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발골수종 치료가 항-CD38 단클론항체와 이중특이항체,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등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늘어난 치료 선택지가 재발과 불응이라는 질환의 근본적인 어려움까지 해소한 것은 아니다. 치료를 거듭할수록 약제에 대한 불응이 누적되고 환자의 전신 상태도 저하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가능한 한 깊은 반응을 확보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해 재발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것이 치료 성적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조재철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최근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다발골수종 치료의 방향이 효과적인 약제를 후속 치료를 위해 남겨두는 전략에서 서로 다른 기전의 약제를 조기에 병용해 반응의 깊이와 지속기간을 높이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라투무맙 기반 병용요법이 조혈모세포 이식 적합 환자의 1차 치료와 재발·불응성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권에 진입한 것을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했다. 다만 환자 비중이 큰 고령 비이식군과 일부 병용조합에는 여전히 급여 공백이 남아 있어, 치료제 발전을 실제 환자의 치료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발할수록 줄어드는 치료 기회…“초기 효과 최대화해야”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악성림프종, 백혈병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분류되며 국내에서는 연간 약 2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 치료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로 고령 환자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다발골수종의 진단 연령 중앙값은 69세이며 환자의 절반 이상이 70세를 넘는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면서 질환의 발생과 유병 규모도 함께 증가하는 양상이다.
고령 환자는 진단 당시부터 신체 기능과 주요 장기 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 여러 동반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같은 병기와 위험도를 가진 환자라도 전신 수행능력과 장기 기능, 동반질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약제와 치료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질환 자체가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특성이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환자의 신체 상태와 장기 기능 저하, 동반질환 등 여러 요인이 중첩된 경우가 많다”며 “질환의 생물학적 특성뿐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다발골수종 치료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낮은 질환 인지도도 치료 과정의 어려움을 키운다. 다발골수종은 일반인에게 비교적 생소한 희귀 혈액암이어서 환자들이 진단 직후 질환의 성격과 치료 과정, 재발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과 불응이 나타나면서 재발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국내 다발골수종의 2019~2023년 5년 상대생존율은 50.8%다. 실제 진료자료를 활용한 기존 분석에서는 삼중·사중 불응성 환자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5.1개월로 보고됐다.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이전에 사용한 약제에 대한 불응이 누적되고 선택 가능한 치료법은 줄어든다. 환자의 체력과 장기 기능도 이전 치료의 영향으로 저하될 수 있어 다음 치료를 충분히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 치료의 핵심을 초기 치료 효과의 극대화로 정리했다.
그는 “재발 횟수가 증가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줄어들고 생존기간도 감소한다”며 “초기 단계에서 효과를 최대한 높이고 이를 장기간 유지해 재발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치료에 불응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면서 내약성이 양호한 다양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이중항체와 같은 신약이 도입되면서 여러 약제에 내성이 생긴 후기 치료 단계에서도 깊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발골수종의 초기 치료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가능 여부에 따라 크게 나뉜다. 국내에서는 통상 70세 미만이면서 전신 상태가 양호한 환자를 이식 적합군으로 판단한다.
이식 적합 환자는 약 4~6개월 동안 종양 부담을 줄이고 완전관해에 가까운 반응을 유도하는 유도요법을 받은 뒤 고용량 항암치료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한다. 이후 필요에 따라 공고요법을 시행하고 확보한 반응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유지요법으로 이어간다.
