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무대가 대형병원 울타리를 넘어 환자의 '안방'과 '동네 의원'으로 대폭 넓어진다. 정부가 오는 9월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메가특구법'에 의약품 분산형 임상시험(DCT) 규제 특례를 전격 포함하면서다.
환자가 병원을 직접 찾아야만 했던 낡은 규제가 허물어짐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R&D 생태계와 환자의 의료 접근성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전망이다.
당·정·청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메가특구 제정법을 처리하여 혁신 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 제정안에 분산형 임상시험 규제 특례를 명시함으로써, 기존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렀던 제도를 확고한 법적 기반 위에서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임강섭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메가특구법 제정으로 분산형 임상의 법적 기반을 확고히 다진 뒤, 세부 가이드라인 수립은 물론 향후 약사법 개정까지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임상시험 대상자(환자)가 임상시험 실시기관(대형병원 등)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자택이나 거주지 인근에서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환자 모집부터 동의서 작성(전자서명),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기술(ICT)과 웨어러블 기기가 적극 활용된다.
현행 약사법 체계에서는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은 곳에서만 임상이 가능하다. 환자는 직접 해당 병원을 방문해 의사의 진단을 받고, 검사를 수행하며, 결과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러한 공간적 제약은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떨어뜨려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을 어렵게 하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반면 분산형 임상시험이 도입되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환자는 자택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체 데이터를 측정해 임상시험 사이트로 전송할 수 있다. 채혈이나 간단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 먼 거리에 있는 대형 임상기관을 방문할 필요 없이 집 근처의 동네 의원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임상기관으로 전송하면 된다.
임 과장은 "비대면 임상시험과 동네 의원을 활용한 분산 실시가 결합하면 대상자의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라며 "이는 피험자 모집을 유리하게 만들고,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분산형 임상시험은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한 제한적인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복지부는 앞서 2024년 말,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총괄하에 서울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승인한 바 있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우울증, 폐질환, 수면무호흡증, 비만 등 4개 질환에 한정해 비대면·원격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2026년) 2개 질환을 추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새로운 임상을 진행할 때마다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는 등 행정적 절차가 번거롭고, 허용된 특정 질환군에 한해서만 임상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복지부가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메가특구법은 이러한 한계를 일거에 해소할 핵심 열쇠로 꼽힌다.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아젠다로 포함된 이 법안에 분산형 임상시험 규제 특례가 명시되면, 부내 결재 절차가 대폭 간소화됨은 물론 시행 기준이 명확해져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질환의 전면 확대다. 임 과장은 "기존 시범사업이 수면무호흡증 등 지정된 특정 질환만 가능했다면, 메가특구법 특례 지정을 통해서는 '모든 질환'에 대해 분산형 임상이 가능해진다"라고 밝혔다. 시범사업이라는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법적 근거가 탄탄한 '제도권'으로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단계적 허용이라는 신중한 접근법을 택했다. 메가특구법이 제정되어 모든 질환에 분산형 임상이 허용되더라도, 당분간은 신약이 아닌 기허가된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에 한정해 특례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미 허가를 받아 시판 중인 의약품을 대상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기술을 먼저 접목해 봄으로써, 예상치 못한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분산형 임상에 필수적인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 정확도, 비대면 모니터링의 신뢰성, 동네 의원과의 협진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기술 가이드라인을 고도화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의 최종 종착지는 분산형 임상시험의 완전한 자유화, 즉 약사법 개정이다.
임 과장은 "현재 단계는 기허가 약을 바탕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데이터를 축적해 기술적, 제도적 안정성이 담보되면 추후 약사법 등 소관 법률을 개정하여 완전히 제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분산형 임상시험(DCT)을 신약 개발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규제 장벽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면 글로벌 신약 개발 속도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의 규제합리화 기조와 맞물린 복지부의 메가특구법 입법 추진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물리적 병원에 갇혀 있던 임상 환자를 다양한 생활 공간으로 분산시킴으로써, 한국의 풍부한 ICT 인프라와 결합한 '스마트 임상 강국' 도약이 기대된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메가특구법이 무사이 문턱을 넘어, 국내 바이오 R&D 생태계가 규제의 굴레를 벗고 글로벌 무대에서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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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병원을 직접 찾아야만 했던 낡은 규제가 허물어짐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R&D 생태계와 환자의 의료 접근성에 일대 혁신이 일어날 전망이다.
