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안 옮기고 AI 학습…동물 PK서 '사람 용량' 예측까지
K-MELLODDY, 표준화 데이터 10만건 이상 연합학습 기반 구축
K-AI, 비임상·임상 연결 본격화…임상 이행 판단·시험설계 AI 개발
입력 2026.10.22 06:00 수정 2026.10.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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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열린 대한약학회 창립 8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K-MELLODDY·K-AI·LAIDD 등 국내 AI 신약개발 사업의 추진 현황과 향후 전략이 발표됐다. (왼쪽부터) 홍성은 K-MELLODDY 사업단 연구기획 담당, 이완희 에비드넷 연구소장, 이상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 선임연구원, 이혜경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김관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 선임연구원 ©약업신문=전하연 기자

국내 AI 신약개발 사업이 개별 예측모델 개발을 넘어 기관별로 흩어진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고, 비임상 결과를 임상 단계의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제약사와 병원이 보유한 민감 데이터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은 채 공동으로 AI를 학습하는 연합학습 기반이 구축된 데 이어, 동물 약동학(PK) 데이터로 사람의 PK와 임상 용량 범위를 예측하고 후보물질의 임상 이행 가능성을 평가하는 AI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21일 열린 대한약학회 창립 8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는 'Progress and Integration of Korea’s AI-Driven Drug Development Initiatives: K-MELLODDY, K-AI, and LAIDD'를 주제로 국내 주요 AI 신약개발 사업의 추진 현황과 향후 전략이 공개됐다.

먼저 K-MELLODDY는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한곳에 모으지 않고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추진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MELLODDY 사업단이 주관하는 이 사업은 2024년 4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총 348억원 규모로 진행된다. 데이터 보유기관 20곳과 AI 모델 개발 주관기관 15곳, 플랫폼 개발 주관기관 1곳 등 주관기관 기준 36곳이 참여하며 공동 연구개발기관까지 포함하면 5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 대신 '모델'을 이동시키는 연합학습이다. 원본 데이터는 각 기관 내부에 보관한 채 AI 모델을 기관별 데이터로 학습하고, 학습 과정에서 생성된 가중치 등을 취합해 공동 모델을 만든다. 기업의 연구데이터나 병원의 임상데이터처럼 외부 공유가 어려운 정보를 직접 반출하지 않고도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기 위한 방식이다.

홍성은 K-MELLODDY 사업단 연구기획 담당은 이날 발표에서 2024년 표준 합의와 설계를 시작으로 지난해 플랫폼과 인프라 구축을 거쳐 올해 다기관 연합학습과 시범운영 단계에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현재 참여기관 데이터는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약동학 등 6개 영역, 12개 항목, 91종의 세부 측정 유형으로 표준화됐다. 참여기관들이 K-MELLODDY Data Agent(KDA)를 통해 등록한 표준 포맷 데이터는 10만건을 넘어섰다. 원본은 각 기관에 둔 채 연합학습에 활용하는 구조다.

데이터 제공기관이 사용하는 KDA와 모델 개발자가 사용하는 FDD(Federated Drug Discovery) 플랫폼은 지난해 10월부터 온라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델 개발자는 원본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고 기관별 데이터 통계 등을 확인해 프로젝트와 모델, 학습 코드를 등록하고 다기관 연합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

2024년 선정된 5개 AI 모델 개발과제에서는 공개모델 대비 경쟁력을 확인했으며, 연합학습을 통한 참여기관별 예측성능 개선 가능성도 제시됐다. 데이터가 적은 기관은 단독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모델을 확보하고,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기관도 글로벌 모델을 자체 데이터로 개인화해 성능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전체 91개 세부 태스크 가운데 현재 데이터 규모와 조건상 연합학습이 가능한 영역은 약 24개로, 향후 데이터의 양과 질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과제로 제시됐다.

실제 다기관 환경에서 플랫폼을 운영하기 위한 보안과 데이터 기여도 평가체계도 개발됐다.

이완희 에비드넷 연구소장은 "25개월의 개발기간 동안 58회 배포를 진행했고, 1175건의 요구사항 가운데 95% 이상을 완료했으며 약 2500회의 자동화 검증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플랫폼에는 역할·프로젝트 기반 접근통제와 서버-클라이언트 간 인증서 기반 상호인증, 격리된 실행환경, 코드·모델 사전검사, 통신 보안과 감사·로깅 등이 적용됐다. 다만 모델의 응답을 역추적해 학습데이터를 추론하는 모델 인버전 공격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고, 향후 동형암호 등 기술의 적용 가능성과 영향을 검토할 계획이다.

향후 사업화와 지속적인 참여를 위한 데이터 기여도 평가체계도 마련하고 있다. 데이터 규모만으로 가치를 판단하는 대신 데이터의 규모와 편향, AI 모델의 성능 개선 기여도, 데이터 커버리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다. 향후 AI 서비스에서 수익이 발생할 경우 모델 개발기관과 데이터 제공기관 간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만드는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K-MELLODDY는 2027~2028년 2단계에서 현장 피드백을 반영해 모델을 고도화하고 예측 범위도 넓힌다. 기존 ADMET 예측에서 동물·사람의 PK 파라미터 예측으로 확장하고, 궁극적으로 ADMET과 PK 예측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End-to-end 모델 개발을 추진한다. 사업화와 사업 종료 이후 지속운영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K-MELLODDY가 원본 데이터의 외부 반출 없이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공동 활용하는 기반을 구축한다면, K-AI는 비임상과 임상 사이의 단절을 줄이고 AI를 실제 신약개발 의사결정에 연결하는 데 무게를 둔다.

