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계한 '인간·AI 협업 워크플로우'가 실제 제약 현장에서 작동함을 현장 검증(PoC)으로 확인했다면, 다음 과제는 검증된 AI를 지속해서 운영하고 전사로 확산하는 것이다.
소수의 담당자가 단일 과제를 빠르게 검증하던 PoC 단계를 지나 이를 타 부서로 넓히려는 순간, 기업은 전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누가 다음 과제를 발굴하고, 플랫폼과 데이터를 관리하며, 현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조직 운영의 문제다. 성공적인 PoC 이후의 화두는 'AI가 작동하는가'에서 '누가 이것을 계속 굴릴 것인가'로 전환된다.
글로벌 선도 제약사들은 거대한 중앙 AI 전문가 조직이 모든 일을 대신하는 방식 대신, 중앙에서 공통 인프라를 제공하고 실제 업무 변화는 현업 가까이에서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운영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화이자는 '연합형 모델'을 채택해 중앙 조직이 플랫폼, 데이터, 컴퓨팅, 클라우드 등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고, 각 현업 리더가 자신의 팀 업무 방식을 혁신할 책임을 지도록 구조화했다. 또한 전사 구성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AI Fluency Development Goal'과 'Pfizer AI Academy'를 운영 중이다.
사노피는 AI 확산을 인력, 기술, 지속 가능한 역량의 결합으로 정의하며, 7만 명 이상의 직원을 지원하기 위해 내부 AI 플랫폼 'AI Foundry'를 가동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Enterprise AI Unit'을 글로벌 최고 전문가 조직(Global CoE)으로 운영하며, 단순 생산성 향상이 아닌 전 가치사슬을 대상으로 한 엔드투엔드(End-to-End) 프로세스 재설계를 추진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각 기업의 획일적 정답보다는 규모와 AI 성숙도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AI 조직을 진화시키고 있다.
SK바이오팜은 13명 규모의 'AI/DT센터'를 주축으로 R&D와 사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담당하는 'AI 디스커버리팀', 의사결정과 운영 효율화를 돕는 'AI 트랜스포메이션팀', 그리고 현업과 협력해 전사 AI 확산을 주도하는 'AI 파이오니어팀'을 두어 거시적인 전사 전략인 탑다운(Top-down) 과제와 현장 실무진 주도의 밀착형 업무 개선인 바텀업(Bottom-up) 과제를 동시에 수행한다.
한미약품그룹은 2024년 영업, 마케팅, 제조, 연구의 핵심 인력으로 'AX TF'를 구성해 실증을 진행했다. 2025년에는 M365 코파일럿과 AI PC를 도입하고 파워 플랫폼 교육을 통해 '시민개발자'를 양성하여, 현업 직원이 필요한 솔루션을 직접 만들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확산시키고 있다.
GC녹십자는 내부 현업 지식과 외부 전문 역량을 결합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메가존클라우드와 협력해 AI 기반 품질문서 작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APQR와 DTA 작성 시간을 80% 이상 단축했으며, 2026년에는 허가문서를 활용하는 RA 챗봇 'RegulAItor'를 구축해 수시간이 걸리던 허가 변경 근거 검토를 30분 이내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3명), 삼진제약(5명), 셀트리온(17명) 등은 소수 정예 전담팀을 구성하여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대웅제약 DAVID, DAISY 등)을 구축하거나 실무에 직접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조직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의 'AI Lab'을 신설해 생산 공정 등 핵심 사업 전반으로 AI 적용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IT·DX 조직의 AI 중심 재편은 제약산업 밖에서도 뚜렷한 거시적 트렌드다. 삼성전자 DS부문, 포스코그룹, 한국전력 등이 기존 IT 및 혁신 조직을 AI 거점으로 통합·재편하고 있으며, SK AX나 LG CNS 같은 IT 서비스 기업 역시 단순 기술 연구를 넘어 에이전틱 AI 기반의 전사 AX 실행과 플랫폼 사업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하지만 중견 제약사가 처음부터 글로벌 빅파마 수준의 거대 전담 센터(CoE)를 구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기업의 현황에 맞춰 필수 역할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성숙도 모델이다.
초기에는 내부 전담 인력(2명 내외)과 현업 겸임 인력(6명 내외)으로 구성된 'AI TF'로 출발해 요구사항과 검수를 정의하고, 부족한 플랫폼 구축과 에이전트 개발은 외부 파트너의 지원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확산 단계에 접어들면 3~5명 규모의 상시 운영 조직인 'AI PMO'를 신설해 서비스 기획, 플랫폼·데이터 관리, 보안·권한, 성과 관리를 총괄하게 된다. 최종 고도화 단계에 이르러서야 아키텍처 설계와 데이터 거버넌스 등 고도화된 역량을 자체 CoE 조직으로 내재화할 수 있다.
