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과 유럽연합(EU)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원료 사용 기준과 성분표시 규정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일부 성분의 허용 농도와 향료 알레르겐 표시 기준을 EU와 다르게 적용하고 있어, 영국 기준에 맞춘 제품을 EU에 그대로 판매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국 화장품·생활용품·향수협회(CTPA) 니코 쇼 누녜스(Nico Shaw Núñez) 규제·지속가능성 담당 이사는 1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2026년 제5회 K-Beauty 수출 규제 대응 컨퍼런스'에서 양측의 규제 차이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며, 기업들의 지속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영국은 2020년 말 EU와의 전환기간이 종료되면서 기존 EU 화장품 규정을 자국 법체계에 반영했다. 이후 원료 안전성 검토와 규제 결정을 독립적으로 진행하면서 양측의 기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과학자문기구와 EU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는 같은 자료를 검토하더라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향료 알레르겐·자외선차단 성분 기준 달라
대표적인 차이는 향료 알레르겐 표시 규정이다. EU는 기존 26종 외에 추가 성분을 표시 대상으로 지정해 일정 농도 이상 함유된 경우 제품에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했다. 반면 영국은 기존 26종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추가 확대 계획도 없다.
이에 따라 EU 기준에 맞춰 추가 성분까지 표시한 제품은 영국에서도 해당 표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영국 기준에 따라 기존 26종만 표시한 제품은 EU에서 추가 표시가 필요할 수 있다. 양측의 규제가 한쪽 방향으로만 통용되는 '일방향 호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자외선차단 성분인 호모살레이트(Homosalate)도 허용 범위가 다르다. EU는 사용 가능한 제품을 일부 얼굴용 제품으로 제한하고 최대 허용 농도를 7.34%로 낮췄다. 영국은 기존 10%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두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제품은 사용 농도와 제품 유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셀프태닝 제품에 사용되는 디하이드록시아세톤(DHA)은 영국이 독자적인 기준을 검토하고 있는 원료다. EU는 제품 유형에 따라 사용 농도를 제한하고 있지만, 영국은 셀프태닝 제품의 높은 소비 수요를 고려해 다른 허용 농도를 적용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살리실산의 경우 EU가 먼저 사용 제한을 강화했고, 영국은 약 1년 반~2년 뒤 관련 규제를 적용했다.
누녜스 이사는 "지금까지는 영국이 EU보다 늦게 규제 결정을 내리면서 '수동적 분화'가 나타났다"며 "앞으로 몇 년간은 양측의 독자적인 규제 변화로 '능동적 분화'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책임자 별도 지정…EU 평가자료는 활용 가능
영국 규제당국이 화장품 책임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서류상의 주소가 아니라 실제 대응할 수 있는 현지 거점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시장에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별도의 현지 책임자(Responsible Person·RP)를 지정해야 한다. 규제당국이 제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책임자의 소재나 연락처를 확인하지 못하면 안전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책임자는 규제당국의 문의에 대응하고 필요한 전문가와 연락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담당자가 없는 가상오피스나 우편사서함, 단순 우편물 전달 주소는 인정되지 않는다. 제품정보파일(PIF) 역시 해당 주소에서 열람할 수 있어야 하지만, 종이 문서 대신 전자적으로 제공해도 된다.
기업들의 포장재 교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예조치는 아직 남아 있다. 영국은 EU 책임자의 이름과 주소가 표시된 제품도 2027년 말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2028년부터는 제품 포장에 영국 책임자의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규제체계가 분리됐다고 기존 EU 자료를 모두 새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 화장품 신고 포털(CPNP)에 접근할 수 없게 되자 자체 신고 시스템(SCPN)을 구축했다. 다만 두 시스템에 제출하는 정보는 동일하게 유지해 기업들이 하나의 데이터셋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U 기준에 따라 작성한 PIF와 안전성 평가보고서도 영국에서 활용할 수 있다. PIF는 영국 규제당국이 확인할 수 있도록 영어로 제공해야 하며, 안전성 평가자가 반드시 영국에 소재할 필요도 없다. 영국 규제당국은 해외 평가자가 작성한 보고서도 인정하지만, 평가자의 자격 못지않게 보고서의 과학적 타당성과 품질을 중시한다.
효능광고에 대한 검증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 광고표준청(ASA)은 올해 화장품 광고와 관련해 4건의 판단을 내렸으며, 효능시험에 참여한 인원과 시험 환경, 대상 집단의 대표성 등을 검토했다. 한국에서 실시한 시험을 근거로 영국에서도 동일한 효능을 주장할 경우, 시험 결과가 영국 소비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화장품 원료 규제를 결정할 때 독립적인 과학자문 결과뿐 아니라 소비자와 산업에 미칠 영향도 함께 검토한다. 브렉시트 이후 독자적인 규제 결정이 가능해진 만큼 정부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다.
