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화, 연구자들에게 방해될까 우려”
동경대 약학대학 스기야마 유이치 교수와 서울대생의 즐거운 만남
입력 2011.11.01 06:37 수정 2011.11.0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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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6일 서울대 약학대학 21동 112호에서는 특별한 만남이 있었다.

생체막 수송체놔 약물동태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자인 도쿄대 약학대학 분자약물동태학실의 스기야마 유이치 (Sugiyama Yuichi)교수가 한국의 약대생들에게 2시간 동안 “생체막 수송체와 신약의 개발” 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펼친 것.


강연 중인 스기야마 유이치 교수
서울대 자연대 해양학과에서 주최하는 국제 심포지엄에 초청 연사로 참석차 한국에 들렀다가 약대교수로써 한국의 약대생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에 오랜 친구인 서울대 약학대학 심창구 교수가 4학년 학생들과의 자리를 마련했다.

스기야마 교수는 세계적인 과학자로 지난 2009년에는 “10년간 세계적으로 논문이 가장 많이 인용된 학자 (약물학 및 독성학 분야)”로 뽑히기도 했다.

학부생들과의 만남에 앞서 스기야마 교수는 2시간 동안 약제학 연구실 대학원생들과 그들의 연구 과제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3명씩 그룹을 지어 총 9명의 대학원생과 토론을 한 후 스기야마 교수는 “서울대 약제학 연구실이 매우 경쟁력이 있는 연구그룹”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대학원생들도 세계적인 석학과 1:1로 자신의 연구과제를 토론하는 기회를 매우 의미있게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대학원생들과의 만남 이후에는 학부생과 함께 이야기 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학원생과는 다르게 학부생들에게는 지식전달보다는 훌륭한 연구자가 되기 위해 어떤 각오를 다져야 하는지에 대해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고 인생 설계를 조언하는데 초점을 뒀다. 

학부생과의 대화에서 스기야마 유이치 교수는 “학생들이 열심히 듣고 배우고 받아들이려는 분위기가 보여서 더 중요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더 기분 좋게 강의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스기야마 교수는 학부생과의 대화에서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다고 했다. 

하나는 “연구자가 되는데 있어 약대를 졸업했다는 것의 매리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연구하다 어려움이 생길 때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스기야마 교수는 “연구자가 되는데 있어 약학도는 다른 전공자보다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관계를 고려해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에 작용하는 신약 개발 등을 위해서는 관련 분야 전반의 지식을 아우르는 약학도의 균형잡힌 안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강연을 마친 후 서울대 약학대학생들과 찍은 사진
또 하나, 먼저 연구자의 길을 걸은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연구를 하다 어려움이 생겨도 “너무 실망하지 말라”고 했다.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아침 9시에 시작해서 저녁 8시면 끝내는 규칙적인 노력만으로는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없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5년 정도 200%의 집중적인 노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물론 그 결과가 늘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런 때에는 머리를 식히고 재도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specialist 가 되어야 하나 아니면 generalist가 되어야 하나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 한 분야에 specialist가 된 다음에 generalist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며, 젊은 나이에 지나치게 빨리 generalist의 길을 걷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아울러 자신이 할 수 있는 연구만을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한 학생이 자신이 무슨 연구를 해야 할까를 결정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 습득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질문했다.

이 질문에 대해 심창구 교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착실히 수행하면 한 단계 높은 비젼이 보이게 마련이다. 천재가 아닌 한 젊은 나이에 비젼을 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에는 자신 앞에 놓여진 계단을 한 계단씩 성실히 올라가 보길 권한다”고 자신의 '계단 이론'을 학생들에게 설명하기도 하였다. 

한국에 와서 한국학생들을 만난 소감이 어떤지와 혹시 동경대와 서울대생의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스기야마 교수는 웃으며 “외관 상 차이는 거의 없다. 다만 한가지, 남학생과 여학생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었는데도 질문은 주로 여학생들이 하더라. 아마 일본 여성과 한국 여성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생각하였다”며 웃었다.

일본의 정서상 여성은 앞에 잘 나서지 않아 의견이 있어도 여자들은 말을 잘 하지 않는 편이라 한다.


조금 조심스런 질문도 해 보았다. 내년 1월 1일부로 서울대학교는 법인화가 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일본의 국립대학인 동경대학은 이미 법인화가 되었기에 물었던 것이다.
 
스기야마 교수는 “법인화가 지닌 장점은 많다. 다만, 법인화가 되면 모든 것에 성과를 내고 평가를 받아야 하며 문서 작업이 많아질 것이다. 단기간 내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긴 호흡의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에게는 이런 일들이 방해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며 조심스러운 평가를 했다.

스기야마 교수에게 일본 약대 6년제 현황 및 6년제가 대학원 연구 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간단한 질문을 해 보았다.

그에 따르면 일본 약대 (70-80개)는 모두 4년제의 약학사 과정과 6년제의 약제사 과정을 병설하고 있는데, 사립 약대의 경우에는 약 90%의 학생이 6년제를 택하고 있으나 국립대학의 경우는 전국적으로 약 50%가 4년 50%가 6년제 과정을 택하고 있으며 특히 동경대학의 경우 10%의 학생만이 6년제 과정을 선택하고 있다고.

그래서 특히 동경대학의 경우에는 6년제 실시에 따른 대학원 교육의 약화 현상은 전혀 걱정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의 약대는 4학년 때 6년제를 선택할 것인가 4년제를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게 하고 있다.

6년제 코스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CBT와 OSCI라는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 시험은 국가가 아닌 약대교육협회 같은 성격의 단체에서 실시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 6년제의 현황을 설명하자 약대의 대학원 연구 기능이 약화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인터뷰 말미에, 마지막으로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물었다.

스기야마 교수는 “능력과 노력으로만 결과가 훌륭한 연구자가 될 수 있다면 좋은데 여기에 운이란 것도 있다. 이를 세렌디피티라고 하는데 이는 열심히 해야만 찾아온다. 그러니 실패하더라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도전하는 자세가 좋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라는 영화에 'Tomorrow is another day'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자신은 이 말을 좋아 한다”며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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