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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시론] 250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

손인자〈서울대병원 약제부장〉 내가 만일 지금 가진게 250원뿐이라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그 가치를 생각해보며 한숨짓는 적이 많다. 병원약사들이야 한맺힌 이 금액을 들으면 금방 눈치를 채겠지만 대개는 왜 하필 250원이냐고 의아해 하실 것이다. 돈 얘기를 하자면 먼저 병원 얘기부터 해야 한다. 흔히 병원약국을 떠올리면, 외래약국 투약구에서 약이나 처방전을 받아 가는 것을 전부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작은 병원이야 그렇지만 종합병원이나 전문종합병원의 경우, 이렇게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그 뒤에서 여러 종류의 거대하고 다양한 업무가 분주히 돌아가고 있다. 우선 입원환자에 대한 투약업무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항암제나 항생제 같은 주사조제가 이루어지며 의약정보제공, 시판되지 않는 원내제제 제조, 약품 품질관리, 일반 수액제로는 해결할 수 없는 환자들을 위한 고영양수액조제와 자문, 위험한 약들에 대한 적절한 혈중농도 유지를 통해 효과를 기대하는 약물동력학자문, 교육업무 등이 병행된다. 또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업무는 외래와 입원, 퇴원환자들에 대한 복약지도이다. 투약시는 물론이고 암, 장기이식, 신장질환, 심혈관질환, 신경과질환, 뇌졸중, 알레르기, 만성폐쇄성폐질환 , 당뇨, 간질, 항응고약물복용환자 등 여러 질환에 대해서 진료실이나 복약상담실에서 또는 집단교육을 통해 전문 복약지도를 시행하고 있는 병원이 많다. 약제행위에는 행위료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 많은 행위 중에 보험에서 수가를 확실히 인정해주고 있는 것은 그나마 조제료 뿐이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1,250병상의 성인병원에서 하루에 약 4,000매의 처방이 처리된다. 병실약국이 하루 24시간, 1년 365일 밤낮없이 열려 있고, 여기에 투입되는 인력은 약사가 17명, 비약사가 8명이며 주말에는 별도의 인력으로 운영한다. 이들에 의해 환자 한 사람에게 24시간 조제업무를 시행하고 병원이 받는 보상이 매 환자당 250원이다. 참으로 250원의 가치가 이보다 더 클 수는 없을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여러 병원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업무의 실제 원가가 2,591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으니 원가의 1/10만 보상받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병원의 예를 보면, 2001년도에 총 35억의 약제부 인건비가 들었는데 그 중 40%를 성인 조제인건비가 차지하고 있고, 이 중에서 60%가 입원조제인건비로서, 금액으로는 8억을 상회하였다. 한편 연간 병원에 들어오는 성인 입원조제료를 보면, 1,250병상이 90% 가동되는 경우 하루 한 환자당 조제료가 250원이니, 연간 전체환자 조제료가 250원×1,250병상×0.9×365일=1억원으로 계산된다. 즉 연병실약국 인건비 8억 중 조제료 명목으로 1억원만 보상되고 나머지는 완전히 손해보라는 것이 현재의 보험수가다. 조제이외의 업무에 대해서는 적자 폭이 더욱 커서 약제부 전체로 보면 경영 위기는 더욱 심각한 양상을 보인다. 실거래가 시행이전에는 이 부분이 다 약가 마진으로 보상되었으므로 문제가 없었는데, 약가 마진은 없애면서 조제료를 비롯하여 각종 약제행위료는 전혀 현실화하지 않았다. 병원경영 위기조성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입원조제료에 대해서 병원약사회와 병원협회가 줄기차게 입원조제료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50원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을 하면서 병원은 무너져가고 있고, 병원약국은 쓰러져가고, 그런데도 보험재정은 왜 바닥을 드러내고 있을까? 참으로 풀리지 않는 방정식이다.

2002-09-16 09:06
[시론] 환경공해와 건강보호

성환길 현대의 물질문명과 급격한 산업발전에 따라 대기오염 문제를 비롯한 도시 상수원으로서 사용이 불가능해질 정도로 악화된 수질오염, 해수오염 여기에 농약오염까지 겹친 환경오염 문제는 우리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대도시의 인구증가 및 자동차·기차·선반·항공기 등의 배기가스와 산업공장들로 인한 매연 등이 대기공기를 오염시키고 우리들은 오염된 공기를 직접 들여마심으로서 호흡기 질병인 기관지·천식·폐기종·폐렴 심지어 폐암까지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산업·경제 발전의 가속화에 따라 에너지원인 석유·석탄 등 기타 연료에 따른 공장 등의 매연, 자동차의 증가로 인한 배기가스 즉 일산화탄소·질소산화물·유황화물탄화수소·납·옥시던트 등등이 대기오염을 악화시키고 있다.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발생하는 탄화수소에는 발암물질로 알려진 `벤즈피렌'도 포함되어 있으며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자극을 주는 옥시던트를 발생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대기오염 사건으로는 1952년 영국의 런던에서 발생한 부유분진 및 석탄연소시 아황산가스로 인해 5일간에 무려 4천명의 목숨을 앗아간 사실도 있었다고 한다. 물은 공기와 더불어 모든 생명체의 근원이며 다른 물질로는 교체 불가능한 절대 필수적인 자원으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하루 4ℓ정도의 물을 마셔야 한다. 그 양은 각각 틀릴지라도 모든 동물이나 식물도 다소의 물을 계속 필요로 하고 있어 수질오염 공해의 심각성은 산업발전에 따른 공장 및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다량의 유기·무기 중 금속폐수, 중성세제, 수세식변소·축산업의 분뇨방출, 산업폐기물 그외 기타 수질오염 등은 우리들의 상수원인 하천이나 호수로 흘러 상수도의 수원지로 유입된다. 여기서 침전작용, 소독작용, 정제작용 등을 거치지만 이상의 오염물질이 전부 제거되지 못한 채 각 가정의 상수도를 통해 우리들이 먹게 된다. 일례로 카드뮴 도금공장이나 축전지 제조공장에서 배출하는 폐수 중 중금속, 가드뮴, 납 등이 하천수와 함께 흘러 상수원이나 이 일대의 농경지 농작물에 흡수되고 또한 이곳 하천 물고기에 흡수·축적되어 이 농작물과 물고기, 상수도 물을 먹은 주민들이 중독을 일으켜 사망에 이른 예가 일본에서 발생한 소위 `이따이 이따이 병'이다. 옛날에는 오염원이 적었기 때문에 냇물이나 강물이 흘러 내려 가면서 자정작용에 의해 수질이 깨끗해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렇지 못함으로 우리 국민 자신들은 각성하여 수질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노력 하여야만 되겠다. 그리고 문화, 문명, 물질산업 등의 발달로 인한 소음공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피해로 자동차의 엔진소리, 클랙숀 소리, 비행기소리, 기차소리, 공장의 기계 소리, 확성기 소리, 쇠붙이 연마소리, 음악소리, 새소리, 기타 각종 소리들은 때로는 우리들에게 휴식과 낭만을 주기도 하지만 인체에 해로운 불쾌감을 주는 소리들의 소음공해가 더 많은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소음공해가 인체에 주는 피해를 보면 불쾌감은 말할 것도 없고 수면방해, 작업능률저하, 회화방해, 청력장애 특히 문제시되고 있는 생리기능의 장애를 일으키고 교감신경의 긴장으로 내분비호르몬의 분비에 불균형을 일으켜 위액·타액 분비억제 및 차단, 심장질환, 혈압상승 신경질환 등 여러가지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 외 공해문제로 우리 인체에 심각한 반응을 가져오고 있으므로 생산증대에만 주력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건강문제도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기업인이나 일반 국민들은 공해에 관한 인식도를 높혀 우리들의 건강을 보호하는데 적극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2002-09-12 09:29
[시론] 아는 것을 실천하는 위인들이 더 많은 사회는 언제쯤?

