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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시론] 우리모두 公正(fair) 한가?

이희성〈식약청 감사담당관〉 요즈음 우리는 `진실한가?' `공정한가?' 그리고 `우리모두에게 유익한가?'라는 화두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그 중에서 가장 시사하는 바가 크고, 누구든지 동등하게 적용되기를 원하고,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을 때 많은 불만을 토로하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화두가 `우리모두 공정한가?'이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공정성(fairness)'을 파괴하는 것과 `정당한 절차'를 파괴하는 것도 부패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현 참여정부의 12개 국정과제 중 두 번째가 `부패 없는 사회'로 그 의미는 공정성이 확보되고 정당한 절차를 거치는 사회로 그 과정(Process)은 말할 것도 없고 결과에 대해서도 유리알처럼 투명한 사회를 만들자는 의미일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우리가 제일먼저 해야할 것과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우리모두가 공정한가?'이며, 조금이라도 불공정(unfair)한 게 있어서는 안되며, 특히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식품·의약품과 관련되어 있는 제조·수입업자·유통업자, 판매업자에게는 더욱더 공정성이 요구되어져야 하며 만에 하나 공정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이는 국민을 위하여 반드시 철폐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사회 모든 분야에서 공정성이 요구되어지지만 특히, 스포츠, 시장경제, 국가간 거래에서는 절대적으로 공정성이 요구되어지고 공정하지 못하면 dirty하고, 비신사적이며, 국가와 국가간, 기업과 기업간, 개인과 개인간, 국가 - 기업 - 개인 상호간 경쟁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상호신뢰성과 이미지 손상에 치명적일 수 있고, 단기적으로 작은 이익을 취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신용과 성실성 하락으로 인하여 엄청나게 큰 손실을 볼 것이 자명하다 하겠다. 공정·불공정 개념은 미국, 유럽 등 선진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낯설고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각 분야별로 심도있는 사고를 가지면서 그 개념정립과 실행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도 80년도에 입법화되어 96년도에 이르러서야 중앙행정기관으로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소관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공정성개념 정립의 역사가 매우 일천하다. 따라서, 우리 약업인이 맡고 있는 각 분야에서 `공정하냐?'를 꼼꼼히 챙겨 공정하지 못한 제도나, 규정, 거래질서, 주장, 의견 등이 있다면 이를 과감히 버려야 하고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우리 약업인에게는 무엇보다도 이 화두가 매우 중요하다 할 것이며 자기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하여 공정성이 확보될 때 자긍심을 느끼고 더 한층 높은 수준의 삶과 경쟁력을 갖춘 사회, 국가로 진일보할 것이다. 만약, 공정성이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하면 국가는 국가신인도가 떨어져 국제경쟁력에서 낙오될 것이며, 기업은 세계시장에서 시장경쟁력이 떨어져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며, 개인은 개인대로 진취적이지 못하고 항상 뒤떨어지는 낙오자의 길을 갈 것이 명약관화하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약업인들은 일시적이고 임시방편적인 상황논리에서 장래 공정하고 당당한 사고논리의 길로 가야만 낙오·도태되지 않고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가슴속에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2003-05-23 15:32
[시론] 분업이후 종합병원 의약품사용 행태와 의식변화

최경업〈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 우리 모두 기억하다시피, 2000년 7월 한 달간의 계도기간을 거쳐 8월부터 본격적으로 의약분업이 시작되었다. 의약분업 이후 건강보험 재정의 적자가 대폭 증가하였고, 그 원인 중 하나가 약제비의 증가이다. 상대적으로 약값이 비싼 다국적 제약사에서 생산하는 Original약의 처방이 증가하였다는 점이다. 의약분업 전과 후의 비교를 위해 1,000병상 이상인 S종합병원을 대상으로 1999년도부터 2002년 8월까지 국내 제약사와 다국적 제약사로 구분하여 원내에서 사용하는 약품수의 변화, 약품 사용량과 점유율, 약품 사용금액 상위 20대 제약사와 상위 20대 품목의 변화를 조사하였다. 사용하는 총 약품수는 1999년 1,182품목에서 2002년 1,410품목으로 119% 증가하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제약사 약품은 780품목에서 855품목으로 110% 증가에 비해 다국적 제약사 약품은 402품목에서 555품목로 138%로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약품수 점유율 측면에서는 국내 제약사는 66%에서 60.6%로 감소한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34%에서 39.4%로 증가하였다. 원내 약품 사용금액으로만 볼 때 의약분업으로 인해 외래환자 처방이 원외약국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에 1999년 597억원에서 2001년 460억원으로 감소하였다. 다국적 제약사의 약품 사용금액은 197억원에서 194억원으로 소폭 감소하였으나, 국내 제약사 400억원에서 266억원으로 훨씬 더 많이 감소하였다. 그러나 의약분업 후의 약품 사용금액은 원외로 처방된 약품이 제외된 점과 이 원외 사용률이 약 50%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해 재 산정해 볼 때 실제로는 엄청난 비율로 증가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S대학병원과 2개의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관찰되었다. 1999년과 2001년 비교 조사결과 총약품수는 3병원에서 평균적으로 116% 증가하였다. 역시, 국내 제약사 품목의 증가율보다 다국적 제약사 품목수의 증가가 훨씬 많이 나타났고, 약품수 점유율면에서도 국내 제약사는 감소, 다국적 제약사는 증가하였다. 이상의 결과, 서울에 있는 4개의 대형 종합병원에서 의약분업이후 약품사용의 변화패턴이 유사하게 나타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전국적으로도 종합병원의 Original약품 사용이 분명히 늘어났으리라 추측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신약을 개발하는데 미국이나 일본보다는 후진국이다. 신약개발의 과정을 살펴보면, 합성, 미생물, 천연물, 약리, 독성, 약동력, 임상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고, 한 개의 신약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평균 12년의 시간과 수천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러한 엄청난 사업을 중소업체인 국내 제약사들이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그래도 고무적인 사실은 최근 LG생명과학이 퀴놀론계 항균제인 팩티브에 대해 미국 FDA로부터 신약 허가를 득했다는 것이다. 우리 손으로 개발한 신약을 우리나라 의사들이 많이 써주고, 우리 제약사들이 향후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해 주기 위해 국산 복제약품이라도 많이 처방을 해주야 할 것이다. 대체조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 국내 제약사의 육성과 미래의 신약개발을 위해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미국의 통상압력 등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복제약품 사용에 대한 특혜를 부여 할 수 없다고 하는데, 미국 내에서도 복제약품을 조제해 주면 해당보험회사는 조제료를 더 준다던가 아니면 환자에게 부담을 덜어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 국민이면, 의사, 약사, 환자 모두가 의도적으로라도 국내 제약사의 제품을 많이 사용해야겠다 라는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국내 제약사는 이런 국민적인 성원에 힘입어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신약개발과 우수한 의약품의 생산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의약분업 전·후의 의약품 사용변화(S 종합병원) 구분 제약사 의약분업 전 (원내+원외) 의약분업 후 (원내) 증감율(%) 약품수 (품목) 국내 780 855 +10 다국적 402 555 +38 계 1,182 1,410 +19 약품 사용액 (원) 국내 400억 266억 +33* 다국적 197억 194억 +97* 계 597억 460억 +54* 의약분업 후의 약품사용액이 원내자료만 포함된 점을 고려해 의약분업 전의 약품사용액의 50%를 기준으로 산정한 값임.

