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8월 1일,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을 규율하는 핵심 제도들이 근본적으로 뒤바뀐다. 정부가 제네릭 위주의 수익 구조를 타파하고 신약 연구개발(R&D)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14년 만에 고강도 규제 개편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 30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를 전면 개편하는 하위법령을 공포한 데 이어, 8월 1일에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고시)'을 전격 시행한다.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약가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의약품의 기본 상한금액 인하와 산정 구간의 대폭 축소다.
지금까지 제네릭은 '자사 직접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수행'과 '식약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이라는 두 가지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최고가의 53.55%를 상한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이 상한선이 45%로 대폭 깎인다. 기준 요건 충족 개수에 따른 차등 폭도 커져, 1개 요건만 충족할 경우 36% (기존 45.52%), 모두 미충족 시 29% (기존 38.69%)로 약가가 수직 하락한다.
제네릭 진입 순서에 따라 가격을 깎는 이른바 '계단식 약가 인하' 규정도 매서워졌다. 종전에는 동일제제가 19개 등재될 때까지 일반 산정기준을 적용받았으나, 이제는 12개 이하로 그 구간이 대폭 좁아졌다. 결과적으로 13번째 등재 제품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제제 최저가와 29% 가격 중 낮은 금액의 85%로 강제 산정되어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신설된 '다품목 등재 관리제'다. 결정신청일 익월 1일을 기준으로 신청 품목과 이미 등재된 동일제제의 수를 합쳐 14개 이상이 되는 다품목 시장에 진입하는 약제는, 1년의 가산 기간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산정금액의 85%만 적용받게 된다. 최고 요건을 충족해 45%를 받은 품목이라도 14개 이상 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오리지널 대비 38.25% 수준으로 실효 가격이 떨어지는 셈이다. 더욱이 이렇게 다품목 등재 관리에 따라 85% 인하된 약가는 향후 후발 제품이 진입할 때 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어 제네릭 약가 인하의 도미노 현상을 낳게 된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인하로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을 신약 R&D 우수 기업과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지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재투자할 방침이다. 신약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거나 환자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을 묵묵히 생산하는 제약사에게 혜택을 대폭 얹어주는 '3단계 보상 방식'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가장 먼저 '1단계 우대' 대상인 준혁신형 제약기업과 수급안정 선도기업에게는 산정된 약가에 약 11.1%의 추가 가산이 주어진다. 혁신형 기업에 준하는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거나, 수익성이 낮아 타사가 꺼리는 필수 약(퇴장방지의약품)을 자사 등재 약제 품목 수나 청구액 비중의 20% 이상 책임지는 기업들이 이 혜택을 받게 된다.
이어 '2단계 우대'는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인정받은 혁신형 제약기업을 향한다. 이들 기업의 제품에는 약 33.3%라는 파격적인 추가 가산이 제공되어, 신약 R&D 투자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마지막 '3단계 최고 우대'는 국가 보건 안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제약사에게 주어지는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다. 국산 원료를 사용해 국가필수의약품을 제조하거나, 화학적 변형 단계를 포함해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품목허가권자가 직접 생산한 의약품에는 무려 약 51.1%의 가산 혜택이 적용된다. 아울러 경쟁 회사가 3개 이하인 열악한 상황에서도 항생제 주사나 소아용 약을 100%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제약사 역시 이 최고 우대 대상에 포함되어 든든한 정책적 지원을 받게 된다.
이러한 파격적인 약가 우대의 필수 관문인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역시 7월 30일부로 14년 만에 전면 개편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인증 필수 요건인 '의약품 매출액 대비 의약품 연구개발비 비율' 기준을 일괄적으로 2%p 상향한 점이다. 이에 따라 매출액 1,000억 원 미만 기업은 기존 7%에서 9%로, 1,000억 원 이상 기업은 5%에서 7%로, 선진 GMP 보유 기업은 3%에서 5%로 R&D 투자 의무 기준이 높아졌다. 이 R&D 비용은 본사나 관계사가 아닌 신청기업이 직접 부담·집행한 별도재무제표 상의 확정자료만을 인정해 심사의 엄격성을 더했다.
심사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도 개선됐다. 과거 5년 이내 '행정처분일' 기준이던 리베이트 결격사유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변경해, 5년 이전에 실제 종료된 위반행위는 심사에서 제외토록 명문화했다. 심사 세부평가 지표 항목은 25개에서 17개로 간소화하고, R&D 투자·임상시험 건수·수출규모 등 4개 항목을 '정량지표'로 전환해 객관성을 높였다. 또한 인증 최저 합격점수를 65점으로 명시하고 탈락 기업에 미인증 사유를 통보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았던 외국계 제약사를 위해 '외국계 혁신형 제약기업' 유형을 별도 신설, 국내 연구·생산 시설 유치 및 개방형 혁신 기여도 배점을 높여 외국계 제약기업의 국내 산업 기여도를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개선했다.