이종욱 최근 정치계 상황은 사회 각계에 산적한 민생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일부계층에 국한된 문제를 이슈로 공방을 계속하고 있어서 뜻있는 국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남보다 앞서는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정치인사들이 이를 모를리 없건만 단지 아는 것을 실천할 용기와 의지가 없는 모양이다. 사회지도층 인사 중에서도 골라서 임명한 2명의 총리서리들이 국회의 인준 절차를 통과하지 못하였는데, 그 사유 또한 바람직하지 않은 과거의 일부 행적 때문에 흉을 잡혀서 그리 되었단다. 이 또한 실천의지가 부족하였던 때문일게다. 연예계에서는 방송출연에 따른 인기조작을 미끼로 금품이 오간 비리가 발각되어 관련된 방송언론인들이 구속되었다. 강남 학원가 밀집지역에 소재하는 초등학교 학생수는 2년전 8백명 규모에서 현재는 두배 이상으로 증가했다는 방송보도를 보았는데 서울근교에서 전학오는 학생이 계속 늘어서 그러하단다. 집값이나 물가가 비싼 지역에 이사오려면 남보다 많이 가진 사람이어야 가능할 것이다. 일찍이 미국에 이민 가서 이제는 중규모의 한국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분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작금의 사안들에 대하여 심히 개탄하는 소리를 들었다. 특히 초등학생들을 해외 언어·문화연수 명목으로 2주간의 단기 해외여행을 시키는 부모들의 의식구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심지어 대도시 교외의 고급주택지에 150만불이 넘는 주택을 마련해 놓고 여기에 초등학생 아이를 보내어 가정부까지 두고 학교 보내는 사람도 있는데, 장차 그 아이가 양식있는 한국사람이 되겠느냐며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었다. 최근에 국내에서 수십억, 수백억원 규모의 금융사고를 내고 도망치는 사람들도 생겼고 병원 공공노조의 장기파업 때문에 애꿎은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사회 곳곳에 기강해이가 극에 이른 느낌이다. 이렇게 보면 위로는 대통령, 대통령후보,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대학교수, 방송언론인 등 사회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 할 지도층 인사들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마저도 가치관에 큰 혼동이 초래된 모양이다. 한편 다행스럽게도 선뜻 270억원이나 되는 큰 재산을 불우인들에게 사용해 달라고 쾌척한 분이 나타나서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재산을 이런 방식으로 사회에 쾌척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에 이른다고 한다. 바로 얼마전 타계한 코미디언 이주일 씨는 가까운 친지들에게 존경받을 정도의 모범인이었으며 많은 불우학생들을 위해 장학사업도 벌이는 등 살아 생전에 상당한 덕을 쌓았다기에 고인을 가히 위인 수준으로 칭송하는 방송, 신문보도가 눈에 거슬리지 않았고 외롭지 않은 장례식 행사가 타인에게도 참으로 흐뭇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보면 우리사회는 지도층이 일반인들을 이끌어 가는 건지, 일반인들이 지도층을 이끌어가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한 사회의 양식인 그룹이 소위 법 없이도 산다는 힘없는 일반인들만으로 구성되어서야 쓰겠는가. 이제 우리나라가 의약분업을 시행한 지 어언 두해가 지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의 영향을 직접 체감하는 이해 당사자들인 보건당국, 의사, 약사, 병원, 약국, 제약기업, 유통업계 등은 아직도 각기 다른 주장을 펴며 의약분업 제도의 정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어찌보면 이들은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는 봉급자들이나 병에 걸려 당장 치료비를 부담하고 있는 환자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가진 이들일 텐데, 코앞의 더 많은 개인적 이익을 좇아서 큰 덩치들을 소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때가 되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 만이라도 보다 건전한 사회를 만드는데 있어 지성인들로서 아는 바를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되지 않겠는가?