2003-05-19 09:29
[시론] 우수약학교육 기준

김창종〈중앙대 약대 교수〉 세계보건기구(WHO)는 1997년 캐나다 벤쿠버회의에서 미래약사배출(Preparing for th pharmacist)에 대한 보고서(http://www.ipsf.org/education-front.html)를 채택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국제약학연맹 (International Pharmaceutical Federation)에서는 1998년에 네덜란드 해이그에서 우수약학교육기준(Good Pharmacy Education Practice, GPEP)을 수립하여 세계 약학교육 방향으로 설정하였다. 미래의 약사는 7가지 기능을 갖는 직업인 (seven star pharmacist : 七星藥師)으로, 즉 보건의료인, 의사결정자, 의사소통 능력자, 지도자, 관리자·경영인, 평생 학습인, 교육자가 되도록 교육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1. 보건의료인(caregiver)으로서 약대 졸업생은 약물(의약품)의 전문가로서 기본적으로 두 가지 분야에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전문적 직능을 요구받으니 이들을 필요충분하게 교육하여야 한다. 첫째, 환자나 다른 의료전문가와의 협력관계 속에서 환자들의 약물과 관련된 알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환자에게서 최적의 결과를 이끌어내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목표를 갖고, 그들의 지식과 기술을 직접적(임상적으로, 조제에 의해)으로나 간접적(분석적으로, 기술적으로, 전술적으로)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최적의 비용-효과적인 환자 관리와 건강 증진을 위해 약물과 약물 사용에 대한 교육, 정보, 추천을 개인 및 집단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2. 의사결정자(decision maker)로서 생물의학, 약제학, 약학에 관련된 사회·행위 관리학, 임상약학 및 약학실습과 같은 수업을 통해 약사의 직능과 관련된 핵심정보에 대한 지식습득과 이해를 통해 매일의 업무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를 결정하거나 업무와 관련된 연수를 수행하는 동안 분석적이고 명확하며 비판적으로 사고함으로써 과학적 질문의 원리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정보를 체계적으로 찾고 분석하고 평가하여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정보에 기반한 논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한다. 3. 의사소통능력자(communicator)로서 다양한 청중들의 다양한 목적에 맞추어 언어적 및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정보와 매체 및 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되어야 한다. 4. 지도자(leader)로서 전 공동체의 복지에서 지도적 위치를 맡을 의무를 지니고 있다. 5. 관리자·경영인(manager)로서 의약품과 약료서비스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여 환자 관리를 최적화 한다는 목표를 위해 자원(사람, 물건, 재정, 시간)과 정보를 효과적이고 창조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직접 최고관리자가 되거나 고용주나 의료팀의 관리자·지도자에 의해 관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6. 평생학습인(life-long learner)으로서 사회에서 그들의 업무와 전문적 직능을 충족하고 발전시키는 수단으로서 평생교육의 개념과 원칙을 가지고 이를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7. 교육자(teacher)로서 차세대 약사들을 위한 교육과 훈련에 도움을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교사로서 참여하는 것은 다른 이들에게 지식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에게도 새로운 지식을 획득하고 가지고 있는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욱이 동료들과의 일치감과 높은 가치와 윤리적 원칙에 부합하는 전문가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기본 교육과정은 자연과학, 약학, 의료과학의 균형적인 완전한 토대를 제공하기 위하여 생물의 체계, 약물과 약의 다른 구성요소의 화학, 병태생리학과 질병의 상태, 약과 생물 사이의 상호작용, 제형설계·개발, 약관련 생산물의 작용과 사용, 약사(藥事) 및 의약품의 판매·투약을 규정하는 법률, 각국 약사윤리규정, 안전과 위험관리, 약물역학과 약물·보건 경제학, 실제 약사업무 및 사회·행위과학, 자원(인력, 물리적, 재정, 시간)의 효과적 관리, 및 제조, 유통, 실험실에서 좋은 수련을 제어하는 지침 등을 교육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2003-04-21 09:00
[시론] KGMP-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백우현〈한국PDA 회장〉 품질확보를 위한 GMP 기준은 사회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FDA의 CGMP에서 C의 `Current'는 그 시대의 기술수준에서 좋은 의약품을 제조하는 기준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GMP 기준이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되어야 함을 뜻하는 것이며 실제로 WHO를 비롯한 선진국의 GMP도 여러 차례 개정되었다. 그러나 KGMP의 경우는 1977년에 고시된 이래 1984년 KGMP실시적격업소 평가절차를 추가한 것 외에는 내용상의 개정이 없었다. 주변국의 상황을 보면 KGMP가 도입된 1977년 보다 늦게 대만과 중국이 각각 1982년, 1988년에 GMP를 도입하였지만 계속적인 연구와 철저한 운용으로 훨씬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중국의 원료의약품이 가격은 싸지만 품질수준이 낮다는 이유로 경쟁대상이 안된다는 말은 옛말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중국이 우리보다 FDA 승인을 받은 회사가 많으며 가격은 싸면서도 품질 수준도 높아서 경쟁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다행히 식약청은 금년 연구사업으로 KGMP의 업그레이드를 위한 개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제개방화 시대에 국산의약품 해외시장 진출과 제약사고의 예방을 위해서는 국제수준과 맞먹는 기준으로 KGMP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도 최근 여러 제약회사들이 FDA로부터 GMP 부적합이 지적되어 엄청난 벌금을 낸 사례가 발생하여 CGMP의 기준강화를 위한 개정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였다. 국내 제약기업이 업그레이드된 GMP 기준에 대응하려면 당장은 어려움이 있겠으나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제약사고의 방지와 장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정부가 국내시장을 개방할 때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며 비관적인 풍조가 컸었으나 생존을 위한 노력 끝에 다른 산업계에서는 기술을 향상시켜 세계를 제패하는 기업체마저 생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 KGMP의 개정작업은 국제조화(international harmonization)를 고려한 선진국 수준일 수밖에 없으며 이것이 현재의 우리실정에는 맞지 않는다거나, 너무 앞서 간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제약기업은 GMP를 철저히 연구하는 동시에 자율감사(self audit)를 실시하여 부족한 부분을 기준에 적합하도록 자체적으로 개선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제약회사는 중앙약사감시단의 엄격한 약사감시로 인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제약현장에서 수 십년을 경험한 필자로서는 그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지만 이러한 상황이 평소에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그래야 `FDA CGMP와 KGMP의 레벨이 다르지 않는가' 라는 의문도 없어질 것이다. KGMP의 업그레이드 사업과 관련하여 차제에 원료의약품 GMP도 KGMP와 별도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도 완제의약품과 원료의약품의 GMP가 통합되어 있었으나 2001년에 미국, EU와 같이 ICH GMP(Q7A)를 정부의 원료의약품 GMP 지침으로 채택하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우리도 Q7A를 정부지침으로 채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GMP를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을 때 바로 적응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시설의 보완, validation의 실시 등과 같이 자금, 시일 또는 교육훈련을 요하는 것이 있으므로 일정한 유예기간을 두는 융통성 있는 운용이 필요할 것이며 제약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2003-04-14 09:00
[시론] DISCIPLINE(디씨플린) 교육의 부활

