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농성 한선염 치료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종기와 농양을 제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만성 염증을 조절하고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의 등장으로 전신 염증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수술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통합적인 접근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화농성 한선염은 질환이 진행할수록 피부 아래에 터널과 누공, 흉터 등 비가역적인 구조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형성된 구조적 병변은 약물만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의 염증 활성도와 누적된 손상을 구분해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억제제 중심의 치료 환경에 인터루킨(IL)-17A 억제제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가 추가되면서 중등도·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치료 선택지도 넓어졌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박지혜 교수는 최근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화농성 한선염의 질환 특성과 국내 치료 환경, 생물학적 제제와 수술의 역할, 조기 치료의 중요성 등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은 단순히 종기가 반복되는 질환이 아니라 만성적인 면역 염증반응이 지속되는 질환"이라며 "활동성 염증은 약물로 조절하고 이미 형성된 터널과 흉터는 필요에 따라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통합적인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종기 아닌 만성 염증질환…반복되는 농양과 흉터가 진단 단서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 HS)은 모낭의 폐쇄와 파열을 시작으로 만성적인 면역 염증반응이 지속되는 재발성 염증질환이다. 주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엉덩이, 회음부 등 피부가 접히거나 마찰이 많은 부위에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결절과 농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질환이 진행하면 피부 아래에서 병변이 서로 연결돼 배액성 터널이나 누공을 형성하고 비가역적인 흉터를 남길 수 있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종기나 세균성 피부감염으로 오인되기 쉬워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국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2만8516명의 화농성 한선염 환자가 확인됐으며, 10년간 기간유병률은 약 0.06%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에서는 남성이 약 61%를 차지했고, 주로 사춘기 이후 발병해 20~30대에 활발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박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 전체를 희귀질환으로 단정하기보다 유병률이 낮고 장기 관리가 필요한 만성 난치성 염증질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중증 환자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으로 관리된다.
진단에서는 병변의 반복성과 발생 부위가 중요하다. 단순히 종기가 한 번 발생했다고 화농성 한선염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같은 부위에서 통증을 동반한 농양이 반복되거나 전형적인 부위에 여러 병변이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중증 환자에서는 여러 부위에 염증성 결절과 농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통증과 분비물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피부 아래 터널과 누공이 형성되면 치료가 더욱 복잡해진다.
박 교수는 "지속적인 통증과 피고름은 보행이나 팔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직장생활과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병변 개수뿐 아니라 재발 빈도, 통증, 분비물, 기능 제한과 삶의 질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증은 약물로, 터널·흉터는 수술로…통합 치료 전략 중요
화농성 한선염의 치료 전략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럽 가이드라인은 질환을 단순히 경증과 중증으로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염증 활성도와 이미 형성된 구조적 손상을 함께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활동성 염증은 항생제나 생물학적 제제로 조절하고, 약물치료만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터널과 섬유화된 흉터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방식이다.
수술은 병변의 상태와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 농양으로 심한 통증이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절개배농은 압력을 낮추고 통증을 줄이는 응급 처치다. 그러나 병변의 벽이나 터널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높다.
반복되는 국소 농양이나 제한된 터널에는 병변의 지붕을 제거하는 디루핑(deroofing)이나 국소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여러 터널과 누공, 광범위한 흉터가 형성된 경우에는 광범위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수술은 약물만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터널과 섬유화된 흉터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성공적으로 시행하면 해당 부위의 통증과 분비물, 악취와 재발을 줄일 수 있지만 수술하지 않은 다른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와 수술은 서로를 대체하는 치료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활동성 염증을 줄이고 새로운 농양과 염증성 결절의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수술 전에는 전반적인 염증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수술 후에는 다른 부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염증과 재발을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생물학적 제제로 염증을 완전히 억제한 이후에만 수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 시기와 약제 지속 여부는 병변 범위와 감염 상태, 수술 방법, 환자의 위험요인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박 교수는 아달리무맙을 평가한 SHARPS 연구에서 약물을 중단하지 않고 광범위절제술과 병행했을 때 수술 후 감염이나 출혈 등 합병증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해당 결과를 모든 생물학적 제제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센틱스, 새로운 염증 경로 표적…실제 진료서 재발·통증 개선 경험
생물학적 제제의 도입은 화농성 한선염 치료 선택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에는 TNF-α 억제제인 아달리무맙이 주요 생물학적 치료제로 사용됐다. 이후 IL-17A 억제제인 코센틱스가 등장하면서 다른 염증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코센틱스는 2023년 12월 국내에서 화농성 한선염 적응증을 허가받았으며, 2025년 12월 기존 전신요법에 적절한 반응이 없는 성인 중증 환자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다.