2002-09-05 09:41
[시론] 발전적 약사제도

임완호〈풍전약품(주)대표이사〉 이웃나라 일본에도 의약품에 거품이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청렴투명사회 경제대국에 웬 의약품 관련 과잉로비와 거품이냐고 의아해 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우리의 많은 약업계 전문인들은 일본의 의료기관에서 과량 처방된 조제약의 상당량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던 것이다. 90년대에 들어서자 일본의 중의원에서는 약품경제담당을 출석시켜 의약품의 과잉로비와 거품가격에 대하여 증언토록 하였으며 담당관은 가격의 약16%가 거품임을 증언하였다. 이러한 확실한 증언이 있은 이후 일본의 후생성은 일거에 16%의 보험약가를 인하하였고 그 이후로는 일본 약업계의 의약품 거품이나 과잉로비에 관한 뒷이야기는 옛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80년대라고 하면 일본은 이미 전자·기계·자동차 산업전반의 기술이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는 시기였으나 당시에 부가가치가 높은 항공우주산업·의약품산업은 예외였던 것이다. 서구의 의약품관련 전문가들도 다른 기술은 쉽게 선진국의 수준을 따라왔으나 제약산업은 새로운 세기에나 선진국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전망하였던 것이다. 의약품산업의 척도는 신약개발이며 이는 기술의 축적, 연구개발의 결과물인 것이다. 이에는 막대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비 투자의 기본 외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91년도 통계자료에 의하면 일본의 신약개발 수는 미국의 신약개발 수치의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와 있는 것이다. 결과를 추리해보면 일본의 당국자들은 의약품이 상대적으로 투명하지 못하더라도 제약산업의 매출 이익금을 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토록 배려하였으며 선진국 수준의 개발능력에 이르렀다고 판단되자 더 이상의 행정적 배려가 없어도 된다는 판단아래 거품을 일시에 제거한 것으로 사료되는 것이다. 하계휴가가 마무리되면서 약업계의 현안은 건강보험약가 기준이 현행의 가중 평균방식에서 최저실거래가로 변경 1년간 한시 운영된다는 것이며 참조가격제도 2개월 내에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실거래가 제도의 강행방침에 제약산업측은 비상이 걸리고 도매업소의 덤핑 입찰에 문제가 되므로 종합병원 유통일원화 제도를 폐지해야한다는 주장을 당국에 건의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가시되는 예측은 분업과 아울러 유통체계를 확립하고 오리지널 제품군을 가진 우월적 입장에 있는 외자회사의 제품은 최저실거래가에 거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것이며 제네릭. 유사품 과량생산에 과다경쟁으로 이어지는 국내 제약산업의 제품가격의 인하만을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한 매출이익의 감소는 이제 막 싹이 트고 있는 국내제약산업의 신약개발 여건을 위축시키는 것으로 전문에 기술한 일본의 사례와는 다른 의미의 정책적 결정인 것이다. 새로운 제도의 시행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한 것이다. 분업이전 400여 개의 도매업소는 신규업소가 급증하여 금월 현재 1,100여 개를 상회하고 있는 것이다. 유통선진국의 도매업소는 대형화 감소추세로 일본 160개, 미국 30개, 독일 3개, 프랑스 5개 업소와 비교하면 실로 엄청난 도매업소수로 부동(不動)의 세계 1위인 것이다. 이는 유통구조개선의 전단계 조치로 90년도에 자본금 5억, 창고 90평의 시설기준이었던 제도 를 규제완화조치에 따라 창고면적 제한을 없앤 것이 근본적 원인인 것이다. 복지부에서는 도매선진화의 명목으로 KGSP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이는 의약품 보관에 필요한 기초적인 온도·습도·냉장 등의 실제로써 아무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매의 난립을 방지하고 경쟁력 있는 대형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시설, 면적의 규제가 첩경임에도 형식에 치우친 GSP제도 행정은 도매의 난립시대를 가져옴으로써 의료개방을 목전(目前)에 둔 국제화 시기 의약품 유통업이 존재 가능할 것인지에 의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신임 안정청 국장의 약품행정발전기획단의 구상은 신선한 바람인 것이다. 행정상의 규제개혁이나 제도개선에서 탈피, 21세기 약업 환경에 필요한 법령과 제도를 개선 시행한다는 것이다. 약업계 전반의 규제와 제도를 발전적으로 재검토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2002-09-02 09:11
[시론] 기다리는 餘裕

백문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상무〉 요즘 세상은 참 빠르게 돌아간다. 모든 것이 속도전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뒤쳐지고 낙오자가 되는 세상이다. 이러한 주위환경에 적응이라도 하듯 우리는 매사에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을 할 때나, 업무를 처리할 때나 대인관계에서 신속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 대단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너무 서두르다 보면 실수가 있게 되고 일을 그르치기 쉽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를 보다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매사를 처리하는 데는 그 일을 하기에 적합한 때가 있는 법이다. 공자께서는 모든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때(時中)'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하셨다. 그래서 공자를 `때의 성인'이라고도 하지 않는가? 때를 잘 알기 위해서는 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다릴 줄 아는 마음의 자세가 아닌가 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어떤 상황에 대처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기다린다'는 것은 매우 소극적인 태도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기다리는 데에는 참는 것 즉 인내가 필요하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기다린다'는 것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기다리는 방법을 전환하면 `기다린다'는 것이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쉽고 적극적인 문제해결 방법이며 우리의 삶의 내용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아이들과 관련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중학교에 다니는 딸을 둔 엄마가 딸이 숨겨둔 못나온 성적표를 우연히 발견했을 때 보통 어떻게 하는가? 아마 많은 엄마들이 화부터 내고 나무라고 또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지기부터 할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얻어지는 결과는 무엇이겠는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보다는 오히려 딸아이와의 관계만 멀어지고 보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 기다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딸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물어보고 전후사정을 다 알아본 다음에 화를 내든지 나무라든지 해도 늦지 않다. 화나는 것을 참는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참는다고 생각하지 말자. 전후사정을 다 알 때까지 기다렸다가 화를 내든지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화낼 일이 없어질 것이다. 오히려 엄마는 딸아이의 입장을 이해하고 깊은 애정을 느낄 수 있으며 딸도 스스로 마음가짐을 다시 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그러나 기다린다고 해서 마냥 기다려서는 안된다. 잘 살펴보고 듣고 물어보면서 기다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은 엄마와 딸과의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상생활의 업무관계나 대인관계에서도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성급하게 결정을 하거나 즉각적으로 반응하여 화를 내고 나면 많은 경우 일을 그르치거나 후회를 하게 된다. 상황을 잘 살려보면서 듣고, 물어보면서 기다릴 줄 아는 여유를 갖도록 일상생활에서 실천해 보자. 그러면 우리는 기다린다는 것이 일상의 문제해결에 적극적이고 쉬운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아무리 속도경쟁의 시대라 하더라도 기다릴 줄 아는 여유는 반드시 필요하다. 러시아의 문호 푸시킨이 말했던가. “오늘 결정한 일을 바로 결행하지 말라. 내일이면 보다 나은 방법이 생각날지 모른다.” 기다리는 여유, 이것이 우리 일상의 삶을 조금이나마 윤택하게 해 주지 않을까?　

