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알지노믹스, RNA 치환효소로 유전자치료 패러다임 다시 묻다
일라이 릴리와 13억 달러 이상 라이선스 계약…RNA 치환효소 플랫폼 글로벌 검증
간세포암·교모세포종서 임상 진입, 희귀난치질환 파이프라인 확대 추진
입력 2026.05.20 06:00 수정 2026.05.20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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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소개

알지노믹스 이성욱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기업공개(IPO) 기업설명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유전자치료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동시에 “어디까지 유전정보에 개입할 것인가”라는 질문도 커지고 있다. DNA를 직접 교정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안전성과 비가역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알지노믹스는 이 지점에서 다른 접근을 택했다. DNA가 아니라 RNA를 표적으로 삼는다. 그중에서도 질환 관련 RNA를 잘라내고 치료용 RNA로 바꾸는 ‘치환’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2017년 설립된 알지노믹스는 RNA 치환효소(trans-splicing ribozyme) 기반 RNA 교정 플랫폼을 핵심 기술로 삼아 항암제와 희귀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표적 RNA를 선택적으로 인식해 절단하고, 치료용 RNA를 접합·치환하는 과정을 하나의 RNA 설계체로 구현하는 것이 기술의 핵심이다.

유전체를 직접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DNA 편집 기반 치료제와는 다른 안전성 프로파일을 기대할 수 있다. 같은 구조를 활용해 여러 돌연변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플랫폼 기술로서 주목받는 이유다.

이성욱 대표는 RNA 치료 분야에서 20년 이상 연구를 이어온 과학자 출신 경영자다. 서울대학교에서 미생물학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코넬대학교(Cornell University)에서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과정에서는 바이러스 복제 기전을 연구했고, 이후 듀크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며 RNA 치환효소 기반 치료 기술을 연구했다. 1997년부터는 단국대학교 생명융합공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RNA 치환효소의 작동 원리와 치료 응용 가능성을 연구해 왔다. 관련 논문과 특허도 다수 축적했다.

알지노믹스 강점 소개.©알지노믹스

 

국가전략기술 지정·초격차 특례 상장…릴리 기술이전 성과

알지노믹스가 산업계에서 주목받은 계기 중 하나는 국가전략기술 지정과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이다. 알지노믹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운영하는 ‘국가전략기술 확인제도’에서 ‘보유·관리’ 기업으로 선정됐다.

국가전략기술 확인제도는 기업·대학·연구기관이 보유하거나 연구개발 중인 기술이 「국가전략기술 육성에 관한 특별법」상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지를 공식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다. 기술 범위와 수준을 중심으로 산·학·연 전문가 심사가 이뤄진다.

이 심사에서 알지노믹스의 ‘RNA trans-splicing ribozyme 기반 유전자치료제 및 자가환형화 RNA 플랫폼’ 1건이 유전자 전달기술 분야 국가전략기술로 인정됐다. 질환을 유발하는 표적 RNA를 선택적으로 제거하고, 치료용 RNA 발현을 유도하는 기술적 차별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알지노믹스는 국가전략기술 보유기업 가운데 해당 트랙을 활용한 첫 사례로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했다. 기술 경쟁력에 대한 정책적 신뢰가 제도적으로도 확인된 셈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준 사례는 2025년 5월 일라이 릴리와의 계약이다. 알지노믹스는 RNA 교정·치환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일라이 릴리와 글로벌 연구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일라이 릴리가 모든 옵션을 행사할 경우 13억 달러 이상이다. 제품 매출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이며, 선급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 계약은 감각신경성 난청 치료제 개발을 위한 글로벌 연구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이다. 단일 파이프라인을 넘어 RNA 치환효소 플랫폼의 질환 적용 가능성을 글로벌 빅파마가 평가한 사례로 볼 수 있다.

RNA 치료제 시장은 siRNA와 mRNA를 넘어 교정·치환 기술로 넓어지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이 흐름 속에서 차세대 RNA 치료 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기업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대표는 “알지노믹스의 RNA 교정 플랫폼은 특정 단백질이나 외부 편집 효소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과 확장성 측면에서 기존 경쟁 기술과는 분명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배경도 이러한 기술적 특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RNA 교정 기술이 가진 모듈형 확장성(Modular Engineering)은 향후 기술수출을 포함한 다양한 파트너십과 더 큰 시장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기술의 가능성은 이미 검증 단계에 들어섰고, 이제는 적용 범위를 얼마나 빠르게 넓혀가느냐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2025년 12월 서울 여의도 페어몬드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알지노믹스 기업공개(IPO) 기업설명회’ 현장.©약업신문=권혁진 기자

 

RNA 치환효소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알지노믹스 신약개발 플랫폼의 특징은 DNA가 아니라 RNA 전사체 단계에서 치료 개입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기존 저분자나 항체 치료제가 이미 만들어진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방식이라면, 알지노믹스 플랫폼은 질병 원인이 되는 RNA 전사체 일부를 치료용 서열로 바꿔 치료 목적 단백질 발현으로 연결한다.

