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약 산업에서 신약이나 원료의약품(API)의 초기 승인보다 실무진을 더욱 옥죄는 것은 다름 아닌 '승인 후 변경(PAC)’ 절차다. 글로벌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원료의약품 변경사항 도입에 대한 국가별 규제 요건을 비교 분석하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API 관련 변경 사례를 통해 추가적인 글로벌 규제 조화의 필요성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27일 열린 CPHI Korea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의 원료의약품(API) 승인 후 변경(PAC) 규제 요건 비교 분석 및 실제 사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마리에케 판 달렌(Marieke van Dalen)은 API 규제 분야에서 38년간 경력을 쌓은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네덜란드 아스펜 API(Aspen API)를 거쳐 유럽 원료의약품산업단체(APIC)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전 세계 보건당국에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또한 APIC 규제업무 워킹그룹 의장, 일본 및 EDQM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유럽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ECA) 규제 교육 강사 겸 글로벌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판 달렌은 이날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 가지 API 변경 사례인 △공급사 명칭 변경, △분석법 변경, △공정 시간 변경을 바탕으로 각국의 엇갈리는 규제 요건과 소요 일정을 비교 분석하며,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판 달렌의 발표에 따르면, 제약 기업들은 규제 절차가 복잡하고 막대한 비용이 소모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공정 개선이나 공급망 변경을 시도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생산 공정 전환 요구, ICH의 불순물 및 니트로사민 가이드라인 도입 등 새로운 위험 평가 기준 도입, 원가 절감 및 생산 효율성 증대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사내 현업 부서와 규제(RA) 부서 간의 마찰이 흔히 발생한다. 비즈니스 부서는 비용 절감 프로세스를 즉각 도입하려 하지만, RA 담당자는 승인된 밸리데이션(Validation) 절차와 엇갈리는 각국 규제 당국의 심사 잣대를 엄격히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례 ①: 출발물질 공급사의 '단순 명칭' 변경
제조 공정이나 위치는 그대로 둔 채 공급업체의 이름만 바뀌는 행정적 변경에 대해서도 글로벌 당국의 해석은 엇갈린다. 유럽 연합(EU)의 CEP(적합성 인증)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를 '연례 통보' 대상으로 분류하며 고객사인 완제약 제조사가 별도의 규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도록 유연성을 부여한다.
반면 미국 FDA는 명칭 변경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자체가 부재하여 실무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현장에서는 이를 별도의 '변경'으로 신고하지 않고, 향후 다른 변경 사항 발생 시 연례 보고서에 묶어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우회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출발물질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유지하며, 단순 명칭 변경일지라도 DMF(원료의약품 등록제도) 보완 신청과 함께 최소 1개 배치의 결과 및 장기 안정성 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사례 ②: 중간체 분석법의 대체
단종된 HPLC 컬럼을 대체하는 등 분석법의 경미한 변경에 대해서도 온도차가 크다. 유럽에서는 사내에 '동등성' 입증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문서화하여 증명할 수 있다면, 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처리하거나 경미한 변경(Type 1A)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 FDA는 대상이 '최종 중간체'인지, 그 이전 단계인지에 따라 잣대를 다르게 적용한다. 최종 중간체 이전 단계의 검사법 변경은 연례 보고서로 제출할 수 있으나, 최종 중간체에 대한 변경은 CBE-0(제출 즉시 적용)로 상향 적용된다. 일본 PMDA는 허가증에 중간체 분석법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별도의 변경 절차가 불필요한 경우가 상당수다.
사례 ③: 공정 시간(반응 시간)의 연장
생산 공정 중 특정 단계의 반응 시간을 3시간에서 3시간 반으로 늘리는 등의 파라미터 변경 역시 까다로운 이슈다. 유럽에서는 품질 문제에 기인한 불순물 증가 등의 결과가 없고 밸리데이션을 입증할 수 있다면 경미한 변경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본은 허가서에 기재된 '괄호'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기업이 해당 공정 시간을 '결정적 매개변수'로 지정하여 꺾쇠괄호 안에 기재했다면 이는 무조건 '중대 변경'으로 분류되며, 괄호가 없다면 경미한 변경 통보로 처리된다. 기업 스스로 공정의 중요도를 평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일본 특유의 시스템이다.