박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에서는 TNF-α와 IL-1β, IL-17 등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관여한다"며 "코센틱스는 IL-17A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기존 TNF-α 억제제와 다른 염증 경로를 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계열의 치료 효과를 직접 비교한 충분한 임상시험이 없기 때문에 IL-17A 억제가 TNF-α 억제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코센틱스의 가장 큰 의의를 약 9년간 아달리무맙 중심이었던 화농성 한선염 생물학적 제제 치료에 새로운 기전의 선택지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찾았다.
코센틱스의 임상적 효과는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SUNSHINE과 SUNRISE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총 1084명의 중등도·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세쿠키누맙은 치료 16주차에 위약보다 높은 화농성 한선염 임상반응(HiSCR) 달성률을 보였으며, 치료 효과는 52주까지 유지됐다. 피부 통증 개선을 평가한 NRS30에서도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HiSCR은 농양과 염증성 결절 수가 치료 전보다 50% 이상 감소하면서 농양과 배액성 터널의 수가 증가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염증 재발과 통증이 개선되는 사례가 관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치료 전에는 재발할 때마다 1~2주 동안 붓기와 통증이 지속되던 환자가 치료 이후에는 재발 횟수가 줄고, 재발하더라도 3~4일 안에 가라앉는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옷이 분비물로 오염되거나 악취가 발생할 것이라는 걱정, 수면장애와 활동 제한이 줄어들면 환자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환자에서 병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래된 터널과 흉터가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일정 기간 치료한 이후에는 염증성 병변과 통증, 악화 빈도, 항생제 사용량과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비가역적 손상 전 조기 치료 중요…높은 약제비와 수술 인력 부족은 과제
화농성 한선염에서는 비가역적인 구조적 손상이 누적되기 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질환이 진행하기 전 치료에 개입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 개념도 강조되고 있다.
박 교수는 오래된 터널과 광범위한 흉터가 있는 환자는 염증이 감소하더라도 구조적 병변이 남아 치료 반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규모 전향적 실제 진료 연구에서도 Hurley II 병기 환자와 치료 지연 기간이 짧은 환자, 생물학적 제제를 처음 사용하는 환자에서 더 빠른 치료 반응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약제비 부담이 조기 치료의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를 농루나 농양이 크게 형성되기 전에 사용하면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높은 약가로 인해 주로 급여 기준을 충족하는 중증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사제 한 바이알이 40만~5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있어 비급여 사용은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며 "약가와 환자부담금에 현실적인 절충안이 마련돼 초기 환자도 필요한 기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질환이 호전된 이후 치료를 중단하고 재발 시 다시 치료하는 유연한 접근도 검토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수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해결 과제로 꼽았다.
광범위한 병변은 절제 이후 피부이식이나 피판술 등 재건이 필요할 수 있으며, 항문 주변 병변에서는 대장항문외과의 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화농성 한선염 수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이 많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피부과 전문의가 전반적인 염증 조절과 장기 치료계획을 담당하고, 필요한 시점에 외과와 성형외과, 대장항문외과 등과 협력하는 다학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농성 한선염은 피부에 병변이 나타나지만 단순한 국소 농양이 아니라 장기간 염증 활성도를 관리해야 하는 만성 면역매개 질환"이라며 "피부과가 전체 치료 경로를 설계하고 관련 진료과와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환자들에게 반복되는 병변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종기가 한 번 생겼다고 모두 화농성 한선염인 것은 아니지만, 같은 부위나 여러 부위에 병변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처치 이후에도 재발한다면 피부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조기 진단과 질환 단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비가역적인 터널과 흉터의 누적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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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농성 한선염 치료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종기와 농양을 제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만성 염증을 조절하고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생물학적 제제의 등장으로 전신 염증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치료 선택지가 확대되면서 수술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통합적인 접근의 중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화농성 한선염은 질환이 진행할수록 피부 아래에 터널과 누공, 흉터 등 비가역적인 구조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형성된 구조적 병변은 약물만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만큼 현재의 염증 활성도와 누적된 손상을 구분해 치료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 종양괴사인자 알파(TNF-α) 억제제 중심의 치료 환경에 인터루킨(IL)-17A 억제제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가 추가되면서 중등도·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치료 선택지도 넓어졌다.