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를 떠올리면 보통 기억력 감퇴부터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와 임상 흐름은 그보다 앞선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전, 방향 감각이나 공간을 파악하는 능력이 먼저 떨어질 수 있고, 혈액 검사를 통해서는 그보다 더 이른 단계에서 질환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단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치료 접근도 자연스럽게 더 이른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3월 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한 논문 ‘초기 파킨슨병에서 시각-공간 인지 장애는 치매 위험을 예측한다(Visuospatial impairment predicts dementia risk in early Parkinson’s disease)’는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초기 파킨슨병 환자 474명을 약 3.5년 이상 추적한 결과, 시각-공간 인지 기능이 먼저 저하된 환자는 기억력 저하가 먼저 나타난 환자보다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7.3배 높았다.
즉, 기억력 감퇴가 먼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공간 인지 능력이 먼저 저하되는 환자군이 더 높은 위험을 보인 것이다. 그동안 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병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방향 감각이나 위치 판단 능력 변화가 더 이른 신호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억력 저하를 기준으로 환자를 선별하면 이미 진행된 환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시각-공간 인지 기능을 함께 평가하면 더 이른 단계에서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다.환자 선정 기준뿐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파킨슨병 환자 치매 전환을 조기에 예측하는 것은 환자 관리에 중요한 요소”라며 “인지 기능 변화 패턴을 기반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하면 보다 적절한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기억력 이전 단계를 포착하라"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진단 기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p-tau217 기반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는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평가하는 도구로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및 치료 기업 C2N 다이어그노스틱스(C2N Diagnostics)는 ‘PrecivityAD2’를 통해 혈중 Aβ42/40 비율과 p-tau217 관련 지표를 반영해 아밀로이드 병리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PET와 비교해 AUC 0.94, 약 88% 수준의 일치를 보였다. 뇌척수액 검사나 PET 없이도 병리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지난해 임상진료지침에 이를 반영했다. 전문 진료 환경에서 인지 저하 환자 알츠하이머병 평가에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사용을 처음 권고했다.
최근에는 더 앞선 단계까지 접근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2026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논문 ‘혈장 p-tau217 기반 시간 예측 모델을 통한 증상 발현 시점 추정(Plasma p-tau217 clock models estimate time to symptomatic Alzheimer’s disease)’에서는 혈장 p-tau217이 양성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증상 발현까지 기간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60세에 양성화된 경우 약 20.5년, 80세에서는 약 11.4년 간격이 관찰됐다.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 뒤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시점을 미리 짐작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치료가 더 이른 단계에서 질환에 개입하려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진단 역시 그보다 앞선 시점을 포착하는 쪽으로 이동 중이다. 기억력 저하 이후 질환을 확인하던 단계에서 나아가, 그 이전 변화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흐름이다.
혈액 바이오마커는 기억력 이전 단계에서 병리를 포착하고, 시각-공간 인지 기능 평가는 일부 환자군에서 그 변화를 보완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디지털 바이오마커까지 더해지면 진단 방식도 더욱 입체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정석종 교수는 “단일 시점 인지 검사만으로는 파킨슨병 환자 치매 진행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순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시각-공간 기능 저하 환자가 가장 높은 위험군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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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를 떠올리면 보통 기억력 감퇴부터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연구와 임상 흐름은 그보다 앞선 신호에 주목하고 있다.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기 전, 방향 감각이나 공간을 파악하는 능력이 먼저 떨어질 수 있고, 혈액 검사를 통해서는 그보다 더 이른 단계에서 질환 단서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단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치료 접근도 자연스럽게 더 이른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3월 Alzheimer’s & Dementia에 게재한 논문 ‘초기 파킨슨병에서 시각-공간 인지 장애는 치매 위험을 예측한다(Visuospatial impairment predicts dementia risk in early Parkinson’s disease)’는 이런 변화를 잘 보여준다.
초기 파킨슨병 환자 474명을 약 3.5년 이상 추적한 결과, 시각-공간 인지 기능이 먼저 저하된 환자는 기억력 저하가 먼저 나타난 환자보다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7.3배 높았다.
즉, 기억력 감퇴가 먼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단계에서 공간 인지 능력이 먼저 저하되는 환자군이 더 높은 위험을 보인 것이다. 그동안 치매는 기억력이 떨어지는 병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방향 감각이나 위치 판단 능력 변화가 더 이른 신호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억력 저하를 기준으로 환자를 선별하면 이미 진행된 환자가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시각-공간 인지 기능을 함께 평가하면 더 이른 단계에서 고위험군을 가려낼 수 있다.환자 선정 기준뿐 아니라 임상시험 설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질병관리청 임승관 청장은 “파킨슨병 환자 치매 전환을 조기에 예측하는 것은 환자 관리에 중요한 요소”라며 “인지 기능 변화 패턴을 기반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하면 보다 적절한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기억력 이전 단계를 포착하라"
이 같은 흐름과 맞물려 진단 기술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p-tau217 기반 혈액 바이오마커 검사는 알츠하이머병 병리를 평가하는 도구로 실제 의료 현장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미국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및 치료 기업 C2N 다이어그노스틱스(C2N Diagnostics)는 ‘PrecivityAD2’를 통해 혈중 Aβ42/40 비율과 p-tau217 관련 지표를 반영해 아밀로이드 병리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아밀로이드 PET와 비교해 AUC 0.94, 약 88% 수준의 일치를 보였다. 뇌척수액 검사나 PET 없이도 병리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폭이 넓어지고 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지난해 임상진료지침에 이를 반영했다. 전문 진료 환경에서 인지 저하 환자 알츠하이머병 평가에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사용을 처음 권고했다.
최근에는 더 앞선 단계까지 접근하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2026년 Nature Medicine에 발표된 논문 ‘혈장 p-tau217 기반 시간 예측 모델을 통한 증상 발현 시점 추정(Plasma p-tau217 clock models estimate time to symptomatic Alzheimer’s disease)’에서는 혈장 p-tau217이 양성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증상 발현까지 기간을 추정할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60세에 양성화된 경우 약 20.5년, 80세에서는 약 11.4년 간격이 관찰됐다.
기억력 저하가 나타난 뒤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시점을 미리 짐작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치료가 더 이른 단계에서 질환에 개입하려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진단 역시 그보다 앞선 시점을 포착하는 쪽으로 이동 중이다. 기억력 저하 이후 질환을 확인하던 단계에서 나아가, 그 이전 변화를 포착하고 대응하는 흐름이다.
혈액 바이오마커는 기억력 이전 단계에서 병리를 포착하고, 시각-공간 인지 기능 평가는 일부 환자군에서 그 변화를 보완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디지털 바이오마커까지 더해지면 진단 방식도 더욱 입체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정석종 교수는 “단일 시점 인지 검사만으로는 파킨슨병 환자 치매 진행을 충분히 예측하기 어렵다”며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순서를 기반으로 분석한 결과, 시각-공간 기능 저하 환자가 가장 높은 위험군임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