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글로벌 진출, "우수 물질 발굴 넘어 임상 역량 내재화가 가른다”
MRCT 통계 사전 설계부터 정교한 CRO 파트너십까지… 글로벌 임상 리스크 최소화 방안 논의
"무작위 임상(RCT) 한계 넘는다"… RWD·RWE 활용한 하이브리드 연구로 신약 허가 새 패러다임 제시
"임상 지연은 기하급수적 예산 낭비 초래"… 초기 단계 철저한 실적 모니터링 및 플랜B 마련 주문
입력 2026.10.19 06:00 수정 2026.10.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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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훈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 단장, 장대영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교수, 김현주 유한양행 임상운영팀장, 전소영 LSK Global PS 전무.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의 발굴을 넘어 다국가 임상시험(MRCT)의 치밀한 설계와 실제임상데이터(RWD) 활용, 그리고 임상시험수탁기관(CRO)과의 정교한 파트너십 등 실질적인 ‘임상 수행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1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는 이 같은 임상 현장의 과제들을 짚어보고 실무적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성공적 글로벌 임상을 위한 R&D 역량 강화 세미나’가 개최됐다. 

협회 R&D정책위원회가 주관한 이번 세미나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임상시험 추진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수많은 위험을 줄이고 보다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기획됐으며, 업계의 연구개발, 임상시험, 인허가 실무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최인영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신약 개발은 우수한 물질 발굴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수준의 임상 개발 역량과 실행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부위원장은 "특히 글로벌 임상은 환자 모집과 데이터 품질 관리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어 과학적 성과뿐만 아니라 개발 전략과 실행이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시대가 됐다"며, "개별 기업의 대응을 넘어 산업 전체가 현장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공유하고 서로 배우며 함께 성장할 때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

세미나의 첫 발표를 맡은 장성훈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KoNECT) 단장은 다국가 임상시험(MRCT)의 최신 규제 동향과 프로토콜 설계 전략을 심도 있게 조명했다. 

장 단장은 다국가 임상이 여러 국가에서 환자를 동시 모집해 전체 개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강력한 이점이 있지만, 국가별로 인종적 특성, 병인, 환자의 체격, 이전 치료 경험 등이 판이하게 달라 고도의 정밀한 접근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통계 분석 계획(SAP, Statistical Analysis Plan)의 사전 수립을 거듭 강조하며, "임상시험 전 프로토콜에 포함되지 않은 사후 분석 결과는 통계적 유의성이 도출되더라도 규제기관에서 임상적 근거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가별로 질환에 대한 표준 치료법이 다를 경우 대조군 설정에 심각한 혼선이 빚어질 수 있으므로 임상 결과에 미치는 교란 요인을 철저히 통제해야 하며, 미국 FDA 허가를 목표로 할 경우 미국 환자 데이터의 충분한 포함 여부를 규제기관과 사전에 면밀히 논의해야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장대영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교수가 RWD 및 RWE의 최신 글로벌 규제 현황과 실증적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엄격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진행되는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만으로는 현실 의료 현장의 복잡한 변수와 장기적인 환자 안전성을 모두 담아내는 데 한계가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미국 FDA와 유럽 EMA 등 주요국 규제기관은 이미 신약의 적응증 확대나 시판 후 안전성 평가, 급여 결정의 핵심 보조 근거로 RWE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국내 90여 개 의료기관의 전자의무기록(EMR)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청구 자료를 연계해 진행한 위암 및 유방암 환자 대상 RWD 공동 연구 사례를 소개하며, 초기 1360여명의 데이터 중 신뢰성 있는 최종 분석 대상은 300여 명 수준으로 압축될 만큼 데이터 가공 과정이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후향적 데이터 분석만으로는 중요한 임상적 유효성 지표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진의 정확한 기록과 전향적 데이터 수집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코호트 구축 및 eCRF 기반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다국가 임상에서 치명적인 비용 누수를 막기 위한 글로벌 CRO(임상시험수탁기관)의 선정과 세밀한 파트너십 구축 방안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김현주 유한양행 임상운영팀장은 최적의 CRO 선정을 위해 제안요청서(RFP) 단계에서부터 업무 범위, 타임라인, 예산 산정 기준을 명확하고 표준화된 양식으로 전달해야 각 업체의 제안서를 동일한 선상에서 객관적으로 비교 평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제안된 핵심 인력이 실제 과제에 투입되는지, 제시된 운영 전략이 국가별 임상 현장의 리스크를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정 이후에도 스폰서와 CRO 간 명확한 역할 분담을 꼼꼼히 설정하고, 동일한 질문이 타 국가 담당자에게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별 Q&A 로그를 체계화하는 등 일관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확립해야 돌발적인 업무 지연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소영 LSK Global PS 전무는 효율적인 다국가 임상 예산 책정과 실무적 CRO 운영 지침을 현장 사례를 바탕으로 여과 없이 공유했다. 

전 전무는 "임상시험 일정이 지연되면 예산은 당초 예상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초기 셋업 단계의 철저한 일정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임상 개시 전 약품 배송 물류 동선, 국가별 IRB 승인 일정, 개인정보 보호 규정 등을 사전에 완벽히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 전무는 "임상 개시 후 초기 3개월간의 환자 등록 실적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하며, 실적이 부진할 경우 대체 국가나 신규 기관을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플랜 B' 시나리오와 예비 예산을 사전에 확보해 두는 것이 리스크 관리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임상 진행 중 프로토콜을 대대적으로 개정하게 되면 인허가 재승인 및 관련 시스템 수정 등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추가되므로 초기 기획의 완성도를 극대화해야 하며, 데이터 매니지먼트(DM) 파트에서 조기에 데이터를 점검해 필수 평가 지표 누락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날 세미나는 글로벌 신약 개발의 궁극적인 성공이 개별 기업의 단편적인 노력이나 물질의 우수성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음을 뚜렷하게 시사했다. 고도화된 임상 설계 역량과 규제 전략, 외부 파트너 기관과의 긴밀한 협력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하며, 산업계 전체가 생생한 임상 경험과 시행착오를 투명하게 공유할 때 비로소 K-제약바이오의 글로벌 경쟁력이 도약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최인영 한국제약바이오협회 R&D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약업신문=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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