안승호 장작 패는 얘기로부터 시작하고자 한다 젊은 두 청년이 도끼로 정해진 시간에 장작 패는 내기를 했다. 한 청년은 같은 8시간에 많은 장작을 패려는 욕심으로 쉬지 않고 도끼질을 하여 장작을 한 편에 쌓아 두었고, 또 다른 청년은 40분간 도끼질을 하고 10분간 휴식을 취하고, 10분간은 도끼를 숫돌에 갈아 벼루는 데 사용하였다. 정해진 8시간이 지난 후에 두 청년의 장작더미를 비교해 보니까, 쉬며 준비한 청년의 장작더미가 약30% 더 높이 쌓여졌음을 알게 되었다. 두 청년은 신체적 조건은 아주 유사한 건장한 청년들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30%라는 일 량의 차이가 난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일 전에 우연히 인도친구를 만나서 자녀 교육문제 얘기를 하는 가운데, 인도의 평범한 4인가정의 월 생활비는 400불 정도면 되는데 자녀교육을 위하여 사교육비로 월 400불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질문을 했다. “당신은 월 생활비에 해당하는 비용을 자녀 한 사람의 사교육비로 쓰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 친구는 서슴지 않고 대답하기를, “Discipline”이라 대답했다. 이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자제심' 또는 `질서' 또는 `징벌'이라 할 수 있는 단어다. 공교육에서는 시간을 메우는 데에 만 신경을 쓰지, 잘못을 교정해 주고, 자기욕심을 억제하는 훈련이나, 사회성을 위한 질서의식을 가르쳐주지를 못 한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자녀교육은 당연히 절도, 절제, 인내와 순종을 가르치는 사교육기관을 찾게 마련이라고 한다. 디씨플린(Discipline)을 올바르게 가르쳐 주는 학교·사회가 그 학교와 그 사회를 올바르게 이끌고 갈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과연 이 인도친구는 장작을 패서 땔감을 쌓는 작업에서 후자 청년이 자기 자녀이기를 바람을 쉽게 알 수 있다. 이 사회에서 쓰임 받는 사람이 되게 하기 위하여 자녀교육에 막대한 투자를 서슴치 않고 있다. 인도에서도 말이다. 후자 청년의 30%의 효율 우위는 대략 이렇게 풀이가 될 수 있겠다. 10%는 열심히 도끼질 하려는 정신력의 우위, 10%는 좋은 상태의 도끼를 준비하려는 준비력의 우위, 그리고 나머지 10%는 올바르게 주어진 에너지를 축적하여 활용성을 높이려는 힘의 안배력의 우위에서 오는 것이라 사려한다. 우리는 고교 입시생들을 대하면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위의 목표를 위한 정신력과 준비력 그리고 힘의 안배력을 불러 일으키는 뚜렷한 디씨플린이 없어 당황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저미어 오기도 한다. 어쩌다 피씨방에서의 게임을 하지 못하고 거르면 떨리는 손가락을 주체 못하는 모습을 볼 때 더 더욱 안타깝다. 새벽에 나가 밤12시에 귀가하여 적은 양의 장작을 쌓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히려 아침에 일찍 나가 저녁 6시에 귀가하여 장작을 높이 쌓는 두 번째의 청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다시 말해서, 디씨플린을 통해서 자기를 다스릴 줄 아는 입시생과 입시생 부모가 되어야 우리나라의 교육이 다시 부활 할 수 있지 않을까? 내 인도친구와 같이 말이다. 사교육이건 공교육이건 디씨플린이 철저하게 점철되는 교육의 부활이 절실히 아쉽다.

