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약가인하 판례로 본 정부 재량과 제약업계 대응방안
이일형 리오 대표 변호사 "개별 사건별 품목조정 사유 존재,산정기준 올바른 적용 등 구체적 확인 중요"
"제네릭 등재 약가조정 판단.. 모든 유형 인하 적법하다거나 약가소송 결론까지 정해졌다고 보면 안돼"
" 법원, 정부 재량권 인정..근본적 체질개선 추진하며 정책 문제점 공론화하고,입법 통해 보완 대응해야"
입력 2026.10.12 06:00 수정 2026.10.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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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가인하가 논의될 때마다 제약업계에서는 법적 대응 가능성도 함께 검토하게 된다. 이미 정해진 약가를 정부가 어느 범위까지 낮출 수 있는지, 기업 매출과 연구개발 재원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인하도 허용되는지에 관한 문제가 늘 제기되기 때문이다. 해당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약가 조정에 관한 법원 선례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고등법원 2020. 8. 20. 선고 2019누44295 판결과 그 제1심인 서울행정법원 2019. 5. 16. 선고 2019구합54467 판결을 중심으로 약가인하 소송의 법리와 법원의 태도를 살펴보고자 한다. 해당 사건은 제네릭 의약품 등재에 따른 최초등재제품의 상한금액 조정이 문제된 사건으로, 법원은 조정기준의 위헌·위법 여부와 개별 처분의 적법성을 구분해 심사했다.

개별 사건 경위보다는 법원이 정부 권한을 어디까지 인정했고, 그 판단이 제약업계 대응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1. 약가의 조정비율과 기준을 법률로 정해야 하는가

첫 번째 쟁점은 약가인하의 기준을 법률이 아닌 보건복지부 고시로 정할 수 있는지다. 기업의 재산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인하의 범위와 비율을 법률이 직접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이는 기본권 제한에 법률상 근거가 필요하다는 법률유보 원칙과, 법률이 행정부에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권한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포괄위임금지 원칙의 문제다.

법원은 법률유보가 모든 내용을 반드시 법률의 형식으로 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보았다. 법률에 근거가 있고 위임의 구체성과 명확성이 확보되어 있다면, 하위 법령을 통통해서도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임의 적정성 역시 어느 한 조항만을 떼어 판단할 것이 아니라 관련 법령 전체를 유기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당시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와 제46조, 같은 법 시행령 제22조, 요양급여기준규칙으로 이어지는 위임 체계를 검토하였다. 그 결과 약제의 요양급여비용 결정과 상한금액 조정에 관한 사항이 구체적으로 위임되어 있고, 고시에서 무엇을 정할 것인지도 예측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약가의 조정비율이나 범위가 반드시 국회가 법률로 직접 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보지도 않았다.

그 배경에는 약가 조정의 전문성과 정책적 성격이 있다. 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원으로 운영되고, 약가를 정할 때에는 약제의 효율성·경제성·대체성, 예상 사용량과 재정 상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를 법률이나 시행령에 일일이 규정하기는 어렵고 상황 변화에도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하므로, 보건복지부장관에게 넓은 입법형성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영역의 특성상 위임에 요구되는 구체성·명확성의 정도도 완화될 수 있다고 보았다.

2. 이미 결정된 약가에도 넓은 형성권이 인정된다

제약회사로서는 최초 약가를 결정하는 경우와 이미 정해진 약가를 낮추는 경우를 달리 보아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존 약가를 전제로 생산과 투자 계획을 세워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미 결정된 약가의 조정에 대해서도 장관에게 광범위한 형성권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주목한 것은 건강보험 약가의 구조다. 법원은 실거래가 상환제도 아래에서 고시된 상한금액이 사실상 약제의 가격으로 작용하므로, 대체 의약품이 진입하더라도 일반적인 시장처럼 가격이 자연스럽게 내려가기 어렵다고 설명하였다. 이에 정부가 대체재 진입에 따른 가격 하락 요인을 상한금액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결정된 약제의 상한금액을 조정하는 것에 관해서도 피고(정부)에게 광범위한 형성권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법원은 판시했다.

3. 기업의 손실과 공익을 어떻게 비교하는가

정부에 넓은 형성권이 인정된다고 하여 기업의 재산권 제한이 문제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법원도 상한금액 인하로 판매수입이 줄어드는 등 제약회사의 재산권이 제한될 수 있음을 인정하였다. 다만 그러한 제한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나는지는 정책의 목적과 수단, 피해를 줄이는 장치, 제한되는 이익과 공익의 균형을 함께 살펴 판단하였다.

법원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요양급여를 지속적으로 보장한다는 목적을 정당하다고 보았다. 상한금액 조정도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으로 인정하였다. 조정비율에 대해서는 보험재정과 제네릭 진입 촉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한 정책적 결정이라는 점을 들어, 제약회사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현저히 불합리하여 입법형성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원고(제약회사)는 약가인하로 인해 신약 개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러나 법원은 상한금액이 자동으로 인하된다는 사정만으로 개발 동력이 상실된다고 볼 근거는 없다고 판시했다.

4. 재량행위라는 판단이 실무에 갖는 의미

법원은 위와 같이 약제 상한금액 조정을 원칙적으로 정부에 광범위한 재량이 인정되는 행위로 보았다. 그렇다고 개별 처분의 적법성 심사까지 생략할 수 있다고 본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

따라서 향후 제약회사로서는 개별 사건 별로 자신의 품목에 조정 사유가 존재하는지, 산정기준이 올바르게 적용되었는지, 관련 법령이 정한 절차가 준수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 사건은 제네릭 등재에 따른 약가 조정에 관한 판단이므로, 이를 근거로 모든 유형의 약가인하가 적법하다거나 향후 소송의 결론까지 정해져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또한, 모든 법리가 그렇듯 법리 변경의 가능성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5. 결국 법원 판단의 현실을 수용하고, 체질개선과 함께 공론화와 입법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다만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제약업계가 대응 방향을 정할 때 고려해야 할 냉엄한 사실이다. 법원이 약가 조정에 넓은 형성권과 재량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제약회사는 약가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병행해야 한다. 생산 효율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고, 각 기업의 역량에 맞춰 연구개발과 수익구조를 재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약가인하가 가져올 수 있는 문제를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 저수익 의약품의 공급 중단, 연구개발 재원의 위축, 중소 제약회사의 생산 기반 약화와 환자 부담의 변화는 정책적으로도 재검토돼야 할 사안이다. 제약회사나 유관 협회에서도 환자의 치료 접근성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고자는 궁극적으로 제약회사들의 구체적인 입법 전략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본다. 약가 조정 시 공급 안정과 연구개발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도록 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과 시행 후 재검토 절차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법원이 정부의 재량권을 인정하고 있는 바, 제약회사는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추진하면서 약가인하 정책의 문제점을 공론화하고, 이를 입법을 통해 보완하는 방향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기고자: 법률사무소 리오 이일형 대표 변호사(ihlee@riolaw.co.kr)

변호사/약사/변리사/미국 회계사(Maine)시험 합격

(前)주식회사 셀트리온

(前)법무법인 그루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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