2002-08-23 14:58
[시론] CEO 장관을 기대하며……

권창호 대부분의 의료보험 선진국에서는 담당장관이 비교적 장수하면서 복지행정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고 있지만 혼란스러운 우리의 의료환경을 반영하듯 문민정부에서 8번,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서 7번째로 새로운 장관이 취임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처해있는 독특한 의료환경과 장관의 역할에 대하여 다시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의약분업을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의약품으로부터 법으로 정한 것 이외의 경제적인 이득을 취할 수 없도록 유통개혁이 선행되어야 하였으나 분업 시행 이전의 의료보험제도 하에서 의·약사 모두 낮은 의료수가 및 조제수가를 투명하지 못한 보험약가를 통하여 보상받는 것이 관행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를 서둘러 시행하지 못하다 시행 1년전에야 실거래가 상한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였지만 처방 의약품의 왜곡화와 같은 부작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채 완전의약분업을 실시하였다. 중·소규모 제약회사의 합병 또는 자연도태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의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우수의약품관리기준(GMP)이 도입되었다. 그러나 제약회사들의 막대한 시설투자에도 불구하고 의약품의 안정성과 약효 동등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이 미흡하여 대체의약품을 지정하는 과정에서 쟁점이 되고 있고 구조조정을 유도하지 못한 채 GMP시설을 갖춘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의 의약품 과잉생산으로 가격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의약품거래의 투명성을 저해시켰다. 복지부는 의약분업 실시에 맞추어 약국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조제 및 투약지도와 약력관리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GPP 시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제약회사나 도매상과는 달리 많은 약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서둘러 추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부담이 되기 때문에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우리 모두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 바람직한 장관의 역할에 대하여 논의해 볼 시기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완전의약분업을 실시한지 2년이 지난 시점에서 국민을 계도하는 민중운동가로서의 역할보다는 의료보험제도가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질병 예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내제약산업과 병·의원, 약국 등의 정상적인 발전을 통하여 보험재정의 건전화를 구축할 수 있는 CEO의 역할이 보다 필요할 때라고 생각된다. 특히 제약회사와 의·약사 등의 전문가들을 이권 집단으로 규정하여 관계부처와 국회, 언론, 사회단체(NGO)들의 협조를 얻어 감시와 규제를 하는 negative 전략은 그 취지와는 달리 의료체계 왜곡화 등 현실적으로 대처하기가 더욱 힘든 부작용을 양산시켜 혼란스러운 상황만 재현시킬 수 있으므로 단기간 내에 가시적인 효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첫째 고가의 original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는 의약품생산에 국내회사 뿐만 아니라 다국적 회사도 참여시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둘째 전문가 집단인 의·약사를 직접 보험재정 절감에 동참하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치료효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경제적인 처방 및 조제로 절감된 부분에서 발생된 이득의 일부분을 보상해 주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전문가 집단이 의료시스템의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positive 전략을 과감히 도입하여 실시하여야 한다. 또 국회와 언론, NGO들로부터는 의·약사와 대등한 위치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겸허하게 받는 등 기업의 CEO로서의 역할에 충실한다면 장기적으로는 의료시스템의 정상적인 발전과 건전한 보험재정을 이루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002-08-21 10:38
[시론] 시간관념

김예자〈서울시의회 의원·약사〉 우리 사회에서는 시간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흔히 둘러대는 말이 있다. 바로 “길이 막혀서” 인데 이 한 마디로 시간을 지키지 못한데 대해 면죄부라도 받는 것으로 많은 사람들은 착각을 하고 있다. 허구헌 날 “길이 막혀서”라고 변명하는 사람만 있다면 온 세상은 벌써 뒤죽박죽이 되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사실 그런 사람이 시간을 지키려는 사람보다는 소수이지만, 우리 약사 집단의 시간관념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도 우리나라는 시간을 지키는 일에 그리 엄격한 편이 아닌 것 같고, 또 시간 관념이 없는 사람에게 관대한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늘 “차가 막혀서” 라고 습관처럼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 말하면 그저 모두가 이해하고 별탈 없이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그 한 마디의 변명이 얼마나 자신의 인격을 모독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를 우리는 잘 안다. 나는 약속을 지키는 일과 시간을 지키는 일에 있어 나 자신에게는 물론 남에게도 상당히 엄격한 편이다. 그래서 번번이 시간을 안 지키는 사람에게는 너그럽게 상대하지 못한다. 까다로운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 한이 있어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지 못하겠다. 그러다 보니 형제나 친구들, 평소 친분있게 지내는 지인 등 내 주위 사람들은 모두 비교적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몇몇 친구들은 이름을 드러내놓고 세상에 자랑하고 싶을 만큼 몇십년을 교류하며 내게 변함 없는 신뢰를 심어준 사람들이다. 지난 몇년 동안은 공인으로서의 사회생활을 모두 접고 특별한 일 없이 한가롭게 지냈다. 긴장감 없이 편히 지냈지만 평생동안 신념으로 지켜온 시간에 대한 의식은 이미 생활습관으로 체질화되었기에 반복되는 일상생활에서도 흐트러짐 없이 지낼 수 있었다. 올 3월에 예기치 않게 시의원으로 선출되면서 다시 공인으로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시의원이란 자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남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명실상부한 자리이기에 시의원이 된 이상은 공인으로서의 행동가짐을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상당했다. 그저 한 명의 약사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인간관계를 유지해야 했고 새로운 환경에 대해 심기일전해야 한다는 각오와 함께 그에 수반되는 스트레스로 무척 바쁘고 긴장된 나날을 보냈다. 그래도 지나놓고 보니 역할에 대한 내면의 긴장감과 초조함에 비해 첫번째 회기일정을 순조로이 마친 듯 하다. 의원총회, 의장 및 상임위원장 선거, 서울시장 리셉션, 서울시청 업무보고,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 의정회장 리셉션, 전문의원 상견례 등등 숨가쁜 일정이 이어졌던 11일간에 걸친 회기를 마치면서 내가 막중한 의무를 맡게 되었음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래도 회기를 끝내면서 무엇보다도 다행스러웠던 일은 의원임명과 동시에 준비해야 했던 30가지가 넘는 서류를 제출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그이후 주어진 어떠한 임무도 지체없이 해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 많은 회의를 참석하면서 한번도 “길이 막혀서”라는 쑥스러운 변명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 앞으로 주어진 4년의 임기동안 대과없이 무사히 임무를 수행하기를 바라면서 나 자신에게 당부하는 첫번째 사항은 물론 “시간을 정확히 지키자”는 것이다.

2002-08-16 16:19
[시론] “기능성식품 규제 혁명적으로 풀어야”