정부의 이번 규제 대수술은 제네릭을 통한 이윤 창출 구조를 제한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연구개발(R&D)과 필수의약품 공급에 투입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다품목 제네릭 약가가 38%대까지 낮아질 수 있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약가 방어를 위해 목표로 삼아야 할 '혁신형 기업'의 인증 문턱은 R&D 2%p 상향으로 더욱 좁아졌다.
다만, 정부는 제도 변화에 따른 산업계의 준비 시일을 고려해 핵심 규제들에 유예 기간을 두었다. 먼저 약가 개편안 중, 품목 양도양수 시 상속이나 합병이 아닌 지위 승계 제품의 경우 '양도 제품'과 '동일회사 기등재 제품' 중 낮은 금액으로 산정하는 규정은 시행을 1년 뒤인 2027년 8월 1일로 유예했다. 또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위한 R&D 비율 2%p 상향 규정 역시 시행일로부터 3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제약업계는 정부가 부여한 1년에서 3년이라는 유예 기간 동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유예 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상향된 R&D 투자 요건을 충족하고, 신설된 필수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직접 생산 가산 요건을 확보하는 등 개편된 제도에 부합하는 형태로 기업의 체질을 신속히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14년 만에 단행된 이번 규제 대전환이 향후 제약 생태계에 어떠한 진통과 성장을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 인기기사 | 더보기 + |
| 1 | “임상 3상'서 주저 앉는 국내 신약개발… 4가지 족쇄 풀어라” |
| 2 | 네이처셀, '조인트스템' pre-BLA 미팅 신청서 미국 FDA 제출 |
| 3 | [기고] K-제약바이오, 임상 3상 ‘통곡의 벽’ 제대로 넘어서려면 |
| 4 | [약업분석]HLB그룹 1Q 종속기업 다수 적자…최대 순이익 6억원 |
| 5 | 11억 달러에 팔린 ‘클라우딘18.2 ADC’ 3상 OS 입증 성공…K바이오도 들썩 |
| 6 | 올릭스, ‘OLX501A’ 비만 영장류서 경쟁 물질 대비 우수한 내장지방 감소 확인 |
| 7 | [일문일답] 강스템바이오텍, OSCA 구조 개선 가능성? 전환사채 발행하나? |
| 8 | 네이처셀 조인트스템 허가 소송 다시 법정으로…식약처 항소 |
| 9 | 세포독성 항암제 시장, 보령 27.6% 삼양바이오팜 9.0%로 선두 |
| 10 | 바이엘 “우리 과제처럼 깊이 들여다봤다”..기업,같은 코랩-다른 과제 |
| 인터뷰 | 더보기 + |
| PEOPLE | 더보기 + |
| 컬쳐/클래시그널 | 더보기 + |

2026년 8월 1일, 대한민국 제약·바이오 산업을 규율하는 핵심 제도들이 근본적으로 뒤바뀐다. 정부가 제네릭 위주의 수익 구조를 타파하고 신약 연구개발(R&D) 중심의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14년 만에 고강도 규제 개편 카드를 동시에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7월 30일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를 전면 개편하는 하위법령을 공포한 데 이어, 8월 1일에는 '약가제도 개선방안(약제의 결정 및 조정 기준 일부개정고시)'을 전격 시행한다.
8월 1일부터 시행되는 약가제도 개편안의 핵심은 제네릭 의약품의 기본 상한금액 인하와 산정 구간의 대폭 축소다.
지금까지 제네릭은 '자사 직접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수행'과 '식약처 등록 원료의약품 사용'이라는 두 가지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오리지널 의약품 최고가의 53.55%를 상한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이 상한선이 45%로 대폭 깎인다. 기준 요건 충족 개수에 따른 차등 폭도 커져, 1개 요건만 충족할 경우 36% (기존 45.52%), 모두 미충족 시 29% (기존 38.69%)로 약가가 수직 하락한다.
제네릭 진입 순서에 따라 가격을 깎는 이른바 '계단식 약가 인하' 규정도 매서워졌다. 종전에는 동일제제가 19개 등재될 때까지 일반 산정기준을 적용받았으나, 이제는 12개 이하로 그 구간이 대폭 좁아졌다. 결과적으로 13번째 등재 제품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제제 최저가와 29% 가격 중 낮은 금액의 85%로 강제 산정되어 후발 주자의 시장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아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신설된 '다품목 등재 관리제'다. 결정신청일 익월 1일을 기준으로 신청 품목과 이미 등재된 동일제제의 수를 합쳐 14개 이상이 되는 다품목 시장에 진입하는 약제는, 1년의 가산 기간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산정금액의 85%만 적용받게 된다. 최고 요건을 충족해 45%를 받은 품목이라도 14개 이상 시장에서는 실질적으로 오리지널 대비 38.25% 수준으로 실효 가격이 떨어지는 셈이다. 더욱이 이렇게 다품목 등재 관리에 따라 85% 인하된 약가는 향후 후발 제품이 진입할 때 가격 산정의 기초가 되어 제네릭 약가 인하의 도미노 현상을 낳게 된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 인하로 절감된 건강보험 재정을 신약 R&D 우수 기업과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지는 기업에 집중적으로 재투자할 방침이다. 신약 개발에 과감히 투자하거나 환자에게 필수적인 의약품을 묵묵히 생산하는 제약사에게 혜택을 대폭 얹어주는 '3단계 보상 방식'이 새롭게 도입되었다.