이상협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K-AI에는 산학연병 3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멀티모달 신약개발 파운데이션 모델과 연합학습 플랫폼을 기반으로 중개연구와 역이행 연구, 동물대체 AI 등을 연계해 비임상과 임상 사이의 양방향 연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각각의 AI 모델을 '오케스트레이터'로 연결해 임상시험 설계까지 지원하는 구조를 구상하고 있다. 후보물질이 입력되면 중개연구 AI가 비임상 데이터와 유사기전 약물의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람에서의 효능과 독성을 예측하고, 역이행 연구 AI는 환자 데이터에서 반응군과 바이오마커를 찾는다. 여기에 용량예측 결과 등을 결합해 최종적으로 임상시험 설계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현재 질환별 임상데이터 표준화 매뉴얼 6종과 비임상 오믹스 데이터 표준화 매뉴얼 초안이 마련됐으며, 연합학습과 임상시험 설계, 챗봇 등을 포함한 포털 구축과 신약개발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 고도화도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이 주관하는 중개연구 분야에서는 3만건 이상의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제약사의 비임상 데이터와 병원의 임상데이터, 다중오믹스 데이터 등을 활용해 약물 효능·독성과 약력학 모델, 추론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향후 개발 모델을 병원과 제약사의 임상시험계획 수립에 활용해 실증할 계획이다.

비임상 결과로 사람의 임상 용량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도 구체화되고 있다.

이혜경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신규 화합물 정보와 적응증·표적, 비임상 PK·PD 및 안전성 데이터를 토대로 최초 인체투여 단계의 적정 용량 범위를 예측하는 AI 모델 개발 현황을 공개했다.

연구진은 동물 PK에서 사람 PK를 예측한 뒤 사람의 약물 노출량과 효능·독성 반응으로 연결해 최소유효용량(MED)과 최대내약용량(MTD)을 도출하고, 최종적으로 적정 용량 범위를 제시하는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단일 용량값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의 신뢰도와 불확실성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동물 PK로 사람 PK를 예측하는 3개 모델을 우선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VDss 예측에서는 최대 상관계수(r) 약 0.75 수준의 결과가 나왔다.

다만 비임상 PK·PD에서 임상 결과까지 일관되게 연결되는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로 제시됐다. 이에 연구진은 동물 PK→사람 PK→노출량→효능·독성 반응→MED·MTD→사람 용량 범위로 단계를 나눠 모델을 개발하고, 향후 기관 데이터가 확보되면 연합학습 등을 통해 고도화한다는 전략이다.

후보물질의 임상 이행 가능성을 근거와 함께 평가하는 추론 에이전트도 개발되고 있다. AI 모델의 예측값과 제약사의 실험 결과, 문헌, FDA 심사자료 등을 수집해 독성·ADME·효능·CMC·규제 등 요소별로 평가하고, 분야별 에이전트의 검토와 결과 간 불일치 조정 등을 거쳐 최종 임상 이행 적합도와 평가보고서를 제시하는 구조다. 현재 GUI 프로토타입까지 구축됐다.

K-AI는 향후 참여 제약사의 항암·대사질환 파이프라인과 연계해 모델의 예측성능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고, 임상시험계획서를 설계·수정하는 과정에서 AI가 제안한 설계안과 임상 전문가의 설계안을 비교하는 실증도 추진할 예정이다. K-MELLODDY를 비롯한 국내 주요 데이터 사업과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AI 신약개발 교육 플랫폼 LAIDD는 이러한 기술을 실제 연구자가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실습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김관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서비스를 시작한 LAIDD는 현재 약 190개 강좌, 800시간 이상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누적 가입자는 약 1만4000명이다. 대학과 제약기업, 연구기관 등 전문가 147명이 강사진으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강의에서 실제 AI 모델 활용으로 교육 범위를 넓히고 있다. 80종 이상의 구글 코랩 기반 실습 프로그램과 22종의 AI 도구·데이터베이스 활용 가이드를 구축했으며, 오는 11월에는 AI 신약개발 주요 논문 243편을 주제와 연도별로 분류해 논문 요약과 오픈소스 코드를 제공하는 '페이퍼 아틀라스'와 15종의 공개 AI 모델을 별도의 복잡한 환경 구축 없이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공개할 예정이다.

교육은 실제 실험환경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AI신약연구원은 로봇암과 자동 액체취급 장치, 분석기기 등을 하나의 워크플로우로 연결한 자율실험실(Self-Driving Laboratory·SDL) 교육 인프라를 구축했다. 실험 결과를 AI가 분석해 다음 실험 조건을 결정하는 '클로즈드 루프' 방식으로, 연구자가 실험 자동화와 AI 기반 최적화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K-MELLODDY와 K-AI, LAIDD는 각각 연합학습 기반 데이터 활용, 비임상·임상 연계 AI 모델 개발, 연구자 교육·실습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향후 개발 모델의 제약사 파이프라인·임상시험 설계 실증과 사업 간 데이터 연계, 연구현장 활용 확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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