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박지혜 교수는 최근 약업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화농성 한선염의 질환 특성과 국내 치료 환경, 생물학적 제제와 수술의 역할, 조기 치료의 중요성 등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은 단순히 종기가 반복되는 질환이 아니라 만성적인 면역 염증반응이 지속되는 질환"이라며 "활동성 염증은 약물로 조절하고 이미 형성된 터널과 흉터는 필요에 따라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통합적인 치료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순 종기 아닌 만성 염증질환…반복되는 농양과 흉터가 진단 단서
화농성 한선염(Hidradenitis Suppurativa, HS)은 모낭의 폐쇄와 파열을 시작으로 만성적인 면역 염증반응이 지속되는 재발성 염증질환이다. 주로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엉덩이, 회음부 등 피부가 접히거나 마찰이 많은 부위에 통증을 동반한 염증성 결절과 농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질환이 진행하면 피부 아래에서 병변이 서로 연결돼 배액성 터널이나 누공을 형성하고 비가역적인 흉터를 남길 수 있다. 초기에는 일반적인 종기나 세균성 피부감염으로 오인되기 쉬워 정확한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국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2007년부터 2016년까지 2만8516명의 화농성 한선염 환자가 확인됐으며, 10년간 기간유병률은 약 0.06%로 나타났다. 국내 연구에서는 남성이 약 61%를 차지했고, 주로 사춘기 이후 발병해 20~30대에 활발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됐다.
박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 전체를 희귀질환으로 단정하기보다 유병률이 낮고 장기 관리가 필요한 만성 난치성 염증질환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중증 환자는 희귀질환 산정특례 대상으로 관리된다.
진단에서는 병변의 반복성과 발생 부위가 중요하다. 단순히 종기가 한 번 발생했다고 화농성 한선염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며, 같은 부위에서 통증을 동반한 농양이 반복되거나 전형적인 부위에 여러 병변이 나타나는지 확인해야 한다.
중증 환자에서는 여러 부위에 염증성 결절과 농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통증과 분비물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 피부 아래 터널과 누공이 형성되면 치료가 더욱 복잡해진다.
박 교수는 "지속적인 통증과 피고름은 보행이나 팔의 움직임을 제한하고 수면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며 "직장생활과 대인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병변 개수뿐 아니라 재발 빈도, 통증, 분비물, 기능 제한과 삶의 질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염증은 약물로, 터널·흉터는 수술로…통합 치료 전략 중요
화농성 한선염의 치료 전략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유럽 가이드라인은 질환을 단순히 경증과 중증으로 구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염증 활성도와 이미 형성된 구조적 손상을 함께 평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활동성 염증은 항생제나 생물학적 제제로 조절하고, 약물치료만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터널과 섬유화된 흉터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방식이다.
수술은 병변의 상태와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 농양으로 심한 통증이 발생했을 때 시행하는 절개배농은 압력을 낮추고 통증을 줄이는 응급 처치다. 그러나 병변의 벽이나 터널을 제거하지 않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높다.
반복되는 국소 농양이나 제한된 터널에는 병변의 지붕을 제거하는 디루핑(deroofing)이나 국소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여러 터널과 누공, 광범위한 흉터가 형성된 경우에는 광범위절제술이 필요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수술은 약물만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터널과 섬유화된 흉터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성공적으로 시행하면 해당 부위의 통증과 분비물, 악취와 재발을 줄일 수 있지만 수술하지 않은 다른 부위에 새로운 병변이 생길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생물학적 제제와 수술은 서로를 대체하는 치료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활동성 염증을 줄이고 새로운 농양과 염증성 결절의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수술 전에는 전반적인 염증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수술 후에는 다른 부위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염증과 재발을 관리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생물학적 제제로 염증을 완전히 억제한 이후에만 수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술 시기와 약제 지속 여부는 병변 범위와 감염 상태, 수술 방법, 환자의 위험요인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박 교수는 아달리무맙을 평가한 SHARPS 연구에서 약물을 중단하지 않고 광범위절제술과 병행했을 때 수술 후 감염이나 출혈 등 합병증 증가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다만 해당 결과를 모든 생물학적 제제에 동일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센틱스, 새로운 염증 경로 표적…실제 진료서 재발·통증 개선 경험
생물학적 제제의 도입은 화농성 한선염 치료 선택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기존에는 TNF-α 억제제인 아달리무맙이 주요 생물학적 치료제로 사용됐다. 이후 IL-17A 억제제인 코센틱스가 등장하면서 다른 염증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코센틱스는 2023년 12월 국내에서 화농성 한선염 적응증을 허가받았으며, 2025년 12월 기존 전신요법에 적절한 반응이 없는 성인 중증 환자 치료에 건강보험 급여가 확대됐다.
