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 제약·바이오
'이중항체' 신약개발 성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이끈다
이중항체가 의약품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로 핵심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복잡한 설계, 까다로운 제조 과정, 안전성 문제로 인한 높은 개발 실패율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중항체 의약품 개발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지식 공유의 장이 마련됐다.삼성바이오로직스 김지나 그룹장은 3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2024 KoNECT-MOHW-MFDS 인터내셔널 콘퍼런스'에서 '이중항체 의약품 개발에 대한 업계 관점(Bispecific antibody drug development: Industry's perspective)'을 주제로, 이중항체 개발에서 ‘디벨로퍼빌리티(Developability, 개발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디벨로퍼빌리티는 신약후보 물질이 실제 의약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평가하는 개념이다. 단순히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생산 공정에서의 효율성, 안정성, 환자 투여 편의성 등을 고려해 개발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최종 제품화까지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이중항체는 두 개의 항원을 동시에 인식하고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말한다. 암에 대한 여러 활성과 상호작용을 동시에 조절해 기존 단일항체 의약품의 한계를 넘어 암을 더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 두 목표를 인식하는 첨단 유도 미사일 시스템과 유사하다.이중항체 치료제는 전 세계 의약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루츠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이중항체 의약품 시장은 2023년 7조8000억원 규모로 집계됐고, 2035년까지 23조3772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이중항체 의약품 로슈의 ‘헴리브라’는 지난해 47억 달러(약 6조47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애브비와 젠맙이 공동개발해 지난해 FDA 승인을 받은 '에프키니'는 연간 최대 30억 달러(약 4조1421억원)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이러한 열풍에 따라 많은 기업이 이중항체 의약품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상당수가 어려움을 겪고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이중항체 개발은 기존 단일항체보다 훨씬 복잡한 설계 및 제조 과정을 요구하며, 여전히 높은 면역원성과 같은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김 그룹장은 이중항체 의약품 개발의 디벨로퍼빌리티 주요 요소로 △적합한 항체 변형(Mispairing, Cleavage, Aggregation 방지 등) 및 설계 △발현 수준(Expression level)과 수율(Yield) △안정성(Stability) △용해성(Solubility) 및 점도(Viscosity) △면역원성(Immunogenicity)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김 그룹장은 “이중항체 개발 시 시스테인(Cysteine)과 같은 특정 성분들이 원래 의도한 형태로 결합해야 하지만, 설계에 벗어난 방식으로 변형되거나 결합하면 항체의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 “특히 글라이코실레이션(Glycosylation) 프로파일이 의도와 다르게 형성될 경우, 항체의 효능과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변형을 최소화하는 것이 디벨로퍼빌리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또한 그는 “체내에서 이중항체가 이물질로 인식돼 면역 반응을 유발할 위험이 있으며, 이는 약물 안전성에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라며 “항체가 체내에서 면역 반응을 유발할 가능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인실리코 시뮬레이션(In silico simulation) 및 인비트로(in vitro) 실험을 통해 항체의 면역 반응 유발 가능성을 평가하며, 면역원성 리스크가 낮은 항체만을 개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최근 이중항체 의약품 개발에서 용해성과 점도 또한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항체 의약품을 주로 정맥주사(IV) 방식으로 개발했으나, 최근에는 환자 편의를 위해 피하주사(SC) 방식으로도 개발되는 추세다.김 그룹장은 “항체 의약품도 다양한 투여 방식을 통해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제품이 주목받는 추세”라면서 “점도가 너무 높거나 용해도가 낮으면 피하주사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개발하는 이중항체 의약품의 장기적인 개발 전략을 고려해 초기 개발 전략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낮은 수율은 높은 개발 및 생산 비용으로 이어져 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에, 발현 수준과 수율 관리의 중요성도 언급했다.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O(위탁개발) 서비스 중 하나로 이중항체 플랫폼 'S-DUAL™'을 구축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S-DUAL 플랫폼은 안정성과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이중항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중항체 구조를 사람 몸속의 항체(IgG)와 유사한 형태로 특화했다. 또한 결합 오류로 인한 불순물 단백질 간의 분자량 차이를 쉽게 구분할 수 있는 비대칭 구조로 설계했으며, 결합 오류를 최소화하는 특정 결합 유도 기술을 적용한 CH3(constant heavy chain 3) 도메인도 추가했다. 이를 통해 S-DUAL은 최대 99%의 높은 순도를 확보할 수 있다.이 날 김 그룹장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S-DUAL 플랫폼은 우수한 디벨로퍼빌리티를 보였다. 인실리코 면역원성 예측에서 S-DUAL 플랫폼의 면역원성 위험이 다른 항체와 비교 시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S-DUAL 플랫폼은 유효성 또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S-DUAL 플랫폼은 현재 시판 중인 기준 이중항체(Reference bispecific antibodies)의 결합 친화도(Binding Affinity)에서 단일 및 이중결합 조건 모두 유사한 수준의 결합력을 보였다. 이 결과는 항체 품질을 평하는 SPR(Surface Plasmon Resonance) 분석을 통해 확인됐다. 특히 마우스 동물실험에서 종양 성장 억제 효과를 측정한 결과, 대조군 대비 S-DUAL 플랫폼이 종양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했고, 이는 기준 이중항체와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김 그룹장은 “S-DUAL 플랫폼은 높은 발현 수준과 수율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안정적인 세포주와 단일 공정 시스템을 통해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S-DUAL 플랫폼은 면역원성 리스크가 낮게 예측돼, 두 항원에 동시에 결합하는 특성 덕분에 다양한 암, 질환 치료에 확장 가능해 시장 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혁진
2024.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