핵심 엔진은 Tetrahymena 그룹 I 인트론 유래 trans-splicing ribozyme이다. 이 RNA 치환효소는 표적 RNA의 특정 서열을 인식해 결합하고, 촉매 반응을 통해 표적 전사체 일부를 치료용 RNA 서열(3′ exon)로 치환한다.

그 결과 치료 서열이 포함된 키메릭 전사체가 만들어진다. 이후 세포 내 번역 과정을 거쳐 정상 또는 치료 목적의 단백질 발현으로 이어진다. DNA를 직접 편집하지 않고, 단백질 편집효소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RNA 촉매 기전만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기존 DNA 교정 기술과 구분된다.

알지노믹스 플랫폼은 하나의 RNA 설계체 안에서 절단·접합·치환 기능을 연속적으로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표적 RNA를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능성 전사체로 바꾼다는 점이 특징이다. 표적 RNA 감소와 치료 단백질 발현을 동시에 노리는 구조다.

여러 돌연변이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도 강점이다. 개별 돌연변이를 하나씩 겨냥하는 방식이 아니라, 알려진 돌연변이 부위의 상류 공통 RNA 구간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단일 후보물질로 여러 변이형을 겨냥할 수 있도록 했다. 후보물질을 병렬로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설계 단계에서부터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접근이다.

개발 과정도 단계적으로 구성돼 있다. RNA mapping을 통해 표적 전사체 안에서 최적의 결합·치환 위치를 찾고, P1·P10 결합 영역과 antisense 서열을 조정해 결합 안정성과 trans-splicing 효율을 높인다. 발현과 반응 조절에는 조직 선택성을 위한 miRNA 타깃 서열, 전사체 안정성과 발현 강화를 위한 WPRE, 스플라이싱 신호(SD/SA) 서열이 조합된다.

전달체 확장도 진행 중이다. 알지노믹스는 지난 2월 글루진테라퓨틱스와 AAV 기반 정밀 유도 RNA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알지노믹스의 RNA 치환효소 기반 교정 플랫폼과 글루진테라퓨틱스의 AI 기반 차세대 AAV 전달체 발굴 기술을 결합해 표적세포 선택성과 전달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4월에는 서지넥스와 LNP 기반 차세대 RNA 유전자치료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은 RNA 치환효소 기반 교정 플랫폼에 조직 선택적 LNP 전달 기술을 결합하는 내용이다. 바이러스 벡터 중심 접근을 비바이러스성 전달체 영역으로 넓히려는 시도다.

효능과 작동 여부는 RT-qPCR과 ddPCR을 통한 표적 RNA 감소 및 치환 전사체 비율 정량, RACE-PCR과 NGS 기반 on-target 산물 확인, 오프타깃(off-target) 분석 등으로 평가한다. RNA 수준에서 실제 작동 여부와 오프타깃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는 구조다.

자가환형화 RNA 플랫폼도 연구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5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29회 미국 유전자세포치료학회(ASGCT 2026)에서 차세대 원형 RNA(circular RNA) 및 항암 유전자치료제 플랫폼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발표는 구두 발표 1건과 포스터 발표 2건으로 구성됐다. 원형 RNA를 전신 투여할 때 비장 내 면역세포에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고분자 나노전달체 연구, 원형 RNA 구조체 엔지니어링, 항암 유전자와 면역관문억제제를 동시에 발현하는 신규 유전자치료제 플랫폼이 포함됐다.

RNA 치환효소 플랫폼 소개.©알지노믹스
멀티교정 효율 및 정확성과 안전성 입증 자료.©알지노믹스

 

신약 파이프라인

알지노믹스의 핵심 신약 후보물질 RZ-001은 간세포암(HCC)과 교모세포종(GBM)을 적응증으로 개발되고 있다. 간세포암 병용 임상은 임상 1b/2a상, 교모세포종 임상은 임상 1/2a상이 진행 중이다.