2003-04-07 09:00
[시론] 로맨스와 不倫

이진희 오늘날 개국 약사들의 업무는 그 분량과 종류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이며, 점차 전문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의약분업으로 인해서 늘어난 처방전 관련 업무, 의료보험, 산재보험, 의료보호, 국가유공자 등의 구분이 다 다르고 대한 민국에서 생산되는 몇 만종이나 되는 거의 모든 약품에 대한 정보와 임상적인 지식을 파악하고 숙지하고 있어야 하며, 이를 환자와 의사에게 즉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약품의 재고 숫자만 해도 그렇다. 의약분업전 약국의 평균 재고 숫자는 작게는 300~400개에서 많게는 700~800종류를 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처방전의 숫자가 많지 않은 동네약국에서도 보통 800~900종의 처방약과 일반약품을 포함해 거의 1,300~1,500가지의 약품을 가지고 있다. 특히나 의원 밀집지역의 약국들은 재고 숫자가 3,000가지를 상회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런 약품들의 관리부터(약품의 재고파악, 성분명, 효능, 효과, 용법, 용량, 생동성 시험여부, 부작용 그리고 유효기간까지 관리해야하며 약품의 가격 위치까지고 꿰고 있어야 한다.) 처방전 입력, 보험청구 약국정리 등등… 펜티엄급 컴퓨터보다도 민첩한 머리 회전이 있어야 가능하며, 무한한 체력을 지녀야 가능한 것이다. 사람은 혼자 못산다고 했던가?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건만 약사면허증은 슈퍼맨 임명증인 듯 우리 개국 약사들은 참으로 개미처럼 일하고 성실한 근무를 보람으로 삼고 있다. 다른 모든 전문가가 보조원이 없는 집단이 거의 없지만, 유독 우리 슈퍼맨 약사님들은 나열하기도 힘든 수많은 종류의 업무를 스스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혹시 `내가 아니면 안된다' 라고 생각하던 과거의 독재자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많은 업무중에서 일정 부분, 약사 고유의 영역이 침해받지 않는 업무들을 나누어 보조 인력(약무원-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카운터와 구분하는 의미에서 약무원으로 이하 가칭함)들의 도움을 받으면 좋으련만… 현실적으로는 많은 젊은 피가(약무원) 약국에 수혈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의 법적인 지위는 약사법의 어느 조항을 둘러보아도 없다. 이 약무원들에게 적절한 법적인 지위를 주지 않는다면 우리 개국 약사들은 현행 약사법 중 많은 부분을 어기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약국의 직원들에게 법적인 지위를 준다면 카운터를 양산 할 것이라 주장하는 분들도 있지만, 이들에게 적절한 직위 표시(유색 가운 등-현행 약사법에 약사는 백색의 위생복을 착용하고 명찰을 달도록 되어 있다.)와 엄격한 법 적용을 하면 오히려 카운터를 추방하는 방법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들을 인정하면 약사의 업무와 권한을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하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가 각각 다르듯이, 약무원과 약사의 업무를 적절한 연구를 통해 구분한다면 약사 고유의 업무 침해가 없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지배받고 있는 현행 약사법은 지나친 行刑 위주로 되어 있어 과다한 법 적용을 한다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실제로 그러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약사가 조제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는 사이 환자는 드링크제 한 병을 냉장고에서 꺼내 마신 후 약무원에게 계산을 하였다면 이는 무자격자 약품 판매로 적용할 수도 있다. 약사에 대한 형사 처벌과 10일간의 업무 정지 등을 받는다면 이는 합리적인 일인가? 대부분의 양심적인 약사님들은 그분들의 약국에서 위와 같은 일들이 일어난다면 결백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법 적용을 하는 주체인 관계기관에서는, 같은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흔히 `人口에 膾炙'되던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不倫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약국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두 `我田引水'격으로만 생각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불륜일까 로맨스일까? 이제 우리는 좀더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우리 약사들을 도와 약국운영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고마운 이들에게 적절한 지위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최근 대한약사회에서도 약국의 약무원 교육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적절한 업무 영역을 지정해주고 적법한 지위를 보장하여, 우수한 인력이 약국가에 충원되어 국민건강에 이바지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정책이 약사 사회의 百年河淸처럼 되어있는 카운터를 추방할 수 있는 정책이며 윤리적인 약사 상을 보여주며 약사의 전문성을 키워 줄 수 있는 일이 아닐까?

2003-03-13 09:00
[시론] 약학대학 교육과 약사면허 시험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최경업 미국에서는 약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우리나라와 전혀 달라, 고등학교 졸업 후 통상 8년이 걸려야 약사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약대는 의대, 치대, 법대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다루는 전문대학(professional school)으로 분류, 운영되고 있어 고등학교 졸업 후 곧바로 약학대학에 입학할 수가 없다. 따라서 약대에 들어가려면 적어도 2년 과정의 pre-pharmacy program을 이수하거나 4년제 대학을 다니면서 약대입학에 필요한 과목들을 이수한 후 PCAT(pharmacy college admission test)을 통과해야 한다. 곧바로 2년의 pre-pharmacy 과정에 들어가면 최단 6년만에 약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미국 약대가 6년제라고 잘못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으나, 사실은 의대처럼 4+4년제이다. 미국의 약학교육은 임상과 실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약대를 다니면서 적어도 1,500시간의 internship을 거쳐야 비로소 Board of Pharmacy로부터 약사면허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진다. 실무수련 1500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4학년 졸업반 학생은 일년 내내 clinical clerkship을 각 임상분야별로 짧게는 2주, 길게는 8주 동안 교육을 받아야한다. 실제로는 4학년 때의 clerkship만으로는 1,500시간이 완전히 채워지지가 않기 때문에, 인턴약사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약대 3학년 때부터 방학기간이나 방과 후 시간을 이용하여 병원약국이나 개국약국에 가서 실무수련을 받는다. 이러한 교육 및 훈련과정을 겪은 후에 면허를 취득하기 때문에 신규약사라도 병원이나 약국에 취직하게 되면 곧바로 현업에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는 고등학교 졸업 후 치열한 입시경쟁을 치르기는 하지만 바로 약학대학에 입학할 수 있고 4년만에 약사가 될 수 있다. 현행 약학교육의 내용은 용약(clinical pharmacy)보다는 제약(manufacturing pharmacy)이나 창약(pharmacy for new drug development)에 비중을 훨씬 많이 두고 있으며 설사 용약 부문의 이론교육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적용 및 응용하기에는 미흡하다. 임상실무교육은 방학 동안에 1～2주 병원실습이 고작이고 약대생 전부가 배우는 것도 아니다. 병원약국 입장에서는 가르치는 인력의 수도 적고 시간을 할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신규약사의 임상실습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실무에 배치하여 바로 활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공약사 프로그램이다. 약대를 졸업하고, 약사면허를 취득한 자가 대상이 되는데, 처음 1년 과정은 ‘인턴과정’으로서 조제실무 70%, 임상약학 이론교육 30%의 비율로 교육을 받게 된다. 2년차 과정은 ‘레지던트과정’이라고 부르며 주로 임상실무와 임상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총 2년 과정을 배우고 나오면 ‘임상전문약사’라고 칭하고 인사적으로 2호봉을 인정받으나, 아쉬운 점은 의사의 전문의 제도와 달리 삼성서울병원 자체에서만 인정이 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21세기의 우리나라 약학교육도 환자 중심적(patient-oriented)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약학대학마다 다소 차이는 있으나, 약대졸업생 중 학교에 남거나 연구소에 근무하는 경우는 대략 10% 내외이고, 대부분의 경우는 개국약국이나 병원에서 근무하게 된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현재의 약대 교육내용은 기초약학(임상약학의 상대적 개념)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임상실습부재의 교육’을 함으로써 약사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약사가 의료전문인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의사나 기타 보건전문인과 대화를 원활하게 하려면,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같이 써야 의사소통이 되고 최적의 환자서비스를 제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의 약학대학은 임상약학을 현재보다 훨씬 더 비중 있게 다루어야 한다. 동시에 약사면허를 취득하는 방법도 개선되어야 한다. 현행 약사면허 취득 과정은 약학대학만 졸업하면 약사면허시험에 응시할 수 있고, 실무교육 없이 국가시험만 합격하면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시험과목도 임상과목이 배제되고 기초과목에 치우친 채 1955년 제 1회 약사국가시험을 치를 당시의 과목 그대로 40년 이상 불변이다. 이러한 체계하에서 배출된 약사는 임상현장에서 다시 재교육을 받아야 실무에 투입될 수 있다. 각 병원이나 약국의 입장에서 보면 시간 및 인력 면에서 엄청난 낭비이며 동시에, 약사가 전문인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처럼 소정의 실습교육을 마친 자만이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여 실제 현장에서 필요한 약사를 배출할 수 있는 제도로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2003-03-06 09:00
[시론] 새물결에 맞는 약업인의 자세