70세 이상이거나 동반질환과 장기 기능 등의 문제로 이식을 받기 어려운 환자는 약물 병용요법을 중심으로 질환을 관리한다. 다만 조 교수는 70세라는 연령이 이식 가능 여부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70세 환자라도 기초체력과 전신 수행능력, 장기 기능에 따라 이식을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지와 이식 전후 관리가 가능한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조 교수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은 고용량 항암치료 후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는 치료이므로 이를 견딜 수 있는 전신 수행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실제 임상에서는 숫자로서의 나이보다 환자의 기초체력과 전신 상태가 더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고강도 치료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이식 전후 돌봄을 담당할 보호자가 있는지, 경제적 여건과 치료기관 접근성은 어떤지 등 치료 환경도 중요하다”며 “70세 초반이라도 전신 상태가 양호하고 치료 의지와 환경이 뒷받침되면 이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 비이식 환자에서는 완치만을 일률적인 목표로 삼기보다 치료 효과와 부작용 사이에서 균형을 확보하면서 질환을 장기간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초기 치료를 통해 엄격한 완전관해와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한 환자에서 유지요법의 중단 가능성을 살펴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조 교수는 “환자가 장기간 약물치료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항-CD38 병용요법 급여 진입…1차·재발 치료서 장기 효과 확인
지난 20여 년간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은 새로운 작용기전의 약제가 도입되면서 빠르게 변화했다. 2000년대 들어 보르테조밉을 비롯한 프로테아좀 억제제와 탈리도마이드·레날리도마이드·포말리도마이드 등 면역조절제가 국내에 도입됐다.
이어 2017년 항-CD38 단클론항체 다라투무맙이 등장했고, 이후 BCMA 표적 이중특이항체와 CAR-T 세포치료제까지 허가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확대됐다.
다라투무맙은 다발골수종 세포 표면에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CD38 단백질에 결합하는 인간 단클론항체다. 조 교수는 다라투무맙이 치료 효과와 내약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선택지라면서도, 다발골수종에서는 단독요법보다 서로 다른 작용기전의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 전략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발골수종은 여러 유전자 변이가 축적돼 발생하고 종양세포 집단도 이질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기전만으로 충분하고 지속적인 반응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축적된 질환인 만큼 여러 기전의 약제를 병용할 때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병용요법은 새롭게 진단된 환자의 초치료뿐 아니라 재발 치료에서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새롭게 진단된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적합 환자의 1차 관해유도요법으로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VTd 4제요법에 2025년 2월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DVTd의 유효성은 CASSIOPEIA 3상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중앙 추적관찰 80.1개월의 장기 분석에서 DVTd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83.7개월로, VTd군의 52.8개월보다 30개월 이상 길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DVTd군에서 39% 낮게 나타났다.
전체생존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72개월 전체생존율은 DVTd군 86.7%, VTd군 77.7%였으며 DVTd군의 사망 위험은 대조군보다 45% 낮았다.
재발·불응성 환자에게는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Vd 3제요법이 2025년 9월부터 2차 이상 치료로 급여 적용되고 있다.
CASTOR 연구의 중앙 추적관찰 19.4개월 분석에서 DVd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6.7개월로, Vd군의 7.1개월보다 길었다. 중앙 추적관찰 72.6개월의 최종 분석에서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DVd군 49.6개월, Vd군 38.5개월로 나타났다. DVd군의 사망 위험은 Vd군보다 26% 낮았다.
조 교수는 DVTd와 DVd의 급여 적용으로 새롭게 진단된 이식 적합 환자와 한 차례 이상 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환자가 항-CD38 기반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치료 옵션이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고, 최근 다라투무맙 기반 병용요법이 1차와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된 것도 다행스러운 변화”라면서도 “효과가 좋은 치료를 앞선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 더 일찍 마련됐다면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을 기회도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치료제를 허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임상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환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령 비이식군은 여전히 급여 밖…병용조합 확대도 과제
DVTd와 DVd의 급여 적용에도 다발골수종 치료 접근성에는 여전히 공백이 남아 있다. 조 교수가 가장 큰 미충족 수요로 지목한 환자군은 70세 이상 비이식 환자다.
다발골수종은 고령 환자 비중이 높지만, 국내에서 이식 비적합 환자의 1차 치료로 허가된 다라투무맙 기반 병용요법에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해당 환자에게 허가된 요법은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VRd, 다라투무맙·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Rd,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멜팔란·프레드니솔론을 병용하는 DVMP 등이다.