중국은 최종 중간체 이전 단계의 공정 변경이라 하더라도 '중간 변경'으로 간주하며, 최소 3개월 이상의 가속 및 장기 안정성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강제하여 가장 높은 문턱을 보여준다.
원료의약품(API) 제조사의 공정 변경은 단일 기업 내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생산된 API 하나가 여러 완제의약품 제조사의 다양한 제형 및 용량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 글로벌 제약사가 단순 주소지를 변경했을 때, 120개의 완제의약품 고객사가 각각의 허가 파일에 이를 반영하느라 결과적으로 유럽 당국에 1200건의 통보 서류가 쇄도한 극단적 사례도 있었다.
결국 허가 변경의 최종 완료 시점은 '가장 승인이 느린 고객사(국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API 제조사는 이 과도기 동안 구형 공정 생산품과 신형 공정 생산품을 동시에 분리하여 관리해야 하고, 국가별로 엇갈리는 고객 요구사항을 개별 수용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판 달렌은 동일한 변경 사안을 두고도 미국, 유럽, 일본 등 당국의 조치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현상을 지적하며, "ICH Q12 가이드라인의 글로벌 도입이 지연되면서 규제 파편화 생태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무리한 공정 변경에 앞서 철저한 비용-효익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나의 변경안이 전 세계 승인 절차를 통과하는 데 투입될 막대한 RA 비용과 시간이 당초 목표했던 '원가 절감 효과'를 상쇄하지 않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API 제조사는 밸리데이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완제약 고객사에게 변경 계획을 명확히 서면 통보하고, 각 고객사가 요구하는 지원 사항(데이터, 샘플 등)을 사전에 취합해 타임라인을 조율하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승인 이후 단계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각국 규제 환경의 다양성을 숙지함과 동시에, 이해관계자와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내재화하는 것이 제약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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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열린 CPHI Korea 컨퍼런스에서 ‘글로벌 규제 환경에서의 원료의약품(API) 승인 후 변경(PAC) 규제 요건 비교 분석 및 실제 사례’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 마리에케 판 달렌(Marieke van Dalen)은 API 규제 분야에서 38년간 경력을 쌓은 최고 권위자로 꼽힌다. 화학공학을 전공한 그는 네덜란드 아스펜 API(Aspen API)를 거쳐 유럽 원료의약품산업단체(APIC) 이사회 멤버로 활동하며 전 세계 보건당국에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다. 또한 APIC 규제업무 워킹그룹 의장, 일본 및 EDQM 태스크포스 공동의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유럽컴플라이언스아카데미(ECA) 규제 교육 강사 겸 글로벌 컨설턴트로 활약하고 있다.
판 달렌은 이날 빈번하게 발생하는 세 가지 API 변경 사례인 △공급사 명칭 변경, △분석법 변경, △공정 시간 변경을 바탕으로 각국의 엇갈리는 규제 요건과 소요 일정을 비교 분석하며, 기업들의 전략적 대응을 주문했다.
판 달렌의 발표에 따르면, 제약 기업들은 규제 절차가 복잡하고 막대한 비용이 소모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공정 개선이나 공급망 변경을 시도한다. 유럽을 중심으로 한 친환경 생산 공정 전환 요구, ICH의 불순물 및 니트로사민 가이드라인 도입 등 새로운 위험 평가 기준 도입, 원가 절감 및 생산 효율성 증대 등이 주요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사내 현업 부서와 규제(RA) 부서 간의 마찰이 흔히 발생한다. 비즈니스 부서는 비용 절감 프로세스를 즉각 도입하려 하지만, RA 담당자는 승인된 밸리데이션(Validation) 절차와 엇갈리는 각국 규제 당국의 심사 잣대를 엄격히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례 ①: 출발물질 공급사의 '단순 명칭' 변경
제조 공정이나 위치는 그대로 둔 채 공급업체의 이름만 바뀌는 행정적 변경에 대해서도 글로벌 당국의 해석은 엇갈린다. 유럽 연합(EU)의 CEP(적합성 인증)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를 '연례 통보' 대상으로 분류하며 고객사인 완제약 제조사가 별도의 규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없도록 유연성을 부여한다.
