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MCB 2026]에이비엘바이오 ‘그랩바디-B’, 뇌 전달 공식 바꾸나…"기존 셔틀과 다른 경로 확인"
기존 뇌 전달 기술과 다른 세포 유입 방식…30초 만에 빠른 이동 확인
세 가지 단백질 관여 가능성 확인, 골지체 경유 새로운 전달 경로 제시
뇌 깊은 곳까지 항체 분포…정맥투여 siRNA로 뇌 5개 영역 유전자 발현 감소
GSK·일라이 릴리 기술이전 이어 전달 기전 구체화로 플랫폼 경쟁력 강화
입력 2026.10.08 12:02 수정 2026.10.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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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엘바이오 안성원 박사가 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KSMCB 국제 정기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에이비엘바이오 안성원 박사.©약업신문=권혁진 기자

“그랩바디-B는 기존 뇌 약물 전달 기술과 달리 여러 경로를 통해 세포 안으로 들어가고, 골지체를 거쳐 뇌 조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차별화된 전달 방식은 항체뿐 아니라 siRNA 등 다양한 치료제를 뇌에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에이비엘바이오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Grabody-B)’의 새로운 약물 전달 기전을 공개했다. 뇌 심부 항체 전달과 정맥투여 기반 소간섭RNA(siRNA)의 유전자 발현 억제에 이어 세포 내 이동 기전까지 구체화하며 플랫폼의 기술적 차별성을 넓히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 안성원 박사는 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KSMCB 국제 정기학술대회’에서 ‘치료제의 뇌 전달: 그랩바디-B의 세포횡단수송 경로 활용 기전(Brain Delivery of Therapeutics: How Grabody B Employs Transcytosis Pathways)’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랩바디-B의 뇌 침투 특성과 세포 내 이동 과정을 기존 트랜스페린 수용체(TfR) 기반 셔틀과 비교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그랩바디-B는 인슐린유사성장인자 1 수용체(IGF1R)를 표적하는 BBB 셔틀 플랫폼이다. 뇌혈관 내피세포의 IGF1R을 활용해 항체와 치료물질이 BBB를 통과하도록 돕는다. BBB는 혈액 속 물질의 뇌 유입을 조절하는 보호 장벽으로, 중추신경계 치료제 개발에서 약물 전달을 제한하는 주요 요인이다.

안 박사는 “지금까지 뇌 약물 전달 분야는 치료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뇌에 전달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 왔다”며 “치료제가 뇌혈관 내피세포에 들어간 뒤 어떤 경로를 거쳐 이동하는지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30초 만에 세포 유입…기존 TfR 셔틀과 다른 세 가지 기전

에이비엘바이오가 사람 뇌혈관 내피세포에서 그랩바디-B 결합 이중특이항체와 TfR 기반 셔틀을 비교한 결과, 그랩바디-B는 처리 30초 만에 뚜렷한 세포 내 항체 신호를 나타냈다. TfR 기반 셔틀보다 빠른 유입 양상을 보였다.

세포 내부의 항체 신호 형태도 달랐다. 그랩바디-B는 크고 둥근 구조와 관 모양 구조 등 다양한 형태를 보였지만, TfR 기반 셔틀은 작은 점 형태의 구조가 시간에 따라 증가했다.

안 박사는 “그랩바디-B는 매우 짧은 시간에도 강한 세포 내 유입 신호가 확인됐다”며 “TfR 기반 셔틀과 비교하면 유입 속도뿐 아니라 세포 내부에서 형성되는 구조와 이동 양상도 명확하게 달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를 규명하기 위해 세포내섭취 관련 단백질을 분석했다. 기존 TfR 기반 셔틀은 주로 클라트린(Clathrin) 매개 세포내섭취를 이용한다. 반면 그랩바디-B는 클라트린과 카베올린(Caveolin) 모두에서 공위치 신호를 나타냈다. 공위치는 형광영상에서 서로 다른 물질의 신호가 같은 위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클라트린과의 공위치 비율은 카베올린보다 높았으며,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1).

엔도필린 A2(Endophilin A2)와의 강한 공위치도 확인됐다. 엔도필린 A2는 빠른 엔도필린 매개 세포내섭취(Fast Endophilin-Mediated Endocytosis, FEME)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이 경로는 특정 수용체를 빠르게 세포 내부로 들여보내며 액틴 재구성과도 관련이 있다.

그랩바디-B는 TfR 기반 셔틀과 달리 엔도필린 A2와 높은 공위치를 보였다. 이는 세 가지 세포 유입 관련 단백질이 그랩바디-B의 전달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즉, 기존 TfR 기반 셔틀이 주로 클라트린을 통해 세포 내부로 들어간다면, 그랩바디-B는 여러 단백질과 연관된 다양한 유입 경로를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는 곧 치료제를 뇌에 전달하는 경로를 다양화하고, 약물 전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초기 엔도솜에서 골지체로…새로운 세포 내 수송 경로 제시

이번 발표에서 그랩바디-B와 TfR 기반 셔틀 모두 초기 엔도솜 표지자인 Rab5와 공위치 신호를 나타냈다. 초기 엔도솜은 세포 내부로 들어온 물질을 다른 세포 소기관으로 분류하는 역할을 한다.

