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간 ADC를 연구했지만, 투여한 약물의 나머지 99%가 어디로 가고 어떻게 독성을 유발하거나 약효를 잃는지 여전히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임상에서 후보물질이 실패한 원인조차 충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포이소머레이스 1(topoisomerase I, Topo1) 억제제 중심의 개발 경쟁을 넘어 실패 원인 분석과 독성 예측, 약물 전달 효율 개선이 차세대 ADC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타운 앤 컨트리 리조트에서 열린 '월드 ADC 서밋 샌디에이고 2026(World ADC Summit San Diego 2026)'의 디스커버리 바이올로지(Discovery Biology) 트랙 패널토론에서는 글로벌 ADC 개발 전문가들이 현재 기술의 한계와 향후 개발 전략을 논의했다.
'차세대 ADC 개발의 새로운 방향은 무엇인가?(What's the New Path to the Next Generation of ADCs?)'를 주제로 열린 토론에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화이자(Pfizer), 칼리오 테라퓨틱스(Callio Therapeutics), 익수다 테라퓨틱스(Iksuda Therapeutics), 시그너처 디스커버리(Sygnature Discovery) 소속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시그너처 디스커버리 조슈아 그릴리(Joshua Greally) 과학사업개발 매니저가 진행을 맡았다.
현장 청중 투표에서는 '향후 5년간 ADC 분야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제한된 페이로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41.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불완전한 작용기전 이해'가 36.21%, '독성 예측의 한계'가 18.97%를 차지했다. '임상 적용 가능성 판단의 어려움'과 '기타'는 각각 1.72%였다. 페이로드 의존과 작용기전 이해 부족을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77.59%에 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이 하퍼(Jay Harper) 종양학 표적 발굴 디렉터는 "우리는 수많은 임상시험에서 방대한 정보를 얻고 있지만, 정작 약물이 왜 실패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실패 원인이 약동학인지, 작용기전인지, 예상하지 못한 내성 때문인지 알 수 없다면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임상 효과가 곧 임상 성공은 아니다” 실패 원인 규명이 우선
전임상에서 확인한 약효를 실제 환자의 치료 성과로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기존 세포주 모델과 환자유래종양이식(patient-derived xenograft, PDX) 모델에서 항종양 효과가 확인돼도, 여러 차례 치료받은 환자에게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 표적 결합과 세포 내 유입, 페이로드 방출, 내성 등 여러 과정이 약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퍼 디렉터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 실제 임상으로 얼마나 잘 이어지는지가 첫 번째 문제"라며 "토포1 억제제나 모노메틸 아우리스타틴 E(MMAE)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 이면의 생물학적 요인과 추가적인 이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화이자에서 ADC 발굴을 총괄하는 샤스티 샌달(Sharsti Sandall) 부사장은 기존 전임상 모델의 한계를 짚었다. 활용 가능한 PDX 모델 상당수는 치료 이력이 없는 환자에서 유래했지만, 초기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는 이미 여러 치료를 경험한 경우가 많다.
샌달 부사장은 "5년 전이라면 모델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임상에 더 빨리 진입해 직접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치료가 실패한 환자에게 다시 생검을 요청하기는 매우 어렵고, 이 때문에 어떤 환자가 반응하지 않는지 또는 반응이 오래 지속되는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 다시 실험실로” 칼리오·익수다가 제시한 돌파구
칼리오 테라퓨틱스 제러미 사우어(Jeremy Sauer) 전략 부사장은 전임상 연구만으로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임상 진입을 앞당기고, 환자에게서 얻은 데이터를 다시 전임상 연구에 반영하는 역중개 연구(reverse translation)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우어 부사장은 "임상에 진입해 얻은 임상·바이오마커·생검 데이터를 전임상으로 되돌려 보내야 독성과 효능을 예측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며 "돌이킬 수 없는 유일한 자원은 시간이며,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임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수다 테라퓨틱스 로버트 루츠(Robert Lutz) 최고과학책임자(CSO)도 초기 임상 데이터 확보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임상에 앞서 약리학적 특성을 충분히 평가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츠 CSO는 과거 DM4 계열 ADC 개발 과정에서 전임상 모델이 각막 독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기존 동물 모델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독성을 토끼 모델을 통해 분석하고, 접합체 구조를 변경하면서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루츠 CSO는 "우리는 용량제한독성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며 "전임상에서 약리학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설계를 검증한 뒤 임상 결과를 확인해야 하며, 새로운 페이로드라면 첫 번째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용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임상 데이터는 토포1 페이로드 개발 경쟁의 기준이 됐다. 초기 후보물질에서 임상적 가능성이 확인되자 친수성 링커와 다양한 방출 기전을 적용한 후속 개발이 활발해졌다. 반면 새로운 작용기전의 페이로드는 비교할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 첫 임상에서 확보하는 약효와 독성 정보가 후속 개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이유다.
