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임신 준비에 도움 될까"…여성 생식 건강의 가능성과 한계
노보 ICDM서 토크 콘서트 개최…홍혜리·정재연 원장 의견 나눠
인슐린 저항성 개선, 난자 성숙·배아 발달에 긍정적 영향 가능성
임신 계획 시 휴약·체중 유지 중요…연령·난소 기능 따른 치료 전략 강조
입력 2026.10.19 06:00 수정 2026.10.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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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서울아이나 여성의원 원장(왼쪽)과 홍혜리 헤스티아 여성의원 원장이 ICDM 2026에서 노보가 마련 한 토크 콘서트에서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약업신문 =  최윤수 기자

GLP-1 계열 치료제의 역할이 비만과 당뇨병 치료를 넘어 여성의 생식 건강 관리 영역으로까지 논의되고 있다.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난자의 성숙과 배아 발달, 임신 가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면서다.

다만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에게 GLP-1 계열 치료제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령과 난소 기능, 임신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왔다.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이 생식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치료를 위해 임신 시기를 무조건 늦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난 16일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국제당뇨병대사학술대회(ICDM 2026)에서 노보가 마련한 'Does GLP-1 fit every stage of a woman's life?' 토크 콘서트에는 홍혜리 헤스티아 여성의원 원장과 정재연 서울아이나 여성의원 원장이 참석해 GLP-1 치료와 여성 생식 건강에 관한 임상적 고려사항을 공유했다.

두 전문의는 여성의 가임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나이와 대사 건강을 꼽았다. 특히 연령 증가에 따른 난자의 염색체 이상 위험은 되돌리기 어렵지만, 인슐린 저항성을 비롯한 대사적 위험요인은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슐린 저항성과 난자의 질…대사 건강이 생식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여성의 생식 건강에서 나이는 중요한 요소다. 여성은 태아 시기에 난자를 형성하고, 이후 오랜 시간 난자가 감수분열이 정지된 상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염색체를 결합하고 분리하는 기능이 저하되면서 배아의 염색체 이수성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전문의는 난자의 질이 나이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슐린 저항성과 비만,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등 대사적 문제가 난자의 성숙과 배아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재연 원장은 난자의 질과 생식 능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난자는 성숙과 수정, 초기 배아 발달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특히 난자가 성숙하는 동안 미토콘드리아가 증가하고, 수정 이후 초기 배아 역시 난자가 제공한 미토콘드리아에 크게 의존한다.

정 원장은 이 과정에서 난포가 성장하고 성숙하는 약 3개월 동안의 대사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지면 지방 대사에 문제가 발생하고, 증가한 유리지방산 등이 난소 주변 세포와 미토콘드리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산화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에너지 생산 기능이 저하되면 난자의 성숙과 배아 발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난자 자체뿐 아니라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과립막세포와 난포액 등 난소 미세환경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난자는 주변 세포로부터 에너지 대사에 필요한 물질을 공급받기 때문에 난소의 대사 환경 전반을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혜리 원장은 PCOS 환자의 사례를 통해 대사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홍 원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비만하지 않은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도 많다"며 "이러한 환자들에게 단순히 체중을 감량하라고 권고하기는 어렵지만, 인슐린 저항성과의 연관성이 알려지면서 대사적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PCOS 환자에서는 배란장애와 난자 성숙 문제가 나타날 수 있으며, 비만하지 않더라도 인슐린 저항성이 동반될 수 있다.

두 전문의는 이러한 대사적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난자와 난소 주변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고 생식 기능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GLP-1의 임신 관련 가능성…나이·난소 기능 따른 치료 접근 중요
이러한 관점에서 GLP-1 계열 치료제도 여성 생식 건강 관리에서 주목받고 있다.

두 전문의는 기존에 산부인과에서 사용해 온 메트포르민을 언급하며, 인슐린 저항성 개선이 배란 기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 GLP-1 계열 치료제 역시 체중과 대사 상태를 개선한다는 점에서 생식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정 원장은 난임 치료를 준비하는 여성에서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이 자연임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특히 난임 시술을 준비하기 전 체중을 감량한 여성들에서 시술 자체의 성공률과 별개로 자연임신이 증가하는 양상이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GLP-1 계열 치료제를 사용한 그룹에서 난자와 배아의 질, 수정률 등에는 뚜렷한 차이가 없었지만 임신 결과에서는 차이가 나타났다는 내용도 소개됐다.