이후 그랩바디-B는 골지체와 엔도솜 사이의 물질 수송에 관여하는 양이온 비의존성 만노스-6-인산 수용체(CI-M6PR)와 강한 공위치를 보였다. 처리 30초부터 공위치 신호가 증가했고, 3분 후에는 더욱 뚜렷해졌다. 대조군과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했다(p<0.001).

연구진은 이를 근거로 그랩바디-B가 초기 엔도솜에서 골지체로 이동하는 역행성 수송(Retrograde trafficking) 경로를 활용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역행성 수송은 세포 내부로 유입된 물질이 골지체 방향으로 이동하는 과정이다.

추가 분석에서는 그랩바디-B가 콜레스테롤과 높은 공위치를 나타냈다. 세포 구조 유지와 물질 이동에 관여하는 액틴 필라멘트를 따라 분포하는 현상도 형광영상과 전자현미경 분석에서 관찰됐다.

연구진은 그랩바디-B가 초기 엔도솜에서 골지체로 이동한 뒤 콜레스테롤 관련 소포를 통해 세포 밖으로 배출돼 뇌 조직에 도달하는 경로를 제안했다. 액틴 역시 빠른 세포 유입과 골지체 관련 수송 과정에 관여할 가능성이 제시됐다. 

이러한 경로는 세포 내부로 들어온 항체가 리소좀에서 분해되는 대신 골지체를 거쳐 뇌 조직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해당 연구는 한국뇌연구원 김도근 박사 연구팀과 협력해 진행했다. 연구진은 관련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의 학술지 투고도 추진하고 있다.

뇌 표면 넘어 심부까지…일반 항체와 다른 분포 확인

에이비엘바이오는 알츠하이머병 동물모델인 5XFAD 마우스에서 베타세크레타아제1(BACE1) 표적 단일항체와 그랩바디-B 결합 이중특이항체의 분포를 비교했다. 투여량은 30mg/kg 또는 몰수 기준 동등 용량이며, 투여 48시간 후 뇌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단일항체의 신호는 주로 뇌실과 뇌실주위기관 등에 집중됐다. 반면 그랩바디-B 결합 이중특이항체는 대뇌피질을 비롯한 다양한 뇌 영역에서 검출됐으며, 대뇌피질 깊은 곳에서도 항체 신호가 확인됐다.

안 박사는 “일반 단일항체는 뇌 표면이나 뇌실 주변에 신호가 집중됐지만, 그랩바디-B를 결합한 이중특이항체는 대뇌피질 깊은 곳까지 분포했다”며 “두 항체의 뇌 침투 양상이 뚜렷하게 달랐다”고 설명했다.

항타우 항체 세모리네맙(Semorinemab)과의 비교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세모리네맙은 뇌 내부로 들어가는 큰 혈관 주변에 항체 신호가 집중된 반면, 그랩바디-B 결합 세모리네맙은 이러한 혈관 주변 집중 양상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정맥투여 siRNA, 뇌 5개 영역서 유전자 발현 감소

에이비엘바이오는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를 활용해 siRNA의 뇌 전달 가능성도 평가했다. siRNA는 특정 메신저RNA(mRNA)의 분해를 유도해 표적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키는 핵산 물질로, 신경퇴행성질환 등 다양한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안 박사는 “뇌에 siRNA를 전달하려면 뇌척수액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되는데,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부담이 된다”며 “그랩바디-B를 활용해 정맥주사로 뇌에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면 투여 부담을 줄이고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퓨린 대사에 관여하는 Hprt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siRNA를 IGF1R 표적 항체 셔틀에 결합했다. 연구물질 ‘Clone F-Hprt’는 전달된 siRNA의 기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는 siRNA 기준 10mg/kg을 주 1회씩 총 2회 투여하고, 마지막 투여 15일 후 뇌 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정맥투여한 접합체는 대뇌피질·해마·선조체·시상·소뇌에서 Hprt mRNA 발현을 유의하게 감소시켰다. 

정맥으로 투여한 siRNA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 조직에 도달했을 뿐 아니라, 실제 표적 유전자 발현까지 감소시켰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는 그랩바디-B가 항체를 넘어 핵산치료제의 뇌 전달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글로벌 기술이전 이어 전달 기전 구체화…플랫폼 가치 확대

그랩바디-B는 글로벌 빅파마와의 기술이전을 통해 사업적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5년 4월 GSK와 그랩바디-B 기반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일라이 릴리와 ‘그랩바디’ 플랫폼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에 이어 ‘그랩바디-B’의 차별화된 뇌 전달 기전을 세포 수준에서 구체화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TfR 기반 셔틀과 다른 세포 유입·이동 양상이 확인되면서, 향후 항체와 핵산치료제의 뇌 전달 효율 개선과 적용 범위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박사는 “그랩바디-B의 뇌 전달 기전은 기존 TfR 기반 셔틀과 차이가 있다”며 “세포생물학적 관점에서 이러한 차이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앞으로 뇌 약물 전달 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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