조 교수는 “70세 이상 비이식 환자의 초치료에서 다라투무맙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항-CD38 항체 치료에서 가장 큰 미충족 수요”라며 “사보험이 있거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환자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에게는 제안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 성적의 차이가 확인된 만큼 고령 비이식 환자도 적절한 시기에 항-CD38 기반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요법 가운데 DVRd는 이식 적합 환자와 이식 비적합 환자 모두에서 1차 치료로 허가된 선택지다.
이식 적합 환자를 대상으로 한 PERSEUS 3상 연구에서 48개월 무진행생존율은 DVRd군 84.3%, VRd군 67.7%로 나타났다. DVRd는 VRd와 비교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췄다.
이식 비적합 환자에서도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됐다. 중앙 추적관찰 58개월 시점에서 DVRd군은 VRd군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3%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임상적 효과가 확인된 치료를 앞선 단계에서 사용해 재발을 늦추면 장기적으로 후속 치료와 입원 등에 들어가는 의료비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여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좋은 치료를 조기에 적절하게 사용해 재발을 줄이고 치료 성과를 높인다면 장기적인 경제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약제비뿐 아니라 재발 지연과 후속 치료 감소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발 환자에게는 급여 가능한 병용조합이 제한된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현재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되는 다라투무맙 기반 요법은 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과 병용하는 DVd다.
반면 다라투무맙·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Rd와 다라투무맙·카필조밉·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Kd에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레날리도마이드와 카필조밉은 각각 선별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다라투무맙 피하주사와 병용하면 해당 조합으로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다발골수종 환자는 이전에 사용한 약제와 불응 여부, 동반질환, 장기 기능, 치료 관련 부작용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같은 치료 차수에 있더라도 적합한 병용조합이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약제의 급여 여부를 넘어 환자의 상태와 내성 양상에 맞는 병용요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급여 범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임상연구와 진료 경험을 통해 더 좋은 결과가 확인된 병용요법이 있음에도 급여 제한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다라투무맙을 더 이른 치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병용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라투무맙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도 확대되고 있다. BCMA 표적 이중특이항체와 CAR-T 세포치료제는 여러 약제에 불응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치료에 반복적으로 실패한 후기 환자에서도 깊은 반응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성과가 실제 치료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허가에 이어 급여 접근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조 교수는 항-CD38 기반 병용요법의 급여 확대를 시작으로 이중항체와 CAR-T 등 새로운 치료제도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료 옵션이 많아졌다는 사실만으로 환자의 치료 결과가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며 “좋은 치료제가 실제 진료에 신속하게 도입되고, 필요한 환자가 경제적 조건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치료제 발전의 의미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을 진단받거나 치료 과정에서 재발한 환자들에게 치료의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재발이 흔한 질환이지만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제가 계속 등장하면서 재발 이후에도 선택할 수 있는 치료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았거나 치료 과정에서 재발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치료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치료 성적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혼자가 아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병원의 여러 의료진이 하나의 팀으로 치료를 함께 이어간다”며 “혼자 판단하기보다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다발골수종 치료가 항-CD38 단클론항체와 이중특이항체,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 치료제의 등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늘어난 치료 선택지가 재발과 불응이라는 질환의 근본적인 어려움까지 해소한 것은 아니다. 치료를 거듭할수록 약제에 대한 불응이 누적되고 환자의 전신 상태도 저하되는 만큼, 초기 단계에서 가능한 한 깊은 반응을 확보하고 이를 장기간 유지해 재발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것이 치료 성적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조재철 울산대학교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최근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다발골수종 치료의 방향이 효과적인 약제를 후속 치료를 위해 남겨두는 전략에서 서로 다른 기전의 약제를 조기에 병용해 반응의 깊이와 지속기간을 높이는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라투무맙 기반 병용요법이 조혈모세포 이식 적합 환자의 1차 치료와 재발·불응성 환자의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권에 진입한 것을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했다. 다만 환자 비중이 큰 고령 비이식군과 일부 병용조합에는 여전히 급여 공백이 남아 있어, 치료제 발전을 실제 환자의 치료 성과로 연결하기 위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재발할수록 줄어드는 치료 기회…“초기 효과 최대화해야”
다발골수종은 골수에서 항체를 생산하는 형질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혈액암이다. 악성림프종, 백혈병과 함께 3대 혈액암으로 분류되며 국내에서는 연간 약 2000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 치료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로 고령 환자가 많다는 점을 꼽았다. 다발골수종의 진단 연령 중앙값은 69세이며 환자의 절반 이상이 70세를 넘는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유전자 변이가 축적되면서 질환의 발생과 유병 규모도 함께 증가하는 양상이다.