김하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7월 13일 신약, 기허가가 없는 신규의약품, 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 의약품, 방사성의약품, 오남용지정의약품(약사법 시행규칙 제57조 제1항 제13호 나목), 생물학적제제 등 유전자치료제, 세포치료제를 제외한 의약품에 대해 허가가 필요없는 신고대상 의약품으로 확정하고 8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고시했다. 사실상 전세계적으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이미 허가된 제품과 같은 제제의 경우 제품허가에 필요한 자료 및 절차, 검토 등이 경제적, 시간적으로 2중부담이므로 바람직한 조처라고 생각된다. 또한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준비되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현재의 의약품이나 기능성식품에 관한 법규·제도를 좀더 전환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경색되어 있고 융통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외국으로부터 건강식품을 수입하려고 할때 포장상에 Super나 Diet 또는 Slim이라는 표시가 되어있으면 그 표기부분을 제외한 새로운 포장을 마련하던가, 원포장에서 그 부분을 삭제한 후 통관·판매하여야 한다. 얼마전 잘 알고 있는 후배가 미국의 거래선으로부터 식이섬유제품을 수입하려고 통관사를 경유해 사전에 견본품을 제출하고 포장에 대해 질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답변은 포장에 Diet, Slim등의 표기가 되어 있어 그대로는 식품검역을 통과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미국을 포함한 외국의 비타민류, 식이식품 및 건강식품에는 대부분 `Dietary Supplement'라는 표기가 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건강기능식품이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또한 견본품으로 제출된 제품은 미국내에서 상표등록되고 잘 알려진 `Slim with Fiber'이다. 이 제품을 수입하려면 제품명을 등록된 원래의 상표명과 달리하여야 하고, `Dietary Supplement'라는 표기를 제거한 후에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즉 우리나라 시장만을 위한 별도의 포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다. 안팎으로 국제화를 외쳐대면서 외국업체에겐 한국만을 별도로 취급해달라는 것이 과연 논리에 맞는 일일까? 사실상 이러한 일들은 각 산업별로 비일비재하다.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는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는 보이고 있지만,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그 제품을 어떠한 사람들이 복용하면 좋은지 알 수 있도록 하는 간단한 표기는 허용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제품중에서도 많은 제품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허가되지 않고 있다. 허가가 되더라도 제품을 알릴 수 있는 표기 또는 광고상의 제한이 너무 많다. 제도권내에서는 제품의 특징 및 효과를 합법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건강기능식품이 약국을 대표로 하는 제도권에서 판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지하매장에서 음성적 과대광고를 동반하며 판매되고 있고, 건강기능식품을 가장한 유사제품들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규제를 완화하고 표기나 광고에 융통성을 주어 제도권판매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하여 더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2002-08-14 10:44
[시론] 명화(名畵)를 그리기 위해

장준식〈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안전국장〉 30년전의 일이다. 세종로 정부청사 7층으로 출근했다. ROTC 육군중위로 제대한 후였다. 약무직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보건복지부에 근무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내가 지난달 24일 의약품안전국장으로서 녹번동 식품의약품안전청사로 출근했다. 정말 긴 세월이면서 대기만성의 길을 걸어온 셈이다. 지금 이 자리에 와 돌이켜 본다. 엄청난 사회의 변화가 있었고, 공직사회도 예외지역은 아니었다. 철밥통 직장이라는 말도 옛날의 얘기로 불린 지 오래다. 시작할 때부터 약정업무의 중심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승진 때마다 보직이동으로 관련분야에서 일한 경험이 정말 소중했다. 약무행정가로서는 약대를 졸업한 약사의 자질만으로는 부족한 면이 많았음을 느꼈다. 그래서 그동안 수련과 교육의 기회를 활용했다. 무역연수교육, 경영실무, 보건행정, 과학기술정책과정에 이어 최근에는 E-commerce 최고위자과정 등 10여년간 학위과정, 특수대학원에 설치된 수련과정과 18회에 걸친 해외연수를 거쳤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발·섬유·신발·전자·정보 등 산업의 심한 부침현상을 지켜보았고, 약무행정의 종합예술성을 높이 평가하는 안목을 키우게 되었다. 제약산업, 향장산업, 의료기기산업 등은 지난해까지 15조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상대적 성장폭은 크지 않지만 제약관련산업은 줄곧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으로서 국가전략화의 기대를 접을 수가 없다. 의약분업이 도입 실시됨에 따라 제약업계는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약산업은 기본틀이 해체된 새로운 질서와 좌표를 설정해야 하는 당위성에 직면, 자생력을 키워나가기 위한 생존전략 수단을 동원하는 시련을 감내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오늘 제약산업의 좌우명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동안 신약개발이라는 광맥을 캐기 위해 산·학·연·관이 나름의 연구개발에 참여해 온지도 10년이 지났다. 그 결과 국내 최초의 신약이 1999년 말에 첫선을 보이면서 지금 4호까지 탄생시킨 저력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세계적인 신약은 아직 깊게 묻혀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신물질·신제품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확장되었다. 천연물에서 신약, Life Cycle Drug의 개발, New Bio-tech 제품 등 신제품 개발의 실현을 당겨야 한다. 그리고 제약관련산업의 미래를 펼치기 위한 업계의 노력에는 창의적 행정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들 산업은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구출하려는 과학자, 전문가들의 사회적 안녕을 위한 삶의 현장이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 EU국가는 세계적 제약기업을 배양해 온 국가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기업환경과 문화의 격차를 좁혀 국부를 창출하는 주종산업으로 이끌어 가야 하는 소명을 강하게 느낀다.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역량을 다해 약무행정의 중심지로 일해온 명품관에서 21세기 제약산업이 만개할 수 있도록 명화를 그리고 싶다. 약무행정의 요람, 의약품안전국과 관련 부서 구성원, 약업계의 동참과 관련전문가 모두의 성원과 협력을 통해 약업사에 영원히 남을 신화 같은 그런 명화를…

2002-08-09 16:51
[시론] 약대생 잠재능력 실무현장서 활용해야

손인자 여름방학이 되면 내가 근무하는 병원 약제부에서는 세 부류의 학생들을 만날 수 있다. `학생자원봉사'라는 정부시책에 따라 방학때 사회에 나오는 중·고등학교 학생들, 4학년 2학기 병원약학 실습과정을 여름방학에 몰아서 하고 있는 약학대학 학부학생들 그리고 임상약학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약학대학 대학원생들이 그들이다. 이들이 단순히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이고, 우리는 그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며 지도해주는 선배이고 사회인이라는 것이 여태까지의 개념이었다면, 이제는 이들의 무한한 잠재능력을 양성하는 한편, 이를 실무현장에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함으로써, 교육과 인력활용이라는 두 가지 방향을 다 추구해 나가야 할 때이다.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경우 약제부에서는 중간에 햄버거런치타임을 가지고, 그 또래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약제부 계·과장들도 동참해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여기에서는 어디서 무얼 하게되어도 열심히 하라는 것, 사람들과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되나 등 여러 얘기들이 오간다. 이들이 오니까 단순히 받는다가 아니라 학생들의 봉사능력이 제대로 업무에 활용되도록 해야하는 한편 성장기 청소년들에게도 봉사에 대한 바른 개념을 심어주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약대 4학년들에 대해서는 2주씩 세 그룹으로 나누어 교육한 후 마지막 날 평가회를 한다. 올해 평가회에서 유난히 많이 느꼈던 것은 학생들이 약사업무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중요하며, 전문인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감이 막중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고, 실무교육이 얼마나 중요하다는 것을 심각하게 느낀다는 점이다. 조금전에 자신이 만졌던 약이 환자손으로 건너가는 것을 보며 긴장된다는 것, 진료실에라도 따라 들어가 약사가 환자에게 직접 복약지도하는 현장을 보게 되면 `아, 이런 것도 있구나. 이게 바로 약사가 할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학생들은 약학실무 실습을 더 많이, 저학년부터 했으면 확실히 많은 것을 알고서 졸업하게 되고 약사라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 건지 더 빨리 깨달을 수 있겠다고 안타까워한다. 담당했던 계장들도 학생들이 없으니 아쉽다며 벌써 한 몫을 하기 시작했다고 칭찬한다. 아직 약사법에서는 약사의 감독 하에서라도 학생들의 실무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약대학생 때부터 현장에 넣고 실무를 익힐 기회를 주어서 학생들은 배우고 현장에서는 훌륭한 예비약사의 능력을 흡수하는 것이 서로에게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약사가 의료팀의 일원으로서 환자약물치료에 대해 의료진과 의견을 나누고 환자를 만나 복약지도하고 회진에 참여하는 것이 당연시되기 위해서는 의과대학이나 간호대학이나 약학대학 학생 모두가 재학시절부터 똑같은 학생의 신분으로서 병동에서 만나 같이 배우고 체험해나가고 팀이 된다는 것이 무언지 익히게 해야지 비로소 졸업후 좋은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임상약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들은 이미 실무 현장에 적절히 배치해 놓았기 때문에 이들의 전문능력을 현장에서 충분히 활용하고 있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약학대학이 궁극적으로는 약사라는 직능인을 키워내고 있다는 개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약대를 졸업하고 학교에 남던, 연구기관이나 제약회사에 가던, 후학을 가르치고 신약을 개발하고 약을 제조하는 이 모든 행위가 궁극적으로는 그 마지막에는 환자가 있다는 것을 늘 느끼며 각자의 길을 가야하겠지만, 학생 때만큼은 이들의 잠재능력을 충분히 키우고 적절히 활용되도록 제도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2002-08-07 09:54
[시론] 약의 어제와 오늘