박 교수는 "화농성 한선염에서는 TNF-α와 IL-1β, IL-17 등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이 관여한다"며 "코센틱스는 IL-17A를 선택적으로 억제해 기존 TNF-α 억제제와 다른 염증 경로를 표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계열의 치료 효과를 직접 비교한 충분한 임상시험이 없기 때문에 IL-17A 억제가 TNF-α 억제보다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코센틱스의 가장 큰 의의를 약 9년간 아달리무맙 중심이었던 화농성 한선염 생물학적 제제 치료에 새로운 기전의 선택지가 추가됐다는 점에서 찾았다.
코센틱스의 임상적 효과는 글로벌 3상 임상시험인 SUNSHINE과 SUNRISE 연구에서도 확인됐다.
총 1084명의 중등도·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세쿠키누맙은 치료 16주차에 위약보다 높은 화농성 한선염 임상반응(HiSCR) 달성률을 보였으며, 치료 효과는 52주까지 유지됐다. 피부 통증 개선을 평가한 NRS30에서도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HiSCR은 농양과 염증성 결절 수가 치료 전보다 50% 이상 감소하면서 농양과 배액성 터널의 수가 증가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실제 진료현장에서도 염증 재발과 통증이 개선되는 사례가 관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치료 전에는 재발할 때마다 1~2주 동안 붓기와 통증이 지속되던 환자가 치료 이후에는 재발 횟수가 줄고, 재발하더라도 3~4일 안에 가라앉는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옷이 분비물로 오염되거나 악취가 발생할 것이라는 걱정, 수면장애와 활동 제한이 줄어들면 환자의 일상생활과 삶의 질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모든 환자에서 병변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래된 터널과 흉터가 남을 수 있다. 따라서 일정 기간 치료한 이후에는 염증성 병변과 통증, 악화 빈도, 항생제 사용량과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필요한 경우 수술적 치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비가역적 손상 전 조기 치료 중요…높은 약제비와 수술 인력 부족은 과제
화농성 한선염에서는 비가역적인 구조적 손상이 누적되기 전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질환이 진행하기 전 치료에 개입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 개념도 강조되고 있다.
박 교수는 오래된 터널과 광범위한 흉터가 있는 환자는 염증이 감소하더라도 구조적 병변이 남아 치료 반응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규모 전향적 실제 진료 연구에서도 Hurley II 병기 환자와 치료 지연 기간이 짧은 환자, 생물학적 제제를 처음 사용하는 환자에서 더 빠른 치료 반응이 관찰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약제비 부담이 조기 치료의 현실적인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생물학적 제제를 농루나 농양이 크게 형성되기 전에 사용하면 질환 진행을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높은 약가로 인해 주로 급여 기준을 충족하는 중증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사제 한 바이알이 40만~50만원에서 100만원 이상인 경우도 있어 비급여 사용은 환자에게 부담이 크다"며 "약가와 환자부담금에 현실적인 절충안이 마련돼 초기 환자도 필요한 기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질환이 호전된 이후 치료를 중단하고 재발 시 다시 치료하는 유연한 접근도 검토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수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해결 과제로 꼽았다.
광범위한 병변은 절제 이후 피부이식이나 피판술 등 재건이 필요할 수 있으며, 항문 주변 병변에서는 대장항문외과의 협력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화농성 한선염 수술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인력이 많지 않아 적절한 치료를 연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피부과 전문의가 전반적인 염증 조절과 장기 치료계획을 담당하고, 필요한 시점에 외과와 성형외과, 대장항문외과 등과 협력하는 다학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화농성 한선염은 피부에 병변이 나타나지만 단순한 국소 농양이 아니라 장기간 염증 활성도를 관리해야 하는 만성 면역매개 질환"이라며 "피부과가 전체 치료 경로를 설계하고 관련 진료과와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교수는 환자들에게 반복되는 병변을 가볍게 여기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받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종기가 한 번 생겼다고 모두 화농성 한선염인 것은 아니지만, 같은 부위나 여러 부위에 병변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처치 이후에도 재발한다면 피부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며 "조기 진단과 질환 단계에 맞는 적절한 치료가 비가역적인 터널과 흉터의 누적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