고령 환자는 진단 당시부터 신체 기능과 주요 장기 기능이 저하돼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 여러 동반질환을 가진 경우가 많다. 같은 병기와 위험도를 가진 환자라도 전신 수행능력과 장기 기능, 동반질환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약제와 치료 강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질환 자체가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는 경향이 있지만, 이러한 특성이 고령화와 맞물리면서 진단과 치료를 시작하는 시점에 환자의 신체 상태와 장기 기능 저하, 동반질환 등 여러 요인이 중첩된 경우가 많다”며 “질환의 생물학적 특성뿐 아니라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다발골수종 치료를 복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낮은 질환 인지도도 치료 과정의 어려움을 키운다. 다발골수종은 일반인에게 비교적 생소한 희귀 혈액암이어서 환자들이 진단 직후 질환의 성격과 치료 과정, 재발 가능성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더 큰 문제는 기존 치료제에 대한 내성과 불응이 나타나면서 재발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국내 다발골수종의 2019~2023년 5년 상대생존율은 50.8%다. 실제 진료자료를 활용한 기존 분석에서는 삼중·사중 불응성 환자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5.1개월로 보고됐다.
치료 차수가 늘어날수록 이전에 사용한 약제에 대한 불응이 누적되고 선택 가능한 치료법은 줄어든다. 환자의 체력과 장기 기능도 이전 치료의 영향으로 저하될 수 있어 다음 치료를 충분히 시행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 치료의 핵심을 초기 치료 효과의 극대화로 정리했다.
그는 “재발 횟수가 증가할수록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줄어들고 생존기간도 감소한다”며 “초기 단계에서 효과를 최대한 높이고 이를 장기간 유지해 재발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존 치료에 불응성을 보이는 환자에게 효과적이면서 내약성이 양호한 다양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최근에는 이중항체와 같은 신약이 도입되면서 여러 약제에 내성이 생긴 후기 치료 단계에서도 깊은 반응을 기대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마련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발골수종의 초기 치료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가능 여부에 따라 크게 나뉜다. 국내에서는 통상 70세 미만이면서 전신 상태가 양호한 환자를 이식 적합군으로 판단한다.
이식 적합 환자는 약 4~6개월 동안 종양 부담을 줄이고 완전관해에 가까운 반응을 유도하는 유도요법을 받은 뒤 고용량 항암치료와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진행한다. 이후 필요에 따라 공고요법을 시행하고 확보한 반응을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유지요법으로 이어간다.