이희성 새로운 정부인 `참여정부'가 새로 탄생하고 정치·경제·사회 각분야에서 일대 개혁과 혁신의 새물결이 개인이건 기업이건, 원하던 원치않던 요구되어 지고 있다. 바로 이런 격변기에 모든 것을 매년 Zero base에 놓고 하얀 백지위에 큰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는 여유와 매사 새로운 시각으로 당면한 사안·사안마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문제점을 도출해 슬기롭게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특히 우리 약업인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하는 위기의 전환기이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일대 개혁과제 산물인 `의약분업'의 중앙에 서 있는 우리 약업인들에게는 더욱더 그렇다. 약업인이 맡고 있는 각 분야 즉, 약사들은 의·약간의 한 축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함이 없었는지, 지나친 주장으로 국민들로 부터 질타와 빈축을 받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다듬고 가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정책 수립과 논리개발을! 약업인들은 국내 내수시장 보다는 세계시장에 걸 맞는 효율적인 조직개편, 경영전략과 목표설정에 대한 대수술을! 그리고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신약개발 중심국가로의 진입과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을! 도매인들은 의·약인과의 원만하고 지속적인 위상정립, 도매물류 선진화 추진 및 적정마진 확보방안 강구, 합리적인 유통체계 일원화로 거래질서 확립과 투명성 제고를! 약업관련 협회, 단체들은 직종간의 갈등해소, 정보공유로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과감한 지원과 권익보호 요구를! 그리고 약업관련 공무원들은 각종 규제철폐를 통한 혁신적인 기업활동 보장과 처음부터 끝까지 긴밀한 산·학·연 협조체계 구축,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각종 제도·규정의 국제조화, 채찍보다 당근과 장기적인 비전제시를! 투명하고 당당한 행정행위와 최상의 서비스행정 구현을! 이와같이 각분야에서 약업환경이 획기적이고 건전하게 발전·정착되고 약업인 각자가 그 역할을 다할 때 모든 국민들로부터 아낌없는 찬사와 성원을 받고 신뢰받은 약업인이 될 것이나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시대의 큰물결에서 낙오·도태될 것이 마땅한 일이다. 따라서 21세기 동북아 중심국가로 새물결에서 한 직능인으로서 우리 약업인들의 역할과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어느 하나의 축(단계)이 무너지거나, 건전·투명하지 못하거나, 또한 자기 것만 고집하고 남의 것은 전혀 배려하지 않을 때 우리 약업인 모두는 다같이 무너지고 망가지는 공멸의 시대로 추락할 것임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2003-02-27 09:00
[시론] 신뢰, 납세의 전제조건

심한섭(KRPIA 상근부회장) 해마다 이맘때 쯤 이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다른 달보다 좀 더 액수가 많은 월급명세서를 받게 된다. 지난 해의 세금 공제액이 1월 말 월급에 반영되는 까닭이다. 이렇게 얼마 안 되는 액수나마 세금 공제를 받을 경우를 제외하고, 자신이 세금을 냈다는 사실을 다행히 여기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을 달가워 할 사람은 없겠지만, 한국인들의 세금 혐오증과 불신은 유별나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그런 불신과 짜증에 그럴만한 배경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가장 가까운 예로, 연말이 되면 공사에 가장 부적합한 겨울철인데도 멀쩡하던 도로가 갑자기 파헤쳐지고 보도블럭이며 아스팔트를 새로 까는 곳이 많아진다. 남은 예산을 써버리기 위해 구청에서 필요하지도 않은 공사를 벌이는 것이다. 이런 비효율의 극치를 늘 보아온 사람들이 세금과 공무원에 대한 불신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니 세금을 부과하는 측과 납부하는 측이 숨바꼭질을 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세금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는 사람을 볼 때마다, 나는 과거 공무원 시절 겪었던 에피소드를 떠올리곤 한다. 외국의 정부기관을 업무차 방문했을 때 일이다. 담당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는데, 한참이 지나도 찾아온 사람에게 으레 권하기 마련인 음료수 한잔도 내놓질 않았다. 더운 날씨에 목이 탔던 터라 뭐 마실 게 없냐고 하니 물 한 컵을 내주는데, 마침 콜라 생각이 났던 나는 혹시 콜라는 없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판기 위치를 알려주는 것이었다. 조금은 머쓱해진 내게 그가 하는 말이 국민들이 내는 세금에 나나 당신의 음료수 값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 것이란다. 둘러보니 과연 사무실 내에 물 외에는 맘대로 마실만한 차나 커피 같은 것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음료수 한잔까지도, 결국은 국민의 세금을 쓰게 된다는 상대방의 논리와 철저한 자세는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이후 한국으로 출장 온 외국의 공무원들에게서도 종종 그와 비슷한 철저함을 발견했다. 한편 한국에 주재한 외국 공관을 가보아도, 그곳 공무원들의 철저한 실리주의와 국민의 세금을 절대 헛으로 쓰지 않는 자세가 엿보여 감탄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국가 최대의 기념일이라 할 독립기념일 행사의 경우에도 그렇다. 주한미대사관 측은 축하연을 열고 한국 내 주요인사를 초청하는데, 아무나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당시 대사관에 중요한 현안과 반드시 관련이 있는 인사들로만 초청명단을 구성한다. 축하연에 나오는 음식도 소박하고 간단한 편이며, 그날의 행사를 후원한 기업들이 어디 어디이며 얼마씩 기여했음을 참석자에게 소개한다. 각 기업들에게 걷은 후원금도 100~200 달러 정도로 기꺼이 부담할만한 수준이다. 이렇게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와 예산을 자랑하는 선진국의 정부와 공무원들이 납세자의 세금을 반드시 필요한 데 쓰려고 노력하는 반면, 우리의 실정은 시스템 자체가 비효율적인 지출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 불용예산 감사는 그 대표적 예다. 연초 각 정부 부처에 할당된 예산을 연말까지 다 쓰지 못하면 해당 부처는 감사를 받게 되고, 추진 사업을 제대로 한 거냐는 질책을 받게 된다. 물론 초과해도 질책을 받긴 마찬가지다. 어차피 예산을 펑펑 써도 다 못써도 질책을 받는 형편이니 할당된 예산을 아끼려 노력할 이유가 없다. 그러니 추진 사업을 다 하고도 돈이 남으면, 불필요한 공사를 해서라도 남은 돈을 써서 목표액을 맞추는 사태가 반복되는 것이다. 아껴쓰고 남은 예산을 다음 해 예산에 보태어 쓰도록 하고, 효율적인 운용에 대해 적절한 포상이 주어진다면 이런 불필요한 지출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며, 역으로 말해 세금을 낸다는 것은 국가가 한 개인에 대해 세금을 낼 자격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반인이 납세의 의무를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보람으로 받아들이려면, 적어도 자신이 내는 세금이 공정하고 정확한 기준에 의해 징수되고, 이를 운용하는 정부 기관과 공무원들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우리는 흔히 국가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는 열사들을 애국자의 표상으로 본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여 번 소득의 일부를 국가 운영의 기본인 세금으로 내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보람있고 당당한 애국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인식하는, 그런 우리 대한민국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2003-02-20 09:00
[시론] 약국 미래의 좌표

