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문전 내쫓고 병원에 길 터주려 하나"
종업원 내보내고 비용 줄이려 '발버둥'…또다른 내막 없나 의구심도
입력 2011.07.06 09:47 수정 2011.07.07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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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두푼 줄어드는 문제라면 개선의 여지가 있지만 문을 닫아야 하는게 아닌가 고민해야 하는 심각한 수준의 문제다."

서울의 한 문전약국 약사는 의약품관리료 인하는 당장 오늘이라도 해결돼야 할 발등의 불로 인식했다. 지금 자리에서 10년이 넘게 약국을 운영해 왔지만 하루 50만원이 넘는 금액이 갑자기 사라지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은 처음이다. 약국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됐다.

당장 돌이킬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더 문제다. 실제 인하 부분이 경영수지로 반영되는 7월말이나 8월이 되면 충격은 커져 폭풍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고 30% 줄었다

개국 3년차 대학병원 앞 약국 약사는 의약품관리료 인하의 영향을 묻는 질문에 "말로는 표현 못한다"면서 "대략 1,200만원 가량이 사라지게 됐다"며 한숨을 지었다.

의약품관리료 인하는 대부분의 문전약국에 심각한 경영 타격으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개인사업자가 월 단위로 이 정도 금액이 줄어드는 것이라면 적어도 단계별로 인하를 해야 견디는 내성이 생길텐데 해도 너무한다는 설명이다. 운영의 초점이나 경영다각화 등을 검토해 반영할 시간이 필요한데 심각한 압박만 있다는 것이다.

쌍벌제로 인한 금융비용과 의약품관리료 영향이 겹치면서 이달부터 나타난 경영압박은 어떻게 해소할 방안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여기에 대형병원 본인부담률 인상과 병원협회의 원내조제 확대는 타격이라는 표현을 넘어 심리적 무력감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뮬레이션이나 기존 통계를 이용해 파악된 문전약국의 조제료는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 가까이 줄었다.

산부인과 문전에는 호르몬제 병·팩 단위 조제가 많아 서울의 제일병원이나 차병원 앞 약국은 최고 30% 가까운 조제료 인하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금액으로 따지면 보통 월평균 1,000만원을 넘는다는 것이 문전약국 약사들의 얘기다.

서울의 한 약사는 "의약품관리료 인하 영향을 파악한 결과 대략 11~12% 정도가 줄었다"면서 "상당히 심각한 부분이고 그저 답답할 따름"이라고 전했다.

이 정도면 규모 있는 약국의 경우 대표약사 수익이 고스란히 사라지는 금액이라는게 이 약사의 설명이다.

이 약사는 "보통의 경우 조제료 수익을 반영해 관리약사와 종업원 인건비, 건물 임대료, 기타 비용을 포함해 경영계획을 마련하는데 당장 수익은 고사하고 경영수지가 빨간색으로 돌아선다"라고 설명했다.

◇ "종업원 내쫓을 수도 없고…"

급한 불을 끄는 방법은 인건비 등 일반관리비를 줄이는데 맞춰졌다. 그야말로 임시방편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2,000건 정도의 처방전이 발행되는 병원앞 문전약국 약사는 최근 종업원 3명을 동시에 퇴직시켰다. 한꺼번에 인력 변화가 많으면 문제가 생긴다는 내부의견도 있었지만 길게 틈두고 사람을 바꾸면 좋지 않은 분위기가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높은 임대료를 손대고 싶지만 가당치 않은 얘기다.

강북의 한 문전약국 약사는 "그동안 건물 임대료는 계속해서 상승했다"면서 "보통 수익에 맞게 책정하는 것이 건물 임대료인데 어느 건물주가 임대료를 상황봐서 바로 낮춰 주겠느냐"라고 항변했다.

건물주와의 임대료 인하 협의는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얘기해도 가능할지 모르는 부분인데 현재 상황에서 무슨 근거로 낮춰달라고 얘기하고 협의가 통하겠냐는 것이다.

상당수 문전약국은 약국 종업원을 줄이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 없음.


또, 인력 조정도 쉽지 않다는 일부 지적도 있다. 업무는 그대로인데 종업원을 줄이는 방안이 적절치 않다는 얘기다.

한 약사는 "대책은 없다고 봐야 한다"면서 "일부에서 종업원 줄이는 구조조정을 얘기하는데 우리 약국에는 어림없는 소리"라고 지적했다.

종업원을 줄이다 보면 기존 종업원 마저 일을 관두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약국 일이 짧은 시간에 집중도가 높기 때문에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직원을 줄이면 다른 관리약사나 종업원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없는 구조라 줄줄이 퇴직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판단이다.

문전약국 대표약사로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종사자들에게 상황이 이 정도라는 경각심을 깨워주고, 비용을 절감에 동참해 달라는 정도라는 설명이다.

특히 거금을 대출금으로 시작한 개국 1~3년차 문전약국이라면 접을 수도 없고 '상황이 개선되겠지' 하는 막연한 심정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내막 있는 것 아니냐"

이렇게 되자 일부 '보이지 않는 내막이 있는 것 아니냐'며 앞으로 닥칠 일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2가지로 요약된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을 앞세워 우선 대형병원 앞 약국의 경영을 압박하고, 약제비 절감을 앞세워 원내조제로 가려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까마귀 날고 배떨어지는 격으로 병원협회가 이미 수개월 전부터 소문을 통해서 전해지던 서명운동을 시작한 것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약분업의 큰틀이 깨지고, 상당히 혼란스런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 이용자인 환자에게도 혼란은 똑같이 옮겨진다.

또다른 염려는 문전약국의 경영위기를 초래함으로써 약국 부도나 도산을 유도해 법인약국의 진입 토대를 만드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한 약사는 "원내조제나 법인약국 얘기를 전해 듣기는 했다"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지금의 경영압박 수위라면 그대로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본다"며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배경에 내막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이대로 간다면 강도 높은 위기감을 느끼는 문전약국 약사들 사이 소문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약사는 "오늘 지역 병원앞 약국 약사들이 모임을 갖기로 했다"면서 "답답한 마음이 앞서지만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적절한 방안을 논의는 해 봐야 할 것 아니냐"며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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