특히 제약 산업에서 AI가 실제 업무에 투입되면 IT 부서 단독 운영은 불가능하며 현업, IT, 품질 및 규제, 보안 조직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촘촘한 협업 체계가 필수적이다. 현업 서비스 책임자는 업무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결과물 검증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품질·규제 조직은 제약 산업 특성에 맞춰 GMP 영향 여부나 CSV 검증 필요성, 시스템 감사 추적(Audit Trail) 요건 등을 엄격하게 점검한다. 거버넌스 조직은 데이터 접근 권한과 영업비밀 보호를 책임지고, 플랫폼 운영팀은 에이전트 플랫폼 및 RAG 벡터 DB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프롬프트 버전을 관리한다.
조직 구성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운영 리듬'의 안착이다. 월간 단위로 AI PMO가 주관하여 서비스 사용 현황, 시스템 오류, 개선 요청을 점검하는 운영회의를 가동하고, 분기별로는 경영진과 본부장이 모여 과제 우선순위와 예산을 조정하는 과제 조정회의를 열어야 한다. 나아가 반기 단위로는 AI 추진위원회가 실제 업무 효과와 규제 대응 성과, 운영 리스크를 종합 평가하는 성과 리뷰 체계가 작동해야 확산의 동력을 잃지 않는다.
기업용 AI 설계 전문기업 베이글은 초기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파트너를 적극 활용하되, 이를 단순한 IT 아웃소싱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파트너가 기업의 AI 업무를 계속 대신하는 구조라면 내부 역량은 결코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글은 이러한 역할을 기업 내부에 역량이 만들어질 때까지 방법론을 이전하는 'AI Growth Partner'로 명명했다.
베이글 관계자는 “AI Growth Partner의 최종 목표는 고객이 파트너를 계속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고객 내부에 다음 AI 과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고, 실제 업무에서 효과를 검증한 뒤 조직 전체로 확산할 수 있는 역량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전환은 한 번의 컨설팅이나 플랫폼 구축으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며 “현업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AI로 해결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빠르게 검증한 뒤 성과가 있는 것을 확산하는 사이클을 기업 스스로 반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내재화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진정한 AI 내재화의 척도는 AI 전문가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가가 단연코 아니라, 외부 도움 없이도 '문제 발견 → 워크플로우 설계 → 실증 검증 → 전사 확산'에 이르는 실행 사이클을 기업 스스로 반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처럼 확고한 실행 체계와 자생력을 갖추게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십·수백 개의 에이전트와 데이터 권한, 품질, 비용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지속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마지막 관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최종 과제에 대한 해법은 이어지는 8편 '지속 가능한 AI 운영'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설계한 '인간·AI 협업 워크플로우'가 실제 제약 현장에서 작동함을 현장 검증(PoC)으로 확인했다면, 다음 과제는 검증된 AI를 지속해서 운영하고 전사로 확산하는 것이다.
소수의 담당자가 단일 과제를 빠르게 검증하던 PoC 단계를 지나 이를 타 부서로 넓히려는 순간, 기업은 전혀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누가 다음 과제를 발굴하고, 플랫폼과 데이터를 관리하며, 현업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조직 운영의 문제다. 성공적인 PoC 이후의 화두는 'AI가 작동하는가'에서 '누가 이것을 계속 굴릴 것인가'로 전환된다.
글로벌 선도 제약사들은 거대한 중앙 AI 전문가 조직이 모든 일을 대신하는 방식 대신, 중앙에서 공통 인프라를 제공하고 실제 업무 변화는 현업 가까이에서 일어나도록 유도하는 운영 모델에 집중하고 있다.
화이자는 '연합형 모델'을 채택해 중앙 조직이 플랫폼, 데이터, 컴퓨팅, 클라우드 등 핵심 인프라를 제공하고, 각 현업 리더가 자신의 팀 업무 방식을 혁신할 책임을 지도록 구조화했다. 또한 전사 구성원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AI Fluency Development Goal'과 'Pfizer AI Academy'를 운영 중이다.
사노피는 AI 확산을 인력, 기술, 지속 가능한 역량의 결합으로 정의하며, 7만 명 이상의 직원을 지원하기 위해 내부 AI 플랫폼 'AI Foundry'를 가동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도 'Enterprise AI Unit'을 글로벌 최고 전문가 조직(Global CoE)으로 운영하며, 단순 생산성 향상이 아닌 전 가치사슬을 대상으로 한 엔드투엔드(End-to-End) 프로세스 재설계를 추진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 역시 각 기업의 획일적 정답보다는 규모와 AI 성숙도에 맞춰 다양한 형태로 AI 조직을 진화시키고 있다.
SK바이오팜은 13명 규모의 'AI/DT센터'를 주축으로 R&D와 사업 전반을 아우르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담당하는 'AI 디스커버리팀', 의사결정과 운영 효율화를 돕는 'AI 트랜스포메이션팀', 그리고 현업과 협력해 전사 AI 확산을 주도하는 'AI 파이오니어팀'을 두어 거시적인 전사 전략인 탑다운(Top-down) 과제와 현장 실무진 주도의 밀착형 업무 개선인 바텀업(Bottom-up) 과제를 동시에 수행한다.
한미약품그룹은 2024년 영업, 마케팅, 제조, 연구의 핵심 인력으로 'AX TF'를 구성해 실증을 진행했다. 2025년에는 M365 코파일럿과 AI PC를 도입하고 파워 플랫폼 교육을 통해 '시민개발자'를 양성하여, 현업 직원이 필요한 솔루션을 직접 만들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역량을 확산시키고 있다.