구본호 2000년 7월 1일부터 실시된 의약분업은 약국과 약사직능에 혁명이라 할만큼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난 2년 6개월을 돌이켜보면 우리 회원들은 참으로 많은 일을 이루어내었다는 놀라움을 느끼게 된다. 내부적으로 약국 시설을 개조하고, 약국 전산화를 100%이루었으며 학술강좌를 연중 개설하여 복약지도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등의 노력을 해왔다.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완전한 의약분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국민을 설득하고 정부와 국회, 언론과 학계, 시민단체와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해왔다. 한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에는 OECD보건의료평가단에서 한국의 의약분업이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하고 FAPA총회 기간 중 학술대회를 통해 세계의 석학들이 우리나라 의약분업 실시가 국제적인 정착 성공사례로 확인시켜 주도록 힘을 썼다. 그 짧은 기간에 보여준 우리 회원들의 힘과 능력은 참으로 대단하였다. 물론 완전한 의약분업을 완성하기에는 개선되어야 할 문제점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현실이다. 성분명 처방 실현, 대체조제 활성화, 처방의약품 목록제출 강제화, 약사법 중 불평 등 조항개선 등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것들도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들은 우리 회원들이 지금까지 발휘해왔던 지혜와 힘을 모아 노력하면 무난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제 우리는 미래 사회에 적응하고 국민들에게 신뢰와 존경받을 수 있는 약국상을 정립하여 우리의 나아갈 좌표로 삼아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의약분업 실시로 약국에는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했던 환자와 의약품 사용에 대한 많은 자료들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 직업이 미래사회에 적응하고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 직업만이 가질 수 있는 정보의 보유 능력에 달려있다고 보여지기 때문에 약국에서 가지고 있는 환자와 약에 대한 정보는 많은 의미를 갖고 잇다. 그 귀중한 정보를 소중히 활용해야할 준비를 지금부터 해야 할 것이다. 약국에서 환자중심의 약력관리 서비스를 해 줌으로서 환자가 약국에 자신의 건강을 의존하게 되고 단골약국으로서의 위치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약국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되어질 것이다. 약사회는 각 약국에서 갖고 있는 그 정보들을 취합 분석하고 연구함으로서 국민의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을 앞서 제시하는 보건전문 단체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능들을 기초로 하여 약사만이 할 수 있는 복약지도의 질과 양을 더 개발하고 서비스함으로서 국민으로부터 받는 신뢰감은 한층 더 커지게 되고 보건전문 직능인으로서 약사의 위치를 한층 더 공고히 다져주게 될 것이다. 의약분업의 하드웨어(제도) 부분을 올바르게 만들어 가는 노력과 더불어 소프트웨어(기능)를 개발하는 현명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2003-02-13 09:00
[시론] 제약기업·사원교육이 필요하다

백우현 의약품 생산에서 있어 품질의 중요성은 재언 할 필요가 없다. 고품질의 의약품 생산을 통해서 국민보건향상에 기여하는 제약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우수제조시설의 설치와 동시에 작업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원이 담당한 업무와 GMP에 대해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 후에 의약품 제조작업에 투입되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어느 나라 GMP에도 사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획을 세워 교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사원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敎育)은 국가백년지대계(國家百年之大計)의 근본(根本)'이라고 하거니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제약기업에서의 철저한 교육은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KGMP에서는 제조업자가 스스로 교육하도록 하고 있고 또 제약협회가 식약청장의 의뢰에 의하여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GSP에서는 도매협회가 해마다 8시간 이상의 교육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의 GMP에서도 `qualified person'으로 하여금 작업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이것은 교육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제약협회에서는 KGMP를 중심으로 한 제약기술교육을 해 마다 20회 정도 실시하여 보통 700명의 수강자를 배출하고 있고, 영업 및 판촉사원을 위한 MR(의약품정보담당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사내에서의 교육훈련이 작업시간의 할애문제와 능력있는 교육담당자의 부재로 인하여 충분히 교육하지 못하는 실정이지만 외부교육에라도 많이 참여시켜 사원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협회의 교육에 참여하는 상황을 보면 매회 수명의 사원을 교육에 참여시키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한번도 참가자 리스트에서 이름을 찾아볼 수 없는 회사도 많다. 후자의 경우 회사 자체에서라도 충분한 교육을 하고 있으면 다행이겠으나 그렇지도 못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작업원은 작업내용이나 GMP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훈련을 받지 않는 채 의약품 제조작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것이 되며 이러한 여건에서 우수품질의 의약품이 생산되기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작업원의 교육정도를 가름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GMP에 관한 기초적인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면 알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은 기업체가 좀더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해서 교육책임자를 선임하고 연간 교육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동시에 협회, 대학 또는 기관에서 개최하는 외부교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풍토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자율적으로 교육풍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GSP의 경우와 같이 KGMP에서도 교육이수를 의무화하는 규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시한지 1년여에 불과한 MR 교육의 경우는 기업체가 자발적으로 교육에 참여시키고 있어 고무적인 일이라 아니할 수 없으며 이 열의는 마케팅의 필요에 의해서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본인은 그동안 KGMP·BGMP 평가를 하면서 제조와 품질관리에 종사하고 있는 책임자 또는 중간관리자들이 부하직원을 지도·통솔하기 위해서는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느낌을 가져왔다. 사원교육에 의한 자질향상이 제조의 오류를 줄이고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서 오히려 제조원가의 절감, 품질시험의 감소, 기업체의 위상제고 등 많은 이점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하여 특히 기업체 경영층이 사원에 대한 교육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토록 하는 정책적인 배려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03-02-06 09:00
[시론] 약사직무기술서

