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도 화장품 로드숍들이 전기 때문에 눈치를 보게 생겼다. 예년보다 높은 기온과 원전 3기 정지로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는 올 여름, 산업자원통상부가 전력수급 안정을 위한 에너지사용제한 조치를 오는 8월 30일까지 시행키로 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도 냉방기를 가동한 채 출입문을 열어 놓고 영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치가 포함됐다.
정부는 지난 여름과 겨울에도 에너지 절약 대책을 가동한 바 있다. 그때도 냉방 혹은 난방을 하면서 문을 열어 놓은 상가 매장들이 단속 대상이었다. 단속이 주로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과 같은 큰 상권에 집중되면서 이곳을 점한 화장품 매장들은 핵심 중의 핵심 타깃이 됐다.
단속에 따른 처벌도 두렵지만 마치 전력낭비의 주범이라도 된 양 번번이 몰매를 맞았던 기억이 생생한 화장품 유통가는 다시 찾아온 수난의 계절이 암담하기만 하다.
33개 주요 상권 특별 관리
올 여름 에너지사용제한 조치의 주요 골자는 대규모 전기사용자에 대한 전력 의무감축 시행, 전기 다소비 건물의 냉방 온도 26℃ 제한, 문 열고 냉방 영업하는 행위 금지 등이다.
우선 계약전력 5,000kW 이상인 2,631개 사업체는 오전 10∼11시, 오후 14∼17시 피크시간대의 전기사용량을 3∼15%씩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또 계약전력 100kW 이상인 전기다소비 건물 68,000여개와 2,000TOE 이상의 에너지를 쓰는 건물 476개는 냉방온도를 26℃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2만여 공공기관들은 7~8월 동안 전년 동월대비 전기사용량을 15% 줄이고 오후 피크시간대인 14시에서 17시까지는 냉방기를 순차 운영하도록 했다.
지하도 상가나 건물 외부와 직접 통하지 않는 출입문이 있는 곳을 제외한 상가 매장들은 냉방기를 가동한 상태에서 출입문을 열어 놓은 채 영업해서는 안 된다. 6월까지는 계도·홍보 차원에서 적발돼도 경고장만 발부됐지만 7월부터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1회 위반했을 때 50만원, 2회는 100만원, 3회는 200만원, 4회는 300만원이다.
출입문을 고정하거나 자동문의 전원을 차단하는 등 고의적으로 출입문을 열어두고 영업하는 경우가 단속 대상으로서 점검원들은 동영상 혹은 사진 촬영 등을 통해 일정시간 동안 문이 열려있는지 확인하고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특히 올 여름에는 전국의 주요 상권 33곳이 특별관리지역으로 선정됐다. 서울은 명동역·신촌역·홍익대·강남역·영등포역·경복궁역 주변 등 6곳, 부산은 용두산공원·동래역·장산역 주변 등 3곳, 대구는 중앙로역·동북지방통계청 주변 등 2곳, 인천은 동인천역·인천터미널역 주변 등 2곳이 포함됐다.
“당장 손님이 떨어지는데…”
지난 여름과 겨울의 학습효과 덕인지 화장품업계에선 정부 시책을 따르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전사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기로 한 만큼 아리따움과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의 가맹 매장에서도 냉방 상태에서 출입문을 열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킨푸드 관계자 또한 “지난해부터 관련 POP를 제작·배포하는 등 에너지 절약에 동참할 것을 적극 독려한 결과 올해는 가맹점에서도 자발적으로 정부 시책에 호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출입문 개폐와 내방객 수의 연관성이 분명하다는 점에서 화장품 매장으로선 단순 에너지 절약이 아닌 심각한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한다는 것이다.
모 브랜드숍 기업 관계자는 “뚜렷한 구매목적을 가지고 있는 고객이 아닌 이상 닫혀있는 화장품 매장의 문을 열고 들어올 이는 별로 없다”며 “상권이나 매장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많게는 30% 정도 매출이 줄 것이다”고 예상했다.
서울 종로구의 모 화장품 매장 경영주는 “출입문을 닫아 놓으면 지나다 들리는 혹은 구경하러 들어오는 손님은 없다고 봐야한다”며 “에너지 절약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당장 내 생계가 위협 받는다 생각하면 순순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