70세 이상이거나 동반질환과 장기 기능 등의 문제로 이식을 받기 어려운 환자는 약물 병용요법을 중심으로 질환을 관리한다. 다만 조 교수는 70세라는 연령이 이식 가능 여부를 가르는 절대적인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70세 환자라도 기초체력과 전신 수행능력, 장기 기능에 따라 이식을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지와 이식 전후 관리가 가능한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조 교수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은 고용량 항암치료 후 조혈모세포를 주입하는 치료이므로 이를 견딜 수 있는 전신 수행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실제 임상에서는 숫자로서의 나이보다 환자의 기초체력과 전신 상태가 더 결정적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가 고강도 치료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지, 이식 전후 돌봄을 담당할 보호자가 있는지, 경제적 여건과 치료기관 접근성은 어떤지 등 치료 환경도 중요하다”며 “70세 초반이라도 전신 상태가 양호하고 치료 의지와 환경이 뒷받침되면 이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 비이식 환자에서는 완치만을 일률적인 목표로 삼기보다 치료 효과와 부작용 사이에서 균형을 확보하면서 질환을 장기간 관리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반면 초기 치료를 통해 엄격한 완전관해와 미세잔존질환 음성에 도달한 환자에서 유지요법의 중단 가능성을 살펴보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조 교수는 “환자가 장기간 약물치료에서 벗어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중요한 치료 목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항-CD38 병용요법 급여 진입…1차·재발 치료서 장기 효과 확인
지난 20여 년간 다발골수종 치료 환경은 새로운 작용기전의 약제가 도입되면서 빠르게 변화했다. 2000년대 들어 보르테조밉을 비롯한 프로테아좀 억제제와 탈리도마이드·레날리도마이드·포말리도마이드 등 면역조절제가 국내에 도입됐다.
이어 2017년 항-CD38 단클론항체 다라투무맙이 등장했고, 이후 BCMA 표적 이중특이항체와 CAR-T 세포치료제까지 허가되면서 치료 선택지가 확대됐다.
다라투무맙은 다발골수종 세포 표면에 높은 수준으로 발현되는 CD38 단백질에 결합하는 인간 단클론항체다. 조 교수는 다라투무맙이 치료 효과와 내약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선택지라면서도, 다발골수종에서는 단독요법보다 서로 다른 작용기전의 약제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 전략이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다발골수종은 여러 유전자 변이가 축적돼 발생하고 종양세포 집단도 이질적이기 때문에 하나의 기전만으로 충분하고 지속적인 반응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은 다양한 유전자 변이가 축적된 질환인 만큼 여러 기전의 약제를 병용할 때 더 높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병용요법은 새롭게 진단된 환자의 초치료뿐 아니라 재발 치료에서도 중요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새롭게 진단된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적합 환자의 1차 관해유도요법으로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탈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VTd 4제요법에 2025년 2월부터 급여가 적용됐다.
DVTd의 유효성은 CASSIOPEIA 3상 임상시험에서 확인됐다. 중앙 추적관찰 80.1개월의 장기 분석에서 DVTd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83.7개월로, VTd군의 52.8개월보다 30개월 이상 길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DVTd군에서 39% 낮게 나타났다.
전체생존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72개월 전체생존율은 DVTd군 86.7%, VTd군 77.7%였으며 DVTd군의 사망 위험은 대조군보다 45% 낮았다.
재발·불응성 환자에게는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Vd 3제요법이 2025년 9월부터 2차 이상 치료로 급여 적용되고 있다.
CASTOR 연구의 중앙 추적관찰 19.4개월 분석에서 DVd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16.7개월로, Vd군의 7.1개월보다 길었다. 중앙 추적관찰 72.6개월의 최종 분석에서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이 DVd군 49.6개월, Vd군 38.5개월로 나타났다. DVd군의 사망 위험은 Vd군보다 26% 낮았다.
조 교수는 DVTd와 DVd의 급여 적용으로 새롭게 진단된 이식 적합 환자와 한 차례 이상 치료에 실패한 재발·불응성 환자가 항-CD38 기반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치료 옵션이 확대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고, 최근 다라투무맙 기반 병용요법이 1차와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된 것도 다행스러운 변화”라면서도 “효과가 좋은 치료를 앞선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금 더 일찍 마련됐다면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얻을 기회도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발골수종 치료에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치료제를 허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임상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시점에 환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고령 비이식군은 여전히 급여 밖…병용조합 확대도 과제
DVTd와 DVd의 급여 적용에도 다발골수종 치료 접근성에는 여전히 공백이 남아 있다. 조 교수가 가장 큰 미충족 수요로 지목한 환자군은 70세 이상 비이식 환자다.