가장 먼저 '1단계 우대' 대상인 준혁신형 제약기업과 수급안정 선도기업에게는 산정된 약가에 약 11.1%의 추가 가산이 주어진다. 혁신형 기업에 준하는 연구개발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거나, 수익성이 낮아 타사가 꺼리는 필수 약(퇴장방지의약품)을 자사 등재 약제 품목 수나 청구액 비중의 20% 이상 책임지는 기업들이 이 혜택을 받게 된다.
이어 '2단계 우대'는 신약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성과를 인정받은 혁신형 제약기업을 향한다. 이들 기업의 제품에는 약 33.3%라는 파격적인 추가 가산이 제공되어, 신약 R&D 투자에 대한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마지막 '3단계 최고 우대'는 국가 보건 안보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제약사에게 주어지는 최고 수준의 인센티브다. 국산 원료를 사용해 국가필수의약품을 제조하거나, 화학적 변형 단계를 포함해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품목허가권자가 직접 생산한 의약품에는 무려 약 51.1%의 가산 혜택이 적용된다. 아울러 경쟁 회사가 3개 이하인 열악한 상황에서도 항생제 주사나 소아용 약을 100%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제약사 역시 이 최고 우대 대상에 포함되어 든든한 정책적 지원을 받게 된다.
이러한 파격적인 약가 우대의 필수 관문인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 역시 7월 30일부로 14년 만에 전면 개편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인증 필수 요건인 '의약품 매출액 대비 의약품 연구개발비 비율' 기준을 일괄적으로 2%p 상향한 점이다. 이에 따라 매출액 1,000억 원 미만 기업은 기존 7%에서 9%로, 1,000억 원 이상 기업은 5%에서 7%로, 선진 GMP 보유 기업은 3%에서 5%로 R&D 투자 의무 기준이 높아졌다. 이 R&D 비용은 본사나 관계사가 아닌 신청기업이 직접 부담·집행한 별도재무제표 상의 확정자료만을 인정해 심사의 엄격성을 더했다.
심사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도 개선됐다. 과거 5년 이내 '행정처분일' 기준이던 리베이트 결격사유를 '위반행위 종료일'로 변경해, 5년 이전에 실제 종료된 위반행위는 심사에서 제외토록 명문화했다. 심사 세부평가 지표 항목은 25개에서 17개로 간소화하고, R&D 투자·임상시험 건수·수출규모 등 4개 항목을 '정량지표'로 전환해 객관성을 높였다. 또한 인증 최저 합격점수를 65점으로 명시하고 탈락 기업에 미인증 사유를 통보하도록 규정을 신설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과 동일한 잣대로 평가받았던 외국계 제약사를 위해 '외국계 혁신형 제약기업' 유형을 별도 신설, 국내 연구·생산 시설 유치 및 개방형 혁신 기여도 배점을 높여 외국계 제약기업의 국내 산업 기여도를 정밀하게 평가하도록 개선했다.
정부의 이번 규제 대수술은 제네릭을 통한 이윤 창출 구조를 제한하고, 이를 통해 마련된 재원을 연구개발(R&D)과 필수의약품 공급에 투입하겠다는 정책적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다품목 제네릭 약가가 38%대까지 낮아질 수 있는 구조적 변화 속에서, 기업들이 약가 방어를 위해 목표로 삼아야 할 '혁신형 기업'의 인증 문턱은 R&D 2%p 상향으로 더욱 좁아졌다.
다만, 정부는 제도 변화에 따른 산업계의 준비 시일을 고려해 핵심 규제들에 유예 기간을 두었다. 먼저 약가 개편안 중, 품목 양도양수 시 상속이나 합병이 아닌 지위 승계 제품의 경우 '양도 제품'과 '동일회사 기등재 제품' 중 낮은 금액으로 산정하는 규정은 시행을 1년 뒤인 2027년 8월 1일로 유예했다. 또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위한 R&D 비율 2%p 상향 규정 역시 시행일로부터 3년의 유예 기간을 부여했다.
결과적으로 제약업계는 정부가 부여한 1년에서 3년이라는 유예 기간 동안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었다. 유예 기간이 종료되기 전까지 상향된 R&D 투자 요건을 충족하고, 신설된 필수의약품 및 원료의약품 직접 생산 가산 요건을 확보하는 등 개편된 제도에 부합하는 형태로 기업의 체질을 신속히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14년 만에 단행된 이번 규제 대전환이 향후 제약 생태계에 어떠한 진통과 성장을 이끌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