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의료소비자] 분업, 의료소비자는 어떻게 평가하나?
편의성ㆍ비용
올해 2010년은 통합건강보험 출범 10년이자, 의약분업 시행 10주년이 되는 해이다. 뿐만 아니라 보건의료 관련 법률의 차원에서 보더라도 「보건의료기본법」,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등이 제정 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이런 점에서 올해에는 이와 같은 정책들을 평가하고 향후 개선, 발전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민의 정부’ 시절에 보건의료와 관련한 커다란 개혁이 추진됐는데, OECD에서는 ‘의약분업’과 ‘통합건강보험의 출범’을 2대 개혁으로 꼽은 바 있다.
이 두 가지 정책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에 미친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점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두 가지 정책은 국민의 입장에서, 의료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매우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여기에서는 ‘의약분업’에 맞추어 설명해 보겠다.
2000년 의약분업 전격 시행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약사법에서 의약분업이 명기돼 있었다. 그러나 이해단체들의 반대로 방치하거나 연기해 오던 의약분업이 2000년에 전격 시행됐다. 당시에도 여러 관련 당사자들의 이해가 엇갈려 상당한 진통의 과정을 겪어야 했으며, 이런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국민의 여론을 설득해 가며서 이해단체들의 입장을 조율하며 의약분업을 추진하는 실제 동력을 형성하는데 주력했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의약분업의 주역이라고 볼 수 있다.
분업후 환자, 처방전 내용 알았다
국민의 입장, 의료이용자의 입장에서 의약분업은 다음과 같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환자들이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 알게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였다. 의약분업 이전에는 병원에서 외래 환자에 대해서도 직접 의약품을 조제하여 제공했다.
그러나 이렇게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환자가 복용하는데도 불구하고 환자는 어떤 약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환자들은 처방전 발행을 통해 자신이 어떤 약을 복용하는지를 알 수 있는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받게 됐다.
물론, 환자의 입장에서는 그 의약품이 어떤 것인지 알기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는 등 추가적인 노력이 뒤따라야 하지만,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보제공 사이트가 등장하여 환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자 했다.
둘째는 국민들이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구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의약분업 이전에 환자들은 가벼운 질환이라고 스스로 여길 경우 약국에 가서 직접 증상을 설명하고 심지어 약사의 진단에 의한 처방을 받기도 했다. 반면, 의원급 진료를 받으면서 의약품을 함께 처방받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약사와 의원급 의사의 역할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의사에게 무엇을 문의하고 약사에게 무엇을 문의해야 하는지 구분하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는 구체적으로 어떤 ‘약사서비스’를 요구해야 하는지 사회적인 인식이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셋째, 의약분업이 국민 건강에 미친 영향은 대표적으로 ‘항생제와 주사제’ 처방률로 표현되고 있다. 이는 2000년 당시 각각 54.7%, 60.8%였던 것이 2009년에는 각각 30.9%, 26.3%로 급감했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이 있어야만 항생제를 구할 수 있는 방식이 국민의 의약품 행태를 바로 잡고, 의약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데 큰 계기가 되었다는 점도 정당히 평가돼야 한다.
넷째, 의약분업 실시와 함께 의약품과 관련해 건강보험 적용이 크게 확대 됐다는 점도 의료이용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평가의 지점이다.
이전에는 의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거의 없었으나 의약분업 이후에는 약국 서비스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이 70% 수준을 보이고 있어 국민들에게 의약품 접근권을 크게 향상시켰다.
그러나 의약분업과 관련해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기관분업을 실시했으나 방식에 있어서 ‘성분명 처방’을 기준으로 하지 않고 ‘상품명 처방’을 시행하게 돼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됐다는 점, 약국(약사)서비스의 수준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은 의약분업 이후에도 제약회사가 의료기관에 대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동기로 여전히 존속하게 됐으며,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국내 제약 산업을 합리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을 방해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의약분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건강보험 약가 결정과정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압력을 받는 등 합리적 가격 결정구조를 만들지 못하고 향후 큰 내홍을 겪고 있는 점도 의약분업 평가와 관련하여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이다.
성공적 자리매김… 한 발 더 나가야
이제 우리 사회에서 의약분업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 예상보다 국민의 불만이나 불편이 크지 않았다. 이를 바탕으로 이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성분명 처방’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약사서비스를 더욱 개발해 국민들에게 제공하며, 약가 결정구조를 합리화해 국민의 부담과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줄여야 할 것이다.
편집부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