성환길〈경남생약연구소장·진주중앙약국대표〉 약은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물질로서 약물의 고마움을 안느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아픔의 고통을 덜어주고 사람과 동물의 생명을 보호해 주며 죽음을 모면케 하는 동시에 질병을 예방·치료하여 준다. 이들 약물은 옛날 원시인들이 질병에 걸렸을때 경험적으로 각종 식물의 잎이나 뿌리 등을 씹어 보아서 치료목적에 이용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역사만큼 약물의 역사도 오래됐다고 할 수 있다. 약이 이제까지 발전해 온 과정은 서양에서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B.C 1950)를 통하여 엿볼 수 있고 ,동양에서는 기원전 2천7백8십년대에 본초서(本草書)가 만들어졌으며 기원전 3천년대에는 천원옥책(天元玉冊)이란 한방의서가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613년에 허준(許俊)의 동의보감(東醫寶鑑)이 출간되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등지에서 서양의약이 소개될 때까지 이용되어 왔다. 사실 의약품의 근원은 처음에 무명의 약초로부터 시작하여 차츰 경험적인 것에 의한 약물이 만들어졌으며, 그후 차츰 발전이 거듭되어 한방약·양약 합성의약품이 개발되고 생물학적 제제 및 신의약품이 출현되어 온 것이다. 옛날에 경험적으로 민간약으로 사용해오던 것이 지금까지도 전래되고 약효도 현재 과학적인 뒷받침이 되어 밝혀진 것도 있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도 허다하게 많이 있다. 그동안 민간약으로부터 시작하여 한방약, 양약, 생약 등 많은 발전을 가져왔는데 화농성 질환 치료제인 페니실린의 발견으로 인하여 2차대전시 많은 전상자를 치료해 냈으며 폐결핵의 약물을 개발함으로써 사형선고를 받은 바와 마찬가지였던 폐병을 치료하여 현재는 폐결핵에 걸려도 별로 문제시되지 않는다. 그러나 약물이 발전하면 할수록 질병 또한 이들 약물에 대해 저항력을 갖게 마련이다. 그래서 저항력에 대응하는 약물이 계속 개발되고 있으나 아직껏 현대의 새로운 질병에 미치는 약물이 만족할 만큼 개발되지는 못했다. 각종 공해가 원인이라고 볼 수 있는 암세포의 발생과 바이러스가 원인인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 등은 세계의 과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은 뚜렷한 완전치료약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의·약학이 너무도 많은 발전을 하여 의약품의 혜택에 의해 인간수명이 많이 연장된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약물발전은 생약제에 대한 개발과 더불어 첨단 과학분야에서 새로운 약물이 출현되어 암·AIDS 등 불치병, 난치병, 성인병 등의 어려운 질병치료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오리라고 믿어진다. 그렇지만 우리들이 약물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질병의 원인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 물질문명의 발달로 초래되어지는 각종 오염, 공해 등 기타 영향으로 암세포가 발생되는 것을 약물의 치료에 앞서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며 그 외 다른 질병이나 문화의 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병 등의 원인예방에 노력하여야 될 것이다.

