가 늘 주장하는 바가 있다. 첫째, BT분야에서 한국은 출발선상에 있지만 발전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이다. 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신물질탐색기술, 안정성 평가기술은 선진국에 크게 못미치지만 발효기술을 필두로 유전자재조합, 세포융합기술, 단백질공학기술 등은 선진국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과기부와 생물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바이오산업 인구에서 연구인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55%를 넘을 정도로 연구자층이 두껍다. 특히 1∼2년 된 기업의 연구인력은 전체의 63.8%에 달해 성장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본다. 둘째, BT산업의 꽃은 제약산업이 될 것이며 그리고 제약산업이 21세기 핵심산업으로 부상한다는 점과 한국이 BT산업의 가장 중요한 수요자이며 수출 주도자가 될 잠재력이 있다는 미래학자의 엘빈 토프러의 전망도 실현성 있다는 점이다. 이제 제약협회의 주장을 거듭 상기시키며 정보통신 산업에서의 성공을 바이오 산업으로 이어가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을 기대해 본다.

2002-01-28 16:29
[시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지방자치단체 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의사회는 정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선거에 직접 출마하거나 특정 후보자를 후원함으로써 자신들의 권익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대한약사회도 약권신장의 차원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했다. 모 분회는 회원 보호 차원에서 보건소에 대응하기 위해 구의원의 필요성을 느끼고 임원들에게 구의원 출마를 적극 권장했다고 한다. 한약분쟁을 통해 여론의 중요성을 인식했기 때문에 친분을 쌓아 온 정치인들, 기관장들과 사회단체장들을 분회 총회 때 가능하면 많이 초청하여 약사의 위상을 높이고자 동분서주할 때 약사회가 정치단체냐며 비아냥거리는 회원이 있었던 시절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하지만 지난 지방선거 때 출마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는 필자로선 정치 참여가 말처럼 쉬울까 하는 의구심이 앞설 뿐이다. 정치에는 엄청난 돈과 시간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약사들 입장에선 흰 가운을 걸친 지식인이 생업을 포기하고 구민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출마하면 유권자들이 감동하여 당선시켜 줄 것으로 믿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4년 전, 정치인들은 “김 회장님 같은 분들이 구의회에 들어와 의장을 맡아야 의회의 위상이 선다”고 나에게 출마를 권하면서도 “그러나 선거판은 대학 출신 후보가 초등학교 출신 부동산 업자에게 패배하는 곳”이라고 귀띔을 해 주었다. 그만큼 유권자의 수준이 낮고 정치 세계가 냉혹하다는 뜻이다. 필자가 시의원보다 구의원에 뜻을 둔 것은 구청 관할지역의 분회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의약분업 과도기이니만큼 분회장직을 한 번 더 연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수락한 필자에게 총회에 참석도 안한 전직 모 임원은 “분회장은 이제 그만 하고 사회활동이나 하라”며 불평 섞인 충고를 했다. 하지만 분회장 직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오직 필자에게만 충실할 작정이다. 그 동안 처방전을 포기한 채 각 기관장들과 사회단체장들과의 친분을 쌓고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밀며 사회활동을 하고 끝내 구의원까지 출마한 이유는 회원들의 권익을 지켜야 할 분회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수년 전, 분회장을 포함한 지부 임원진들과 인천시장의 만찬 석상에서 술에 취한 모 보건국장이 “너희 약사들을 죽이고 살릴 수 있다”는 망언을 내뱉었을 때, 그리고 지부 회장단과의 상견례 약속을 해놓고도 말 한마디 없이 바람을 맞힌 모 보건국장의 망동을 지켜보며 당시 지부 회장단 중 인천시 공무원을 감독하는 시의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런 대접을 받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 약계는 문전약국으로 옮겨가기 위해 선후배 인연은 물론 십년지기의 우정마저 내팽개친 채 철면피를 마다하지 않을 정도로 이기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런 의약분업 풍토에서 처방전을 포기한 채 엄청난 돈과 시간을 퍼부은 대가로 배신을 당하고 끝내 그 자신도 배반을 서슴지 않는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원들의 권익을 위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약사는 과연 몇이나 될까. 약사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일부 회원의 희생을 강요하기 보다 약사회 차원에서 약사 후보자나 특정 정당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약권 성금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2002-01-21 10:30
[시론] 2002년을 열면서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새해와 함께 우리나라 의약분업의 역사도 두살이 됐다. 그 난산(難産)의 우여곡절(迂餘曲折)을 생각해 보면 이만한 모습으로 두살을 맞이한 모습이 오히려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두살짜리 의약분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욕심이 지나쳐 마치 두살짜리 아이보고 뛰지 못한다고 나무라는 격이다. 의약분업이 백년대계(百年大計)임을 생각할 때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불만과 나무람이 아니라 앞으로 이 제도가 국가의 동량(棟樑)이 될 수 있도록 바르게 양육하는 것이다. 의약분업은 글로벌 시대의 보편성을 바탕으로 선진국으로부터 도입한 제도이다. 이는 마치 무역 국가가 WTO에 가입하는 경우와 비슷한 것이다. 아무튼 이 제도는 이미 우리의 현실이 되었다. 그러나 의약분업이 도입된 후 수많은 문제점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어떤 문제는 새 제도 때문에 나타났으나 어떤 문제는 과거에 누적됐던 것이 새 제도 때문에 드러나기도 했다. 이제 두살배기 제도를 앞에 두고 2002년을 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손가락질을 거두고 의약분업의 순기능을 극대화해 부각된 문제점(부작용)들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 제도를 키워나가는 일뿐이다. 두살배기 제도의 성패는 과거보다는 미래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의 첫 번째 순기능은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는 것이다. 그런데 의약분업이 실시된 후에도 의약품 특히 항생제의 오남용이 줄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의사들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의약분업의 두 번째 순기능은 약사로 하여금 의사의 처방을 이중점검 (double check)하고 적절한 복약지도를 하게 함으로써 약물요법을 최적화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 순기능도 만족스럽지 못한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약사들의 자성과 분발이 요구된다. 한편 의약분업의 역기능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이 의료보험 재정의 부실화이다. 부실화를 낳을 수밖에 없는 근원적·제도적인 원인을 규명함으로써 재정 건실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겨우 두살짜리 의약분업의 역기능만을 강조해 제도 자체를 무산시키려는 불순한 시도를 타파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역기능을 극복하는 방안과 함께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청사진은 마땅히 정부가 담당해야 할 몫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약사회라도 나서야 한다. 의약분업을 조작된 여론의 희생양이 되도록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의약분업의 미래를 객체가 아닌 두살짜리 아이를 돌보는 부모와 같은 주체로서 돌봐야 할 것이다. 단지 세월에 의해 쓰여지게 하기에는 도도히 흐를 역사의 물줄기 밑에 놓여 있는 평야가 너무나 광활하기 때문이다.

2002-01-0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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