GC녹십자는 내부 현업 지식과 외부 전문 역량을 결합하는 모델을 채택했다. 메가존클라우드와 협력해 AI 기반 품질문서 작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여 APQR와 DTA 작성 시간을 80% 이상 단축했으며, 2026년에는 허가문서를 활용하는 RA 챗봇 'RegulAItor'를 구축해 수시간이 걸리던 허가 변경 근거 검토를 30분 이내로 줄이는 성과를 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3명), 삼진제약(5명), 셀트리온(17명) 등은 소수 정예 전담팀을 구성하여 자체 AI 신약개발 플랫폼(대웅제약 DAVID, DAISY 등)을 구축하거나 실무에 직접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조직 변화를 이끌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별도의 'AI Lab'을 신설해 생산 공정 등 핵심 사업 전반으로 AI 적용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IT·DX 조직의 AI 중심 재편은 제약산업 밖에서도 뚜렷한 거시적 트렌드다. 삼성전자 DS부문, 포스코그룹, 한국전력 등이 기존 IT 및 혁신 조직을 AI 거점으로 통합·재편하고 있으며, SK AX나 LG CNS 같은 IT 서비스 기업 역시 단순 기술 연구를 넘어 에이전틱 AI 기반의 전사 AX 실행과 플랫폼 사업을 주도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하지만 중견 제약사가 처음부터 글로벌 빅파마 수준의 거대 전담 센터(CoE)를 구축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기업의 현황에 맞춰 필수 역할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성숙도 모델이다.
초기에는 내부 전담 인력(2명 내외)과 현업 겸임 인력(6명 내외)으로 구성된 'AI TF'로 출발해 요구사항과 검수를 정의하고, 부족한 플랫폼 구축과 에이전트 개발은 외부 파트너의 지원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확산 단계에 접어들면 3~5명 규모의 상시 운영 조직인 'AI PMO'를 신설해 서비스 기획, 플랫폼·데이터 관리, 보안·권한, 성과 관리를 총괄하게 된다. 최종 고도화 단계에 이르러서야 아키텍처 설계와 데이터 거버넌스 등 고도화된 역량을 자체 CoE 조직으로 내재화할 수 있다.
특히 제약 산업에서 AI가 실제 업무에 투입되면 IT 부서 단독 운영은 불가능하며 현업, IT, 품질 및 규제, 보안 조직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촘촘한 협업 체계가 필수적이다. 현업 서비스 책임자는 업무 요구사항을 정의하고 결과물 검증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 품질·규제 조직은 제약 산업 특성에 맞춰 GMP 영향 여부나 CSV 검증 필요성, 시스템 감사 추적(Audit Trail) 요건 등을 엄격하게 점검한다. 거버넌스 조직은 데이터 접근 권한과 영업비밀 보호를 책임지고, 플랫폼 운영팀은 에이전트 플랫폼 및 RAG 벡터 DB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프롬프트 버전을 관리한다.
조직 구성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운영 리듬'의 안착이다. 월간 단위로 AI PMO가 주관하여 서비스 사용 현황, 시스템 오류, 개선 요청을 점검하는 운영회의를 가동하고, 분기별로는 경영진과 본부장이 모여 과제 우선순위와 예산을 조정하는 과제 조정회의를 열어야 한다. 나아가 반기 단위로는 AI 추진위원회가 실제 업무 효과와 규제 대응 성과, 운영 리스크를 종합 평가하는 성과 리뷰 체계가 작동해야 확산의 동력을 잃지 않는다.
기업용 AI 설계 전문기업 베이글은 초기 실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파트너를 적극 활용하되, 이를 단순한 IT 아웃소싱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파트너가 기업의 AI 업무를 계속 대신하는 구조라면 내부 역량은 결코 축적되지 않기 때문이다. 베이글은 이러한 역할을 기업 내부에 역량이 만들어질 때까지 방법론을 이전하는 'AI Growth Partner'로 명명했다.
베이글 관계자는 “AI Growth Partner의 최종 목표는 고객이 파트너를 계속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고객 내부에 다음 AI 과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사람과 AI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설계하고, 실제 업무에서 효과를 검증한 뒤 조직 전체로 확산할 수 있는 역량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AI 전환은 한 번의 컨설팅이나 플랫폼 구축으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며 “현업에서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고, AI로 해결할 수 있는지 판단하고, 빠르게 검증한 뒤 성과가 있는 것을 확산하는 사이클을 기업 스스로 반복할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내재화가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결국 진정한 AI 내재화의 척도는 AI 전문가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가가 단연코 아니라, 외부 도움 없이도 '문제 발견 → 워크플로우 설계 → 실증 검증 → 전사 확산'에 이르는 실행 사이클을 기업 스스로 반복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이처럼 확고한 실행 체계와 자생력을 갖추게 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수십·수백 개의 에이전트와 데이터 권한, 품질, 비용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지속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마지막 관문과 마주하게 된다. 이 최종 과제에 대한 해법은 이어지는 8편 '지속 가능한 AI 운영'에서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