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료
"처방조제·일반약에서 고개를 돌려라"
최창욱<부산시약사회 총무이사>
의약분업 실시 이후 10여년이 지났다. 약국을 둘러 싼 경영환경을 둘러보면 청신호보다는 온갖 형태의 적신호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작으로 올초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된 ‘의약품 약국 외 판매’ 문제를 계기로 약국가에는 절대 위기감이 감돌았다. 물론 이 문제는 아직까지 뚜렷한 결론 없이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태이다. 언제 다시 이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라 우리를 힘들게 할지 아무도 모른다.
이렇듯 약국을 둘러 싼 경영환경 악화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건강보험재정 만성적자 문제가 이제는 적자폭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사회적 이슈화 되었고, 그에 따라서 조제료가 보험재정적자의 큰 원인인 것처럼 언론에 비춰져 우리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다가올 미래를 예상하고 그에 따른 전망과 대안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했지만 의약분업이 절반의 성공·실패를 가져왔기에 약국도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왔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전국 약국의 40% 이상인 8,153곳이 하루 평균 50건의 처방전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334곳은 일평균 300건 이상의 조제건수를 기록하면서 최상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7일 복지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동안 일평균 300건 이상 조제를 기록한 약국은 전체 약국 2만 256곳 가운데 334곳으로 전체 약국 가운데 1.7%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이들 약국 가운데 일평균 400건 이상의 조제건수를 기록한 약국도 전국적으로 114곳에 이르렀다.
상위 1.7% 약국들도 리베이트 쌍벌제 실시에 따른 소위 ‘백마진’ 실종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경영상태에 일대 변화가 예상돼 이 또한 경영의 안전지대는 더 이상 아닌 것이다.
국민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추구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면서 질병치료의 고급화·다양화로 가고 있으며 예방의학에 관심을 보이면서 self medication에 시간과 자본을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이런 분야에 대한 관심과 시장은 엄청난 크기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변화속에서 약국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며 변화속에서 적응하며 밝은 미래를 만들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쉽지는 않지만 절망적이지는 않다.
첫째, 처방조제에만 집중하는 것은 더 이상 약국경영의 수익모델이 될 수가 없다.
처방조제에 따른 조제수가 인상은 물가상승률을 넘지 못하는 한계가 있으며 지금의 건강보험재정 적자로서는 거의 동결수준이나 실질적 인하쪽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약국경영비용(인건비, 임대료, 재료비, 의약품 결제단축, 세금요율) 인상은 매년 증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상태라면 경영상태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둘째, 일반의약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변화로 인해 더 이상 성장가능성은 없다.
국민들도 의약품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오남용 부분에 대해서 자의식이 뚜렷하며 의약품 섭취에 대해서 일정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가정상비약 정도 이상의 구매는 이루어질 가능성이 극히 적다.
셋째, 지금의 의약분업 아래에서 약국의 수동적인 경영상태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없다.
처방조제만을 약국 수익모델 삼고 있기에 약국내 환경도 처방조제만을 위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금의 약국형태로서는 건강식품, 의약부외품, 실버용품 등 새로운 건강관련 신성장 동력이 있는 제품군이 뿌리내리기 부적합 상태이다.
이상의 원인으로 인해 현재의 약국은 성장을 멈춘 답보상태이며 서서히 후퇴하고 있지만 정작 약사들은 모르고 있거나 뚜렷한 대안이 없어 불안한 미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조심스럽지만 이러한 불안한 현실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약국, 약사들의 미래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① 효율적인 처방조제 환경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인다
처방조제 의약품의 적정 재고가 가장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달에 한번 당번 약국하는 일요일에 약국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해 약국내 조제의약품의 재고 현황을 분석하여 적정 재고를 유지토록 한다.
정상근무를 하는 날에는 적정재고를 분석할 수 없으며 한달에 한번 재고현황을 분석해보면 이렇게 낭비적인 요소가 많은 것을 보고 깜짝 놀랄 것이다. 적정 재고를 갖는 것이 처방조제를 통해서 얻어지는 수익과 맞먹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② 조제실의 기계화 자동화로 근무환경개선을 통해 인력수급의 안정화를 기한다
많은 약국들이 근무약사 및 직원의 잦은 이직으로 인해 안정적인 약국경영을 할 수 없다고 호소한다.
약국마다 조제실 환경은 다르겠지만 조제업무의 기계화 자동화를 도입해 단순업무 반복에 따른 피로감을 덜고 조제환경업무 개선을 통해 인력수급 안정을 꾀한다.
③ 약국을 이용하는 고객이나 환자들의 욕구를 읽어라
소득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고객은 약국에서 구매하는 건강 관련 제품의 품질 고급화를 원한다.
황사마스크 파동 및 신종플루로 인해 개인위생 용품 시장의 고급화가 짧은 시간에 형성되었으나 대부분의 약국은 소비자의 욕구를 읽지 못하고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을 놓치고 있다.
④ 의약부외품, 위생용품, 헬스 및 뷰티 용품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약국경영 활성화 방안으로 일반의약품 활성화 및 건강기능식품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효성은 미미하다.
의약부외품(구강 관련용품 등), 위생용품, 헬스 관련 용품, 뷰티용품이 약국에서 성장하기에 안성마춤인 품목들이며 건강기능식품보다는 약국시장에 연착륙하기에 좋다.
소비자들도 약국에서 관련 품목들에 대해 신뢰감을 갖고 상담과 구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약사들이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이 부분에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한다.
⑤ 약사의 경영능력을 키워야 한다
약국은 약사의 경영능력에 따라서 경영상태는 엄청나게 달라진다.
구매관리, 판매관리, 인력관리, 재고관리 등 많은 부분을 약사의 경험이나 타성에 젖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생기는 경영손실은 생각보다 크다.
경영능력은 약사 자신이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기에 약사회가 프로그램을 통해 효율적인 약국경영능력 향상을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의 학술위주의 편향적인 약국경영 프로그램을 개선하여야 한다. 그래야만 약국의 미래가 있다.
⑥ 위기의식을 갖고 꿈과 구체적인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선택분업, 의약품 약국외 판매가 이슈화될 때만 위기의식을 가지고 시간이 지나고 사회적 관심이 지나가면 일상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형태로는 우리의 미래는 없다.
약사, 약국이 가져야 할 꿈과 미래 구체적인 비전을 만들어가는 모멘텀이 중요하다.
지금처럼 병의원에서 발행되는 처방전의 유무와 처방전의 수용량의 과다에 의해 이루어지는 수동적인 약국경영형태로는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없다.
약국이라는 공간에서 약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국민건강도 향상시키고 보람도 찾고 경제성도 가질 수 있는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 그 답은 우리 자신에게 있으며 우리가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는 것부터가 우선이다.
임채규
2011.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