다발골수종은 고령 환자 비중이 높지만, 국내에서 이식 비적합 환자의 1차 치료로 허가된 다라투무맙 기반 병용요법에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해당 환자에게 허가된 요법은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VRd, 다라투무맙·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Rd, 다라투무맙·보르테조밉·멜팔란·프레드니솔론을 병용하는 DVMP 등이다.
조 교수는 “70세 이상 비이식 환자의 초치료에서 다라투무맙을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항-CD38 항체 치료에서 가장 큰 미충족 수요”라며 “사보험이 있거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환자에게는 적극적으로 권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에게는 제안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치료 성적의 차이가 확인된 만큼 고령 비이식 환자도 적절한 시기에 항-CD38 기반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비급여 요법 가운데 DVRd는 이식 적합 환자와 이식 비적합 환자 모두에서 1차 치료로 허가된 선택지다.
이식 적합 환자를 대상으로 한 PERSEUS 3상 연구에서 48개월 무진행생존율은 DVRd군 84.3%, VRd군 67.7%로 나타났다. DVRd는 VRd와 비교해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췄다.
이식 비적합 환자에서도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됐다. 중앙 추적관찰 58개월 시점에서 DVRd군은 VRd군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43%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조 교수는 임상적 효과가 확인된 치료를 앞선 단계에서 사용해 재발을 늦추면 장기적으로 후속 치료와 입원 등에 들어가는 의료비 부담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여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 평가가 필요하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좋은 치료를 조기에 적절하게 사용해 재발을 줄이고 치료 성과를 높인다면 장기적인 경제성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단기적인 약제비뿐 아니라 재발 지연과 후속 치료 감소 가능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발 환자에게는 급여 가능한 병용조합이 제한된다는 문제도 남아 있다. 현재 2차 이상 치료에서 급여되는 다라투무맙 기반 요법은 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과 병용하는 DVd다.
반면 다라투무맙·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Rd와 다라투무맙·카필조밉·덱사메타손을 병용하는 DKd에는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
레날리도마이드와 카필조밉은 각각 선별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지만 다라투무맙 피하주사와 병용하면 해당 조합으로 보험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 조 교수의 설명이다.
다발골수종 환자는 이전에 사용한 약제와 불응 여부, 동반질환, 장기 기능, 치료 관련 부작용이 서로 다르다. 따라서 같은 치료 차수에 있더라도 적합한 병용조합이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약제의 급여 여부를 넘어 환자의 상태와 내성 양상에 맞는 병용요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급여 범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임상연구와 진료 경험을 통해 더 좋은 결과가 확인된 병용요법이 있음에도 급여 제한으로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다라투무맙을 더 이른 치료 단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환자에게 적합한 병용조합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라투무맙 이후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도 확대되고 있다. BCMA 표적 이중특이항체와 CAR-T 세포치료제는 여러 약제에 불응한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 기존 치료에 반복적으로 실패한 후기 환자에서도 깊은 반응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임상시험에서 확인된 성과가 실제 치료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려면 허가에 이어 급여 접근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조 교수는 항-CD38 기반 병용요법의 급여 확대를 시작으로 이중항체와 CAR-T 등 새로운 치료제도 환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치료 옵션이 많아졌다는 사실만으로 환자의 치료 결과가 자동으로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며 “좋은 치료제가 실제 진료에 신속하게 도입되고, 필요한 환자가 경제적 조건에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어야 치료제 발전의 의미가 완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을 진단받거나 치료 과정에서 재발한 환자들에게 치료의 가능성을 끝까지 놓지 말 것을 당부했다. 재발이 흔한 질환이지만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제가 계속 등장하면서 재발 이후에도 선택할 수 있는 치료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다발골수종을 진단받았거나 치료 과정에서 재발했다고 해서 지나치게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치료제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치료 성적도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는 혼자가 아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와 병원의 여러 의료진이 하나의 팀으로 치료를 함께 이어간다”며 “혼자 판단하기보다 의료진과 충분히 소통하면서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