김창종〈중앙대 약대 교수〉 보건의료국가고시원은 사회가 요구하는 우수 보건의료인력을 배출하는 제도를 정립하고자 여러 보건인력의 직무기술서를 작성하고 시험문항을 개발중에 있다. 이 직무기술서와 문항을 개발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약사법규상 정의와 약사의 의무를 토대로 작성되어야 할 것이며, 여기에 나열된 직무는 의무이므로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감안해야하며, 수요자와 국민을 위하고, 배출약사가 많이 진출하는 직능이 무엇인지가 중요할 것이다. 약사법상 “약사(藥師)란 한약에 관한 사항을 제외한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한약제제에 관한 사항을 포함함)를 담당하는 자”이고, “약사(藥事)라 함은 의약품·의약외품 및 의료용구의 제조·제제·감정·보관·수입·판매(투여를 포함함)와 기타 약학기술에 관련된 사항”이고, “의약품이란 사람 또는 동물의 질병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질로서 기구·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따라서 “약사란, 질병의 진단·치료·경감·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의약외품 및 의료용구의 제조·제제·감정·보관·수입·판매(투여를 포함함)와 기타 약학기술에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직능인이다”로 정의되어야 할 것이다. 약사는 우수한 의약품이 생산되도록 제조업무를 관리할 의무가 있는 것이지(약사법 29조), 신약을 개발할 의무는 없고, 오직 약학계가 지향해야할 소망일 따름이다. 즉, 약학대학은 약사를 배출하는 직능 교육기관인 것이다. 또한 약대 재학생은 약사의 지시·감독을 받아 사회봉사활동을 하거나 국가 비상사태 때만 조제할 수 있도록 제한한 법규(약사법 13조)에 입각하여 무료투약이라는 봉사업무를 약사가 수행하여야 한다고 기술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약 3년 전에 완전의약분업이 이루어져 약사의 직무를 충실히 할 수 있어야하고, 약대 졸업생의 80%이상이 임상약학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약사직무기술서가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약사법상 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약사법 16조),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약사법 21조), 약사가 의약품을 조제할 때에는 용법·용량, 주의사항 등(약사법 24조)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필요한 복약지도를 하여야 한다(약사법 22조). 또 “약사는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의 동의없이 처방을 변경·수정하여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는 처방전의 내용에 의심이 나는 점이 있을 때는 처방전을 발행한 의사에게 문의하여 그 의심나는 점을 확인하는 후가 아니면 조제하여서는 아니된다” 라고 규정하였다(약사법 23조). 이는 환자의 질병과 처방약과의 상관성을 검토하고(처방감사), 기타 투약상 문제점을 검토한 후 조제하고 복약지도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뇨병이 아닌 환자에게 혈당강하제가 처방되어 사망되었거나 통풍환자에 colchicine투여로 탈수에 의해 사망한 사건에서 의사와 약사의 쌍방과실로 법원의 판례가 있었다는 것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약사는 의료법에는 의료인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의약분업이 실시되고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약사도 의료인에 해당된다. 따라서 의료분쟁조정법안(의발특위 입법안)에는 약사도 의료인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완전의약분업이 이루어진 우리나라는 최소한 일본의 약사국시문항 보다 더 환자 지향적 약사직무기술서와 약사국가고시 문항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사료된다. 약학의 기초는 의약품이라는 물질(천연물포함)과 그것이 투여되는 인체의 구조·성질·기능 등 뿐만 아니라 의약품의 약리작용과 환자의 처방전검토·복약지도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각종 질병의 병태생리와 약물치료에 관한 문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약학의 발전과정이 일본과 동일하지만, 완전의약분업이 시행되고 있으니, 36년만에 개정될 약사국가고시 문항은 과거의 12과목에서 벗어나 최소한 일본과 같은 수준으로 각종 질병의 병태생리와 약물치료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야 될 것이다.

2003-02-03 09:00
[시론] `아침무지개'

임완호-〈풍전약품(주)대표이사〉 한국의 의약품유통업은 수량에서 부동의 세계 1위다. 의약분업 이전 400여개이던 도매업소 수가 2001년부터 폭증, 현재 1,300여개로 추정되며 KGSP 지정업소는 1,200개 업소에 이른다. 이와 반대로 의약품유통 선진국의 도매업소는 경쟁력 강화,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합병과 대형화를 통해 90년대 부터 감소하는 추세다. 이웃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460여개 업소에서 160여개로 합병 대형화됐고, 미국도 이와 다르지 않다. 더욱이 독일(3개), 프랑스(5개), 덴마크(4개), 스웨덴(2개) 등은 우리의 현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의약품유통 비율도 비교된다. 의약품유통 선진국의 의약품도매 유통비율이 90%로 일원화된 반면, 한국시장은 50%미만의 유통비율로 다원화됐다. 유통시장이 난립해 있고 유통구조도 복잡하다는 것이 수치로 간단히 증명되고, 이것이 한국 의약품유통 시장의 현주소다. 정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1994년 7월 약사법시행규칙을 개정, 종합병원의 의약품유통은 도매를 통해 거래토록 했다. 그러나 97년 공정위 규제개혁위는 시장원리에 반한다며 이의 원상복귀를 지시했다. 이에 대해 당국에서 의약품유통업의 획기적 선진화를 위한 물류조합과 유통정보센터 완료시점까지 잠정 유보해달라고 요청, 유통일원화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물류조합과 유통정보센터 건립은 진척 불가능상태이거나 청산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물류조합은 1998년 정부가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의약품유통을 전담할 물류조합을 설립키로 하면서 시동을 걸었다. 이에따라 제약산업과 도매업소는 공동출자로 도매 100곳, 제약 50여곳이 참여한 한국의약품물류협동조합 법인을 설립했다. 현행 의약품 물류비 9.9%를 5%로 감소시켜 연내 2,000~3,000억원의 절감효과를 가져올 수 있고 제약유통 과정에서 의약품 부조리를 제거, 3~4천억원의 의약품 거품가격 제거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물류조합 추진 배경이었다. 제약산업의 판매회수 대금을 단축시켜 연구개발능력을 증진, 국제 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당국에서 강력히 추진하던 또 다른 유통관련 정책은 의약품의 전 거래를 전산 처리하는 종합정보센터의 구축이었다. 정보센터 구축은 바코드도입, 의약품거래 전산화, 차량, 창고, 장비 등의 구조조정을 이뤄 연간 2,000억원의 비용 절감효과를 이룰 수 있다는 연구자료가 제시됐다. 이의 구축을 위해 당국에서는 민자유치 방안으로 삼성 SDS와 정부시스템구축을 위한 계약을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척되지 못하고 계약 불이행으로 SDS는 당국에 대해 법적인 절차를 밟는 중이다. 국내 의약품유통업의 현주소를 얘기할 때 KGSP도 빠질 수 없다. 당국에서는 1994년부터 KGSP(우수의약품유통관리기준) 제도를 제정, 시행했다. 제도의 도입에 앞서 찬반논쟁이 있었으나 향후 유통일원화에 대비한 선진제도를 수용하라는 당국의 설득과 유통개선이란 기대속에 도매업계는 이를 수용했고, 현재 이를 지정받은 업소는 1,200여 개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WTO의 권고사항인 GMP제도는 전세계 제약산업의 기본적인 Practice로써 제약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린 제도이나 GSP제도는 일본 도매연맹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제도를 번역도입해 제도화 하였다. 현재 KGSP 도입과 제도화를 통한 실시는 우리나라 의약품유통업의 국제화 선진화에 아무런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도매업계는 시설기준의 폐지로 도매업소 수가 난립하며 세계 1위란 달갑지 않은 현실을 맞고 있다. 한국의 의약품 유통 선진화를 위한 당국의 `Rosy Picture' 는 깨져 가는 신화인 것이다. `아침에 무지개가 뜨면 비가 온다'는 프랑스의 격언이 있다. 한국의 의약품유통 업자들은 아침 무지개를 본 것이다. 21세기를 맞이한 지금 의약품유통업계의 획기적인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현실이다.