표적부터 찾는 시대 지나나…페이로드 중심으로 설계 전환
시그너처 디스커버리 앨런 조던(Allan Jordan) 종양학 신약발굴 수석부사장은 ADC의 설계 순서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존에는 종양 항원을 먼저 선정하고 적합한 페이로드를 결합했다면, 앞으로는 암세포 생존에 결정적인 작용기전을 가진 페이로드를 먼저 찾고 이에 적합한 항원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던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페이로드를 개발할 때는 단순히 표적을 조절하는지를 넘어 해당 작용기전이 암세포 생존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살펴야 한다"며 "이제는 페이로드에서 시작해 상호보완적인 항원을 찾고 그 주위에 ADC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샌달 부사장도 오믹스 분석과 CRISPR 스크리닝을 활용한 암세포 생존 기전 연구에 주목했다. 암세포가 생존하기 위해 의존하는 요인을 규명하고, 단백질 분해제 등 새로운 작용기전을 적용하면 암종 특성에 맞는 ADC 설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샌달 부사장은 "우리는 암 생물학의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며 "오믹스 데이터와 CRISPR 스크리닝을 활용하면 암세포가 생존을 위해 의존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세포 내부 표적에 맞춘 ADC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퍼 디렉터는 이러한 기술을 AI 모델과 결합하려면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 원인에 대한 데이터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개발 실패 원인이 공개되지 않으면 학습 데이터가 성공 사례에 편중되고, ADC의 약효와 독성을 예측하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
사우어 부사장은 ADC 설계 단계부터 치료 대상 환자와 적응증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모든 고형암을 치료하는 범용 페이로드를 원하지만, 개발 중인 약물이 어떤 환자에게 효과를 낼지 명확한 기전적 가설이 있어야 한다"며 "특정 유전적 배경이나 한 가지 암종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과학에 기반한 접근일 수 있다"고 말했다.
“ADC 99%는 어디로 가나” 전달 효율·독성·제조기간도 숙제
약물이 체내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얼마나 표적에 도달하는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퍼 디렉터는 투여한 약물의 '나머지 99%'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질문하며, 표적에 도달하지 못한 ADC의 체내 분포와 독성 발생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9%는 모든 ADC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확정 수치가 아니라 약물 전달 효율의 한계를 설명하기 위해 제기한 수치다. 투여된 ADC가 어떤 조직에 분포하고, 세포 내부에서 어떻게 이동하며, 페이로드를 어느 단계에서 방출하는지 파악해야 약효와 독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조던 수석부사장은 "페이로드의 세포 내 표적 점유율을 예측하고 이를 실제 ADC 투여량과 연결해야 한다"며 "세포 내 유입과 리소좀 분해·방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필요한 용량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루츠 CSO는 친수성 링커, 특정 상황에서의 높은 약물항체비율(DAR), 종양 침투 개선, 세포 내 이동 경로 제어 등을 해결 방안으로 꼽았다. 표적에 도달하지 못한 약물이 불필요한 독성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ADC 개발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샌달 부사장은 제조 기술이 발전했지만 임상시험용 물질을 확보하는 데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가지 선도물질에만 집중하다가 독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후속 후보물질을 미리 확보하고 품질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어 부사장도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발 초기부터 독성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평가 기술"이라며 "유망한 후보물질에 수년을 투자한 뒤 영장류 독성시험에서 실패하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ADC의 적용 범위를 암에서 염증·면역질환과 중추신경계 질환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비종양학 분야는 치료 대상과 질환 특성에 따라 안전성 입증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루츠 CSO는 특히 만성질환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비임상 안전성 평가와 일부 질환의 적절한 전임상 모델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을 마무리한 그릴리 매니저는 "ADC의 생물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위험을 인지하고 줄이면서도 환자에게 더 신속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더 우수하고 안전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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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ADC를 연구했지만, 투여한 약물의 나머지 99%가 어디로 가고 어떻게 독성을 유발하거나 약효를 잃는지 여전히 제대로 알지 못한다.”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경쟁이 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임상에서 후보물질이 실패한 원인조차 충분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토포이소머레이스 1(topoisomerase I, Topo1) 억제제 중심의 개발 경쟁을 넘어 실패 원인 분석과 독성 예측, 약물 전달 효율 개선이 차세대 ADC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타운 앤 컨트리 리조트에서 열린 '월드 ADC 서밋 샌디에이고 2026(World ADC Summit San Diego 2026)'의 디스커버리 바이올로지(Discovery Biology) 트랙 패널토론에서는 글로벌 ADC 개발 전문가들이 현재 기술의 한계와 향후 개발 전략을 논의했다.