2002-07-26 15:59
[시론] 카파라치와 의약분업 2년

권창호 의약분업이 기초여건 미비로 연기를 거듭하다 정권교체와 함께 전격적으로 시행된지 만 2년이 되었다. 당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제로-섬' 게임 성격을 띤 한약 분쟁에 휘말려 나름대로 전력투구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양측 모두에게 만족할 수 없는 결과로 인해 회원간의 결속력이 약화되고 구심점을 찾지 못하기도 했다. 더욱이 더욱 복잡한 또 하나의 `제로-섬' 게임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사안에 대하여 대한약사회가 원점으로 돌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적극적이고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밀어부치는 정부의 안에 이끌려 안이하게 대응한 점이 아쉬울 뿐이다. 복지부가 의약분업 시행 2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성과를 조사·분석한 내용을 보면 국민들의 불편에도 불구하고 연간 1억7,000만건으로 추산되었던 약국의 임의조제가 금지되었고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를 받기 전에는 발견치 못했던 질병이 새로 발견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하지만 궁색하게만 느껴진다. 오히려 의약분업 실시와 함께 동네의원의 주사제와 항생제 처방은 크게 줄었다고 하나, 고가약 처방률이 2000년 5월 36.2%에서 2001년 6월에 54.5%로 크게 늘어난 후 지난해 12월 49%까지 떨어졌으나 다시 올 3월에 50.9%로 증가하여 지난해 총 건강보험 재정 지출 4조 5000억원 중 25%가 약값으로 지출되는 등 고가약 처방이 건보 재정을 압박하는 상황을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약가산정 자체의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고가약 처방을 억제하는 등 약품비를 절감할 수 있는 관리방안을 강구한다고는 하나 현실적으로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방법으로 대처할 수 있는 제약회사와 처방권을 쥐고 있는 의사가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고서는 `사후 약방문'만 반복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든다. 정부의 시각과는 달리 약업닷컴에서 `의약분업 시행 2년에 대한 평가'를 설문 조사한 결과 32%에 달하는 네티즌이 분업정책을 보완한다면 `그럭저럭 괜찮은 제도(?)'라고 답하면서도 응답자 476명 중 `성공적' 또는 `매우 성공적'이라고 응답한 네티즌은 17.2%에 불과한 반면 `실패' 또는 `완전 실패'라고 응답한 네티즌이 50.7%로 전체 응답자의 과반수를 넘은 결과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의사회에서는 선택적 분업을 주장하고 일부 정치권조차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의약분업 시행전에 의료보험 제도하에서 의약분업의 효율적인 시행을 위한 의약품과 관련된 제도를 어느 정도라도 정착시킨 뒤 시행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선거공약이었다고 하더라도 행정책임자로서 법과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여 근본적으로 검토하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기보다 정치논리를 앞세워 `선시행 후보완'을 전제로 무리하게 시행하였던 것이다. 관련 단체 또한 공식적인 입장을 정리한 후 회원들이 수용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독려하기보다는 `아전인수'격인 해석으로 허송세월만 보내다 시행이 확정된 후에서야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전력투구하는 진퇴양란의 상황을 연출하고 말았다. 이런 구태가 지속된다면 뚜렷한 개선도 없이 현란한 보완대책만 내놓는 악순환으로 국민과 회원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행정부재의 상황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부는 의약분업을 정착시키기 위한 보완대책으로 무자격자 조제, 임의조제, 처방전없는 전문의약품 판매,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 등 약국에 편중된 신고 대상을 정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청 의약품관리과, 시·도 보건위생과 시·군·구 보건소와 경찰서에 신고하면 10만원에서 20만원의 거액을 포상하는 시민 포상제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자료에 의하면 하루에 처방전 30건 이하를 처리하는 약국이 25%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거의 대부분 약사 혼자 근무하거나 약국보조원의 도움을 받는 상황에서 단순히 판단할 수 있는 교통법규나 공중도덕 위반과는 달리 투약시 약사와 환자간에 신뢰를 바탕으로 의약품에 대한 전문적 지식의 전달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직업적 특성 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전문적인 카파라치가 등장한다면 상황에 따라서는 긍정적인 취지는 퇴색되고 부정적인 부분이 더욱 부각될 수도 있다. 특히 대약에서 약사회의 기본조직인 반회의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지만 의약분업 이후 빈사상태에 빠져 산소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는 반회는 과거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등의 획기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다면 붕괴의 가속화가 우려된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국민의 정부와 지방자치 행정을 표방하고 있는 정부도 지역정서나 업무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약국이 국민의 신뢰 속에 건전한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보다 성숙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고, 대한 약사회도 회원을 감싸기만 하다 실기한 과거를 거울삼아 적극적으로 정부와 회원에게 대안을 제시하고 임원부터 솔선수범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2002-07-24 09:57
[시론] 제약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이종욱〈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지난달 월드컵 축구 `4강' 달성의 여파로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긍적적 의식이 한층 고조된 상태이다. 특히 경제계에서는 세계 4위 경제강국으로의 도약가능성을 외치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은 정치수준도 세계 상위가 되어야 한다고 주문하며 정계의 자성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하면 된다'는 고조된 자긍심을 기반으로 우수한 리더를 갈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과거 어느때보다 강한 시점이며, 냄비같이 급속하게 달구어졌다가 급하게 식는 국민성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우리'라는 동질의식이 급속 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한강의 기적을 이룬 것도 우리의 국민적 특성에 기인함을 감안할 때, 동질의식이 고조되어 있는 이 시점에서 사회 어느 분야에서라도 인정받는 지도자가 적절한 동기부여 시책을 전개하면 국민적 열정을 기반으로 그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21세기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성과 타당성이 충분하다는 목소리가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로부터 여러차례 제기되었지만, 종합적인 산업육성 시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실 제약산업은 부존자원은 부족하나 우수한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아주 적합한 지식집약적, 비장치성, 고부가가치성 산업이다. 제약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시킨 외국의 대표적 사례를 보면 인구 약 8백만명의 스위스에는 `노바티스'와 `로슈'라는 대표적인 제약기업이 있어 의약품 수출 규모가 2000년도에 18조원으로서 국가 총 수출액의 16%를 점유할 정도로 국가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역시 인구 8백만명에 불과한 스웨덴에는 약 30여년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상위 제약기업 규모와 유사하였던 `아스트라'라는 제약기업이 세계적인 소화성궤양치료 신약을 80년대 후반에 개발하여 2000년도에는 단일의약품으로서 7조원 이상의 기록적인 매출규모를 달성하면서 발전하여 최근에는 영국의 기업까지 합병하고 `아스트라-제네카'라는 연간 매출액 20조원이 넘는 세계 10위의 다국적 제약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제약산업 분야는 효능이 우수한 세계적인 신약을 개발하는데 성공하면 그 파급효과가 지대한 특성을 가지는 것이다.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제약기업들은 미국지역에 5개, 유럽지역에 5개사가 포진하고 있으며, 기업당 연간 20조원 이상 70조원까지의 매출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반도체산업이나 철강산업 분야에서 초대형기업이 동일지역에 여러기업이 공존하지 못하는 현상과 사뭇 다른데, 이는 다양한 질병에 대한 의약품을 연구 개발하여 공급하는 제약산업의 특성상 거대기업마다 서로 다른 효능군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인 바, 이러한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2년전 인간유전체 염기서열 규명 성과 발표 이후 세계적으로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첨단 BT(생명과학기술)의 활용성도 대부분은 우수한 신약을 개발하는데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제약기업과 바이오벤처가 첨단 BT를 활용하여 신약을 연구 개발하려고 심혈을 기울여 노력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포항제철(연간 매출규모 11조원)이나 삼성전자의(연간 매출 32조원) 규모에 버금가는 제약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원대한 꿈을 구현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 제약산업에 대해서는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의약품을 제조·공급하는 공공복지적 산업의 특성만을 강조하여 제대로 된 전략산업 육성시책 수립에 관심이 소극적인 현실을 바라볼 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기에, `축구 4강 진출'을 계기로 우리나라 제약산업을 미래의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유망한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는 종합적 시책을 조속히 수립하도록 다시 한번 촉구하여 본다.