반면 미국 FDA는 명칭 변경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자체가 부재하여 실무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현장에서는 이를 별도의 '변경'으로 신고하지 않고, 향후 다른 변경 사항 발생 시 연례 보고서에 묶어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우회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장 보수적인 곳은 중국이다.
중국은 출발물질에 대한 강한 통제력을 유지하며, 단순 명칭 변경일지라도 DMF(원료의약품 등록제도) 보완 신청과 함께 최소 1개 배치의 결과 및 장기 안정성 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다.
사례 ②: 중간체 분석법의 대체
단종된 HPLC 컬럼을 대체하는 등 분석법의 경미한 변경에 대해서도 온도차가 크다. 유럽에서는 사내에 '동등성' 입증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절차를 문서화하여 증명할 수 있다면, 당국에 통보하지 않고 내부적으로 처리하거나 경미한 변경(Type 1A)으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 FDA는 대상이 '최종 중간체'인지, 그 이전 단계인지에 따라 잣대를 다르게 적용한다. 최종 중간체 이전 단계의 검사법 변경은 연례 보고서로 제출할 수 있으나, 최종 중간체에 대한 변경은 CBE-0(제출 즉시 적용)로 상향 적용된다. 일본 PMDA는 허가증에 중간체 분석법이 상세히 기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별도의 변경 절차가 불필요한 경우가 상당수다.
사례 ③: 공정 시간(반응 시간)의 연장
생산 공정 중 특정 단계의 반응 시간을 3시간에서 3시간 반으로 늘리는 등의 파라미터 변경 역시 까다로운 이슈다. 유럽에서는 품질 문제에 기인한 불순물 증가 등의 결과가 없고 밸리데이션을 입증할 수 있다면 경미한 변경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일본은 허가서에 기재된 '괄호'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기업이 해당 공정 시간을 '결정적 매개변수'로 지정하여 꺾쇠괄호 안에 기재했다면 이는 무조건 '중대 변경'으로 분류되며, 괄호가 없다면 경미한 변경 통보로 처리된다. 기업 스스로 공정의 중요도를 평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일본 특유의 시스템이다.
중국은 최종 중간체 이전 단계의 공정 변경이라 하더라도 '중간 변경'으로 간주하며, 최소 3개월 이상의 가속 및 장기 안정성 데이터를 제출하도록 강제하여 가장 높은 문턱을 보여준다.
원료의약품(API) 제조사의 공정 변경은 단일 기업 내부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생산된 API 하나가 여러 완제의약품 제조사의 다양한 제형 및 용량에 광범위하게 쓰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 글로벌 제약사가 단순 주소지를 변경했을 때, 120개의 완제의약품 고객사가 각각의 허가 파일에 이를 반영하느라 결과적으로 유럽 당국에 1200건의 통보 서류가 쇄도한 극단적 사례도 있었다.
결국 허가 변경의 최종 완료 시점은 '가장 승인이 느린 고객사(국가)'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API 제조사는 이 과도기 동안 구형 공정 생산품과 신형 공정 생산품을 동시에 분리하여 관리해야 하고, 국가별로 엇갈리는 고객 요구사항을 개별 수용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판 달렌은 동일한 변경 사안을 두고도 미국, 유럽, 일본 등 당국의 조치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현상을 지적하며, "ICH Q12 가이드라인의 글로벌 도입이 지연되면서 규제 파편화 생태계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무리한 공정 변경에 앞서 철저한 비용-효익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나의 변경안이 전 세계 승인 절차를 통과하는 데 투입될 막대한 RA 비용과 시간이 당초 목표했던 '원가 절감 효과'를 상쇄하지 않는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API 제조사는 밸리데이션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기 전 완제약 고객사에게 변경 계획을 명확히 서면 통보하고, 각 고객사가 요구하는 지원 사항(데이터, 샘플 등)을 사전에 취합해 타임라인을 조율하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승인 이후 단계의 높은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각국 규제 환경의 다양성을 숙지함과 동시에, 이해관계자와의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내재화하는 것이 제약 기업들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