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의약분업 시행 10년 "원칙은 유지, 보완대책 서둘러야"
의약분업은 의사 또는 치과의사가 진단 처방하고 약사가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63년 약사법 개정에 따라 의약분업의 원칙이 규정되었으나 부칙에서 의사의 직접조제를 허용함으로써 사실상 시행이 유보되어 오다가 1993년 발생한 한약분쟁을 계기로 약사법 개정을 통해 의약분업 시행이 명문화하였다.
이후 1998년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한다’는 기본원칙에 대해 의약정 합의가 이뤄졌으며 1999년 3월 의원입법으로 약사법 개정안이 공포됐다.
그러나 2000년 ‘의료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극심한 혼란을 야기한 3차례에 걸친 의료계의 집단 휴ㆍ폐업을 거쳐 2000년 7월1일부터 전격 실시된바 있다.
후속조치 이행 미흡, 비효율 가속 지적
의약분업의 실시를 위한 준비과정에서 △실거래가상환제 도입 △보험약가의 30.7% 인하와 수가인상 △지역처방의약품 목록 작성 △대체조제 허용 기준 △조제시 복약지도 의무화 △일반의약품 10정미만 소포장 △조제기록부 작성 의무 △전문/일반 의약품 분류 재정비(전문 61.5%, 일반 38.6%) △담합 금지 및 사례 명시 △시민포상금 지급 기준 △분업예외지역 지정 등의 후속 조치가 이어졌다.
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의약분업 실시로 1999년 항생제 판매량 대비 2003년 판매량을 비교할 때 약 32.7%가 감소되었으며, 의원급 외래 환자 기준으로 보험청구 건당 항생제 처방률 또한 계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또 심평원 발표자료<항생제 주사제 총괄현황>역시 항생제 처방률은 2002년 1분기 43.3%, 2005년 1분기 32.42%, 2009년 1분기 29.17%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의약분업 이후 의사처방 내용 및 약제비의 변화는 만성질환자의 증가와 고가약 처방이 증가함에 따라 약제비를 일정부문 증가시키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8년 기준 건강보험에서 지출한 약제비 규모는 약 10조3천억 원으로 건강보험 총 진료비의 29.4%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1인당 약제비 평균증가율(5.4%)은 OECD 국가 평균(4.6%, OECD Healh Data 2007)을 넘어섰으며 2001년부터 2008년까지 8년간 약제비 증가율(연평균 13.8%)은 진료비 증가율(연평균 10.2%)보다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1년 7월 저가약 대체조제를 통한 약제비 절감방안을 마련하면서 식약청장이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고 인정한 품목을 대상의약품으로 하여 약사가 처방의약품보다 저가의 의약품으로 대체조제 할 수 있도록 정해 놓은 바 있다.
저가약 대체조제 ‘빚좋은 개살구’ 꼴
저가약 대체조제인센티브 제도시행 당시만 해도 대상의약품은 218품목에 불과했지만 이후 크게 늘어나 2009년 6월 현재 심평원이 공고한 인센티브지급 대상의약품은 무려 3,986품목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심평원이 집계한 인센티브 지급액은 2003년에 870만 원, 2004년 1,784만 원, 2005년 2,800만 원, 2006년 4,056만 원 2007년에는 4,094만 원, 2008년에 4,500만 원(추정)에 그치는 등 미미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Incentive 지급대상 품목이 4,000 품목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대체조제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약사가 대체조제 내용을 사후에 의사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사후통보조항을 삭제해야만 저가약 인센티브제도가 활성화되고 또한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조제 활성화는 결국 성분명처방의 기반을 확고히 할 수 있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의약품 처방에 대한 약사의 점검을 통해 약화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원외 처방전 발행 및 약사의 복약지도 등을 통해 환자의 알권리가 증진되었다. 특히 2008년 4월부터 ‘의약품 처방조제 지원시스템’(DUR)을 요양기관 PC에 배포하여 병용금기 의약품 처방조제시 의사, 약사에게 경고창을 띄워 사전 점검 체계를 구축하였으며, 앞으로는 임산부 금기, 질병 금기 등의 다양한 약물 적정 사용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다.
반면 의약분업제도의 시행은 의약품 시장에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약의 선택권이 의사에게 넘어가면서 일반약 시장은 분업이후 지속적인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제약사들의 처방약 집중 현상과, 처방약의 일반약 전환시스템 미비, OTC에 대한 소비자 인식부족이 이어지면서 2000년 749건에 달하던 일반약 허가 건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또 의약정 합의사항중 하나였던 의약품 재분류는 9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일반약시장 활성화를 위한표준제조기준 확대 등 다양한 제도개선과 함께 안전성이 입증된 처방의약품의 OTC 전환, 제약사들의 OTC 마케팅 강화 등 다양한 대안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의약분업 발전 위한 제도적 연계
의약분업제도는 의약질서의 흐름을 결정짓는 근간이기도 하지만 의약분업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환경이 함께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의약품을 둘러싼 리베이트 관행은 의료기관에 대한 리베이트이든 또는 약국에 대한 리베이트이든 의약품의 사용량을 증대시키는 결정적 요인중의 하나이다.
리베이트 관행은 근본적으로 약가가 높은데서 출발하며 실거래가 상환제로는 단속이나 근절을 위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의약품 유통질서의 투명화는 그 자체로서의 정책목표는 물론 의약분업의 성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바 이러한 관행의 개선 없이는 어떠한 형태의 분업보완책을 도입해도 그 성과가 극대화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지금 정부는 저가구매인센티브제도로 대표되는 보험약가제도 개선안을 마련중에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정부방침에 대해 소비자 단체는 물론 제약ㆍ유통업계는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한마디로 빈대 한 마리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리베이트 관행은 단기간에 특정한 제도 하나만으로 해결될 수는 없으며 복제약의 생산 판매가 중심이 되고 있는 우리나라 의약품시장의 특성상 이의 시정을 위해서는 오랜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일본과 같이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을 증대시키고 의료기관의 약가마진을 줄이기 위한 실효성 있는 관련제도가 연계 추진되지 않는 한 의약분업의 성과제고는 기대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종운
2010.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