정 원장은 이러한 결과를 자궁내막의 대사 환경과 연결해 설명했다. 자궁내막에서도 인슐린 저항성과 염증 반응 등이 착상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대사 개선이 난자뿐 아니라 자궁내막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연구 결과가 GLP-1 치료제의 직접적인 임신율 개선 효과를 확립한 것은 아니다. 체중 감량과 대사 개선에 따른 영향, 약물 자체의 효과를 구분하기 위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단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의 나이와 난소 기능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이다.

정 원장은 비교적 젊고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 배란장애가 동반된 여성에게는 대사 상태를 먼저 개선하고 배란 회복과 자연임신 가능성을 평가하는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고령이거나 난소 예비능이 크게 저하된 여성에서는 체중 감량을 위해 임신이나 난임 치료를 늦추는 것이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나이에 따른 난자의 염색체 이상 위험은 되돌릴 수 없는 부분"이라며 "이미 난소 기능이 저하돼 있는 환자에게 대사 개선을 위해 시간을 더 사용하는 것은 가임력을 떨어뜨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신을 서둘러야 하는 환자가 아니라면 인슐린 저항성과 체중을 관리하고 배란 기능이 회복되는지를 확인한 뒤 자연임신을 시도하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GLP-1 계열 치료제가 임신을 원하는 모든 여성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없으며, 개별적인 임신 계획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다.

임신 전 휴약 필수…치료 중단 이후 대사 관리도 고려해야
GLP-1 계열 치료제를 활용할 때 고려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임신 전 약물 중단과 이후의 체중 관리다.

현재 임신 중 GLP-1 계열 치료제 사용에 관한 안전성 근거는 제한적이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는 여성에서는 사용하는 약물의 특성에 따라 사전에 치료를 중단해야 한다.

토크 콘서트에서는 약물의 반감기와 체내 배출 기간을 고려한 휴약의 필요성이 논의됐다. 특히 세마글루타이드의 경우 계획 임신에 앞서 약 2개월간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 언급됐다.

다만 GLP-1 계열 치료제는 성분에 따라 반감기와 중단 권고가 다를 수 있어 개별 약물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두 전문의는 휴약 자체뿐 아니라 치료 중단 이후 체중과 대사 상태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GLP-1 치료로 체중이 감소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더라도 약물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하면 대사적 이점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인슐린 저항성이 다시 악화될 경우 난소 미세환경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러한 변화가 실제 난자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과정이 모두 임상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그는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이라면 GLP-1 치료를 시작할 때부터 휴약 기간의 대사 관리까지 함께 계획을 세워야 의미 있는 치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체중 감량 과정에서의 영양 관리도 중요한 문제로 제시됐다.

홍 원장은 GLP-1 치료에 따른 식욕 감소와 함께 극단적인 식사 제한이 이뤄질 경우 여성의 생식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급격한 체중 감소나 지나친 에너지 섭취 제한은 배란 기능을 억제하고 무월경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원장은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식사나 장시간 단식에 주의해야 한다며, 체중 감량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적절한 영양 섭취와 생리 주기, 배란 기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운동 역시 치료 이후의 대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언급됐다. 두 전문의는 꾸준한 유산소 운동과 생활습관 관리가 인슐린 저항성 개선과 체중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LP-1 치료의 비용 부담과 접근성 문제도 논의됐다. 두 전문의는 체중 감량이 필요한 환자에게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며, 약물 치료 역시 비용이 중요한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향후 GLP-1 계열 치료제가 배란 기능과 자연임신, 난임 치료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임상 근거가 축적된다면 여성 생식 건강 관리에서 활용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제시됐다.

다만 현재로서는 GLP-1 치료제를 임신 성공을 위한 직접적인 치료 수단으로 보기보다, 적절한 대상에서 비만과 대사적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치료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두 전문의는 여성의 생식 건강을 위해서는 나이에 따른 생식 기능 변화와 대사 건강을 함께 고려해야 하며, GLP-1 치료를 활용하더라도 임신 시점과 휴약, 이후의 체중 유지까지 연결하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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