2002-07-19 16:05
[시론] 다국적 점령군

임완호〈풍전약품 회장〉 지난 7월 11일 경질된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경질사유에 대하여 世間의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7. 11개각에서 경질된 李前장관은 자신의 경질사유로 다국적 제약사의 로비설을 제기함으로써 제약업체의 로비가 청와대까지 미치지 않았는지 의혹이 일고 있어 정치권이 이의 실체를 밝혀야 한다며 문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28개의 다국적 제약협의회(KRPIA)는 로비설을 즉각 부인함으로써 실체의 규명이 쉽지 않음을 예측케 하고 있다. 李前장관이 주장하는 다국적 제약사의 로비내용은 그가 추진하던 의약품 가격인하를 위한 약가재평가 사업과 고가의약품사용 억제책으로 내놓은 참조가격제에 대한 다국적 및 국내 일부제약산업의 반발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다. 약가재평가 사업은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뿐 아니라 제약업계의 전문의약품 판촉을 위한 로비자금이 연간 1,000억원대에 이르러 일반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됨으로써 거품가격을 제거해야 한다는 정책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적 의약분업은 1911년 영국을 효시로 하여 프랑스·독일·네덜란드·미국·일본 등의 선진국들이 영국의 분업제도를 모델로 하여 실시하고 있으며 우리는 지금 의약분업 실시 만 2년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분업이전 준비의 미비로 인하여 醫와 藥의 사회적 갈등,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 유통 및 가격질서의 혼란을 겪고 있으나 다국적 제약산업은 의약분업이후의 우리 시장을 완벽하게 예측·분석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사는 의약분업을 目前에 두고 다국적 제약협의회(KRPIA)를 만들어 의약품 시장에서 공동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독자적인 대 정부 기구를 마련하였으며 다국적 유통업체인 쥴릭社를 통하여 유통을 독점시키거나 언필칭 특정도매를 선정, 협력 도매라는 이름아래 외자기업의 입장에서 최선의 물류유통조직을 쉽게 확립한 것이다. 또한 분업이전 의약품의 선택권이 소비자, 약사, 의사에 공유되던 것이 분업으로 인하여 의사와 의료기관에만 주어지게 됨으로써 이를 위한 마케팅을 대폭 강화하였으며 이는 의사와 의료기관에서 자사제품의 처방이 최대한 발행되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다국적 제약이 선정한 국내협력 도매의 현실은 어떠한가. 협력도매 업소의 선정이라는 전제조건은 선담보 확보, 회전단축의 정지작업에 기본 5%의 마진을 제공하였으나 최근에 이르러 일방적으로 1∼2%의 마진을 축소해 나가고 있어 분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에 대한 유통정책은 철저한 란체스타 판매전략 즉, 판매를 위한 조직과 기능을 유지하기 위하여 최저마진을 제공하여 도산하지 않도록만 마진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의약분업을 실시하고 있는 다국적 제약 모국의 유통마진은 10%내외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것이다. 기본 5%의 마진을 줄여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로비 및 마케팅비용으로 20%정도의 거품 약가가 존재한다면 이는 다국적 제약의 두 얼굴인 것이다. 李前장관이 추진하려고 했던 약가재평가 사업이나 참조가격제는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이는 선진외국에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고가약품 억제책으로 고가의약품 처방시 소비자에게 일정액수를 부담토록 하는 것이나 최근에 이르러 독일에서 상품명 처방을 성분명으로 처방토록 한 것 등은 이미 다국적 제약산업의 모국에서 부분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李前장관의 주장대로 다국적기업의 로비가 장관의 경질사유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다국적 제약사의 모국에서 건강재정의 건전화를 위하여 실시하는 제도의 일부를 우리정부에서 실시하고자함에 자사의 이익을 내세워 반대 로비를 하였음이 사실이라면 이 또한 다국적 제약의 이중적 모습인 것이다. 개혁과 개방·세계화·선진사회보장제도의 도입 등은 이 시대 우리가 당면한 큰 과제인 것이다.　 의료시장개방과 관련한 WHO 카타르 도하 협약에 따르면 2004년 협상 마무리, 2005년 개방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약국시장의 개방, 법인약국의 허용, 외자대형 체인본부의 등장이 目前에 있는 것이다. 의약분업이후 취약했던 국내의약품 유통시장에 이미 다국적 제약기업이 점령군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면서 개방·세계화에 대한 사전준비가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

2002-07-16 17:06
[시론] 相生의 길

백문규〈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상무〉 오늘날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실시간에 모든 정보가 공유되는 정보화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경제체제를 바탕으로 하는 전지구적 무한경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일류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이류, 삼류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가고 있다. 국가적으로도 일류를 지향해야 하고 기업도 개인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류가 되기 위해 무한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돌아보자. 우리가 사는 세상에 일류만이 살수 있고 이류, 삼류는 도태되어 살수 없다면 우리 인류의 삶이 제대로 영위될 수 있을까?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일류, 이류, 삼류가 모두 어우러져 함께 살게 되어 있으며, 또 그래야만이 살맛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일류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노력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에 못지않게 뒤쳐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그들의 생존권도 보장해 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상생(相生)의 길이요 우리들의 삶의 올바른 태도라고 생각한다. 이류, 삼류가 없이 어떻게 일류가 존재할 수 있겠는가? 상생의 삶은 더불어 사는 삶과는 의미가 약간 다르다고 생각한다. 상생의 삶은 서로가 서로를 도우면서도 각각이 독자적으로 가치있고 의미있는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하는데 반해 더불어 사는 삶은 한쪽이 다른쪽에 의존하거나 시혜를 베푸는 측면이 강한 삶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우리 헌법에서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선언하여 국민의 생존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 헌법이 상생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모자란 사람이 있기에 잘난 사람이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일찍이 노자 선생께서도 낮은 곳이 있기에 높은 곳이 있고, 악이 있기에 선이 있다고 말씀하셨듯이 이 세상은 못난 사람 잘난 사람, 악한 사람 선한 사람이 공존하면서 살게 되어 있는 것이다. 전지구적 무한경쟁 시대에도 일류, 이류, 삼류는 어떤 형태로든 공존할 수밖에 없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 능력있는 자와 능력없는 자의 격차가 어느때보다도 더 벌어져 가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이런 때일수록 더욱더 상생의 삶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자가 못가진 자를 돕고, 능력있는 자가 능력없는 자를 돕는 것뿐만 아니라 역으로 못가진 자도 능력없는 자도 사실은 가진 자와 능력있는 자를 돕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각하고 못가진 자와 능력없는 자를 돕는 것이 단순히 더불어 사는 시혜의 차원이 아니라 서로같이 살아야 하는 당위의 차원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돕는 차원, 상생의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 각층의 이해관계가 대립되어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서로 같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먼저 강구하는데 최선을 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와 세계 4강 신화를 창조함으로써 우리 역사상 유례가 없는 국민적 에너지가 결집되어 분출되는 상황에서 이제 우리는 이러한 에너지를 우리 모두의 상생의 차원으로 끌어올려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 상생의 길만이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고 보다 나은 인간적인 삶을 살아 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 한다.

2002-07-1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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