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대면진료와 온라인 의약품 공급 과정에서 환자의 기존 처방·복약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의약품이 중복 공급되거나 과량복용으로 사망에 이른 해외 사례들이 확인됐다.
기존 치료진이 약물 의존이나 과량복용 위험을 고려해 처방을 제한했더라도 다른 온라인 의료기관과 약국을 통해 의약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회장 박현진, 이하 약준모)은 5일 영국·호주·뉴질랜드·미국 등 4개국에서 발생한 피해사례 25건을 분석한 '비대면 진료와 온라인 의약품 공급의 해외 피해 사례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각국의 검시보고서와 보건당국 결정문, 형사재판 결과, 정부 발표자료 등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분석 대상은 개인 사망사건 24건과 복수 환자의 피해가 확인된 기관 사건 1건으로, △온라인 처방과 조제·배송 10건 △전화 진료와 원격 평가 8건 △온라인 구매와 의약품 유통 7건으로 구분됐다.
보고서에서 두드러진 문제는 환자의 약물 사용 이력과 위험정보가 의료기관과 약국, 온라인 공급업체 사이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방 중단이나 공급량 제한 등 기존 치료진의 판단이 다른 공급처에 전달되지 않으면서 환자가 여러 경로로 의약품을 확보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데버러 헤즈피스(Deborah Headspeath) 사건에서는 코데인 의존 문제가 있던 환자가 사망 전 6개월 동안 주치의 처방 외에 16개 온라인 공급처에서 코데인을 추가로 확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주치의는 환자의 약물 의존과 복합제 독성 위험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온라인 공급처를 통해 제공되는 전체 의약품의 양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환자는 2017년 사망했으며, 검시관은 여러 공급처를 통한 조정되지 않은 약물 공급과 복약 감독 부재가 사망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전자처방 취소와 실제 의약품 배송 과정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중복 공급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영국의 올리버 빌링스(Oliver Billings) 사건에서는 환자가 온라인 약국에서 지역 약국으로 조제처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존 처방에 따른 의약품 112정이 이미 배송됐음에도 새로운 약국에서 동일한 의약품 112정이 추가 공급됐다. 환자는 총 224정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후 처방약 독성으로 사망했다.
검시보고서는 기존 처방의 취소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 새로운 처방이 발행되고, 공급기관 간 취소 확인 절차가 환자에게 맡겨진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호주에서는 기존 치료진의 약물관리 계획과 원격진료를 통한 추가 처방이 분리되면서 환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해 8월 사망한 24세 에린 콜린스(Erin Collins)는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받으며 지역 약국에서 매일 정해진 양의 의약품을 공급받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원격진료 플랫폼을 통해 처방약을 추가로 확보했고, 기존 치료진이 관리하던 약물 공급량과 온라인에서 추가 처방된 의약품이 통합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호주 정부는 올해 1월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국가 차원의 의약품 기록체계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원격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 악화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해 대면진료와 응급치료가 지연된 사례도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영국의 데이비드 내시(David Nash)는 지속적인 발열과 통증으로 여러 차례 전화 진료를 받았지만 필요한 직접 진찰과 응급치료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후 유양돌기염에서 진행된 소뇌농양과 뇌간경색으로 사망했다.
검시관은 당시 대면 또는 긴급 진료로 전환됐다면 약 10시간 일찍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생존 가능성도 높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온라인 의약품 구매·유통 과정에서는 무처방 판매와 위조 의약품 공급에 따른 피해도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약국을 가장한 판매망을 통해 옥시코돈을 주문한 여성이 실제로는 펜타닐 계열 성분이 포함된 위조 의약품을 배송받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합법적인 비대면 처방·조제뿐 아니라 전화상담, 불법 온라인 의약품 판매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사건이 포함돼 있어, 모든 피해를 동일한 비대면진료 제도의 문제로 단정할 수는 없다.
약준모는 해외 사례에서 나타난 중복 처방과 의약품 공급 관리의 허점이 국내에서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발표한 조사에서는 한 환자가 1년 동안 의원 12곳에서 93건의 처방을 받아 약국 10곳에서 식욕억제제 1만6310정을 구매한 사례가 적발됐다.
또 지난해에는 청소년이 해외직구를 통해 코데인 또는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 의약품 1206정을 밀반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환자의 위험정보가 의료기관에 기록돼 있더라도 다른 의료기관이나 약국의 처방·조제 과정에 반영되지 않으면 중복 공급과 오남용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대면진료 확대를 앞두고 의료기관과 약국 간 처방·조제 정보 공유는 물론, 환자 상태에 따라 대면진료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는 안전관리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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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와 온라인 의약품 공급 과정에서 환자의 기존 처방·복약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아 의약품이 중복 공급되거나 과량복용으로 사망에 이른 해외 사례들이 확인됐다.