'차세대 ADC 개발의 새로운 방향은 무엇인가?(What's the New Path to the Next Generation of ADCs?)'를 주제로 열린 토론에는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화이자(Pfizer), 칼리오 테라퓨틱스(Callio Therapeutics), 익수다 테라퓨틱스(Iksuda Therapeutics), 시그너처 디스커버리(Sygnature Discovery) 소속 전문가 6명이 참여했다. 시그너처 디스커버리 조슈아 그릴리(Joshua Greally) 과학사업개발 매니저가 진행을 맡았다.
현장 청중 투표에서는 '향후 5년간 ADC 분야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제한된 페이로드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41.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불완전한 작용기전 이해'가 36.21%, '독성 예측의 한계'가 18.97%를 차지했다. '임상 적용 가능성 판단의 어려움'과 '기타'는 각각 1.72%였다. 페이로드 의존과 작용기전 이해 부족을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77.59%에 달했다.
아스트라제네카 제이 하퍼(Jay Harper) 종양학 표적 발굴 디렉터는 "우리는 수많은 임상시험에서 방대한 정보를 얻고 있지만, 정작 약물이 왜 실패했는지 알지 못한다"며 "실패 원인이 약동학인지, 작용기전인지, 예상하지 못한 내성 때문인지 알 수 없다면 AI 모델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임상 효과가 곧 임상 성공은 아니다” 실패 원인 규명이 우선
전임상에서 확인한 약효를 실제 환자의 치료 성과로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다. 기존 세포주 모델과 환자유래종양이식(patient-derived xenograft, PDX) 모델에서 항종양 효과가 확인돼도, 여러 차례 치료받은 환자에게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 표적 결합과 세포 내 유입, 페이로드 방출, 내성 등 여러 과정이 약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퍼 디렉터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델이 실제 임상으로 얼마나 잘 이어지는지가 첫 번째 문제"라며 "토포1 억제제나 모노메틸 아우리스타틴 E(MMAE)가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알고 있지만, 그 이면의 생물학적 요인과 추가적인 이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화이자에서 ADC 발굴을 총괄하는 샤스티 샌달(Sharsti Sandall) 부사장은 기존 전임상 모델의 한계를 짚었다. 활용 가능한 PDX 모델 상당수는 치료 이력이 없는 환자에서 유래했지만, 초기 임상에 참여하는 환자는 이미 여러 치료를 경험한 경우가 많다.
샌달 부사장은 "5년 전이라면 모델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임상에 더 빨리 진입해 직접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치료가 실패한 환자에게 다시 생검을 요청하기는 매우 어렵고, 이 때문에 어떤 환자가 반응하지 않는지 또는 반응이 오래 지속되는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임상 데이터 다시 실험실로” 칼리오·익수다가 제시한 돌파구
칼리오 테라퓨틱스 제러미 사우어(Jeremy Sauer) 전략 부사장은 전임상 연구만으로 모든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임상 진입을 앞당기고, 환자에게서 얻은 데이터를 다시 전임상 연구에 반영하는 역중개 연구(reverse translation)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우어 부사장은 "임상에 진입해 얻은 임상·바이오마커·생검 데이터를 전임상으로 되돌려 보내야 독성과 효능을 예측할 단서를 찾을 수 있다"며 "돌이킬 수 없는 유일한 자원은 시간이며,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임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익수다 테라퓨틱스 로버트 루츠(Robert Lutz) 최고과학책임자(CSO)도 초기 임상 데이터 확보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임상에 앞서 약리학적 특성을 충분히 평가하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루츠 CSO는 과거 DM4 계열 ADC 개발 과정에서 전임상 모델이 각막 독성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당시 기존 동물 모델에서는 확인되지 않았던 독성을 토끼 모델을 통해 분석하고, 접합체 구조를 변경하면서 개선 가능성을 확인했다.
루츠 CSO는 "우리는 용량제한독성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예측하지 못했다"며 "전임상에서 약리학적으로 가능한 최선의 설계를 검증한 뒤 임상 결과를 확인해야 하며, 새로운 페이로드라면 첫 번째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용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존 임상 데이터는 토포1 페이로드 개발 경쟁의 기준이 됐다. 초기 후보물질에서 임상적 가능성이 확인되자 친수성 링커와 다양한 방출 기전을 적용한 후속 개발이 활발해졌다. 반면 새로운 작용기전의 페이로드는 비교할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 첫 임상에서 확보하는 약효와 독성 정보가 후속 개발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는 이유다.
