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약업계] 전문약 강세 그리고 일반약 위축
의약품시장 보험약가
지난 2000년 시작된 의약분업으로 제약사와 시장에는 일대 변화가 생겼다. 변화는 전문약 고공행진, 병의원영업 강화, 외자제약사와 경쟁으로 요약된다. 모두 시장에서의 영업 마케팅 흐름이 기존 약국 중심에서 병의원과 의사 중심으로 이동한데 따른 현상이다.
분업 이후 제약사들의 전반적인 매출 신장 속에 일반약과 전문약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제약사들이 전문약에 대한 의사들의 처방에 매달리며 일반약은 찬밥 신세가 됐다.
처방약 고공행진-일반약 소외
의약분업 초기부터 시작된 이 같은 구도는 고착화됐다. 지난 10년 동안 전문약에 집중한 결과, 2009년 현재 일부 제약사 경우는 전문약과 일반약 비중이 9대 1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전문약 편중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왜곡 현상은 의약분업 전 약국을 주요 거래처로 하며 일반약에 중점을 둬왔던 OTC종합도매에서도 마찬가지로, 현재 전문약을 취급하지 않으면 제약사와 거래가 힘든 상황이다. 전문약으로 짜여진 시장은 몇몇 특화된 전문약 위주로 영업 마케팅을 해왔던 제약사들이 대약진하는 계기도 됐다.
제약사들이 의사의 처방을 받기 위해, 또는 자사 의약품을 병원에 입점시키기에 사활을 걸며 인력 쪽에서의 대변혁도 일어났다. 변화는 ‘병원영업 인력 승승장구, 약국 영업 인력 소외’로 귀결된다.
제약사들은 능력을 인정받은 약국 영업사원을 병원영업으로 돌리고, 성적이 좋은 신입사원을 우선적으로 병원 영업부에 배치시키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졌다. 이 같은 현상으로 인사에 있어서도 병원 영업 쪽은 승승장구한 반면 약국 영업 직원들은 여러 면에서 불이익을 받았다. 제약시장에서의 이 같은 변화로 일반약은 시장에서의 위치가 갈수록 위협받고 있다.
건강보험재정 안정, 이익확보 등을 위해 일반약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의약분업 이후부터 이어져 왔지만,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형국이다. 실제 전체 의약품시장에서 일반의약품의 생산기피가 이어지고 있다.
제약협회가 집계한 2008년도 일반 전문의약품의 생산실적 추이에 따르면 일반약은 7,138품목에서 2조5천억 원을, 전문약은 9321품목에서 9조9천억 원을 각각 생산했다.
일반의약품 생산은 2007년 2조6천억 원에서 감소한 반면 전문약은 2007년 8조7천억 원에서 증가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05년 이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마찬가지. 1997년 51.95%로 전문약 48.05%보다 우위에 있던 일반의약품의 시장 점유율은 98년 48.46%(전문약 51.54%)로 역전된 후 2000년 30%로 떨어졌다.(39.69%) 이후 2001년 37.24%, 2002년 33.05%, 2003년 31.03%, 2004년 29.04%, 2005년 27.56%, 2006년 25.49%, 2007년 23%로 계속 떨어지며, 10년 새 28.95%P가 감소. 2009년은 10%로 내려 앉은 것으로 분석된다.
일반약의 품목수와 생산실적 점유율 감소는 처방약시장에 대한 제약사들의 마케팅력 집중결과다. 처방약에 집중되며 약국도 처방약 위주의 문전약국과 처방약에서 소외된 동네약국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고착화 됐다.
병원영업 집중 약국 영업 찬밥
의약분업 이후 제약시장에서 특징지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주요한 변화상 중 하나가 외자제약사들의 약진이다. 오리지널 신약을 갖고 국내에 진출한 외자제약사들에게는 임상적으로 효능 효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신약이 강력한 무기가 됐다.
의사들도 의약분업으로 약가마진을 볼 수 없게 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다국적제약사들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처방하는 추세가 됐고, 이는 외자제약사들이 의약품시장에서 급성장하는 배경이 됐다. 실제 의약분업 이후 몇 몇 전문약들은 약진을 거듭하며, 단일 제품 매출액이 1천억을 돌파할 정도에 이르렀다.
외자제약 강세-분업 그늘 서서히 대두
전문약과 외자제약사 약진은 제약시장에 리베이트를 광범위하게 퍼뜨리는 요인이 됐다.
제네릭 위주의 영업 마케팅 정책을 펼쳤던 국내 제약사들이 일반약 판매 부진 및 정체 속에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
의약분업 이전에도 존재했고, 분업 이후에도 관행적으로 여겨졌던 리베이트는 결국 의약분업 10년이 지난 현재 건강보험재정절감 및 안정화와 연결되며 척결의 제1순위에 올랐다.
전반적으로 의약분업으로 제약사들의 매출은 크게 신장됐지만 전문약 집중, 일반약 판매 부진에 따른 건강보험재정 악화, 약국 경영의 어려움, 처방전 유치에 따른 리베이트 등 많은 문제점을 양산했다.
제약계 한 인사는 “의약분업 이후 10년간 제약사들은 많이 성장했다. 하지만 10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의약분업 이후 쌓였던 그늘이 나타나고 있다”며 “당장 건강보험재정에 문제가 생기며 리베이트니 제네릭 약가니 정부 정책이 나오는데 정부는 이런 정책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 말고 일반약 재분류, 일반약 활성화, 전문약의 일반약 스위치 등 보다 근본적인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권구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