기존 치료진이 약물 의존이나 과량복용 위험을 고려해 처방을 제한했더라도 다른 온라인 의료기관과 약국을 통해 의약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회장 박현진, 이하 약준모)은 5일 영국·호주·뉴질랜드·미국 등 4개국에서 발생한 피해사례 25건을 분석한 '비대면 진료와 온라인 의약품 공급의 해외 피해 사례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각국의 검시보고서와 보건당국 결정문, 형사재판 결과, 정부 발표자료 등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진행됐다. 분석 대상은 개인 사망사건 24건과 복수 환자의 피해가 확인된 기관 사건 1건으로, △온라인 처방과 조제·배송 10건 △전화 진료와 원격 평가 8건 △온라인 구매와 의약품 유통 7건으로 구분됐다.
보고서에서 두드러진 문제는 환자의 약물 사용 이력과 위험정보가 의료기관과 약국, 온라인 공급업체 사이에서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처방 중단이나 공급량 제한 등 기존 치료진의 판단이 다른 공급처에 전달되지 않으면서 환자가 여러 경로로 의약품을 확보하는 사례가 반복됐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데버러 헤즈피스(Deborah Headspeath) 사건에서는 코데인 의존 문제가 있던 환자가 사망 전 6개월 동안 주치의 처방 외에 16개 온라인 공급처에서 코데인을 추가로 확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주치의는 환자의 약물 의존과 복합제 독성 위험을 관리하고 있었지만, 온라인 공급처를 통해 제공되는 전체 의약품의 양까지 파악하지 못했다. 환자는 2017년 사망했으며, 검시관은 여러 공급처를 통한 조정되지 않은 약물 공급과 복약 감독 부재가 사망에 직접적으로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전자처방 취소와 실제 의약품 배송 과정이 제대로 연계되지 않아 중복 공급이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영국의 올리버 빌링스(Oliver Billings) 사건에서는 환자가 온라인 약국에서 지역 약국으로 조제처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기존 처방에 따른 의약품 112정이 이미 배송됐음에도 새로운 약국에서 동일한 의약품 112정이 추가 공급됐다. 환자는 총 224정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후 처방약 독성으로 사망했다.
검시보고서는 기존 처방의 취소 여부가 확인되기 전에 새로운 처방이 발행되고, 공급기관 간 취소 확인 절차가 환자에게 맡겨진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호주에서는 기존 치료진의 약물관리 계획과 원격진료를 통한 추가 처방이 분리되면서 환자 안전에 문제가 발생한 사례가 확인됐다.
지난해 8월 사망한 24세 에린 콜린스(Erin Collins)는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받으며 지역 약국에서 매일 정해진 양의 의약품을 공급받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원격진료 플랫폼을 통해 처방약을 추가로 확보했고, 기존 치료진이 관리하던 약물 공급량과 온라인에서 추가 처방된 의약품이 통합적으로 파악되지 않았다.
호주 정부는 올해 1월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국가 차원의 의약품 기록체계 구축 필요성을 제기했다.
원격진료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 악화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해 대면진료와 응급치료가 지연된 사례도 주요 문제로 지목됐다.
영국의 데이비드 내시(David Nash)는 지속적인 발열과 통증으로 여러 차례 전화 진료를 받았지만 필요한 직접 진찰과 응급치료로 연결되지 못했다. 이후 유양돌기염에서 진행된 소뇌농양과 뇌간경색으로 사망했다.
검시관은 당시 대면 또는 긴급 진료로 전환됐다면 약 10시간 일찍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생존 가능성도 높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온라인 의약품 구매·유통 과정에서는 무처방 판매와 위조 의약품 공급에 따른 피해도 확인됐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약국을 가장한 판매망을 통해 옥시코돈을 주문한 여성이 실제로는 펜타닐 계열 성분이 포함된 위조 의약품을 배송받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는 합법적인 비대면 처방·조제뿐 아니라 전화상담, 불법 온라인 의약품 판매 등 서로 다른 유형의 사건이 포함돼 있어, 모든 피해를 동일한 비대면진료 제도의 문제로 단정할 수는 없다.
약준모는 해외 사례에서 나타난 중복 처방과 의약품 공급 관리의 허점이 국내에서도 주의 깊게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 발표한 조사에서는 한 환자가 1년 동안 의원 12곳에서 93건의 처방을 받아 약국 10곳에서 식욕억제제 1만6310정을 구매한 사례가 적발됐다.
또 지난해에는 청소년이 해외직구를 통해 코데인 또는 덱스트로메토르판 성분 의약품 1206정을 밀반입한 사례도 확인됐다.
보고서는 환자의 위험정보가 의료기관에 기록돼 있더라도 다른 의료기관이나 약국의 처방·조제 과정에 반영되지 않으면 중복 공급과 오남용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대면진료 확대를 앞두고 의료기관과 약국 간 처방·조제 정보 공유는 물론, 환자 상태에 따라 대면진료로 신속히 전환할 수 있는 안전관리체계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