2003-01-16 09:00
[시론] 중국의 신약연구개발 경쟁력 / 놀랍게 발전중 !

이종욱〈유한양행 중앙연구소장〉 월초에 한중 과학기술포럼 참가차 중국을 방문하여 상해 생명과학연구원을 둘러볼 기회를 가졌다. 약 5~6년전에 같은 장소를 방문하였을 때와 비교하여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놀랍게 발전하고 있음을 느꼈다. 지난번 방문시에는 우리나라의 경우와 비교하여 현저하게 낙후된 환경에서 연구개발력에 대한 감동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으나, 이제는 우리를 추월하지 않을까 우려될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었다. 특히 뇌과학연구소, 약물연구소, 인간유전체연구센터 등의 신약연구개발과 관련 있는 기초연구 및 응용연구 기관들을 중국과학원의 상해생명과학연구원 산하조직으로 구성하여 체계적 연구를 수행하도록 연계체제를 갖춘 점이 우리나라와 사뭇 대조적이라고 생각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이러한 연구조직들이 software적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과기부의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의 일환으로서 인간유전체연구사업단, 생리활성조절물질개발사업단, 프로테오믹스사업단 및 미생물유전체사업단 등으로 나뉘어져 각각 사업단장을 공모하여 선임하고, 대학 연구실이나 정부출연 연구소 및 기업 연구소 등 여러 연구기관에서 응모한 과제들을 집합시켜 협동연구 방식으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러한 연구영역들을 담당하는 연구소가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영구조직으로 포진하고 있으므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우선 순위에 입각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연구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상해약물연구소는 포동지역에 첨단 연구동을 신축하고, 컴퓨터를 활용한 신약설계, HTS(High-throughput Screening system)의 설치 및 활용에 사업추진의 무게를 두고 있으며, 외국 연구소의 유치를 위하여 연구실 공간까지 제공하는 등 연구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강점인 전통동양약물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신규 천연물·생약 성분들을 lead 물질로 삼아 이로부터 새로운 신약후보물질을 탐색하고 있으므로 향후 창조적 신약의 창출에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더욱이 풍부한 인력자원에 아직까지는 낮은 인건비 부담 여건을 활용하여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신약연구 경쟁력은 머지않아 우리나라의 동분야 연구경쟁력을 추월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러운 것이다. 이제 서구 기업의 연구동향 뿐만 아니라 중국의 연구동향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으로 생각하며, 가능한대로 중국의 연구기관들과 협동연구를 수행할 기회를 마련함도 바람직한 시도일 것이다.

2002-12-23 09:00
[시론] 약사들의 속앓이

김예자 12월 19일은 제16대 대통령 선거날이다. 저녁 밥상 앞에서는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사람도 있겠고 공연히 짜증을 내는 가장도 있을 것이다. 향후 5년 간 국정을 운영할 대통령을 뽑는 가장 큰 덕목은 한 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올곧은 인품과 현실성 있는 정책대안을 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 국민 누구나 후보자에 대한 모든 정보와 정책대안을 냉정히 검토하여 국사의 앞날을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은 대다수 국민들의 생각일 것이다. 이러한 판단이 기본이겠지만 언론에 비추어지는 여러 가지 사안들은 정말 복잡하고 때때로 판단을 흐리게도 만든다. 보수와 개혁의 대결, 연령계층간의 무조건적인 시각 차이, 지역 간의 편중된 지지도, 철새 정치가들의 이동, SOFA개정문제, 북한의 핵문제 등이 대선 정국을 혼미 혼돈의 상태로 몰아간다. 국민들의 선택은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약사들의 생각과 선택은 어떠할까? 약사들도 개인적인 생각과 선택의 잣대는 각각 다르고 다양하겠지만 대체적으로 대통령후보들의 의약분업에 대한 정책공약이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다. 어느 후보가 의약분업의 기본원칙에 의해 약사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헤아리는 정책을 입안해줄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대통령 후보의 의약분업 공약은 국민, 약사, 의사 3자간 균형을 맞추는데 고심을 할 테고 그 중에도 국민이 우선이며 국민부담 완화와 덜 불편한 의료정책 개발을 근간으로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2년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앞에 놓고 철저하게 분석할 것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에 우리는 약국경영의 어려움, 의약분업의 기본정신훼손, 국가재정의 파탄 등에 정책대안과 통계자료를 꼼꼼하게 입안해서 우리의 현실이 공약정책으로 입안되는 핵심부분에 자리를 차지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어야 했다. 요소 요소의 약국들이 지역의 홍보매체로서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정치인들 스스로 알고 있고 약사들이 대민 접촉과정에서 선택한 후보의 여론조성을 설득력 있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며 유리한 위치에 우리 개국약사들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했다. 혹시 우리 몇몇 약사가 이런 우를 범하지 않았나 걱정스럽다. 후보가능성 여론조사에 따라 이쪽저쪽 오락가락 서툴게 이중 잣대를 대고 반대쪽에 굳이 선심을 쓰는 척 말로 기만을 하지는 않았는지. 어느 후보도 의약분업을 원점으로 돌리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을 알고 투명한 자료에 의해 연구하겠다고 수 차례 천명하는데도 자기가 선호하는 반대 입장의 후보에게 따지듯 대들면서 임의분업을 거론하는 것은 서투른 방법이 아닐까? 사회가 정치인들을 존경하지 않는 풍토라 해도 분명한 것은 정치인의 머리에 의해서 이 사회를 보는 매커니즘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정치인에 의해 약사법이 입안되고 그 법에 따라 우리의 모든 상황이 전개된다는 사실은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할 사실이다. 지금 표를 주는 우위의 입장이라고 해서 오만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 일부러 찾아가지 않고 찾아오는 많은 정치인들에게 우리의 현실성 있는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예의바르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 분명하지 않은가. 늘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본 정신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인간적인 대화를 할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동료 약사들이 보기에 나 같은 초년의 서투른 약사정치인(?)을 못 생긴 나무로 볼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 산을 지키는 진정한 나무일 수도 있다. 항상 약사라는 숙명만은 가슴에 꼭 안고 어느 때나 어디서나 나는 약사라는 노래를 즐겨 부르는 존재이기에 내 눈에 비추어진 작은 염려를 완곡하게 표현해본다.

2002-12-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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