누녜스 이사는 "과학과 위해성 평가에 기반한 화장품 규제도 각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며 "정권에 따라 규제 결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과학적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업계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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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유럽연합(EU)에 화장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원료 사용 기준과 성분표시 규정을 각각 확인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일부 성분의 허용 농도와 향료 알레르겐 표시 기준을 EU와 다르게 적용하고 있어, 영국 기준에 맞춘 제품을 EU에 그대로 판매할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영국 화장품·생활용품·향수협회(CTPA) 니코 쇼 누녜스(Nico Shaw Núñez) 규제·지속가능성 담당 이사는 14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열린 '2026년 제5회 K-Beauty 수출 규제 대응 컨퍼런스'에서 양측의 규제 차이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하며, 기업들의 지속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영국은 2020년 말 EU와의 전환기간이 종료되면서 기존 EU 화장품 규정을 자국 법체계에 반영했다. 이후 원료 안전성 검토와 규제 결정을 독립적으로 진행하면서 양측의 기준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영국의 과학자문기구와 EU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는 같은 자료를 검토하더라도 서로 다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향료 알레르겐·자외선차단 성분 기준 달라
대표적인 차이는 향료 알레르겐 표시 규정이다. EU는 기존 26종 외에 추가 성분을 표시 대상으로 지정해 일정 농도 이상 함유된 경우 제품에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했다. 반면 영국은 기존 26종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추가 확대 계획도 없다.
이에 따라 EU 기준에 맞춰 추가 성분까지 표시한 제품은 영국에서도 해당 표시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영국 기준에 따라 기존 26종만 표시한 제품은 EU에서 추가 표시가 필요할 수 있다. 양측의 규제가 한쪽 방향으로만 통용되는 '일방향 호환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자외선차단 성분인 호모살레이트(Homosalate)도 허용 범위가 다르다. EU는 사용 가능한 제품을 일부 얼굴용 제품으로 제한하고 최대 허용 농도를 7.34%로 낮췄다. 영국은 기존 10%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두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제품은 사용 농도와 제품 유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셀프태닝 제품에 사용되는 디하이드록시아세톤(DHA)은 영국이 독자적인 기준을 검토하고 있는 원료다. EU는 제품 유형에 따라 사용 농도를 제한하고 있지만, 영국은 셀프태닝 제품의 높은 소비 수요를 고려해 다른 허용 농도를 적용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살리실산의 경우 EU가 먼저 사용 제한을 강화했고, 영국은 약 1년 반~2년 뒤 관련 규제를 적용했다.
누녜스 이사는 "지금까지는 영국이 EU보다 늦게 규제 결정을 내리면서 '수동적 분화'가 나타났다"며 "앞으로 몇 년간은 양측의 독자적인 규제 변화로 '능동적 분화'가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책임자 별도 지정…EU 평가자료는 활용 가능
영국 규제당국이 화장품 책임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서류상의 주소가 아니라 실제 대응할 수 있는 현지 거점이다. 브렉시트 이후 영국 시장에 화장품을 판매하려면 별도의 현지 책임자(Responsible Person·RP)를 지정해야 한다. 규제당국이 제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책임자의 소재나 연락처를 확인하지 못하면 안전하지 않은 제품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지 책임자는 규제당국의 문의에 대응하고 필요한 전문가와 연락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 담당자가 없는 가상오피스나 우편사서함, 단순 우편물 전달 주소는 인정되지 않는다. 제품정보파일(PIF) 역시 해당 주소에서 열람할 수 있어야 하지만, 종이 문서 대신 전자적으로 제공해도 된다.
기업들의 포장재 교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예조치는 아직 남아 있다. 영국은 EU 책임자의 이름과 주소가 표시된 제품도 2027년 말까지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유예기간이 종료되는 2028년부터는 제품 포장에 영국 책임자의 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규제체계가 분리됐다고 기존 EU 자료를 모두 새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 화장품 신고 포털(CPNP)에 접근할 수 없게 되자 자체 신고 시스템(SCPN)을 구축했다. 다만 두 시스템에 제출하는 정보는 동일하게 유지해 기업들이 하나의 데이터셋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EU 기준에 따라 작성한 PIF와 안전성 평가보고서도 영국에서 활용할 수 있다. PIF는 영국 규제당국이 확인할 수 있도록 영어로 제공해야 하며, 안전성 평가자가 반드시 영국에 소재할 필요도 없다. 영국 규제당국은 해외 평가자가 작성한 보고서도 인정하지만, 평가자의 자격 못지않게 보고서의 과학적 타당성과 품질을 중시한다.
효능광고에 대한 검증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영국 광고표준청(ASA)은 올해 화장품 광고와 관련해 4건의 판단을 내렸으며, 효능시험에 참여한 인원과 시험 환경, 대상 집단의 대표성 등을 검토했다. 한국에서 실시한 시험을 근거로 영국에서도 동일한 효능을 주장할 경우, 시험 결과가 영국 소비자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화장품 원료 규제를 결정할 때 독립적인 과학자문 결과뿐 아니라 소비자와 산업에 미칠 영향도 함께 검토한다. 브렉시트 이후 독자적인 규제 결정이 가능해진 만큼 정부의 정책적 우선순위가 판단에 영향을 미칠 여지도 있다.
누녜스 이사는 "과학과 위해성 평가에 기반한 화장품 규제도 각국 정부의 정치적 판단에서 자유롭지는 않다"며 "정권에 따라 규제 결정이 흔들리지 않도록 과학적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업계의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