RZ-001은 간세포암에서 2024년 FDA 희귀의약품 지정, 2025년 패스트트랙 지정에 이어 2026년 5월 RMAT(Regenerative Medicine Advanced Therapy) 지정을 받았다. 교모세포종 적응증에서도 FDA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은 바 있다.

RZ-001은 암세포에서 발현되는 TERT RNA를 표적으로 삼아 치료 유전자 발현으로 이어지도록 설계된 RNA 교정 기반 항암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이다. trans-splicing ribozyme을 이용해 전사체를 선택적으로 교체하며, DNA를 건드리지 않고 RNA 단계에서 작동한다. 표적 RNA 발현을 억제하면서 치료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고, 발간시클로버(VGCV) 병용과 연계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구조다.

알지노믹스는 2025년 12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ESMO Asia 2025에서 RZ-001의 교모세포종 환자 대상 임상 1/2a상 중간결과를 공개했다. 이 중간결과는 안전성과 내약성 평가에 초점을 맞췄다.

알지노믹스에 따르면, 총 5개 용량 단계 가운데 3번째 용량 단계 투약을 완료했고 4번째 용량 단계 투약을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용량 증가 과정에서 중대한 안전성 이슈는 관찰되지 않았다. 회사는 양호한 내약성이 확인됐고, 일부 환자에서 유효성을 시사하는 초기 신호도 관찰됐다고 설명했다.

간세포암 적응증에서는 단독요법을 넘어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로슈로부터 아테졸리주맙을, 셀트리온으로부터 베바시주맙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를 공급받아 병용 투여 가능성을 평가 중이다. 항암 개발에서 RNA 치환효소 기술을 단일 적응증에만 쓰지 않고, 다양한 치료 조합으로 넓히려는 흐름이다.

알지노믹스는 4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RZ-001 간세포암 임상 1b/2a상 중간결과를 구두 발표했다. 대상은 경동맥화학색전술(TACE)에 불응하거나 부적합하고, 이전 전신치료 경험이 없는 간세포암 환자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RZ-001과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 투여에서 RECIST v1.1 기준 객관적반응률(ORR)은 확정 반응 기준 38.5%, 미확정 반응 포함 46.2%로 나타났다. mRECIST 기준 ORR은 61.5%, 완전반응(CR) 비율은 23%로 제시됐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병용 요법 중 Grade 3 이상 이상반응 5건이 보고됐다. 해당 이상반응은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관련으로 분류됐고, RZ-001 관련 Grade 3 이상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 중간결과는 RZ-001의 규제 개발에도 영향을 미쳤다. 5월 미국 FDA로부터 RZ-001 간세포암 적응증에 대해 RMAT 지정을 받은 것이다. RMAT은 중증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초기 임상 근거가 있을 때 부여되는 FDA 신속개발 제도다.

RMAT 지정 치료제는 FDA와 긴밀히 협의하면서 임상·허가 전략을 구체화할 수 있다. 우선심사(Priority review), 롤링리뷰(Rolling review),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 등 규제 경로 활용 가능성도 생긴다. 알지노믹스는 이를 기반으로 임상 설계, CMC, 상업화 전략에 대한 FDA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알지노믹스는 플랫폼 적용 범위를 중추신경계 질환과 유전성 안과질환으로도 넓히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적응증으로 한 RZ-003과 망막색소변성증을 겨냥한 RZ-004가 대표적이다.

이들 질환은 병인 기전이 복합적이거나 유전적 요인이 명확하지만, 치료 옵션은 여전히 제한적이다. RNA 전사체 수준에서 병인 유전자 발현을 교정·치환하는 접근은 미충족 수요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된다.

망막질환은 국소 투여가 가능하고 표적 조직이 비교적 명확하다. RNA 치환효소 기술의 전달 효율과 작동 정밀성을 검증하기에 적합한 적응증으로 평가되는 이유다. 알지노믹스는 RZ-004를 망막색소변성증 대상 전임상 파이프라인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호주 임상시험통지(CTN) 절차를 확보한 뒤 후속 개발을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알지노믹스 플랫폼은 사실상 대부분의 RNA 표적에 적용할 수 있고, 알려진 돌연변이의 상류 RNA 부위를 겨냥해 단일 물질로 다양한 변이를 동시에 교정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이 같은 기술력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은 사례가 일라이 릴리와 체결한 글로벌 연구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이라고 전했다.

신약 파이프라인 연구개발 현황.©알지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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