당·정·청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메가특구 제정법을 처리하여 혁신 산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 제정안에 분산형 임상시험 규제 특례를 명시함으로써, 기존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렀던 제도를 확고한 법적 기반 위에서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임강섭 제약바이오산업과장은 "메가특구법 제정으로 분산형 임상의 법적 기반을 확고히 다진 뒤, 세부 가이드라인 수립은 물론 향후 약사법 개정까지 나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분산형 임상시험은 임상시험 대상자(환자)가 임상시험 실시기관(대형병원 등)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자택이나 거주지 인근에서 임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환자 모집부터 동의서 작성(전자서명),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에 이르기까지 정보통신기술(ICT)과 웨어러블 기기가 적극 활용된다.
현행 약사법 체계에서는 임상시험 실시기관으로 지정받은 곳에서만 임상이 가능하다. 환자는 직접 해당 병원을 방문해 의사의 진단을 받고, 검사를 수행하며, 결과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러한 공간적 제약은 환자의 편의성을 크게 떨어뜨려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을 어렵게 하고,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반면 분산형 임상시험이 도입되면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환자는 자택에서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실시간으로 생체 데이터를 측정해 임상시험 사이트로 전송할 수 있다. 채혈이나 간단한 검사가 필요한 경우, 먼 거리에 있는 대형 임상기관을 방문할 필요 없이 집 근처의 동네 의원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임상기관으로 전송하면 된다.
임 과장은 "비대면 임상시험과 동네 의원을 활용한 분산 실시가 결합하면 대상자의 편의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라며 "이는 피험자 모집을 유리하게 만들고,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전 세계적인 메가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의 분산형 임상시험은 보건의료기본법을 근거로 한 제한적인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복지부는 앞서 2024년 말,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총괄하에 서울대병원, 가천대 길병원, 충북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7개 기관이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승인한 바 있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우울증, 폐질환, 수면무호흡증, 비만 등 4개 질환에 한정해 비대면·원격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올해(2026년) 2개 질환을 추가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시범사업은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새로운 임상을 진행할 때마다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야 하는 등 행정적 절차가 번거롭고, 허용된 특정 질환군에 한해서만 임상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다.
복지부가 9월 정기국회 통과를 목표로 하는 메가특구법은 이러한 한계를 일거에 해소할 핵심 열쇠로 꼽힌다.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아젠다로 포함된 이 법안에 분산형 임상시험 규제 특례가 명시되면, 부내 결재 절차가 대폭 간소화됨은 물론 시행 기준이 명확해져 산업 현장의 불확실성이 사라진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질환의 전면 확대다. 임 과장은 "기존 시범사업이 수면무호흡증 등 지정된 특정 질환만 가능했다면, 메가특구법 특례 지정을 통해서는 '모든 질환'에 대해 분산형 임상이 가능해진다"라고 밝혔다. 시범사업이라는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법적 근거가 탄탄한 '제도권'으로 한 걸음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되는 셈이다.
복지부는 규제 완화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단계적 허용이라는 신중한 접근법을 택했다. 메가특구법이 제정되어 모든 질환에 분산형 임상이 허용되더라도, 당분간은 신약이 아닌 기허가된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에 한정해 특례를 적용할 방침이다.
이미 허가를 받아 시판 중인 의약품을 대상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기술을 먼저 접목해 봄으로써, 예상치 못한 변수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분산형 임상에 필수적인 웨어러블 기기의 데이터 정확도, 비대면 모니터링의 신뢰성, 동네 의원과의 협진 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기술 가이드라인을 고도화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하게 된다.
정부의 최종 종착지는 분산형 임상시험의 완전한 자유화, 즉 약사법 개정이다.
임 과장은 "현재 단계는 기허가 약을 바탕으로 분산형 임상시험 기술을 개발하고,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라며 "이러한 데이터를 축적해 기술적, 제도적 안정성이 담보되면 추후 약사법 등 소관 법률을 개정하여 완전히 제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분산형 임상시험(DCT)을 신약 개발의 핵심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규제 장벽을 빠르게 낮추고 있다. 임상시험의 효율성을 높이지 못하면 글로벌 신약 개발 속도전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의 규제합리화 기조와 맞물린 복지부의 메가특구법 입법 추진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물리적 병원에 갇혀 있던 임상 환자를 다양한 생활 공간으로 분산시킴으로써, 한국의 풍부한 ICT 인프라와 결합한 '스마트 임상 강국' 도약이 기대된다.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메가특구법이 무사이 문턱을 넘어, 국내 바이오 R&D 생태계가 규제의 굴레를 벗고 글로벌 무대에서 날개를 달 수 있을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