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회, 약 배송 저지 투쟁 본격화…20일 전국약사 궐기대회
청와대 앞 비대위 발대식…9만 약사 총력 대응 선언
국조실·중기부·복지부 항의 방문 예고…"전면 확대 전제 협의체 불참"
입력 2026.09.09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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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약사회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9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를 촉구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대한약사회가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공식 출범시키고 대정부 투쟁에 본격 돌입했다. 오는 20일에는 전국약사 궐기대회를 열고, 다음 주부터 정부 부처를 잇달아 항의 방문하는 등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다.

대한약사회는 9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비대면진료 약 배송 저지를 위한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열고 정부의 의약품 배송 확대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이날 발대식에는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을 비롯해 비대위 공동위원장과 16개 시·도지부장, 비대위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대한약사회는 기존 비대면진료 제도화 대응 TF를 확대·재편해 비대위를 구성했으며, 향후 약 배송 확대의 문제점을 알리는 동시에 국회와 시민사회 등과 공조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향후 투쟁 일정도 구체화됐다.

최종석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질의응답에서 “오늘 오전 비대위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오는 20일 일요일 오후 3시 비대면진료 약 배송 확대 저지를 위한 전국약사 궐기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주부터 국무조정실과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를 순차적으로 항의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관련 협의체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 공동위원장은 “비대면진료 약 배송 확대를 전제로 한 협의체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이 9일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법 시행도 전인데 전면 확대…사회적 합의 파기”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이날 투쟁선포문과 대회사를 통해 비대위를 중심으로 9만 약사의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선언했다.

권 회장은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을 팽개치고 오직 영리 플랫폼의 이윤만을 위해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독단적 폭주를 규탄한다”며 “이를 결사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약사회가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은 올해 12월 시행을 앞둔 비대면진료 제도와 정부의 약 배송 확대 방침 간 충돌이다.

현행 개정 의료법은 비대면진료 후 의약품 재택수령 대상을 섬·산간·벽지 거주자,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장애인, 감염병 환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약사회는 국회와 보건의료계, 시민사회가 논의를 거쳐 마련한 제도가 시행되기도 전에 정부가 재택수령 대상을 모든 환자로 확대하려는 것은 기존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회장은 “정부는 법이 채 시행되기도 전에 국회의 입법 결정을 무시한 채 전면 확대를 추진하며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깨부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약 배송 확대에 앞서 공적 안전관리 기반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권 회장은 “의약품 전달은 투약의 과정이며 단순 배달이 아닌 엄중한 보건의료의 영역”이라며 처방전 위·변조를 방지하기 위한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과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 등이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취약지역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 인프라조차 없는 상태에서 약 배송을 전면 확대하겠다는 것은 비대면진료 도입 취지를 무시하고 국민 건강을 위험 속으로 내던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업 겸업 금지와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추진이 정책적으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권 회장은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겸업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 직후 정부가 약 배송 확대에 나섰다는 점을 들어 “민간 영리 플랫폼을 살리기 위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가 비급여 처방이나 조제약 배송 실태에 대한 객관적 통계와 체계적인 평가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 배송 확대가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의약품 오남용을 증가시켜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권 회장은 “의약품 배송은 국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로 결코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국회가 정한 현행 제한적 배송 원칙은 반드시 엄격히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제덕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경기도약사회장)이 9일 발대식에서 비대면진료 의약품 안전관리체계 구축과 약 배송 확대 저지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비대위 3대 결의…“배송 저지·건보재정 보호·안전관리”

이날 최종석·김성진·연제덕 비대위 공동위원장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 △과다처방·의약품 오남용 방지 및 건강보험 재정 보호 △비대면진료 의약품 안전관리체계 확립 등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최 공동위원장은 “의약품은 공산품이 아니다”며 “의약품 전달은 단순한 물류가 아니라 투약의 과정이며, 문제가 생기면 되돌릴 수 없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보건의료 영역”이라고 말했다.

김 공동위원장은 무분별한 약 배송 확대가 비대면진료 플랫폼 이용 증가와 과다처방,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며 플랫폼의 과다처방 유도와 위법·편법 행위에 대한 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연 공동위원장은 의약품 안전관리가 처방과 조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복약지도와 안전한 전달, 올바른 복용까지 이어져야 한다며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체계와 비대면진료지원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박현진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회장이 9일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젊은 약사 연대 발언을 통해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에 대한 우려를 밝히고 있다. ©대한약사회

약대생·젊은약사도 가세…“수령 편의만이 접근성 아니다”

약대생과 젊은 약사들도 이날 연대 발언에 나섰다.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장은 전국 1만1000명의 약학도를 대표해 “진정한 의약품 접근성은 약을 문 앞에 전달하는 단순한 ‘수령의 편의’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협회장은 약 배송 확대가 탈모약과 비만치료제 등 비급여 의약품의 상업적 유통을 확대하고 수익성이 높은 시장으로 의료자원이 쏠리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 건강을 위한다면 무분별한 상업 배송에 기댈 것이 아니라 공공심야약국, 취약지역 공공약국, 방문약료 등 지역사회 기반의 공공 약료체계를 확충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현진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 회장은 약사사회의 약 배송 반대를 단순한 이해관계나 ‘밥그릇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약은 더 많이 팔고 처방은 더 많이 받게 하는 것이 언제나 국민에게 좋은 일은 아니다”며 “불필요한 약은 권하지 않고, 진료가 필요한 분에게는 진료를 권하며, 약을 복용하기 전 안전한지 한 번 더 살피는 것이 지역 현장에서 약사들이 지켜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특히 디지털 기기 이용이 어려운 고령층과 교통이 불편한 지역 주민 등 의료 접근성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계층에 대한 고려를 주문했다.

박 회장은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을 늘리는 것만큼 그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도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며 “지역의 약국과 그 안에서 책임을 다하는 약사들을 지키는 일은 국민 곁의 보건의료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이날 “정부는 무분별한 의약품 배송 확대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며 “국민의 안전보다 산업적 편익을 앞세우는 정책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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