표적부터 찾는 시대 지나나…페이로드 중심으로 설계 전환
시그너처 디스커버리 앨런 조던(Allan Jordan) 종양학 신약발굴 수석부사장은 ADC의 설계 순서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존에는 종양 항원을 먼저 선정하고 적합한 페이로드를 결합했다면, 앞으로는 암세포 생존에 결정적인 작용기전을 가진 페이로드를 먼저 찾고 이에 적합한 항원을 선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던 수석부사장은 "새로운 페이로드를 개발할 때는 단순히 표적을 조절하는지를 넘어 해당 작용기전이 암세포 생존에 얼마나 결정적인지 살펴야 한다"며 "이제는 페이로드에서 시작해 상호보완적인 항원을 찾고 그 주위에 ADC 구조를 구축하는 방식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샌달 부사장도 오믹스 분석과 CRISPR 스크리닝을 활용한 암세포 생존 기전 연구에 주목했다. 암세포가 생존하기 위해 의존하는 요인을 규명하고, 단백질 분해제 등 새로운 작용기전을 적용하면 암종 특성에 맞는 ADC 설계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샌달 부사장은 "우리는 암 생물학의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며 "오믹스 데이터와 CRISPR 스크리닝을 활용하면 암세포가 생존을 위해 의존하는 요인을 파악하고,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방식으로 세포 내부 표적에 맞춘 ADC를 설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퍼 디렉터는 이러한 기술을 AI 모델과 결합하려면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 원인에 대한 데이터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상개발 실패 원인이 공개되지 않으면 학습 데이터가 성공 사례에 편중되고, ADC의 약효와 독성을 예측하는 데도 한계가 생긴다.
사우어 부사장은 ADC 설계 단계부터 치료 대상 환자와 적응증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모든 고형암을 치료하는 범용 페이로드를 원하지만, 개발 중인 약물이 어떤 환자에게 효과를 낼지 명확한 기전적 가설이 있어야 한다"며 "특정 유전적 배경이나 한 가지 암종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과학에 기반한 접근일 수 있다"고 말했다.
“ADC 99%는 어디로 가나” 전달 효율·독성·제조기간도 숙제
약물이 체내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얼마나 표적에 도달하는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하퍼 디렉터는 투여한 약물의 '나머지 99%'가 어디로 향하는지를 질문하며, 표적에 도달하지 못한 ADC의 체내 분포와 독성 발생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9%는 모든 ADC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확정 수치가 아니라 약물 전달 효율의 한계를 설명하기 위해 제기한 수치다. 투여된 ADC가 어떤 조직에 분포하고, 세포 내부에서 어떻게 이동하며, 페이로드를 어느 단계에서 방출하는지 파악해야 약효와 독성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조던 수석부사장은 "페이로드의 세포 내 표적 점유율을 예측하고 이를 실제 ADC 투여량과 연결해야 한다"며 "세포 내 유입과 리소좀 분해·방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필요한 용량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루츠 CSO는 친수성 링커, 특정 상황에서의 높은 약물항체비율(DAR), 종양 침투 개선, 세포 내 이동 경로 제어 등을 해결 방안으로 꼽았다. 표적에 도달하지 못한 약물이 불필요한 독성을 일으키지 않도록 설계하는 기술도 중요하다.
ADC 개발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해야 한다. 샌달 부사장은 제조 기술이 발전했지만 임상시험용 물질을 확보하는 데 여전히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 가지 선도물질에만 집중하다가 독성 문제로 개발이 중단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후속 후보물질을 미리 확보하고 품질을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우어 부사장도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발 초기부터 독성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평가 기술"이라며 "유망한 후보물질에 수년을 투자한 뒤 영장류 독성시험에서 실패하는 상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ADC의 적용 범위를 암에서 염증·면역질환과 중추신경계 질환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그러나 비종양학 분야는 치료 대상과 질환 특성에 따라 안전성 입증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루츠 CSO는 특히 만성질환에서 요구되는 엄격한 비임상 안전성 평가와 일부 질환의 적절한 전임상 모델 부족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을 마무리한 그릴리 매니저는 "ADC의 생물학을 더 깊이 이해하고, 위험을 인지하고 줄이면서도 환자에게 더 신속하게 다가가야 한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더 우수하고 안전한 치료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